이계에서 온 마스터 -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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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에서 온 마스터 9


"저어..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김선생이 푸니쉬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물었다.

푸니쉬는 약간 머뭇거리는 듯 싶더니 곧 대답했다.


"강성민이라고 합니다."

"아예.. 동생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시는 모양이시군요."

"부모님께서 철민이를 늦게 낳으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버릇이 많이 없구요. 지도하시느라 고생이 정말 많으십니다."


푸니쉬는 술술 말도 잘 하고 있었다.

김선생은 그를 보더니 "후우"하고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퇴학일 것 같습니다. 뭐, 검정고시란 것도 있으니까

동생을 잘 가르쳐주세요. 저도 교장선생님께 사정해 봤지만

워낙 철민이가 애들을 많이 때리고, 선생님들한테 반항이

심해서 안된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푸니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김선생은 푸니쉬를 부르며 뒤따라 나왔다.


"아니, 저기.. 잠깐만."


하지만 푸니쉬는 교무실 옆에 있는 교장실의 문을 벌컥 열었다.

김선생은 푸니쉬의 당당함에 멍해졌다.

교장은 갑작스럽게 들어온 푸니쉬의 등장에 매우 놀란듯이

보고 있던 책을 덮었다.


"누구십니까?"

"강철민 학생의 형 되는 사람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앉으시죠."


교장은 친절하게 소파를 가리켰다. 푸니쉬는 조용히 소파에

앉았다. 교장도 푸니쉬의 알 수 없는 매력에 매료되었는지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철민이가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죄송합니다만, 이미 늦었습니다. 우리는 철민 학생에게

벌써 많은 기회를 주었습니다. 철민 학생에게 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나간 학생들이 한 두명이 아닙니다."


푸니쉬는 조용히 교장을 바라보았다. 강력하고도 확신에 찬

눈빛이 교장을 떨리게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퇴학은 면할 수 있겠습니까? 기부금을 내면

되겠습니까?"


교장은 직감적으로 푸니쉬가 자신을 시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돈으로 퇴학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실례지만 저를 잘못보셨습니다."


교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비로소 푸니쉬는 고개를 끄덕이며

교장의 성품에 감동하였다.

마침 학교는 대규모로 나무를 심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아직 초기단계라 운동장 가에는 여기저기 땅을 파헤친 자국이

많이 있었다. 푸니쉬는 그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학교 봉사가 어떻겠습니까?"

"철민 학생이 말입니까?"


푸니쉬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교장은 놀란듯이 푸니쉬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저 공사는 약 한달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일이 바쁘실텐데, 가능하시겠습니까?"

"일주일 안으로 끝내겠습니다. 제발 철민에게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교장은 간절한 푸니쉬의 눈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좋습니다. 이렇게 동생을 생각하시는 형님이 계시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형이 대신 벌을 받는 것을 보면

철민학생도 뭔가 느끼는 것이 있겠지요. 하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전 걱정 마십시오. 정말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

제가 귀중한 시간을 많이 뺏었습니다.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교장은 돌아서는 푸니쉬를 보고 감탄한 듯 말했다.


"정말.. 예의바르고 똑똑한 사람이로군.

어째서 이제야 나타난 것일까..."






철민은 집에 가는 것이 두려웠다. 혹시나 푸니쉬가

또 자신을 벌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질질 끄는 걸음으로 겨우 집에 도착한 철민은

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푸니쉬를 발견하고는

몸을 사렸다. 하지만 푸니쉬는 철민을 보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전혀 예상 밖이 었다.


"어떻게 된거지.. 이 인간.. 아니 이 괴물이.. 아무 말을 안하네."


철민이 푸니쉬의 앞에서 약간 머뭇거리자, 푸니쉬는 갑자기

보던 책을 덮고 일어섰다.


"허억.. 호..혹시 지금 패려고 하는건?"


하지만 푸니쉬는 철민의 옆을 그대로 지나쳤다.


"밥 먹어라. 배고프지?"


철민은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것처럼 멍하니 설 수 밖에

없었다. 식탁에는 또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하지만 철민은 입맛이 없었다.


"아저씨, 한 가지만 물어보죠."


푸니쉬는 집에 있던 난초에 물을 뿌리다가 철민을 돌아다보았다.


"형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또한 "물어보죠"가 아니라

"여쭤보죠"다."


철민은 푸니쉬의 정확한 지적에 인상을 찌푸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알겠습니다. 형님. 오늘 교장 선생과 어떤 더러운 뒷거래가

있었길래 나를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고 고스란히 집으로 보낸

겁니까?"

"밥 먹으라. 내일이면 알게 된다."

"지금 알고 싶습니다."

"밥 먹으라고 명령했다, 지금."


푸니쉬는 엄격한 표정으로 철민을 노려보았다.

철민은 하는 수 없이 가방을 방에 집어 던져 놓고

꾸역꾸역 밥을 입에 처넣었다.

그날 밤에도 푸니쉬는 책만 보며 철민에게 아무런

말이 없었다.






"어머머머..~~~ 야야야 저기저기 저사람 완전히 만화 주인공이야."


