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少年(미소년) - 1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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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4일 간 혁은 학교에서 우쿄를 보지 못했다. 신입생들의 본격적인

강의와 수업은 2주차부터지만 그래도 그 사이에 등교를 아예 안 해도 되는 때도

아니어서 우쿄의 장기결석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감기라고? >

4일쯤에 우연히 만난 석진에게 들은 우쿄의 결석이유가 이러했다.

<예. 워낙 에 몸이 약한 녀석이라 조금만 감기기운이 있어도 펄펄 끓고 난리가

아니거든요. 실은 그날 좀 많이 놀라기도 했고.........>

그러고 보면 그때부터 왠지 안색이 않좋고 안았을 때 몸이 뜨겁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혁은 상당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오늘 사오토메군에게 들를 건가? >

<네? 예 그럴 겁니다만......>

<나도 병문안 삼아 같이 가면 안튿? >

<네?!!!>

난데없는 혁의 말에 석진은 당황했다. 혁도 자기가 그런 말을 왜 했는지 몰라서

당황했다. 요 며칠 동안 혁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려 밤마다 시달리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왔다.

결국 석진과 이따 같이 가기로 약속을 하고 말았다. 마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인 뒤 면바지주머니에 한 손을 쑤셔 넣은 채 대학원 쪽으로 가기 위해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다가 오토바이가 하나 들어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전혀 반갑지 않은 화상畵像이었다.

<오랜만이데이~~~!>

능글한 표정을 지으며 아는 체를 하는 꾀죄죄한 가죽옷에 히피랍시고 씻지도 않아

악취를 내 풍기며 보호헬멧을 쓰지도 않은 선글라스만 그럴싸한 시커먼 피부색의

그 3학년생이었다. 검은 피부에 아주 못생긴 건 아니어도 마치 네안데르탈인을

연상시키는 얼굴이 흉했다. 별로 듣기 좋은 것도 아닌 목소리로 억지로 무게를 잡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역겹기 이를 데 없었다.

혁도 응대를 해줬지만 표정은 냉랭했다. 오토바이를 주차장에 세워둔 3학년생이 혁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환영회 때 봤던 그 가시나 같이 생긴 안경잡이 있잖나, 학교 안나온다메? 싸가지

없는 자슥 아이가? 신입생 따위가 우데 그리 곤죠根性없이 구노? >

순간 혁의 속내에서 삐끗하는 소리가 들렸다. 안 그래도 요새 신경이 다소 날카로워져

있던 터였다.

<뭐? >

<그런 놈무 자슥은 이빠이 쿠사리를 줘야 한다카이.>

순간 혁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가 풀려졌다. 혁은 걸음을 멈추고 피우던 담배를 거칠게

뱉은 뒤 비벼 껐다.

<학부도 다른 주제에 다른 학부 신입생 환영회에 끼어들어 추태를 부린 것도

주제넘은 짓이지만 남의 학부 신입생 출석문제에 옳네 그르네 하는 것도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생각 않나? >

실은 혁도 학부가 다르긴 마찬가지였다. 우쿄가 속한 학부는 인문계이고 혁은 경영학부인데

그날 환영회에 참석했던 건 전임 학생회장이라는 이유로 학부회장의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고

혁은 특별 게스트로 조용히 처신했다.

단 3학년생은 제멋대로 끼어들어 깽판을 친 것이지만......

<학부는 다르지만 서도 그래도 내가 선배 아이가? 후배가 잘못하면 옳게 끌어주는 게

당연한 기제. 선배로 가오顔가 있다 아이가?>

(또라이!! 몰염치한 정신병자 같은 놈!! )

환영회 때 놈이 우쿄에게 벌인 추태와 행패가 새삼 떠올라서 새삼 놈에 대해 경멸감과 노기가

일기 시작했다. 애가 그날 이놈한테 얼마나 시달리고 놀랐으면 몸 져 누웠단 말인가.

이놈은 고등학교에서부터 영 맘에 안 들던 놈이다.

