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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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복날-
‘후아….이거…이거, 땀이 보통이 아니넹!’
‘쫌 씨게 박아 봐…..아니, 날씨 쫌 덥다고 그렇게 허덕대남?’
‘야, 막말로 땀이 비오 듯 하는데……우리도 그럴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에어컨이나 하나 장만 허지? 이 짓도 더워서 어디 해 먹겠나 말이야?’
‘아니 에어컨은 그렇다 치자…..욱욱….윽윽…..전기료는 뭐 하늘에서 뚝 떨어져도, 누가 대신 내 줄 사람이나 있남?’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윽윽…억억….한 여름, 실컷 박아줄 좇 있겠다, 보지 구녕 불 나겠다, 시원한 에어컨 만 있으믄, 여름 날, 후끈한 밤, 하나뚜 안 무서울 텐데…’
‘윽윽…..억억…..잘 하네, 뭘!…쎄게 하라면, 쎄게 박고, 깊이 하라면 깊이 박아주고…..뭘 더 바라겠니?......이러다 찬 바람 불겠지…윽윽..아! 보지 터져……아무리 더워도…..아휴…… 그 놈의 좇대가리는, 쉴 쭐도 몰라요, 내 참……윽윽…..윽윽…..철벅….철벅…..철푸덕….철부덕….장마 끝난 지가 언젠데, 이다지도 물은 질질 샌다니?’
‘그게 물이 아니고설랑, 내 땀이라 안 혀요? 마님! 이번 기회에 에어컨이나 한 대 놓으시지유? 으극…으극….아휴, 좇 터져…..싫으면 그만이지, 이렇게나 좇대가리 꼼짝도 못하게 쪼여대남?’
더워도 그 짓은 해야 했다. 동물은 아니었지만, 나나 아내나, 정욕을 누르기에는 날씨의 휘들어짐 보다는, 밤의 음란함이 두 사람을 더 부추겼고, 그 다음 날, 열나 퍼지는 한이 있더라도 좇질은 해야 했기에….
‘저 봐라…..저 봐라…아예 죽어가요, 죽어가!’
‘어이, 이 과장! 부장님, 오셨는데……’
‘’놔 둬…..저 벌겋게 충혈된 눈까리 봐라 말이야. 어쭈구리? 그 턱 밑에 깔고 자빠진 거, 뭬이야? 3/4분기 예상 실적 보고서 지? 내 안 봐도 김삼순이네…..아예, 침 발라 고사를 지내시지? 어제 밤에 뭐했대?’
‘저, 그게……, 너무 더워서 잠을 설치는 바람에…..’
‘오호, 그러셔? 잠만 설친 게 아닌 것 같은데? 일 못하는 것들이 꼭 저 지랄 떤다니깐? 더워서 기도 못 펴면, 집 팔아 에어컨을 사던가, 그래도 기운 없으면, 영양탕 이나 달고 살던가….내 참, 누군 그 짓 안 해봤나?’
하여간 째진 입이라고 주어 섬기기는….아니, 웃 대가리면 다야? 고참 부장 이었던 유부장이 기어이 지방으로 좌천을 당하고, 새로이 임명된 고부장이 비아냥대고 지나간 뒤로, 키득대는 직원들 보기 민망해서라도, 난 잠이라도 깰 심산으로 사무실을 나왔다. 옥상으로 올라가 매연에 휩싸인 공기일 망정, 담배나 실컷 피우자고 올라가 봤다.
‘꼭 일도 못하는 것들이, 담배는 안 빼먹고 빨러 나와요.’
으이그, 니기미…..하필 그 놈의 고부장….멀리도 안 가고 왜 또 여기서 마빡치기?
‘젊어서 그렇게 힘을 못쓰면, 자네 내 나이 되어서 어쩌려고 그러나? 다 젊을 때, 반짝하던 기운, 지나고 나면, 에어컨에 기대도 보고, 보양식에도 기대보고 그러는 거지….맨날 먹는 밥 세끼 갖고, 줄줄이 빠져 나가는 정력, 막을 수나 있대나?’
‘그럼 부장님께서는 뭐 특별히 자시는 것이락두?’