한 여학생이 운동장 가에서 나무를 심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선

자기 친구에게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그 남자는 그저 흰 와이셔츠에 편안한 검은 바지를 입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의 주위로 환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어머어머.. 왠일이니. 초절정 꽃미남이 일꾼으로 왔나봐~~"


여학생들이 그의 주위로 하나둘 씩 모여들었고,

남학생들도 그를 보기 위해 고개를 디밀었다.

그 중에는 철민의 친구도 있었다.


"엥?? 저기저기 철민이네 형님 아냐?"

"우와~~ 저 사람이 철민이네 형님이래."

"웬일이니~~~ 나 저렇게 잘 생긴 사람 첨봐. 울고 싶어..흑흑"


철민의 이름을 모르는 학생들은 없었으므로,

그가 철민의 형이라는 것에 모두 놀라워했다.

철민은 느지막히 학교에 올라와 교실로 가려는데,

운동장에 학생들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모두들 철민이 다가오자, 한 걸음씩 물러났다.


"젠장, 무슨 일인데 이렇게 모여서.. 헉?"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를 심고 있는 푸니쉬.

푸니쉬는 신의 힘을 쓰지 않고 오직 인간의 본모습

그대로 일을 하고 있었다.

푸니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철민을 돌아다 보았다.

철민은 심하게 씩씩대다가 그대로 교실로 들어와 버렸다.

반 친구들은 지네들끼리 모여서 벌써 속삭이고 있었다.


"어머.. 웬일이니. 철민이네 형님이 철민이 퇴학시키지

말라고 벌받고 있는거라며?"

"정말? 와... 짱이다. 짱 멋지다."

"씨발 조용히 못해?????"


철민이 갑자기 책상을 내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반 아이들은 철민의 외침에 기가 죽어 다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철민이네 반은 1층에 있는지라, 운동장이 훤히 내다

보였고, 다른 일꾼들과 중노동을 하고 있는 푸니쉬가

그들의 시야에서 떠나지 않았다.

여학생들은 푸니쉬가 일을 하다 말고 허리를 피고

땀을 닦는 것을 보며 침을 흘렸다.


"완전히.. 내 이상형이야.. 땀 닦는 것도 멋져.."

"내가 찜했어. 이 기집애야."

"야, 내가 먼저야! 어딜 감히!"


여자애들은 수업중에도 푸니쉬를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운동장쪽 창가에 앉아 있는 철민은 푸니쉬의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제..젠장. 왜 저러는거야? 쪽팔리게...."


푸니쉬의 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리고 의심을 받지 않으

려면 다른 일꾼들이 먹는 것을 똑같이 먹을 수 밖에 없었다.

푸니쉬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지만 결코 싫은 내색이 아니었다.

푸니쉬의 중노동은 어둑한 초저녁이 될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이야 보기보담 힘이 되게 좋으시구만요! 생긴것도 잘 생겼지만

힘도 짱이시네 그려!!"


한 일꾼이 푸니쉬가 무거운 흙더미를 실어나르는 것을 보고

크게 칭찬하였다. 다른 일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때문에 고생이 많수다..그나저나 이제 7신디.. 가야쓰겄는디?

같이 안가실랑가?"


하지만 푸니쉬는 일을 계속하였다.


"먼저들 가십시오. 전 더 하다 가야됩니다."

"그람 어쩔 수 없지. 쉬엄쉬엄 하시요잉~"


그들은 땀을 닦으며 학교를 내려갔다.

이젠 운동장 공사판에는 푸니쉬만이 남아 있었다.

다시 삽으로 흙더미를 파는데,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철민이었다. 푸니쉬는 아는 척 하지 않고

일을 계속했다.


"삽 이리 줘요. 내가 할테니까."

"철민이는 집에 먼저 가거라. 일주일 안으로 이 공사를

끝마치려면 밤 새도록 해야 한다. 잠은 학교 숙직실에서

자기로 했으니까 신경쓰지 말거라."


푸니쉬의 흠뻑 젖은 와이셔츠는 짜면 물이 나올 정도였다.

푸니쉬는 아예 웃통을 벗어 던지고 작업을 계속했다.


"아, 정말 쪽팔리지도 않아요? 자존심이고 뭐고 없냐구요, 씨발!

여기 나와서 막노동하면 기분 좋아요? 예?"

"왜, 철민이 네가 자존심이 상하느냐?"


푸니쉬가 철민이를 돌아보며 물었다. 철민이가 약간 멈칫하자

그는 다시 묘목을 심으며 말했다.


"나와 넌 아무 상관도 없는 사인데, 왜 내가 일한다고

네가 자존심이 상하는가? 네 형이라고 알려져서 인가?"

"잘 아시는구만요! 내 친형이라고 뻥쳐놓고 여기와서 일하면

내 쪽이 뭐가 되는거냐구요! 아 젠장!"


푸니쉬는 슬쩍 미소를 띠는 싶더니 조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형이 막노동을 하면, 동생이 부끄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게 우애다. 넌 이미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이만 내려가 봐라."


철민은 한 동안 그곳에 우뚝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우애라고..? 죄책감이라고..?"


철민은 주먹을 꽉 쥐고 한달음에 학교를 내려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만 입고, 힘든 일이라곤

해 본적도 없는 사람이

나를 위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중노동을 하고 있다..

그것도 초능력을 쓰지도 않고.. 오직 인간의 힘으로..

마구 내달리는 철민의 마음속이 마구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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