혁도 그때는 심각한 비행청소년이었지만 놈도 애초에 싹수가 노란 개망나니로

그때도 주제넘게 설치고 다니다 혁에게 두들겨 맞던 녀석이니......

이 의 고질병은 어줍잖게 선배임을 내세워서 후배들을 깔아뭉개고 치졸한

지배욕구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들고 여의치 않으면 행패를 부려서 아는 학생들에게

심적 물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점으로 전부터 학생들에게 원성을 듣고 있던

참이었다.

더구나 최근에 알려져서 학교를 발칵 뒤집히게 만든 바로는 전문대에 입학할 실력도 안돼는 인간을

그의 아버지가 아는 연줄을 이용해 뇌물로 -교회목사라는 양반이 무슨 돈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그런 이 녀석 부모도 참 불쌍한 인사임에 틀림없다.

인간 좀 만들겠다고 그렇게 대학을 보내놓았더니 겉멋만 들어서 되지도 않는 음악실력으로

록밴드 하네 뭐하네 하며 사고치는 아들놈 뒤처리나 하는 꼬락서니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가장 인기가 없고 만만한 학부에 억지로 끼워넣었다는 나오면서 학생회까지 들고 일어날

정도로 학교와 학생들 공히 밉상취급을 받으면서도 자기가 대단한 인간인양 과대망상 속에 사는

쓰레기 같은 놈이다. 그러고도 입학한 지 6년이 넘어가도록 이제 3학년에 간신히 올라온 것이다.


문제아였던 옛날과는 달리 지금은 수재秀才인 혁이지만 옛날의 거칠고 격한 성격을

억누르면서 아는 사람들에게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옛날의 문제아였던 모습은 현재 혁을 아는 사람들로선 전혀 실감이 안나는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놈이 천둥벌거숭이같이 설치면서 후배들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 언젠가는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전부터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놈은 한번 혁에게 두들겨 맞으면 혁이 무서워서라도 설치지 못한다, 특히나 복수하겠다

는 배짱도 없는 놈이고 그렇다고

허세만 잔뜩 들어간 놈이니 두들겨 맞았다고 어디 하소연이라도 할 녀석도 아니고.....

처음 혁이 놈을 만난 것은 고등학교 때 마산에서였는데 처음에 시쳇말로 인근의

"짱" 이었던 놈은 혁이 서울에서 내려왔다며 경멸조로 "서울띠"라고 부르면서

깔아뭉개려고 들었다 결국에 참다 참다 못한 혁에게 첫 싸움에서 지금껏 부린 위세가

무색하게 철저히 두들겨 맞은 뒤 처음에는 수차에 복수를 꾀했다가 되려 화만 자초할

뿐이었다. 심지어 인근에 싸움 좀 한다 하는 불량배들을 20명씩이나 불러들여서

집단구타를 하려다가 오히려 혁이 그 20명을 혼자 때려눕히는 것을 보고 질려버려서

그 뒤부터 혁에게는 철저히 비굴한 태도를 취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혁은 한동안 냉정하게 놈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옛날처럼 충동적이고 부주의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성격도 이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헌데 자신의 천사天使가 놈의 마수에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불쾌해졌다.

<그러는 너는 왜 선배인 나한테 말을 놓으면서 이렇게 건방을 떠는 거지? >

조소 섞인 말을 내뱉으며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워진 혁의 눈빛에 놈이 움찔했다.

덩치는 어떨지 몰라도 혁에게 몇 번이나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아서 혁을 내심

무서워하는 놈이니 시건방을 떨다가도 혁의 눈빛이 달라지면 겁을 먹게 되는 것이다.

아니, 혁이 아니어도 자신이 한번 기가 꺾이면 범접을 못하지만 만만해 보이면 볼 것 없이

우위를 점하고 휘어잡으려 드는, 말하자면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한

비열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다.

<에이~~ 우리는 친구 아이가? 새삼스럽게 와그라노? 근데 글마말이다. 이쁘장한게

진짜로 가시나였으믄 참말로 꼴리게 생기지 않았나?