‘있지, 왜 없어? 자네, 왜 사람들이 영양 탕을 여름이면 먹는지 아나?’
‘그거야, 남들이 다 보양식 이라고 허니깐……’
‘영양 탕이라고 다 같은 영양 탕이 아니야. 자넨 그래서 문제야. 내 얘기 듣고, 어디 허접한 곳에 가서, 되도 않는 영양탕 한 사발 때리고, 나중에 나한테 한 소리 헐려고 그랬지? 그 놈의 영양 탕, 먹어도 비질 대는 건 마찬가진 뎁쇼, 그럴라고 말이야, 아닌가?’
‘아니, 뭐 꼭 그렇게 까지야…..’
‘우리 부부는 여름이 되면 달아 놓고 가는 곳이 있다네.’
‘아니, 사모님도 드세여?’
‘거럼….그 뿐인 줄 아나? 가면 남자, 여자, 따로 시켜야 효과가 있다니깐? 내 말 못 믿겠어? 그럼 오늘 점심, 내가 사지……따라올 텐가? 이거 일급 비밀인데, 어디서 도청하는 쌉쉐이들 이나 없나 몰라. 요즘은 개나 소나, 다 도청을 한다니깐?’
난 미친척하고 따라가 보기로 했다. 어차피 한 끼 때우는 거, 보양식이라는 말에 거두절미하고 따라 나선 것은, 이미 내 몸의 상태가 바닥을 기고 있으며, 진기가 고갈된 형상임을 스스로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캬! 이럴 때, 무협지에 나오는 삼 갑자의 공력을 빡씨게 높여주는 신단 같은 게 있으면 월매나 좋을꼬 싶었어도, 현실은 그저 깨갱 탕 밖에 없다는 현실이 가슴 아플 뿐이었다.
‘그리고, 절대로 대딸방 같은 데 가서, 년들이 디미는 드링크 같은 거 먹지 말게.’
‘아니 그걸 어떻게?’
‘그거 반짝 에다가, 오줌 디리 몇번 누고 나면 오히려 맹탕 되는 거 모르나? 뭐 무슨 귀한 보약 제라도 되는 것처럼, 어떤 쉐이들은 한 방울이라도 남길까, 병째 거꾸로 들고 쥐어 짜요, 쥐어 짜.’
회식 후에 동료들과 자주 가던 그 곳의 실상을 너무도 잘 아시는 그 속내. 부장의 권유를 삑사리 하나 없이, 고대로 믿고서 쇼당이락두 쳐 볼 밖에….
‘날씨 한번 오지게 덥네.’
냉방이 잘 된 사무실 밖을 나가기 무섭게, 등짝과 겨드랑이로 번져오는 땀방울….역시 여름은 여름 이었다. 고부장을 따라 나선 곳은 회사 건물이 위치한 길가 쪽에서 꽤나 떨어진 주택가 안쪽에 버티고 있었다. 꼬불꼬불한 골목을 어찌 그리도 잘 찾아 나서는지, 도대체 나 혼자라면 찾지도 못했을 뿐더러, 설사 찾았다손 치더라도, 돌아가는 길을 기억 못해, 열나 고생할 것 같은, 그런 미로의 연속 이었다.
‘아니, 이런 꼴구석은 어떻게 알아 내셨대여?’
‘목마른 놈이 샘 파고, 좇대가리 세운 놈, 먼저 쑤셔 박는다고, 다 궁하면 통하게 되어있는 법….나도 나 혼자 먹기 아까워, 몇 번을 토설을 헐까 하고, 입이 근지러워 디지는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꾹 참으면서 완전 버텼지 뭔가?’
‘아, 그러셨구낭…..근데, 사모님은 왜 같이 드세여?’
‘이 사람이 그렇게 얘기해도 알아 처먹질 못하니…..쯧쯧….이 곳의 영양탕은 다른 곳이랑 훨 다르다 이 말 아닌가, 내 말은! 자네 그런 얘기 들어봤나?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 개라는 말….’
‘네, 다 아는 소립지요.’
‘그게 어째서 그런지도 알고?’
