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의 정석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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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정석-작업의 정석-
난 술집엔 자주 가질 않는 편이다. 요즘은 디리 벗어 재끼고, 음식 대신 잡아 먹어야 할 조개탕들이 상 위로 올라가 난장을 떠는 덕에 별로 내키질 않는 것도 있었고…..게다가 예전 에는 옵션이던 2차가 이제는 은근히 초장부터 으름장 비스무그리 하게, 안 나가믄 느그들 뒤진다는 식으로 얼러지는 통에 술 맛이 싹 가시기도 한다. 언제부터 웃음을 사고 파는 해어화(解語花)들이 왜 이렇게 헐 값이 되었는지……..시절이 어지러운 탓일까? 암튼 이제는 그저 막술집에 가는 것이 오히려 맘 편하고, 누구에게 방해 받질 않고 취하고 돌아올 수 있으니, 그게 더 몸에 맞아가는 지경이었다. 그 날은 오랜만에 대작할 상대도 없이, 술을 마시러 가게 된 날이었다. 난 멀찌감치 에서 작업에 들어간 한 남자를 보게 되었다.
‘d쉐이…….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구먼, 웬 작업?’
남자는 내 쪽을 향하고 등을 대고 있었고, 여자는 나를 바라 보는 자세로 앉아 있어서, 그 표정을 살피기에 내가 굳이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하지 않아도 될 상황 이었다. 여자는 두 눈이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었고, 얘기를 들어 보질 않아도, 남자는 되도 않는 스토리와 뻐꾸기를 날리면서 여자를 감상 일변도로 끌어가는 빛이 역력했다. 끄덕이는 고갯짓, 한 팔로 괸 턱, 가끔씩 흐를까 봐 손 끝으로 찍어내는 눈물 따우…..남자는 고수가 분명했다.
대개 작업에 들어간 남자의 몸짓이나 제스처가 화려하면 할수록 그 껀은 성사되기 어려운 법인데, 남자는 미동도 없이 시를 읊듯이, 주저리 주저리, 눈 앞의 여자를 세치 혀로 잘근잘근 씹어 놓고 있는 폼이 영락없는 선수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선수의 또 다른 특징을 들자면, 요런 상황에서 자칫 무너져 내리는 여성의 심리를 파고 들면서, 교묘하게 권하는 술잔이 그걸 말해주고도 있었다. 이야기에 흠뻑 취해서 감정이 몰입된 여성들은, 상대 남이 조용히, 연거푸, 정신 없이 따라 주는 술을 냉큼냉큼 받아 마시면서, 그게 독이 되는 것을 눈치채질 못하니 말이다.
‘캬, 오늘 또 엄한 조개 하나, 나가리 뽕 되누만…..’
여자는 제법 술이 센 편이었다. 상대가 알게 모르게 들이대는 술잔을 마다함도 없이, 날름 날름 털어 넣으면서도, 눈매가 풀리질 않고 있었다. 이렇게 그 두 사람의 오가는 대작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가 꽤 쏠쏠해지고 있던 차에, 여자에게로 핸폰이 왔다.
‘응…….여기?……직원들이랑…..회식이지 뭐……재미는 무슨……다음에? 노래방? 에이, 내가 무신 중딩이니? 때 맞춰 노래방가게? 아니야, 대강 파장하면, 집에 갈 거야…….자긴, 오늘 새끼줄 없쓰?.....알았어…알았다구……어디 혀가 풀렸다고 그래?.....응?....응? 콧소리가 뜬다구?......내 콧소리 하루 이틀인가? 언제는 현영처럼 들린다구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알았어. 집에 가서 전화 할게……응….알았어…..’
아마도 여자의 남친이 걸어댄 전화인데도 불구하고, 자리를 비키질 않고, 윙크를 해대며, 전화를 받는 폼이, 오늘을 마냥 기다려온 눈치가 분명했다. 요즘은 저렇듯, 묘한 관계임을 드러내는 상황에서도 주저하는 이들이 없다. 그것을 주위에서 듣고 있는 자들도 한번쯤은 질러본 구라통에다, 뻔한 설레발들……저마다 뒷꼭지가 가려운 지경이라, 니 년도 그렇고 그런 년, 니 눔도 졸나 구린 넘이라고, 인상 그을 수 없는 공동 범죄의 한통속 이었기에, 오히려 상황은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딸깍…..’
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무어라 조잘대는 폼……자세히 들어보나마나, 평소에 하던 짓거리와 다르게 지겨워 죽겠다는 투로 순진한 남친을 엉뚱한 곳에 취직시키고 있을 그녀……등을 대고 앉아 있는 남자의 호방한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다 이해한다는 투의 수순일 것이다. 대개 이런 지경이 되었을 때, 선수들의 각별한 특징은 바로 눈빛 연기에서 돋보이게 된다.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 잠깐 이라도, 그 눈빛 속에,
‘어이그, 요런 X발년, 남친 놔 두고 어디다 희롱질?’
하는 눈빛이 전광석화처럼 흐르게 마련이지만, 선수들은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부터 준비 태세에 들어가는 것이 보통 이었다. 그윽한 눈매로, 걱정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하라는 표정의 뺑끼 일색……대개 이런 장면에서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리를 피해주는 상대남을 보게 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좇거튼 씨츄에이숑이다. 자리를 피해 준다는 것은 이미 그녀에 대한 평가는 개차반으로 낙점되었고, 얼릉 가면 벗고, 날로 침대 위에 오르셈 하는 부추김으로 통역되기 때문 이었다. 여자는 결국 보지 속으로, 뜻하지 않은 남자의 좇대가리가 꼽힌다손 치더라도 끝까지 도도하고, 정숙해 보이고 싶은 것이 본능 이기에, 그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일종의 현명한 기술의 일부로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언제나 마음에 담고 있다.
‘??煉?.??煉????煉─
여자가 상대 남에게서 건네 받은 번호를 자신의 전화 속에 깔고야 만다. 그건 무슨 의미? 뭐긴….그냥 길 텄네 그기지 뭐…….그 사이에도 남자의 집요한 권주 공세는 여유를 두질 않는다. 그러나, 선수들은 역시 다르다. 초짜들이야, 초장부터 마구잡이로 퍼 먹이고, 폭탄에, 총알에, 회오리다 어쩌고 하면서, 여자들을 거꾸러트리려고 하지만, 선수들은 아주 알찬 안주 발에다, 챙겨주는 것도 곰살맞기 그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나중에사 들어 보는 후일담 이긴 했어도, 아는 후배 중에 진정으로 잘 나가는 아그의 얘기는 이랬다.
‘형, 일껏 힘 빼고, 시간 조져 가며 걸구쳐서, 시체토막이랑 빠구리 뛸 일 있수? 아니, 허리가 암만 좋아도 그렇지, 술 쳐먹고 널브러진 년들, 졸나 무겁다구요. 게다가, 옷 벗기기 얼마나 어려운지 아쇼? 섰던 좇대도 까지기 십상이우, 게다가 오지게 퍼멕인 년들 중에 오줌은 고사하고, 똥까지 지리는 년들은 어쩌구?’
‘그럼, 그렇다고 맹송맹송 하게 모텔루 직행? 그건 아니라고 보는뎅…..’
‘일단 술을 들이킬 때부터, 잔뇌를 굴려야쥐. 요즘은 눈빛만 딱 마주쳐도, 갈래, 말래 묻는 년들 천지라, 골머리 싸맬 필요까진 없지만, 가까운 회사 동료라든가, 주구장창 나를 믿음직한 오빠로 평소에 따라왔던 걸들을 한 큐에 잡아먹고 튈 요량이면, 특히나 전략이란 게 쫌 필요하긴 하죠. 기름지고 비싼 안주 발을 턱 하니 들이대는 거에요. 아님 식사를 기름지게 떡칠을 하고 술을 들든가…….’
‘그건 왜?’
‘기름진 안주나 식사를 하게 되면, 술이 달착지근한 게, 대뜸 그러거덩요. 캬 오늘 술 받네 어쩌구 하면서, 발동이 걸려 들어가는 거죠, 뭐.’
‘그래서?’
‘선수라면 모름지기, 그 자신감을 모다 쏙쏙 빼 먹어야 함이 당연한 거고…..자, 자신감 붙었겠다, 술 달겠다, 옆에는 입 속의 혀처럼, 술 취하덜 말라고 안주 팍팍 챙겨주는 믿음직한 놈씨가 버텨? 오늘 암만해도 퍼지지는 않겠쥐 하는 오만 방자한 방심의 틈을 내가 놔 둘 리 있수?’
‘어떻게 하는데?’
‘술만 계속 권했다가는 뽀록 나죠. 안 나겠어요? 그러니, 중간 중간에 계속해서 안주랑 같이 챙겨 먹으라고, 부득불 우기는 헷지랄을 계속 콘티 속에 껴 잡아 넣는 거죠.’
‘그건 왜?’