요즘 밤마다 글마를 가시나로 만들어서 빠구리 뜨는 상상하문서 딸치는 재미로

지낸다 아이가~~~. >

이 천박하기 짝이 없는 놈이 군침을 삼키면서 추잡한 속내를 드러내자 혁은 순간적으로

사랑하는 여인이 능욕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분노가 극한에 다다랐다.

건물모퉁이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의도하지 않게 인적이 뜸한 곳이다.

<그렇게 생겨묵은 가시나 하나 있으믄 당장에 어디 끌고가서 따묵는 긴.....>

<이 개새끼!!!!!>

"퍽!!!"

혁의 주먹이 기어이 놈의 큼지막한 턱에 꽂혔고 놈은 곰 같은 덩치에 안 어울리게 그대로

나둥그러졌다.

이놈은 제 기분 내키는 대로 저지르려고 드는 짐승이다. 놈의 추잡한 광언狂言도 더

참고 들어줄 수가 없다! 이 참에 거사를 치러야 한다.

<니, 와,와이라노?>

놈은 주저앉아 맞은 곳을 한 손으로 감싸며 공포에 질려 혁을 올려봤다.

혁의 입에서 중 저음의 한기가 도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 한번 말해봐, 밤마다 뭐가 어쩌고 어째? 쿠사리를 줘야

한다고? 너 10년 가까이 나한테 제대로 안 맞았지? 오늘 나한테 좀 맞자!!!>

혁은 놈의 면상에 또다시 발도 장을 찍었다. 뒤로 엎어진 놈은 뒤를 보이며 엎드려 기기

시작했고 혁은 놈의 엉덩이 한 가운데를 구둣발로 걷어찼다.

<ㅎ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ㅓㄱㄱㄱ!!!!!!!!!!!!!!!!!!!!!!!!!!!!!!!!!!!!!!!!!!!!!!!!!!!!!!!!!!!!!>

놈은 엉덩이 한가운데를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데굴데굴 굴렀다.항문을 정통으로

얻어맞았기 때문에 비명도 못 지르고 물밖에 끌려 나온 붕어처럼 거품 문 입만 뻐끔뻐금

거리며 숨만 헐떡였다.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다시 주먹이 몇 차례 놈의 얼굴을 정통으로 꽂혔다.

놈의 양쪽 콧구멍에서 코피가 주루룩 흘러내렸다.

<아이고~~~~~~~~메~~~내, 내가 잘못했다~~ 때리지 좀 마라~~ 내 죽는다~~>

싸워야 상대가 안되고 오히려 혁의 화만 돋굴 뿐이라는 걸 애초에 알고 있기 때문에라도

저항도 못하고 죽는 소리를 하며 비굴하게 싹싹 비는 놈을 혁은 무릎으로 배를 가격한

뒤 팔꿈치로 윗동을 내려꽂았다. 놈은 그대로 엎어졌다.

놈을 다시 발로 차면서 구석으로 내몬 뒤 짓밟아버렸다.

한참 뒤에 발길질을 멈추고 숨을 헐떡이며 놈을 노려보았다. 놈이 쓰고 있던 선글라스가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다가 혁의 구둣발에 산산이 깨졌다.

<아~~이~~~고~~~메~~~~~~>

간신히 놈이 도처에 멍이 든 상태로 코와 입으로 피와 콧물과 침을 내뿜으며 몸을

일으키려 하자 혁은 옆의 상당히 무거운 알루미늄 재질의 쓰레기통을 들어서 놈의

등에다 내려 던졌다.

놈은 그대로 다시 엎어져서 꿈틀댔다. 혁의 한쪽 구둣발이 놈의 얼굴을 짓이겼다.

<잘 들어, 이 버러지 같은 새끼야. 앞으로 또 철모르고 지랄병하고 다니면

아예 산에다 생으로 파묻어버릴 줄 알아. 특히. 또 그 신입생에게 선배랍시고

개수작 걸면 네놈 좇대가리를 뽑아버릴 테니까, 이건 공갈이 아니야, 진짜

경고야, 알아서 처신해. 알았어, 이 돼지새끼야?>

놈은 혁에게 밟혀서 짓이겨지고 있는 얼굴을 간신히 끄덕였다.