‘그거야…..가장 많이 키우는 애완 동물 아닌감여?’
‘그게 아니라 예전부터 선조들이 해오던 습관 때문 아닌가?’
‘예? 습관이여?’
‘요즈음 평범한 영양탕 집에는 사료 멕인 강아지들 일색이야. 사료 멕인 강아지들이야, 소나 말이나 다를 바 없어. 그게 그거란 말이지. 육질이야 풍부할는지 몰라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비밀은 영판 다르다 이 말쌈이쥐.’
‘영판 다르다녀?’
‘개는 오래 전부터 인간의 근처에서 자라왔지. 그 중요한 요점은 바로 인간이 먹는 음식을 먹고 자라 왔다는 점이고….. 인간이 먹는 음식과 같은 음식을 좋아하든 말든 주다 보니, 그 몸 안에서 일어나는 호르몬이나, 생체활동이 거지반 인간의 그것과 비스무그리 하게 일어난다는 게야. 뭐 다 믿을 수야 없지만, 내가 이 나이 되도록 안 먹어본 영양탕이 없고, 보약도 뭐에 좋다 하면 발 끊지 않고 달고 먹었던 사람 아닌가 말이야. 그런데, 이 집은 달라. 고기의 양도 틀리고, 맛도 영 딴판이란 말이야. 개중에는 들깨 가루의 농도 때문이려니, 특수한 고추를 넣었느니, 향신료의 차이라느니, 말들이 많지만, 주인장의 말에 의하면, 자기 집에서는 절대 사료를 쓴 개를 사용하질 않는다는 것이지, 그리고, 이미 죽여서 냉동된 것은 절대 쓰질 않는다는 말이여. 알아?’
‘아니 그럼, 그 많은 손님들을 어떻게 다 맞습니까? 비축해 놓는 고기가 아닌 다음에야…’
‘그러니 전화 주문을 받는 거야. 밤에도 안 해요. 그 날 팔 수 있는 싱싱한 고기가 오는 분량에 맞추어 손님을 받고, 나머지는 오늘 괴기 다 떨어졌슴네 하면서 밀어 버린 다니깐? 여긴 예약 없이는 절대로 올 수 없는 곳이야, 알으?’
정말 듣고 보니 대단한 집이 분명해 보였다.
‘그게 다가 아니라니깐!’
‘그럼 또 무신 비밀이 있는가여?’
‘있다 뿐인가! 자네 영양탕 집에 가면, 첸?주는 막판의 비빔밥 알쥐?’
‘네. 그게 빠지면, 뒷 끝이 찝찝하져.’
‘그 때에 따라 나오는 게 뭔지 알지?’
‘네, 중앙청(개고기의 숫놈 거시기를 일컫는 은어)이요.’
‘여긴 그게 달라요.’
‘아니, 다르다녀? 그것도 무신 개그처럼, 그때 그때 다르나여?’
‘아예, 남자, 여자는 먹을 때 부텀, 자리가 틀려,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먹는 거야, 남자들 자리에는 중앙청이, 여자들 자리에는 홍합이 들어오는 거지.’
‘아니, 영양탕 집에 왠 해산물 타령?’
‘이 사람이 하나를 가르켜 주면 열을 까먹네 그려? 남자들 입에는 개 좇대가리랑, 개 뿡알찜이, 여자들 입에는 개보지 찜이 올라간다 이 말이야. 첨 들어봤지?’
‘네, 거 참 희한하네여.’
부장의 설명에 의하면, 이렇게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사람의 음식으로 키운 성기 이름 하야, 개좇 이랑, 개보지를 각각 서로의 성별대로 나누어 먹으면, 서로가 서로의 성별대로 정력과 음란함을 극대화 할 수 있게 된다는, 믿지 못할 얘기였던 것이다.
‘하여간 먹기나 해봐. 시식에 따른 감상문은 내가 내일 들음세. 허허. 나 오늘 마누라 허고 같이 왔어야 허는데…..’
‘그럼 그거 먹으면, 남자는 개좇 되고, 여자는 개보지 되나여?’