‘사람이 필름을 끊거나 말거나, 본능적으로 술을 마신 다음 날은 꼭 그 당시를 회상 한답디다. 일 저지르고 발른 쉐이들도, 범죄 현장에 다시 와 본다잖수? 그때, 그 당시 애써 각색해서 집어 넣은 콘티가 힘을 발휘 하거덩요. 지 보지가 벌창이 났든 말든, 그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취할 수 있으니까 안주 꼭꼭 챙겨 먹으라는 내 온화한 얼굴이 곳곳에 버티고 있는 게 느껴짐과 동시에, 지 아둔한 대가리를 한대 팍 쥐어 박는 거죠. 내가 미친 년이지, 내가 미친 년이야, 말할 때 들을 걸…..갸 잘못이야 있겠냐면…? 정작 졸나 쑤셔댄 나에게는 때 아닌 면죄부가 파박 날라온다 이 말씀 이죠. 뭐, 전부 요 경우에 해당 된다는 건 아니라도, 대강 요런 수순에 걸려들면 영락없죠.’
‘그럼, 술도 덜 취한 상태에서 끌고 간다 이 말이야?’
‘뭘 몰라도 한참 모르시네…..그렇게 퍼 먹이다 맛이 간 년들은 딸딸이 대용 이란 거 아니우? 어차피 맛이 갔으니, 엥겨오는 맛도 없을뿐더러, 완죤 고기 땡에리 거덩요. 방에다 엎어 놓고, 디리 쑤시고, 사진 몇 빵 들이댄 후에 바로 나오는 거죠.’
‘홀라당 까 놓고?’
‘그래도 매너가 있쥐, 깨고 나서 보지 구녕은 열나 쓰라려도, 옷도 제대로 입혀져 있어, 방 값에다, 아침 6시 모닝 콜, 해장죽 싸비스까지 예약해서 완불 해놓고 사라지면, 날 밝고 점심도 되기 전에 대번에 문짜 날라옵니다. 그 담부터야, 길 났죠. 공씹이 그래서 생기는 거라니깐요?’
‘나중에 욕은 안 해?’
‘욕은 뇨? 첫 마디가 뭔지 아세요? 어제 뭔 일 없었냐는 거에요. 아니, 뭔 일 있었으면, 어떡할 거고, 없었으면 어떡할 거냐고요? 이럴 때 선수들의 뻐꾸기, 다시 날라가는 겁니다. 어제 너무 취한 거 같아서, 방에 눕혀놓고 그냥 나왔다고…..그때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감격의 웃음소리……선수들한테 조질나게 아작 나는 년들, 나중에사 다 알게 되긴 합니다. 그래도 들러 붙는 이유가 뭔지 아세여?’
‘글쎄?’
‘이 쇄끼라면, 좇나게 돌려대도 밖으로 소문은 안 나겠지 랍디다. 껄껄껄……’
‘난 평소에 그게 무쟈게 궁금 했는뎅……’
‘뭐요?’
‘아무리 술이 떡이 되었어도, 지 보지 구녕 쑤시는 걸 모를까?’
‘내가 나중에 물어 봤수……다 안다고 합디다, 바디를 가누질 못해서 그렇지….. 그런데, 여자란 동물이 졸나 단순해서 그런지, 깨고 나서 빨가벗겨져 있으면, 씨벌넘이 쑤시고 토꼈네 하며 씨부렁대지만, 어제 입고 나온 옷 그대로, 스타킹까지 말짱하면, 아무리 보지가 쓰라려도 아무 일 없었겠지 라며, 스스로 믿고 싶을 뿐이라고 말이져. 그래서 정신 나간 년들을 쑤실 때는, 다른 옷은 그대로 둔 채, 바지는 반만 까고, 치마는 위로 걷어서, 보지만 드러나게 해놓고, 엎어놓고 뒤로 쑤시고 끝내는 게 정석이죠. 마지막에 물수건으로 깨끗이 마무리 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져. 훗날을 기약한다나 뭐라나…..’
‘그렇다고 언제나 그렇게 시체 같은 애들이랑만 빠구리 뛰는 건 아니잖아?’
‘그렇죠. 아까 얘기 계속 인데여, 술을 멕이다가 파장이다 싶을 때, 술 깨는 약을 권하는 겁니다. 먹자마자, 바로 팍 하고 치미는 게, 영락없이 내용물 검사, 들어가는 거죠.’
‘아니 작전상 잘 먹여 놓고, 술 깨는 약은 또 뭐래?’
‘뭘 모르셔도……서로가 처음 상면해서 디리 쑤셔 댈려면, 신뢰감이 일등 아닙니까? 마지막으로 권하는 술 깨는 약이 결정타에요. 오바이트를 하면서 여자는 상대 남에 대한 의심이라든가, 불안을 깨끗이 날려 버리는 겁니다. 이 정도의 매너라면 믿을 수 있쓰……. 대개, 여기서 약 쳐먹고 뻗는 걸들은, 좋은 무끼가 아니라고 봐야 되요. 정말 명기들은 요기서부터 빛이 납니다. 오바이트 대강 하다 보면, 진짜 술이 깨기 시작하는데, 친절의 극을 달리면서, 등 뚜드려 줘, 손수건에 물 묻혀서 닦아줘….뭐 이렇게 하다 보면, 여자 들이 백이면 백, 어디 가서 정신 나게 커피라도 마시자고 하거덩요. 이때부터는 작업이고 뭐고 없지요. 기냥 들이대는 겁니다.’
‘그렇다고 술 마실 동안 꼴리는 거, 졸나 참아 왔으니, 빨리 가셈, 그러나?’
‘내 참, 그래 가지구, 오지게 힘써서 꿰찬 명기랑 ??될라나? 제가 말씀 드렸죠? 오바이트 했다고……여자의 구조는 남자랑 달라서 오바이트를 거시게 해대면, 오줌이 조금씩 샌다나 봐요. 아무리 휴지로 닦고 나와도, 그 척척한 느낌이야, 팬티 라이너를 새것으로 갈고 나오지 않은 담에야, 지가 달도 안 떴는데, 오줌 찔겼다고 상비용으로 갖고 다니는 패드차고 나올 리는 만무하고요. 그러니, 커피를 마시는 도중, 꼬고 있는 다리가 풀리질 않는 여자들은 백이면 백, 팬티에 오줌을 질긴 걸들이란 얘기죠. 옛말에 찔긴 오줌 말리는 데는, 체온이 제격이란 말, 아시져? 밖의 날씨가 추우면, 오지게 껴 입어도, 팬티에 찔긴 걸들은 부르르 떨고 난리가 아닌 겁니다. 그러니, 어디선가 에서 시간을 벌어야 하거덩요. 그 사이를 치고 들어가야 한다 이 겁니다.’
‘그럼, 거기서 또 설레발?’
‘아니죠. 이때는 과감한 스킨쉽이 대빵 입니다. 남친인 것처럼 바로 옆 자리에 어깨 돌려가며, 과감하게 탁 앉아 버리는 거죠. 그리고, 그때부터 안면 까는 겁니다. 선수끼리 힘 빼지 말자고요.’
‘상대가 선수가 아닌데도?’
‘그래서 묘미가 있다는 거 아닙니까? 여자들 중에서 진짜 선수들은 그저 웃음으로 화답하는 게 전부죠. 아는 처지끼리 용썼네 하는 일종의 칭찬 이구요. 선수 아닌 년들이 뺑끼칠 때는 대번에 이렇게 대답하죠…...알고 있었어?.....그런데, 여자란 게 묘해서 그 지경까지 끌려오면, 자신이 초짜라는 것이 뽀록날 까봐, 선수라고 부추겨 주는 남자의 장단에 따라 기어이 선수로 되고 만다는 겁니다. 진짜 선수는 그 때부터 주의해야 합니다. 이미 술집을 나오면서부터 술이 깨어가는 타이밍을 대비해서, 약도 미리 삼켜두는 게 필요하죠. 술을 쫌 거나하게 자셨다면, 헤벌레 후물거릴 수 있는데, 술에 취했다가 정신이 든 명기들의 발악은 정말 대단 하거덩요. 그걸, 약 쳐먹은 좇대가리로 흠씬 아작을 내 주면, 한방에 공씹 만드는 거, 식은 죽 먹기 보담 쉽다 이거죠.
선수 아닌 년들이 뻥 칠 때는 칠 때부터 표가 나요. 오기에, 만용에…….그러니, 겁은 나죠, 어쩌겠어요? 그런 지경에 닥쳤을 때, 제일 뻔하게 주어 섬기는 얘기가, 우리 맨 정신에 다시 한번 보자는 말이죠. 그렇게 꽁지 빼는 년들을 쪼사 잡숴야, 맛이 기깔 나요. 튕기며, 앙탈에, 징징 짜기도 하는데, 속은 열나 구린 년들……아! 내 속에 이런 선수 기질이 있을 수가! 하면서, 보지 속에서 근질거리기 시작하는 쾌감에 엉엉 울어대는 것들…..생각만 해도, 군침이 다 도네…….’