생각 같아선 놈을 고자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지만 그것만은 참기로 했다.

혁은 놈의 얼굴에서 발을 내리더니

<선배? 좇까고 있네, 이 시발새끼!! 너네 애비가 십일조 거둬서 네놈한테 처들인 학비가

아깝다, 이 대가리에 똥만 가득 찬 거지같은 새끼!!>

다시 그 발로 머리통을 걷어찼다. 놈은 걷어 채인 반동으로 벽 건물에 뒤통수를 부딪히며

아예 절명했다.

혁은 놈의 면상에다 침을 뱉고 돌아섰다.

혁이 자리를 뜬 10여분 뒤에 3학년 생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더니 신음소리를 내면서

맞아서 퉁퉁 불은 곳을 어루만지다가 누가볼새라 오토바이를 끌고 도로 혼자 살고 있는

-쓰레기 하치장 같은- 하숙집으로 가버렸다. 한동안은 학교에 못나올 것이다.

누가 봤다면 얼굴을 들 수 없으니까..... 아니, 더 이상 이 학교에서 들고 다닐 낮이

없으니 자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공부에 재미를 못 붙이고 한 한년에 몇년히 유급하면서

후배들 괴롭히고 등쳐먹는 재미로 다녔는데 작년에는 견디다 못한 1학년생들에게 집단린치를 당했고

그 공포로 한동안 잠잠해야 했다. 이제야 훨씬 만만한 호구를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천적인 혁이 그 먹잇감에 관심을 두고 있으니 그럴 수도 없어진 것이다.

3학년생과는 달리 혁은 누구든지 후배들을 자상하게 돌봐주고 인도해주는 성격이다.

그래서 후배들한테 인망도 높았고.....

특히나 혁에게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라면 녀석이게는 기회가 없다고

봐야 한다. 어쩌다 마주쳐서 어떻게 하려 해도 그게 혁의 귀에 들어간다면 ....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버지의 막대한 돈으로 이 학교에 들어와서 자신의 강적인

혁이 학교 선배로 있는 걸 보고 갖은 아첨으로 적당히 관계를 유지했는데 오늘에야 말로

파탄을 맞은 셈이다. 혁이 비행청소년이었을 때조차 아닌 척 하면서 교내에서 약한

애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놈들을 힘으로 제압하고 굴복시켜서 약자를 보호해주는

입장이었으되 사람을 악의를 갖고 작심하고 괴롭히는 비열함과는 전연 관계가 없는

성격이었지만 3학년생의 사고방식으로는 혁이 정말 그렇게 나온다면 녀석으로서는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석진은 아까 본 것과는 달리 냉랭하기 짝이 없는 혁의 표정에 뻘쭘했다.

혁의 자가용안에서 운전석과 조수석에 나란히 앉은 선후배는 잠시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저기...선배님, 무슨 기분 나쁜 일이라도...>

<아, 아냐. 기분 나쁜 일은 무슨;;; 하하하;;;>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말은 건 석진에게 짐짓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참. 사오토메군이 뭐 좋아하는 게 있나? 과일이라든가...>

<글쎄요? 그러고 보니 워낙 에 입이 짧은 녀석이라... 매운 음식을 싫어하는

건 알겠는데;;;;>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에 몸을 마치 태 속의 아기처럼 이불로 돌돌 말아서 침대 위에 몸을

벽 쪽으로 향하고 잠이 들어있던 우쿄는 잠에서 깼다.

아침에 약을 먹고 몇 시간을 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침대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다.

아침에 잰 체온이 37도 8부였다. 4일이나 지속된 열이 오늘 아침에야 간신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오한이 우쿄의 몸을 옥죄고 있었다.

밑에서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 말소리가 들리더니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宇っちゃん. 寢るの?(우쿄, 자니?)>

방문이 열림과 동시에 우쿄는 몸을 일으켜 머리맡에서 안경을 집어썼다.