‘그건 그때, 그때, 다르다니깐? 왜 개보지 라고 부르는지 아나? 그건, 예전에도 그랬지만, 개좇은 삶아 먹기라도 했지만, 개보지는 내다 버리기 일 쑤 였거덩. 내다 버린 보지, 어떻하겠나? 이 사람, 저 사람 발에나 치이고, 내돌려질 수 밖에….그러니 개보지 라고 하는 거라네’
그 한옥집에 들어서니, 모두 방으로 되어 있었고, 그 규모로 보아 상당히 큰 양옥을 개조한 것이 분명했다. 부산하게 상들이 방으로 들이밀어지고 있었으며, 영양탕 집 특유의 알싸한 개껍질 냄새와 고소한 들깨 냄새가 등천하고 있었다.
‘자, 들어가자고.’
‘아니, 주인 허락도 없이, 마구잡이로 이렇게 들어가도 되여?’
‘이 사람이…내가 얘기 했잖아? 벌써 예약된 방, 이외에는 대접받기 어렵다구. 자, 봐. 내 이름이 떡 하니, 상 가운데 붙어 있잖아?’
부장의 말대로 방 안에는 두 사람 분의 식탁이 세팅 되어 있었고, 가운데에는 부장의 이름과 예약석이란 표시가 서투른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부장님, 뭘로 허시겄시유?’
주인 아주머니로 보이는 분이 따라 들어와 주문을 재촉했다.
‘맨날 먹던 걸루다가….’
하도 온 모냥이라, 더 주문을 길게 끌 필요도 없어 보였다. 아무리 괴기를 뭘 썼네 어쩌구 해도 깨갱탕이 어디 별다를 게 있겠느냐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공짜라는 데에 난 더 주안점을 두었다.
‘근데, 여긴 한 근에 얼마씩 한데여?’
‘이 사람이! 육질로 승부하는 곳이 아니라고 내가 몇 번을 얘기하남? 남자 얼마, 여자 얼마 이렇게 따진다니깐? 그리고, 이곳이 완투데이 장사하는 곳이 아니라서 주인 마님이 척보고, 알아서 괴기를 갖고 오니깐두루, 나갈 때 내는 돈은 지가 처먹은 만큼이니, 절대 태클 걸지 마셈, 알간?’
고기가 들어오고, 난 약간은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맛도 다른 집에 비해서 별다를 게 없었고, 향내도 그리 찐한 것 같질 않았기에 하는 말이었다. 당삼, 소주를 깠고, 대낮 이기는 해도, 나와 부장은 주거니 받거니, 괴기를 먹는 동안 한 병 이상을 들이켰다.
‘어때 죽이지?’
‘네, 그렇긴 한데….다른 집과 별로 다를 바,….’
‘다들 맨 처음에는 그렇게들 얘기허지. 자 마지막 코스가 지나고 나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보자구.’
주문을 받던 주인 아주머니께서 나중에 다시 들어 오셨다. 벌겋게 술이 올라 왠 땀을 빌빌 흘리고 있는 나를 보시더니만,
‘처음 오신 분인 거 거튼디, 부장님 뽄 쫌 뜨랑게여. 땀 한빵울 흘리시는 법도 없잖뉴? 다 그게 이 영양탕 덕이랑게. 어쭤, 비벼 드려여?’
‘거럼, 아니, 오늘은 막판 괴기가 왜 이다지도 늦어?’
‘기둘리셔유. 성질도 급하시지…’
밥에 김가루와 들깨가루, 매운 된장을 얹어 비비다 보니, 다된 식욕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들어오는 막판 괴기….그러나, 그건 정말 다른 집과 달랐다. 멀건 간장 같은 곳에 이미 쪄놓은 듯한 상태로 찰랑찰랑 양념장이 찬 상태로, 물 회처럼 접시에 담겨 들어 오는데,
‘아니, 부장님, 그럼 이게…..’
‘맛만 봐. 디져. 아주 죽여. 이따가 저녁도 되기 전에 집사람, 완전 뻑이 갈걸?’
‘그래요?’