그 후배의 경험담을 다 믿을 수야 없었지만, 지금 눈 앞에서 수작을 걸고 있는 상대 남은 차근차근 후배가 말해준 수순을 교과서처럼 착착 헤쳐 나가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상대 남이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는 또 한가지 행위는, 계속 해서 권주와 흡연을 강요하는 자세였다. 술과 함께 피워대는 담배는 술에 취해 들어가는 가속을 높였으면 높였지, 정신이 깰 리는 없었기에 말이다. 그러나, 여자도 만만치는 않아 보였다. 들이 마시는 연기의 량도 대단할뿐더러, 토해내는 연기 중에서 많은 량이 코로 핑핑 쏟아져 나오는 습관을 보이는 것이 그랬다. 그렇다면, 순진을 가장한 꽃뱀? 상황이 점점 흥미로워 지고 있었다. 처음에야, 남자가 마음먹고 덤벼대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남자나 여자나 간에 서로의 호미걸이에 발목이 채이지 않으려는 적극적 공방이 하나, 둘, 눈에 띄고 있었기 때문 이었다.
‘아줌마, 여기, 계산이요….’
남자가 손을 들었다. 옳지, 파장인 모양이네…..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여자를 앉혀놓은 채로 선뜻 일어나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카운터로 나아가 술값을 지불하고, 여자를 돌아보며, 잠시 기다리라는 손짓을 날렸다. 보나마나 술 깨는 약 아니면, 드링크를 사러 가는 것이 분명했다. 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여자를 살폈다. 주위를 둘러 보는 표정도 아니고, 물끄러미 잔을 내려다 보다가 핸드백을 열어 소지품을 확인하는 그녀……..아마 콘돔이나, 물 휴지 나부랭이가 아닐까 싶다. 아님, 아까 챙겨 두었다고 믿고 있는 핸폰이 잘 들어가 있는지에 대한 확인사살 정도일 테고……그 사이 남자가 역시나 드링크를 들고 들어왔다. 여자가 상을 잠깐 찡그리며, 드링크를 대번에 원샷으로 들이켰다. 역시 여자도 남자의 수순을 읽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어정쩡한 자세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커플을 보며, 나는 불현듯 그들 뒤를 한 번 밟아보는 것은 어떨까 라는 묘한 충동에 휩싸이고야 만다. 난 그들을 놓칠세라 두 사람의 뒤로 따라 붙었다.
‘욱욱….웩웩…….우욱….우욱….’
술집을 나서자 마자, 여자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건물 구석에다 대고 내용물 검사에 들어가고 있었다. 대개, 초짜들은 오늘 좇됐네 하는 표정을 하고 있게 마련이어도, 그 자는 역시 선수가 분명했다. 상의 주머니에서는 방금 약국에서 사온 듯한 물 휴지가 서부의 건맨이 뽑아 든 권총처럼 대번에 튕겨져 나왔고, 다른 손은 그래서 잘 될까 싶게 톨톨 거리며, 여자의 등을 쓰다듬듯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갈 길로 가고 있구만……쯧쯧……’
여자가 대충 게워 냈던지, 입을 휴지로 씻어 내면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선수는 매너에 살고, 매너에 죽는다고 했던가? 남자는 이미 자신의 손으로 물 휴지를 따로 뽑아, 여자의 정면에 서서, 옷 위에 국물이라도 튀었을까 싶은 눈초리로 검사를 좌악 해 내려가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자, 다음 코스야, 뭐 뻔하겠지! 아주 요럴 때는 카페도 열나 가까운 곳에,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버티고 있다니 깐?’
그건 그랬다. 술집 옆에서 차 팔아 봐야 얼마나 잘 될까 싶기는 해도, 곁에서 보이는 대형 유리창 안의 카페는 발 디딜 틈 없이 복작대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두 남녀는 서로가 서로의 안내자가 된 듯이, 카페로 들어갔다. 마주보던 술집과 달리, 나란히 앉아 버리는 그 변죽들…….내가 그랬잖어? 선수들 이라고…..난 카페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마지막 코스가 결정된 이 마당에, 그들이 카페에서 죽 때릴 것 같지는 않고, 곧 튀어 나오리라는 기대감으로……
‘역시나!........’
요럴 때를 대비해서, 모텔도 드라마 세트 장처럼 바로 길 모퉁이에 버티고 있는 그 우연의 일치….난 카페 바로 가까운 입구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이제 제 갈 길로 가겠구만 이란 생각을 하던 차에, 입구에서 나오던 여자의 발목이 비틀 하면서 중심을 잃어 버렸다.
‘어이쿠……’
남자도 여자가 그렇게 맥없이 바닥에 엎어질 줄은 예상하질 못했던 모양 이었다. 정말 고깃덩어리가 따로 없다고 할 정도로 중심을 잃고 남자의 품에 안겨 버린 여자를 어찌할 바 모르고 낑낑대는 작업남……
‘저…….여기여?….저….여보세여?….쫌 도와 주시겠어여?’
‘네? 저여? 저, 부르셨어여?’
‘네……여친이 술이 과해서 그만…..저…..저기 보이는 모텔까지 좀 도와 주실 수 있을는지…….’
‘뭐…. 그럽시다……아니, 여자 분이 왠 술을…..’
선수들의 기본 가락구는 또 이런 면에서 나온다. 쓰잘데기 없는 곳에 힘을 쓰질 않는다는 원칙……이미 고깃덩어리 된 바에야, 낑낑대며, 허리 쓸 일 없다는 그들만의 운신론…..대개 진짜 여친과 남친의 사이라면, 허리가 뿌라지건 어떻게 되건, 남의 도움 받을 새 없이, 횡 하니 업고 튀는 것이 보통이지만, 선수들은 이럴 때에도 치고 빠지는 것에 남다르다.
‘형, 헌팅에 걸린 걸이 한 바디는 허는데, 세숫대야가 신문지 버전이면, 어떻게 하는지 아우? 만일에 술 떡이 되어 인사불성이라면, 그거야 말로 하늘이 돕는 거지 뭐겠수?’
‘왜?’
‘못 이기는 척, 힘든 척 해대면서, 주위에 연배가 비슷한 사람을 고르는 거유. 그 시간에 그 주변에서 꺼덕대고 있는 인간들, 거기서 거기거덩….그리고, 도와 달라고 하는 거야.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모텔로 들쳐 업고 가는 사이에, 요렇게 구라까는 거지……오늘 첨 만난 여잔데, 한 바디 허는 거 같아서 술 쫌 먹였는데, 아예 떡이 되었다고 말이야. 오묘한 눈웃음 살살 흘리면 바로 입질 오잖수?’
‘뭔 입질?’
‘쌍구녕 뚫자 이거지 뭐. 누이 좋고, 매부 좋고지…그 사람이야, 이게 왠 떡이냐 싶고, 세숫대야야 신문지를 덮든, 말든, 하늘에서 굴러 떨어진 공씹인데 마다할 인간이 없쥐. 단, 한번 치고 빠지되, 다신 얼굴 보지 않을 사람인 경우에만 한하는 거고……’
‘그래, 쿵짝이 그렇게 되는 심판 이었구만…..’
‘언젠가, 난 일단 담그고, 일찌감치 발랐는데, 그 후로 얼마 있다가니 시내에서 보니깐, 그 걸이랑, 그 밤의 그 놈쉐이랑 쪽 붙어 가던 거 아니겠수? 뭐, 뻘쭘하긴 했죠. 그것도 인연으로 엮일 수도 있다 하니, 내…..참..……’
작업남을 도와 모텔로 가는 사이, 허연 입김이 푹푹 나오면서도, 그 치는 후배의 말처럼 동일한 문구를 앵무새처럼 달달 외고 있었다.
‘캬, 나야 고맙져…..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거인데……오늘 로또라도 살 걸……왠 일이래?"
나의 호응에 그 치도 얼굴이 환해지고 있었다. 모텔에 들어서자, 물어 볼 것도 없이, 주인은 제일 윗층 구석의 방이라며, 열쇠를 내밀었다. 당연히 내가 돈을 낼 리는 없고……장사 완투데이 하는 일이 아닌 관계로, 주인장도 척 하면 삼천리에, 푹 하면 좇 박는 소린지 아는 모양 이었다. 세 년 놈이 아마도 온통 지지래에, 악을 악을 써가며, 지붕이 떠나가라고 색판을 벌릴 것 같은 폼새를 모른대서야,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이유는 없다고 봐야 했다. 방에 들어서기 무섭게 여자를 침대에 밀가루 부대 내 던지듯이, 날려 버리는 작업남……숨을 몰아 쉬면서, 담배를 피워 문다.
‘씨벌년, 졸나 무겁네…….형씨도 한 대 할라우?’
그가 담배를 내밀었다. 마다할 내가 아니다.
‘여친이 꽤 깔쌈한데, 왜 이리도 돌리실려구……’
‘여친 아닙니다. 채팅으로 거리 쫌 재다가니, 이래 저래 안면 튼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굳이 술 빨자고 들러 붙는 바람에, 오늘 힘 쫌 써 줄라 그랬는데, 지 풀에 저렇게 고꾸라 지네요. 나야 뭐, 관심 밖이고……똘똘이 목욕이나 시키고 가얍지요. 제가 먼저 담그고 갈랍니다. 괜찮죠?’
‘뭐, 좋으실 대로…..’
일부러 자청한 관전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재미는 있을 것 같았다.