<ママ(엄마)。>

<熱がちょっと下ったの, 宇っちゃん(열이 좀 내렸니, 우쿄)?>

우쿄는 고개만 겨우 끄덕였다. 엄마와 대놓고 일본어로 얘기할 수 있는 걸로 봐서

아버지께서는 학교로 출근하신 모양이다. 시집온 지 20년이 되어가서 완전히 한국인이

다 된 엄마지만 친정식구를 만나거나 완전히 일본인인 아들과는 남편의 묵인하에

일본어를 사용하는 그녀였다.

어렸을 때 향수도 나고 해서......

어린 아가씨라는 뜻을 지닌 사오토메早乙女라는 성씨때문인지 외가의 이모나 누나들, 젊었을

때의 외할머니까지 전부 거의 비슷하게 생긴 미인들인데 지금까지 둘째이모로 알고 있던

친 어머니 미코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제 40세, 한국나이로 치면 41세가 된 그녀는 허리까지 내려간 긴 생머리

머리를 리본으로 묶은 모습이 어울리는 아직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초한 미인으로 단지 결혼전의

앳되고 온순하고 순진했던 인상과는 달리 외국에서의 녹녹치 않은 결혼생활때문인지 한없이 착해보이는

언니들과는 달리 좀 성깔 있어보이는 인상이 오히려 색기있고 고혹蠱惑적으로 느껴져 다른 친정의

자매들하고는 다른 점이다.

그러고보면 우쿄와 여동생인 수진도 외모가 친가쪽하고는 전혀 무관하게 오히려 외가쪽의 여자들을

닮아 있는게 아버지로서는 은근히 섭섭한 점일 것이다.


체온계를 우쿄의 입에 물렸다가 뽑아봤다. 37도 3부, 엄마는 안도했다.

<あ. お客さん來た. 會うか(아, 손님 오셨다. 만날래)?>

<誰?(누구?)>

<錫進君とこの前に君を送ってくれた先輩。(석진이랑 저번에 너를 데려다 줬던 선배.)>

<本當? それでは居間に出ます。(정말? 그럼 거실로 나갈래.)>

<この子!. 體も痛い子がどこを出るの? そのまま部屋で會って。(얘!. 몸도 아픈 애가

어딜 나가니? 그냥 방에서 만나.)>

<だ, だめなの,私の部屋では!! 4日間掃除もしなかったが!!(아, 안돼, 내방에서는!!

4일 동안 청소도 안 했는데!!)>

<大丈夫. 充分にきれいなの!(괜찮아. 충분히 깨끗해!!)>

<恥ずかしいのよ!!(창피하단 말이야!!)>

밑에서 석진과 함께 2층의 대화를 들은 혁은 아까 혁에게 두들겨 맞던 녀석 말에

비속어로 일본말(곤죠,이빠이, 쿠사리.가오)이 들어가 있던 게 생각나 순간 실소했다.

혁도 원래 일본이라는 나라를 싫어하지만 두 모자의 일본어대화는 마치

귀여운 음악소품을 연상시켰다.

혁과 석진은 그냥 방으로 들어갔다.

우쿄는 두 사람이 들어오자 얼굴이 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한다. 워낙 에 흰 피부라

빨개진 게 더 두드러졌다. 주인이 며칠 청소 안 했다고 부끄러워하는 방은 깨끗하기만

했다.

<어서 오세요. 선배님.>

병아리 색 잠옷에 일전의 그 일본식 외투를 어깨에 걸친 우쿄는 난감해 하다가 약간

억지 웃음을 지어 보였다.

4일 동안에 꽤 수척해 보였다.

<야. 너는 여기서 뭐 더 치울 게 있다고 그렇게 수선이냐? 하여간 병이야 병! 자꾸 그러다 장가가면 마누라가

얼마 못견디고 도망간다.>

석진이 우쿄의 결벽증을 흉보면서 우회적으로 안심시켰다.