정말 희한한 맛이었다. 그것은 바로 중앙청 괴기를 홍어처럼 쌉싸름하게, 삭힌 것이었다.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잡은 지 얼마 되질 않는다는 것을 이렇게 빠른 시간에 삭혔다는 것도 믿을 수 없었을 뿐더러, 그 맛의 깊이 라는 것이 상상을 불허했으니까. 정말 그 괴기를 먹다가 디질 것 같았던 것은, 뱃속에서 소화도 되기 전에, 볶음밥으로 입가심을 하기도 전에 벌써 좇대가리가 벌떡대고 지랄 발광을 떨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커, 이런 일이…..
‘와, 부장님, 정말 쥑이네요. 아예, 여름 한철 단골로 해야지, 이거야 원….’
‘내가 뭐래, 그러니, 이곳은 부부동반으로 와야 한다잖아? 여자들 홍합은 얼마나 더 쥑이는데….괴기는 중앙청의 반도 안되지만, 그 파워!……완전 디져.’
그 날, 이를 쑤시고 그 집을 나오면서 나는 꼼꼼하게 전화번호며, 예약방법, 골목의 상세지도까지 얻어간 종이에 그리면서 회사로 돌아왔다. 일이 문제가 아니었다. 언제 말랐는지, 땀방울은 온데간데 없고, 가만히 앉아서 일만 하는데도 좇대가리가 불끈거려, 얼굴을 들 수조차 없었다.
‘이 과장, 걸음 쫌 제대루 걷지? 낄낄낄….’
고부장이 퇴근하는 나에게 질른 비아냥 이었다. 지 눔이나 나나, 좇대가리 벌떡 서서, 응댕이 빼고 걷는 건 다름 없구만…..내 상사만 아니믄, 기냥 완타치 깜인데, 그러나, 소금 자신 양반이 물켠다고, 빈대도 낯짝이 있지, 얻어먹은 주제비에 얼굴에서 미소를 지울 수는 없었다.
‘근간에 웬수 갚겠슴다. 지둘리소서….’
난 맘이 급했다. 예전 같으면, 전철 안에 온통 다리를 까 제끼고 올라타는 어린 년들, 똥궁딩이라도 보일까 싶어, 뱁새눈에다, 눈까리가 양쪽으로 찢어져라 째려보던 것도, 이미 철 지난 꿍작짝 이었다.
‘딸까닥…’
난 초인종을 누를 사이도 없이, 열쇠로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어여, 와봐, 얼릉?’
한창 저녁 준비에 한창인 아내를 불러 세우면서, 난 현관 에서부터 바지를 벗어가고 있었다. 기어이 다 벗지도 못하면서, 앞으로 콰다당 쓰러지면서도, 이미 서 버릴 대로 서버린, 좇대나 뿌러지지 않도록 교묘한 낙법으로 굴렀음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은가? 눅눅한 양복 바지 벗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말이다.
‘아주, 생쑈를 해요, 생쑈를….누가 쫓아오니? 오입하다 어디 토끼려고? 여기 니네 집 맞니?’
아내는 좇대가리 벌떡 세운 채로 바지 벗느라 오만상 발광을 떨고 있는 나를 내려다 보며, 혀를 찼다. 그러나, 음흉한 눈빛으로 덜렁대는 좇대가리를 보고서, 아내의 그 비아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끓고 있는 찌게도, 렌지 안에서 덥히고 있던 생선도, 우리 두 사람의 불붙은 좇대와 보지를 막을 수 있는 생리적 욕구는 없었다. 난 앞치마를 훌렁 올리고, 입고 있던 팬티를 발꼬락으로 끄집어 내리고, 바로 뒤에서 박아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흑…..어흑….왜 그래? 못 먹을 껄 먹었남? 어그극…아효, 보지 째져! 너…너….그러다 보지 터진다?’
그래도 보지가 터지는 일은 없었다. 내 좇물이 터졌으면 터졌지….
‘이 날씨에 요렇게 잘하는 놈쇄이 있음, 나와 보라구해. 으X, 으X, 으XX!’
이건 무신 응원 단장도 아니고설랑…..아내는 씽크대를 붙들고, 손톱이 부러져라 바닥을 붙들고, 긁고, 뚜드리고, 아예 죽어간다, 죽어가!