‘아효, 바디 하나는 죽이는 구만……’
그냥 담그고 갈 기세는 아니었다. 척 보기에도 얼굴과 몸매에서 흐르는 여인의 색기가 보통을 넘고 있어서, 그냥 치질 검사 하듯이, 아랫도리만 까 내릴 작정은 아닌 듯싶었다. 이미 정신이 없는 것을 확인한 이상, 작업남은 천천히 귤 껍질 까듯이, 여인의 옷을 벗겨가기 시작한다. 그 충혈된 눈빛에다, 관심 밖이라는 말은 말짱 뻥이었다. 그의 떨리는 손 끝이 확실히 보이고 있었기에…..내가 바통 터치를 하리라고 예상 해서 인지, 후배의 예상과 달리, 스타킹을 부욱 찢어 버리는 과격스러움…….
‘저, 아침 되기 전에, 스타킹 한 장 정도는 선사 하쇼, 예?’
‘아…..저 말입니까? 그래야죠….근데 아까 여자 분 핸드백을 어따 뒀더라?……아, 여기 있네…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헤 벌래 열어 놓은 채로 여기까지 왔네……그래도 명색이 주인이 있는데, 옆에 놔 드려야쥐…….’
난 뭐가 들었나 뒤져 보려다가, 그냥 그 백을 침대의 머리맡 장식 장에 갖다 놓았다. 보지 구녕은 도둑질 할지언정, 남의 지갑이나 뒤져대는 파렴치한은 아니기에……이미 여자는 완전히 발가벗겨져 있었고, 작업남은 그 모습을 내려다 보면서, 황급히 옷을 벗어 재끼고 있었다. 난 머리맡에 백을 갖다 놓고, 내 의자로 돌아오다 말고, 재래 시장 통에서 널어 놓은 생선 무더기 살피는 폼으로 여인을 내려다 보았다. 그 연한 피부색 하며, 갑자기 벗겨진 옷으로 인해, 전신의 소름과 함께 발딱 올라선 유두 하며, 잘록한 허리선, 그 양쪽으로 살을 받들고 도드라진 골반뼈가 그녀의 음란한 요분질을 가히 상상케 해주고 있었다. 이미 누군가에 의해서 깨끗이 정리된 음모……그녀는 아마도 색파에 휩쓸려 열심히 돌려댔던 여인 이었던가 보다.
‘캬, 오랜만에 명기 하나 보겠구만…….정신만 차렸어도 뻑이 가게 해주는 건데…..자, 신비의 세계, 동굴 탐험, 해 볼까나?’
그는 서두르는 법도 없이, 무겁게 척 늘어진 여자의 두 다리를 하나씩 들고 양쪽으로 좌악 벌려갔다.
‘미끈덩 거리는 것 쫌 보지?......쩝쩝…..줄줄…….요년이 정신 놓기 전까지 졸나리 꼴려 있었구만…이거….이거…..보통 걸이 아닐세? 아쭈……요게 말미잘처럼, 정신 나간 사이에도 꼼지락 거려?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는 혀로 빨면서도, 손가락으로 정신을 놓고 있는 그 여인을 흡사 깨워야 할 것처럼, 좇대가 치밀어 들어가기도 전에 벌창을 낼 것같이, 씹구녕을 손가락으로 마구 쑤셔대고 있었다.
‘쩝쩝…..쭐쭐…..쭙쭙…..캬…..시간 없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남? 얼릉 담그고, 자리 내어 드려야지……요거….요거….보통 냄비는 넘네…..어디 한번 담궈…..’
‘퍼퍽….’
‘윽!’
좇도 담그기도 전에 침대에 널브러진 것은 작업남 이었다.
‘오빠! 꼴려 뒤지는 줄 알았네…..’
‘글쎄 말이다. 아무리 내 동생이라고는 하지만, 감상 한 번 자알 했네…..얼릉 옷 입어라.’
‘아니, 참는 것도 한도가 있지…..그렇게 빨아대고 주무르는데, 신음이 나와, 안 나와? 이렇게 손발이 안 맞아서야…..’
‘알았다. 알았어…..그래도 첫 껀 치고는 꽤 했다, 그치?’
‘내가 뭐랬수? 이 새끼 보나마나 걸려들 게 뻔하다고 그랬잖어?’
‘마취제는 잊지 않고 갖고 왔지?’
‘거럼 빽 안에 있어. 정신 들기 전에, 어서 휴지에 묻혀서 아가리에 틀어 막어……얼릉…..’
나와 여동생은 놈이 깨기 전에 마취를 시킨 뒤에, 그 알몸을 욕실의 욕조로 들고 갔다.
‘어허…..멍들게 하지 마라 말이야. 지가 지 스스로 명줄 끊은 거처럼 해야 하는데…..다리에고, 팔에 긁히거나 멍든 상처 나면, 도로아미타불 인 거 몰라?’
‘알았수……면도칼은?’
‘너, 어제도 몇 번을 얘기해 줬니? 자살하는 것들은 주변의 보이는 물건으로 하지, 스스로 준비해서 가는 치들은 열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하다고…..목 매는 거야 틀리지만……어여, 저 일회용 면도기 갖고 와……자세를 요렇게 해야지 자연 스럽지…..그리구, 넌 방 열쇠, 손잡이, 탁자, 그리고 생각나는 곳곳에 남아 있는 지문, 싸그리 지우고…..’
‘알았어….알았다구…..참, 그 새끼 홈피에 남겨 놓으란 쪽지는 날렸지?’
‘거럼 내가 누구냐? 오늘 만나서 설득하게 제발 도와 달라고 하는 거 일찌감치 날려 놨지. 나중에 경찰에서 너 불러 다가, 무슨 낌새라도 있나 알아보려 하면, 턱 하니 말해주면 되거덩……나 이래 보여도 죽어가려는 사람, 살리려고 몸까지 바치면서 자살하지 말라고 말린 당사자다, 안 죽겠다고 철석같이 약속 하길래, 집으로 왔는데, 그 다음에 지가 혼자 죽어 버린 거 나더러 어떡하냐고 대들면, 아마도 꼼짝 못할 걸?’
‘그러게나, 오빤 그 머리로 왜 판검사 못 됐을까?’
‘못 된 게 아니고, 안 한 거지……
이미 욕조는 아까부터 틀어 놓은 뜨거운 물로 넘치고 있었고, 양쪽 손목을 그어 놓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는 먹물처럼 욕조 안을 붉게 수놓고 있었다.
‘색깔 정말 이쁘다. 물감으로 만들어도 저 색은 못 만들겠구만…..’
‘이제 대강 됐네…오빠 가야지…….내일은 오빠가 작업 나갈 차롄 거 알지?’
‘알어…알어….몇 시간이면 깨꾸닥 이라고 했지?’
‘네, 다섯 시간, 그쯤 이라고 했는데…….왜?’
‘아냐. 그 정도면 내가 내려친 목덜미의 붓기가 욕조의 턱에 짓눌려서, 나중에 시반이 도드라져도 알아채기가 힘들 거야. 게다가 펄펄 끓는 물이니 사망 시각을 추정하는 것도 거의 틀릴 테고…..괜한 걱정은….가자…….좇거튼 쇄끼….....퉤!’
‘더럽게, 침은 왜 뱉고 그래? 그러다, 걸리기라도 하면….’
‘괜찮아….흐르는 물에다 수채구녕으로 빠져 나갈 텐데……괜한 걱정은….’
나와 여동생은 잠그고 나오는 방의 손잡이 조차, 손수건으로 감아 쥐고 열고 닫았으며, 20여분을 간격으로 따로 모텔을 나왔다. 나와 여동생을 짓밟고, 희희낙락 사라져 간, 세상의 수 많은 작업 남, 작업 녀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서 명줄을 끊어 놓자고 다짐했던 첫 번째, 제물이 된 자가 바로 이 놈쉐이였다. 이미 쪽지를 통해 이런 생활에 염증을 느껴 자살 결심을 했었으나, 여동생의 간곡한 부탁으로 만나게 되었다는 오늘의 설정과 사전의 설레발…….지가 죽을지도 모르는 그 달콤한 작업의 시간 전에 도달된 그 쪽지와 유언 비슷한 메모들…….., 경찰들도 그걸 믿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앞으로 얼마가 될는지는 몰라도, 나와 여동생은 사랑을, 섹스를, 남녀 사이의 관계를 쥐 똥보다 못하게 여기는 것들을 찾아 끝장을 볼 결심이었다.
‘오빠…그래도 그렇지, 처음이라 그렇지만……, 오늘 너무 빨리 해치우더라…..시간을 쫌 더 두어도 괜찮을 뻔 했는데……기왕 보낼 거, 내 보지 맛이라도 흠씬 보게 하면, 더 열불 터질 거 아니겠수? 그리고, 오빠 후배도 정신 차리라고 그래…그러다, 우리 리스트에라도 오르는 날에는 후배고, 뭐고 없는 거 알쥐?’