<죄송해요, 선배님. 이래서 학교에 나오질 못해서.....>

<나한테 미안할 이유는 없어, 내가 학교 관계자도 아니고...... 몸이 않좋은 거니 어쩔 수

없지 뭐, 건강이 최고니까...>

혁은 우쿄의 어머니가 깨끗이 씻어서 쟁반에 내온 사과를 깎아서 자른 뒤 과일용 포크에

꽂아 우쿄에게 건네며 말했다. 우쿄는 수줍게 사과조각을 받아먹었다.

세 사람은 어울려서 얘기를 나누며 제법 가까워졌다.

아직 몸에 열이 나고 몸이 나른하지만 4일씩이나 지루하게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던

우쿄로서는 병을 잊을 만큼 간만에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게 즐겁게 느껴졌다.

석진은 평소에 과묵한 우쿄가 알게 된지 얼마 안?사람과 신이 나서 거의 수다에

가깝게 말하는 걸 보고 의외라고 느꼈다. 석진이야 계기가 있어서 우쿄와 빨리 친해질

수 있었지만, 석진이 겪은 바로는 웬만한 사람에게 우쿄는 원래 낫 선 사람과 잘 못

어울리거나 친해지더라도 처음 알게 된 뒤부터 친해지기까지 한참 지나야 하는

-대신에 완전히 친해지고 나면 신뢰할 수 있고 다정다감한데다 본보기로도 삼을 수

있는-성격이지만 혁은 바로 우쿄와 친해질 수 있었다. 우쿄로선 환영회 때 폐를

끼쳤다는 부채감負債感도 있고 상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선배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원래 곧은 성격으로 남한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우쿄이지만 환영회 때의 그

야만인野蠻人이 신경 쓰여서 잠깐이나마 혁에게 잘 보여서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까

했는데 혁을 본 순간 그런 약삭빠르고 타산 打算 적인 생각을 했다는 게 부끄럽고

미안하게 생각되었다.

혁은 우쿄가 수재秀才이고 꽤 복잡한 어린시절을 보냈음에도 여전히 순진하고 천진한

성격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고 상당히 어리고 귀여운 동생으로 느껴져서 한동안 그에게

이상한 생각을 했던 게 미안하게 느껴졌고 문득 3학년생이 이런 우쿄에게 추악하고 음험한

생각을 했다는 걸 생각해서 내심 놈에게 (아까 아주 반 죽여 놓았었음에도) 화가 났다.

혁은 동생이라야 나이차가 1살밖에 차이가 안 나고 그것도 이복형제라서 그다지 정이

안 가던 터였다.

우쿄의 일본생활 얘기를 나누는 중에 혁의 시선이 우쿄의 일본에서의 사진으로 잠깐

시선을 돌렸다.

<저 교복, 사오토메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데? >

<그, 그런가요? 아빠는 별로 라시던데...>

<아니야. 옷 모양이야 그 사람에게 어떻게 어울리느냐에 달렸겠지. 맵시 있고. 멋도 있고

좀 귀엽기도 해 보이고...... 입은 모습이 보고 싶어져.>

우쿄는 그 말에 상당히 부끄러워했다.

늦은 오후에 혁은 자리를 떴다.너무 오래 있으면 우쿄가 좀 힘들어 할 것 같아서였다.

우쿄와 마침 방에 들어온 미코가 만류했다.

<저기, 더 있다 가셔도 되는데요....>

<그래요, 민혁군, 바깥양반도 조만간 돌아올 거고 저녁준비도 이따 할 거니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저도 약속이 있고 해서요.>

우쿄가 혁을 배웅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것도 혁은 말렸다.

<무리해서 일어나지마. 빨리 나아서 학교에서 보자. 알았지? 몸조리 잘하고......>

혁은 우쿄를 다시 침대에 눕힌 뒤 얼굴을 어루만져줬다. 우쿄는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려졌다. 우쿄가 얼굴이 빨개져서 수줍어하는 표정을 짓자 혁은 또다시 심장이

두근거렸다.

혁과 석진이 간 뒤 우쿄는 잠시 일어나서 창문으로 두 사람을 배웅해줬다.

그리고 책상 위의 사진을 잠시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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