‘그러까? 다음부터는 나도 조인해서 한 따까리 줄창 돌리고 보내주까? 그것도 별로 나쁘진 않아….춥다……어여 집에 가서 뭐 좀 먹자. 배 고프다…..’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언 손을 꼬옥 움켜 잡은 나와 동생의 모습은 영락없는 연인 사이였다. 작업의 정석이 절대 통하질 않는 그런……
-끝-
난 술집엔 자주 가질 않는 편이다. 요즘은 디리 벗어 재끼고, 음식 대신 잡아 먹어야 할 조개탕들이 상 위로 올라가 난장을 떠는 덕에 별로 내키질 않는 것도 있었고…..게다가 예전 에는 옵션이던 2차가 이제는 은근히 초장부터 으름장 비스무그리 하게, 안 나가믄 느그들 뒤진다는 식으로 얼러지는 통에 술 맛이 싹 가시기도 한다. 언제부터 웃음을 사고 파는 해어화(解語花)들이 왜 이렇게 헐 값이 되었는지……..시절이 어지러운 탓일까? 암튼 이제는 그저 막술집에 가는 것이 오히려 맘 편하고, 누구에게 방해 받질 않고 취하고 돌아올 수 있으니, 그게 더 몸에 맞아가는 지경이었다. 그 날은 오랜만에 대작할 상대도 없이, 술을 마시러 가게 된 날이었다. 난 멀찌감치 에서 작업에 들어간 한 남자를 보게 되었다.
‘d쉐이…….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구먼, 웬 작업?’
남자는 내 쪽을 향하고 등을 대고 있었고, 여자는 나를 바라 보는 자세로 앉아 있어서, 그 표정을 살피기에 내가 굳이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하지 않아도 될 상황 이었다. 여자는 두 눈이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었고, 얘기를 들어 보질 않아도, 남자는 되도 않는 스토리와 뻐꾸기를 날리면서 여자를 감상 일변도로 끌어가는 빛이 역력했다. 끄덕이는 고갯짓, 한 팔로 괸 턱, 가끔씩 흐를까 봐 손 끝으로 찍어내는 눈물 따우…..남자는 고수가 분명했다.
대개 작업에 들어간 남자의 몸짓이나 제스처가 화려하면 할수록 그 껀은 성사되기 어려운 법인데, 남자는 미동도 없이 시를 읊듯이, 주저리 주저리, 눈 앞의 여자를 세치 혀로 잘근잘근 씹어 놓고 있는 폼이 영락없는 선수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선수의 또 다른 특징을 들자면, 요런 상황에서 자칫 무너져 내리는 여성의 심리를 파고 들면서, 교묘하게 권하는 술잔이 그걸 말해주고도 있었다. 이야기에 흠뻑 취해서 감정이 몰입된 여성들은, 상대 남이 조용히, 연거푸, 정신 없이 따라 주는 술을 냉큼냉큼 받아 마시면서, 그게 독이 되는 것을 눈치채질 못하니 말이다.
‘캬, 오늘 또 엄한 조개 하나, 나가리 뽕 되누만…..’
여자는 제법 술이 센 편이었다. 상대가 알게 모르게 들이대는 술잔을 마다함도 없이, 날름 날름 털어 넣으면서도, 눈매가 풀리질 않고 있었다. 이렇게 그 두 사람의 오가는 대작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가 꽤 쏠쏠해지고 있던 차에, 여자에게로 핸폰이 왔다.
‘응…….여기?……직원들이랑…..회식이지 뭐……재미는 무슨……다음에? 노래방? 에이, 내가 무신 중딩이니? 때 맞춰 노래방가게? 아니야, 대강 파장하면, 집에 갈 거야…….자긴, 오늘 새끼줄 없쓰?.....알았어…알았다구……어디 혀가 풀렸다고 그래?.....응?....응? 콧소리가 뜬다구?......내 콧소리 하루 이틀인가? 언제는 현영처럼 들린다구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알았어. 집에 가서 전화 할게……응….알았어…..’
아마도 여자의 남친이 걸어댄 전화인데도 불구하고, 자리를 비키질 않고, 윙크를 해대며, 전화를 받는 폼이, 오늘을 마냥 기다려온 눈치가 분명했다. 요즘은 저렇듯, 묘한 관계임을 드러내는 상황에서도 주저하는 이들이 없다. 그것을 주위에서 듣고 있는 자들도 한번쯤은 질러본 구라통에다, 뻔한 설레발들……저마다 뒷꼭지가 가려운 지경이라, 니 년도 그렇고 그런 년, 니 눔도 졸나 구린 넘이라고, 인상 그을 수 없는 공동 범죄의 한통속 이었기에, 오히려 상황은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딸깍…..’
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무어라 조잘대는 폼……자세히 들어보나마나, 평소에 하던 짓거리와 다르게 지겨워 죽겠다는 투로 순진한 남친을 엉뚱한 곳에 취직시키고 있을 그녀……등을 대고 앉아 있는 남자의 호방한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다 이해한다는 투의 수순일 것이다. 대개 이런 지경이 되었을 때, 선수들의 각별한 특징은 바로 눈빛 연기에서 돋보이게 된다.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 잠깐 이라도, 그 눈빛 속에,
‘어이그, 요런 X발년, 남친 놔 두고 어디다 희롱질?’
하는 눈빛이 전광석화처럼 흐르게 마련이지만, 선수들은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부터 준비 태세에 들어가는 것이 보통 이었다. 그윽한 눈매로, 걱정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하라는 표정의 뺑끼 일색……대개 이런 장면에서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리를 피해주는 상대남을 보게 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좇거튼 씨츄에이숑이다. 자리를 피해 준다는 것은 이미 그녀에 대한 평가는 개차반으로 낙점되었고, 얼릉 가면 벗고, 날로 침대 위에 오르셈 하는 부추김으로 통역되기 때문 이었다. 여자는 결국 보지 속으로, 뜻하지 않은 남자의 좇대가리가 꼽힌다손 치더라도 끝까지 도도하고, 정숙해 보이고 싶은 것이 본능 이기에, 그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일종의 현명한 기술의 일부로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언제나 마음에 담고 있다.
‘??煉?.??煉????煉─
여자가 상대 남에게서 건네 받은 번호를 자신의 전화 속에 깔고야 만다. 그건 무슨 의미? 뭐긴….그냥 길 텄네 그기지 뭐…….그 사이에도 남자의 집요한 권주 공세는 여유를 두질 않는다. 그러나, 선수들은 역시 다르다. 초짜들이야, 초장부터 마구잡이로 퍼 먹이고, 폭탄에, 총알에, 회오리다 어쩌고 하면서, 여자들을 거꾸러트리려고 하지만, 선수들은 아주 알찬 안주 발에다, 챙겨주는 것도 곰살맞기 그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나중에사 들어 보는 후일담 이긴 했어도, 아는 후배 중에 진정으로 잘 나가는 아그의 얘기는 이랬다.
‘형, 일껏 힘 빼고, 시간 조져 가며 걸구쳐서, 시체토막이랑 빠구리 뛸 일 있수? 아니, 허리가 암만 좋아도 그렇지, 술 쳐먹고 널브러진 년들, 졸나 무겁다구요. 게다가, 옷 벗기기 얼마나 어려운지 아쇼? 섰던 좇대도 까지기 십상이우, 게다가 오지게 퍼멕인 년들 중에 오줌은 고사하고, 똥까지 지리는 년들은 어쩌구?’
‘그럼, 그렇다고 맹송맹송 하게 모텔루 직행? 그건 아니라고 보는뎅…..’
‘일단 술을 들이킬 때부터, 잔뇌를 굴려야쥐. 요즘은 눈빛만 딱 마주쳐도, 갈래, 말래 묻는 년들 천지라, 골머리 싸맬 필요까진 없지만, 가까운 회사 동료라든가, 주구장창 나를 믿음직한 오빠로 평소에 따라왔던 걸들을 한 큐에 잡아먹고 튈 요량이면, 특히나 전략이란 게 쫌 필요하긴 하죠. 기름지고 비싼 안주 발을 턱 하니 들이대는 거에요. 아님 식사를 기름지게 떡칠을 하고 술을 들든가…….’
‘그건 왜?’
‘기름진 안주나 식사를 하게 되면, 술이 달착지근한 게, 대뜸 그러거덩요. 캬 오늘 술 받네 어쩌구 하면서, 발동이 걸려 들어가는 거죠, 뭐.’
‘그래서?’
‘선수라면 모름지기, 그 자신감을 모다 쏙쏙 빼 먹어야 함이 당연한 거고…..자, 자신감 붙었겠다, 술 달겠다, 옆에는 입 속의 혀처럼, 술 취하덜 말라고 안주 팍팍 챙겨주는 믿음직한 놈씨가 버텨? 오늘 암만해도 퍼지지는 않겠쥐 하는 오만 방자한 방심의 틈을 내가 놔 둘 리 있수?’
‘어떻게 하는데?’
‘술만 계속 권했다가는 뽀록 나죠. 안 나겠어요? 그러니, 중간 중간에 계속해서 안주랑 같이 챙겨 먹으라고, 부득불 우기는 헷지랄을 계속 콘티 속에 껴 잡아 넣는 거죠.’
‘그건 왜?’
‘사람이 필름을 끊거나 말거나, 본능적으로 술을 마신 다음 날은 꼭 그 당시를 회상 한답디다. 일 저지르고 발른 쉐이들도, 범죄 현장에 다시 와 본다잖수? 그때, 그 당시 애써 각색해서 집어 넣은 콘티가 힘을 발휘 하거덩요. 지 보지가 벌창이 났든 말든, 그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취할 수 있으니까 안주 꼭꼭 챙겨 먹으라는 내 온화한 얼굴이 곳곳에 버티고 있는 게 느껴짐과 동시에, 지 아둔한 대가리를 한대 팍 쥐어 박는 거죠. 내가 미친 년이지, 내가 미친 년이야, 말할 때 들을 걸…..갸 잘못이야 있겠냐면…? 정작 졸나 쑤셔댄 나에게는 때 아닌 면죄부가 파박 날라온다 이 말씀 이죠. 뭐, 전부 요 경우에 해당 된다는 건 아니라도, 대강 요런 수순에 걸려들면 영락없죠.’
‘그럼, 술도 덜 취한 상태에서 끌고 간다 이 말이야?’
‘뭘 몰라도 한참 모르시네…..그렇게 퍼 먹이다 맛이 간 년들은 딸딸이 대용 이란 거 아니우? 어차피 맛이 갔으니, 엥겨오는 맛도 없을뿐더러, 완죤 고기 땡에리 거덩요. 방에다 엎어 놓고, 디리 쑤시고, 사진 몇 빵 들이댄 후에 바로 나오는 거죠.’
‘홀라당 까 놓고?’
‘그래도 매너가 있쥐, 깨고 나서 보지 구녕은 열나 쓰라려도, 옷도 제대로 입혀져 있어, 방 값에다, 아침 6시 모닝 콜, 해장죽 싸비스까지 예약해서 완불 해놓고 사라지면, 날 밝고 점심도 되기 전에 대번에 문짜 날라옵니다. 그 담부터야, 길 났죠. 공씹이 그래서 생기는 거라니깐요?’
‘나중에 욕은 안 해?’
‘욕은 뇨? 첫 마디가 뭔지 아세요? 어제 뭔 일 없었냐는 거에요. 아니, 뭔 일 있었으면, 어떡할 거고, 없었으면 어떡할 거냐고요? 이럴 때 선수들의 뻐꾸기, 다시 날라가는 겁니다. 어제 너무 취한 거 같아서, 방에 눕혀놓고 그냥 나왔다고…..그때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감격의 웃음소리……선수들한테 조질나게 아작 나는 년들, 나중에사 다 알게 되긴 합니다. 그래도 들러 붙는 이유가 뭔지 아세여?’
‘글쎄?’
‘이 쇄끼라면, 좇나게 돌려대도 밖으로 소문은 안 나겠지 랍디다. 껄껄껄……’
‘난 평소에 그게 무쟈게 궁금 했는뎅……’
‘뭐요?’
‘아무리 술이 떡이 되었어도, 지 보지 구녕 쑤시는 걸 모를까?’
‘내가 나중에 물어 봤수……다 안다고 합디다, 바디를 가누질 못해서 그렇지….. 그런데, 여자란 동물이 졸나 단순해서 그런지, 깨고 나서 빨가벗겨져 있으면, 씨벌넘이 쑤시고 토꼈네 하며 씨부렁대지만, 어제 입고 나온 옷 그대로, 스타킹까지 말짱하면, 아무리 보지가 쓰라려도 아무 일 없었겠지 라며, 스스로 믿고 싶을 뿐이라고 말이져. 그래서 정신 나간 년들을 쑤실 때는, 다른 옷은 그대로 둔 채, 바지는 반만 까고, 치마는 위로 걷어서, 보지만 드러나게 해놓고, 엎어놓고 뒤로 쑤시고 끝내는 게 정석이죠. 마지막에 물수건으로 깨끗이 마무리 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져. 훗날을 기약한다나 뭐라나…..’
‘그렇다고 언제나 그렇게 시체 같은 애들이랑만 빠구리 뛰는 건 아니잖아?’
‘그렇죠. 아까 얘기 계속 인데여, 술을 멕이다가 파장이다 싶을 때, 술 깨는 약을 권하는 겁니다. 먹자마자, 바로 팍 하고 치미는 게, 영락없이 내용물 검사, 들어가는 거죠.’
‘아니 작전상 잘 먹여 놓고, 술 깨는 약은 또 뭐래?’
‘뭘 모르셔도……서로가 처음 상면해서 디리 쑤셔 댈려면, 신뢰감이 일등 아닙니까? 마지막으로 권하는 술 깨는 약이 결정타에요. 오바이트를 하면서 여자는 상대 남에 대한 의심이라든가, 불안을 깨끗이 날려 버리는 겁니다. 이 정도의 매너라면 믿을 수 있쓰……. 대개, 여기서 약 쳐먹고 뻗는 걸들은, 좋은 무끼가 아니라고 봐야 되요. 정말 명기들은 요기서부터 빛이 납니다. 오바이트 대강 하다 보면, 진짜 술이 깨기 시작하는데, 친절의 극을 달리면서, 등 뚜드려 줘, 손수건에 물 묻혀서 닦아줘….뭐 이렇게 하다 보면, 여자 들이 백이면 백, 어디 가서 정신 나게 커피라도 마시자고 하거덩요. 이때부터는 작업이고 뭐고 없지요. 기냥 들이대는 겁니다.’
‘그렇다고 술 마실 동안 꼴리는 거, 졸나 참아 왔으니, 빨리 가셈, 그러나?’
‘내 참, 그래 가지구, 오지게 힘써서 꿰찬 명기랑 ??될라나? 제가 말씀 드렸죠? 오바이트 했다고……여자의 구조는 남자랑 달라서 오바이트를 거시게 해대면, 오줌이 조금씩 샌다나 봐요. 아무리 휴지로 닦고 나와도, 그 척척한 느낌이야, 팬티 라이너를 새것으로 갈고 나오지 않은 담에야, 지가 달도 안 떴는데, 오줌 찔겼다고 상비용으로 갖고 다니는 패드차고 나올 리는 만무하고요. 그러니, 커피를 마시는 도중, 꼬고 있는 다리가 풀리질 않는 여자들은 백이면 백, 팬티에 오줌을 질긴 걸들이란 얘기죠. 옛말에 찔긴 오줌 말리는 데는, 체온이 제격이란 말, 아시져? 밖의 날씨가 추우면, 오지게 껴 입어도, 팬티에 찔긴 걸들은 부르르 떨고 난리가 아닌 겁니다. 그러니, 어디선가 에서 시간을 벌어야 하거덩요. 그 사이를 치고 들어가야 한다 이 겁니다.’
‘그럼, 거기서 또 설레발?’
‘아니죠. 이때는 과감한 스킨쉽이 대빵 입니다. 남친인 것처럼 바로 옆 자리에 어깨 돌려가며, 과감하게 탁 앉아 버리는 거죠. 그리고, 그때부터 안면 까는 겁니다. 선수끼리 힘 빼지 말자고요.’
‘상대가 선수가 아닌데도?’
‘그래서 묘미가 있다는 거 아닙니까? 여자들 중에서 진짜 선수들은 그저 웃음으로 화답하는 게 전부죠. 아는 처지끼리 용썼네 하는 일종의 칭찬 이구요. 선수 아닌 년들이 뺑끼칠 때는 대번에 이렇게 대답하죠…...알고 있었어?.....그런데, 여자란 게 묘해서 그 지경까지 끌려오면, 자신이 초짜라는 것이 뽀록날 까봐, 선수라고 부추겨 주는 남자의 장단에 따라 기어이 선수로 되고 만다는 겁니다. 진짜 선수는 그 때부터 주의해야 합니다. 이미 술집을 나오면서부터 술이 깨어가는 타이밍을 대비해서, 약도 미리 삼켜두는 게 필요하죠. 술을 쫌 거나하게 자셨다면, 헤벌레 후물거릴 수 있는데, 술에 취했다가 정신이 든 명기들의 발악은 정말 대단 하거덩요. 그걸, 약 쳐먹은 좇대가리로 흠씬 아작을 내 주면, 한방에 공씹 만드는 거, 식은 죽 먹기 보담 쉽다 이거죠.
선수 아닌 년들이 뻥 칠 때는 칠 때부터 표가 나요. 오기에, 만용에…….그러니, 겁은 나죠, 어쩌겠어요? 그런 지경에 닥쳤을 때, 제일 뻔하게 주어 섬기는 얘기가, 우리 맨 정신에 다시 한번 보자는 말이죠. 그렇게 꽁지 빼는 년들을 쪼사 잡숴야, 맛이 기깔 나요. 튕기며, 앙탈에, 징징 짜기도 하는데, 속은 열나 구린 년들……아! 내 속에 이런 선수 기질이 있을 수가! 하면서, 보지 속에서 근질거리기 시작하는 쾌감에 엉엉 울어대는 것들…..생각만 해도, 군침이 다 도네…….’
그 후배의 경험담을 다 믿을 수야 없었지만, 지금 눈 앞에서 수작을 걸고 있는 상대 남은 차근차근 후배가 말해준 수순을 교과서처럼 착착 헤쳐 나가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상대 남이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는 또 한가지 행위는, 계속 해서 권주와 흡연을 강요하는 자세였다. 술과 함께 피워대는 담배는 술에 취해 들어가는 가속을 높였으면 높였지, 정신이 깰 리는 없었기에 말이다. 그러나, 여자도 만만치는 않아 보였다. 들이 마시는 연기의 량도 대단할뿐더러, 토해내는 연기 중에서 많은 량이 코로 핑핑 쏟아져 나오는 습관을 보이는 것이 그랬다. 그렇다면, 순진을 가장한 꽃뱀? 상황이 점점 흥미로워 지고 있었다. 처음에야, 남자가 마음먹고 덤벼대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남자나 여자나 간에 서로의 호미걸이에 발목이 채이지 않으려는 적극적 공방이 하나, 둘, 눈에 띄고 있었기 때문 이었다.
‘아줌마, 여기, 계산이요….’
남자가 손을 들었다. 옳지, 파장인 모양이네…..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여자를 앉혀놓은 채로 선뜻 일어나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카운터로 나아가 술값을 지불하고, 여자를 돌아보며, 잠시 기다리라는 손짓을 날렸다. 보나마나 술 깨는 약 아니면, 드링크를 사러 가는 것이 분명했다. 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여자를 살폈다. 주위를 둘러 보는 표정도 아니고, 물끄러미 잔을 내려다 보다가 핸드백을 열어 소지품을 확인하는 그녀……..아마 콘돔이나, 물 휴지 나부랭이가 아닐까 싶다. 아님, 아까 챙겨 두었다고 믿고 있는 핸폰이 잘 들어가 있는지에 대한 확인사살 정도일 테고……그 사이 남자가 역시나 드링크를 들고 들어왔다. 여자가 상을 잠깐 찡그리며, 드링크를 대번에 원샷으로 들이켰다. 역시 여자도 남자의 수순을 읽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어정쩡한 자세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커플을 보며, 나는 불현듯 그들 뒤를 한 번 밟아보는 것은 어떨까 라는 묘한 충동에 휩싸이고야 만다. 난 그들을 놓칠세라 두 사람의 뒤로 따라 붙었다.
‘욱욱….웩웩…….우욱….우욱….’
술집을 나서자 마자, 여자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건물 구석에다 대고 내용물 검사에 들어가고 있었다. 대개, 초짜들은 오늘 좇됐네 하는 표정을 하고 있게 마련이어도, 그 자는 역시 선수가 분명했다. 상의 주머니에서는 방금 약국에서 사온 듯한 물 휴지가 서부의 건맨이 뽑아 든 권총처럼 대번에 튕겨져 나왔고, 다른 손은 그래서 잘 될까 싶게 톨톨 거리며, 여자의 등을 쓰다듬듯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갈 길로 가고 있구만……쯧쯧……’
여자가 대충 게워 냈던지, 입을 휴지로 씻어 내면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선수는 매너에 살고, 매너에 죽는다고 했던가? 남자는 이미 자신의 손으로 물 휴지를 따로 뽑아, 여자의 정면에 서서, 옷 위에 국물이라도 튀었을까 싶은 눈초리로 검사를 좌악 해 내려가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자, 다음 코스야, 뭐 뻔하겠지! 아주 요럴 때는 카페도 열나 가까운 곳에,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버티고 있다니 깐?’
그건 그랬다. 술집 옆에서 차 팔아 봐야 얼마나 잘 될까 싶기는 해도, 곁에서 보이는 대형 유리창 안의 카페는 발 디딜 틈 없이 복작대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두 남녀는 서로가 서로의 안내자가 된 듯이, 카페로 들어갔다. 마주보던 술집과 달리, 나란히 앉아 버리는 그 변죽들…….내가 그랬잖어? 선수들 이라고…..난 카페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마지막 코스가 결정된 이 마당에, 그들이 카페에서 죽 때릴 것 같지는 않고, 곧 튀어 나오리라는 기대감으로……
‘역시나!........’
요럴 때를 대비해서, 모텔도 드라마 세트 장처럼 바로 길 모퉁이에 버티고 있는 그 우연의 일치….난 카페 바로 가까운 입구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이제 제 갈 길로 가겠구만 이란 생각을 하던 차에, 입구에서 나오던 여자의 발목이 비틀 하면서 중심을 잃어 버렸다.
‘어이쿠……’
남자도 여자가 그렇게 맥없이 바닥에 엎어질 줄은 예상하질 못했던 모양 이었다. 정말 고깃덩어리가 따로 없다고 할 정도로 중심을 잃고 남자의 품에 안겨 버린 여자를 어찌할 바 모르고 낑낑대는 작업남……
‘저…….여기여?….저….여보세여?….쫌 도와 주시겠어여?’
‘네? 저여? 저, 부르셨어여?’
‘네……여친이 술이 과해서 그만…..저…..저기 보이는 모텔까지 좀 도와 주실 수 있을는지…….’
‘뭐…. 그럽시다……아니, 여자 분이 왠 술을…..’
선수들의 기본 가락구는 또 이런 면에서 나온다. 쓰잘데기 없는 곳에 힘을 쓰질 않는다는 원칙……이미 고깃덩어리 된 바에야, 낑낑대며, 허리 쓸 일 없다는 그들만의 운신론…..대개 진짜 여친과 남친의 사이라면, 허리가 뿌라지건 어떻게 되건, 남의 도움 받을 새 없이, 횡 하니 업고 튀는 것이 보통이지만, 선수들은 이럴 때에도 치고 빠지는 것에 남다르다.
‘형, 헌팅에 걸린 걸이 한 바디는 허는데, 세숫대야가 신문지 버전이면, 어떻게 하는지 아우? 만일에 술 떡이 되어 인사불성이라면, 그거야 말로 하늘이 돕는 거지 뭐겠수?’
‘왜?’
‘못 이기는 척, 힘든 척 해대면서, 주위에 연배가 비슷한 사람을 고르는 거유. 그 시간에 그 주변에서 꺼덕대고 있는 인간들, 거기서 거기거덩….그리고, 도와 달라고 하는 거야.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모텔로 들쳐 업고 가는 사이에, 요렇게 구라까는 거지……오늘 첨 만난 여잔데, 한 바디 허는 거 같아서 술 쫌 먹였는데, 아예 떡이 되었다고 말이야. 오묘한 눈웃음 살살 흘리면 바로 입질 오잖수?’
‘뭔 입질?’
‘쌍구녕 뚫자 이거지 뭐. 누이 좋고, 매부 좋고지…그 사람이야, 이게 왠 떡이냐 싶고, 세숫대야야 신문지를 덮든, 말든, 하늘에서 굴러 떨어진 공씹인데 마다할 인간이 없쥐. 단, 한번 치고 빠지되, 다신 얼굴 보지 않을 사람인 경우에만 한하는 거고……’
‘그래, 쿵짝이 그렇게 되는 심판 이었구만…..’
‘언젠가, 난 일단 담그고, 일찌감치 발랐는데, 그 후로 얼마 있다가니 시내에서 보니깐, 그 걸이랑, 그 밤의 그 놈쉐이랑 쪽 붙어 가던 거 아니겠수? 뭐, 뻘쭘하긴 했죠. 그것도 인연으로 엮일 수도 있다 하니, 내…..참..……’
작업남을 도와 모텔로 가는 사이, 허연 입김이 푹푹 나오면서도, 그 치는 후배의 말처럼 동일한 문구를 앵무새처럼 달달 외고 있었다.
‘캬, 나야 고맙져…..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거인데……오늘 로또라도 살 걸……왠 일이래?"
나의 호응에 그 치도 얼굴이 환해지고 있었다. 모텔에 들어서자, 물어 볼 것도 없이, 주인은 제일 윗층 구석의 방이라며, 열쇠를 내밀었다. 당연히 내가 돈을 낼 리는 없고……장사 완투데이 하는 일이 아닌 관계로, 주인장도 척 하면 삼천리에, 푹 하면 좇 박는 소린지 아는 모양 이었다. 세 년 놈이 아마도 온통 지지래에, 악을 악을 써가며, 지붕이 떠나가라고 색판을 벌릴 것 같은 폼새를 모른대서야,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이유는 없다고 봐야 했다. 방에 들어서기 무섭게 여자를 침대에 밀가루 부대 내 던지듯이, 날려 버리는 작업남……숨을 몰아 쉬면서, 담배를 피워 문다.
‘씨벌년, 졸나 무겁네…….형씨도 한 대 할라우?’
그가 담배를 내밀었다. 마다할 내가 아니다.
‘여친이 꽤 깔쌈한데, 왜 이리도 돌리실려구……’
‘여친 아닙니다. 채팅으로 거리 쫌 재다가니, 이래 저래 안면 튼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굳이 술 빨자고 들러 붙는 바람에, 오늘 힘 쫌 써 줄라 그랬는데, 지 풀에 저렇게 고꾸라 지네요. 나야 뭐, 관심 밖이고……똘똘이 목욕이나 시키고 가얍지요. 제가 먼저 담그고 갈랍니다. 괜찮죠?’
‘뭐, 좋으실 대로…..’
일부러 자청한 관전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재미는 있을 것 같았다.
‘아효, 바디 하나는 죽이는 구만……’
그냥 담그고 갈 기세는 아니었다. 척 보기에도 얼굴과 몸매에서 흐르는 여인의 색기가 보통을 넘고 있어서, 그냥 치질 검사 하듯이, 아랫도리만 까 내릴 작정은 아닌 듯싶었다. 이미 정신이 없는 것을 확인한 이상, 작업남은 천천히 귤 껍질 까듯이, 여인의 옷을 벗겨가기 시작한다. 그 충혈된 눈빛에다, 관심 밖이라는 말은 말짱 뻥이었다. 그의 떨리는 손 끝이 확실히 보이고 있었기에…..내가 바통 터치를 하리라고 예상 해서 인지, 후배의 예상과 달리, 스타킹을 부욱 찢어 버리는 과격스러움…….
‘저, 아침 되기 전에, 스타킹 한 장 정도는 선사 하쇼, 예?’
‘아…..저 말입니까? 그래야죠….근데 아까 여자 분 핸드백을 어따 뒀더라?……아, 여기 있네…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헤 벌래 열어 놓은 채로 여기까지 왔네……그래도 명색이 주인이 있는데, 옆에 놔 드려야쥐…….’
난 뭐가 들었나 뒤져 보려다가, 그냥 그 백을 침대의 머리맡 장식 장에 갖다 놓았다. 보지 구녕은 도둑질 할지언정, 남의 지갑이나 뒤져대는 파렴치한은 아니기에……이미 여자는 완전히 발가벗겨져 있었고, 작업남은 그 모습을 내려다 보면서, 황급히 옷을 벗어 재끼고 있었다. 난 머리맡에 백을 갖다 놓고, 내 의자로 돌아오다 말고, 재래 시장 통에서 널어 놓은 생선 무더기 살피는 폼으로 여인을 내려다 보았다. 그 연한 피부색 하며, 갑자기 벗겨진 옷으로 인해, 전신의 소름과 함께 발딱 올라선 유두 하며, 잘록한 허리선, 그 양쪽으로 살을 받들고 도드라진 골반뼈가 그녀의 음란한 요분질을 가히 상상케 해주고 있었다. 이미 누군가에 의해서 깨끗이 정리된 음모……그녀는 아마도 색파에 휩쓸려 열심히 돌려댔던 여인 이었던가 보다.
‘캬, 오랜만에 명기 하나 보겠구만…….정신만 차렸어도 뻑이 가게 해주는 건데…..자, 신비의 세계, 동굴 탐험, 해 볼까나?’
그는 서두르는 법도 없이, 무겁게 척 늘어진 여자의 두 다리를 하나씩 들고 양쪽으로 좌악 벌려갔다.
‘미끈덩 거리는 것 쫌 보지?......쩝쩝…..줄줄…….요년이 정신 놓기 전까지 졸나리 꼴려 있었구만…이거….이거…..보통 걸이 아닐세? 아쭈……요게 말미잘처럼, 정신 나간 사이에도 꼼지락 거려?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는 혀로 빨면서도, 손가락으로 정신을 놓고 있는 그 여인을 흡사 깨워야 할 것처럼, 좇대가 치밀어 들어가기도 전에 벌창을 낼 것같이, 씹구녕을 손가락으로 마구 쑤셔대고 있었다.
‘쩝쩝…..쭐쭐…..쭙쭙…..캬…..시간 없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남? 얼릉 담그고, 자리 내어 드려야지……요거….요거….보통 냄비는 넘네…..어디 한번 담궈…..’
‘퍼퍽….’
‘윽!’
좇도 담그기도 전에 침대에 널브러진 것은 작업남 이었다.
‘오빠! 꼴려 뒤지는 줄 알았네…..’
‘글쎄 말이다. 아무리 내 동생이라고는 하지만, 감상 한 번 자알 했네…..얼릉 옷 입어라.’
‘아니, 참는 것도 한도가 있지…..그렇게 빨아대고 주무르는데, 신음이 나와, 안 나와? 이렇게 손발이 안 맞아서야…..’
‘알았다. 알았어…..그래도 첫 껀 치고는 꽤 했다, 그치?’
‘내가 뭐랬수? 이 새끼 보나마나 걸려들 게 뻔하다고 그랬잖어?’
‘마취제는 잊지 않고 갖고 왔지?’
‘거럼 빽 안에 있어. 정신 들기 전에, 어서 휴지에 묻혀서 아가리에 틀어 막어……얼릉…..’
나와 여동생은 놈이 깨기 전에 마취를 시킨 뒤에, 그 알몸을 욕실의 욕조로 들고 갔다.
‘어허…..멍들게 하지 마라 말이야. 지가 지 스스로 명줄 끊은 거처럼 해야 하는데…..다리에고, 팔에 긁히거나 멍든 상처 나면, 도로아미타불 인 거 몰라?’
‘알았수……면도칼은?’
‘너, 어제도 몇 번을 얘기해 줬니? 자살하는 것들은 주변의 보이는 물건으로 하지, 스스로 준비해서 가는 치들은 열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하다고…..목 매는 거야 틀리지만……어여, 저 일회용 면도기 갖고 와……자세를 요렇게 해야지 자연 스럽지…..그리구, 넌 방 열쇠, 손잡이, 탁자, 그리고 생각나는 곳곳에 남아 있는 지문, 싸그리 지우고…..’
‘알았어….알았다구…..참, 그 새끼 홈피에 남겨 놓으란 쪽지는 날렸지?’
‘거럼 내가 누구냐? 오늘 만나서 설득하게 제발 도와 달라고 하는 거 일찌감치 날려 놨지. 나중에 경찰에서 너 불러 다가, 무슨 낌새라도 있나 알아보려 하면, 턱 하니 말해주면 되거덩……나 이래 보여도 죽어가려는 사람, 살리려고 몸까지 바치면서 자살하지 말라고 말린 당사자다, 안 죽겠다고 철석같이 약속 하길래, 집으로 왔는데, 그 다음에 지가 혼자 죽어 버린 거 나더러 어떡하냐고 대들면, 아마도 꼼짝 못할 걸?’
‘그러게나, 오빤 그 머리로 왜 판검사 못 됐을까?’
‘못 된 게 아니고, 안 한 거지……
이미 욕조는 아까부터 틀어 놓은 뜨거운 물로 넘치고 있었고, 양쪽 손목을 그어 놓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는 먹물처럼 욕조 안을 붉게 수놓고 있었다.
‘색깔 정말 이쁘다. 물감으로 만들어도 저 색은 못 만들겠구만…..’
‘이제 대강 됐네…오빠 가야지…….내일은 오빠가 작업 나갈 차롄 거 알지?’
‘알어…알어….몇 시간이면 깨꾸닥 이라고 했지?’
‘네, 다섯 시간, 그쯤 이라고 했는데…….왜?’
‘아냐. 그 정도면 내가 내려친 목덜미의 붓기가 욕조의 턱에 짓눌려서, 나중에 시반이 도드라져도 알아채기가 힘들 거야. 게다가 펄펄 끓는 물이니 사망 시각을 추정하는 것도 거의 틀릴 테고…..괜한 걱정은….가자…….좇거튼 쇄끼….....퉤!’
‘더럽게, 침은 왜 뱉고 그래? 그러다, 걸리기라도 하면….’
‘괜찮아….흐르는 물에다 수채구녕으로 빠져 나갈 텐데……괜한 걱정은….’
나와 여동생은 잠그고 나오는 방의 손잡이 조차, 손수건으로 감아 쥐고 열고 닫았으며, 20여분을 간격으로 따로 모텔을 나왔다. 나와 여동생을 짓밟고, 희희낙락 사라져 간, 세상의 수 많은 작업 남, 작업 녀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서 명줄을 끊어 놓자고 다짐했던 첫 번째, 제물이 된 자가 바로 이 놈쉐이였다. 이미 쪽지를 통해 이런 생활에 염증을 느껴 자살 결심을 했었으나, 여동생의 간곡한 부탁으로 만나게 되었다는 오늘의 설정과 사전의 설레발…….지가 죽을지도 모르는 그 달콤한 작업의 시간 전에 도달된 그 쪽지와 유언 비슷한 메모들…….., 경찰들도 그걸 믿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앞으로 얼마가 될는지는 몰라도, 나와 여동생은 사랑을, 섹스를, 남녀 사이의 관계를 쥐 똥보다 못하게 여기는 것들을 찾아 끝장을 볼 결심이었다.
‘오빠…그래도 그렇지, 처음이라 그렇지만……, 오늘 너무 빨리 해치우더라…..시간을 쫌 더 두어도 괜찮을 뻔 했는데……기왕 보낼 거, 내 보지 맛이라도 흠씬 보게 하면, 더 열불 터질 거 아니겠수? 그리고, 오빠 후배도 정신 차리라고 그래…그러다, 우리 리스트에라도 오르는 날에는 후배고, 뭐고 없는 거 알쥐?’
‘그러까? 다음부터는 나도 조인해서 한 따까리 줄창 돌리고 보내주까? 그것도 별로 나쁘진 않아….춥다……어여 집에 가서 뭐 좀 먹자. 배 고프다…..’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언 손을 꼬옥 움켜 잡은 나와 동생의 모습은 영락없는 연인 사이였다. 작업의 정석이 절대 통하질 않는 그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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