‘에어컨 타령도 없이, 어떻게 이렇게나 잘한대? 윽윽윽윽….보지 끝이 뚫리는 것 같애…..너 좇대가리에 뭐 씌웠니? 윽….윽…윽…윽….’
‘쾌지나 칭칭 나네……얼쑤….잘 들어간다….아효, 들어가기 무섭게 밀어내는 저 씹살은 누구네 벌렁보진감? 윽윽윽윽윽……..이제 더위 걱정은 끝, 행복 시작 이란 말 아니니? 한 살이락두 젊을 때, 실컷 박아야지, 놀려두면 곰팡이나 피지, 안 그렇수? 우리 이쁜 마나님?’
‘아주, 지랄이 났어요…..아그그그…그러다, 그러다….., 막힌 씹구녕, 증말 양쪽으로 뚫리는 수 있다, 너?’
난 그래도 상관 없었다. 양쪽으로 뚫리면 좇 박는 동안, 얼마나 시원할까 라는 생각만 들었을 뿐…..난 그 날 밤, 아니 새벽이 되도록, 하늘이 노랗게 될 때까지, 아내가 더 이상은 안돼 라며, 가랑이를 오무리지도 못하고, 내 등을 철썩 대며, 손바닥으로 후려칠 때까지, 세우고, 또 세우고, 박고, 또 박고, 싸고, 또 싸고……암튼 아내의 단어에 의하면 미친 듯이 섹스를 했다.
‘후! 미쳤어…미쳤어…이젠 잠도 까먹고 박아대니, 나 원…..너 그러다, 일찍 디진다! 몰라서 그렇지…… 약 먹었니? 어제? 저 봐라…저 봐라…..아예 쌍으로 코피까정 쏟아요.’
벌써 나와 아내는 이틀에 걸쳐 밤을 벗삼아, 새벽을 연인 삼아, 연짱 색을 쓴 걸 그제야 알았다. 그러니, 쌍코피가 터질 밖에….그러나, 나는 가슴속이 뿌듯했다. 난 누워서 양쪽 콧구녕을 휴지로 틀어막은 채, 담배를 피워 물고, 벌써 어제의 일이 되어버린 깨갱탕의 전설을 얘기해 주었다.
‘어머, 어머 그런 곳이 다 있대? 오늘 점심에 우리 같이 가자. 회사 주변이면, 나도 왠만한 곳은 짜 한데…그런 곳이 어디 있었대?’
나는 새로 부임한 부장이 발굴해 낸 곳이라고 얘기해 주고, 점심에 나올 것 같으면, 부장과 같이 갈 테니 그리 알고 있으라고 당부했다. 그 깨갱탕 덕분인지, 날밤을 깠는데도 난 기운이 넘치고 있었다.
‘어때? 내 말이…..’
‘캬 어제, 죽였죠. 어제 잠 한 숨 안 잤는데, 이거 흰자위 시퍼런 거 보이시죠? 와, 증말 끝내주는 파리(파티…영어는 좇도 못하는 거이…..헐) 였습니다.’
‘그럼 오늘 한 턱 쏠라나?’
아효, 노랭이 자슥….내 쏜다, 쏴! 난 점심 시간 훨씬 전부터 예약을 해놓았고, 일을 하다 말고, 그 꼬불한 골목길의 약도를 몇 번이고 머릿속에 암기해 집어 넣었다. 아니나 다를까, 점심 시간도 되기 전에 울리는 핸폰. 으이그, 여편네 하고는…..
‘알았쓰, 부장님이랑 내려갈게.’
부장은 그래도 초면에 인사라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의를 껴 입고 단추까정 잠갔다.
‘어, 초면에 이렇게 인사 드려도 될는지…..고상한 부장입니다.’
‘어머, 안뇽하세여? 부장님이라고 이 이가 그랬는데, 이렇게 젊으신 분인지 미처 몰랐네여. 능력 없는 사람은 만년 과장도 오감타 하고 사는데, 사모님께서는 얼마나 좋아하실까?’
‘허, 이거 뭐 별로….그래도 이 과장만한 사람 드뭅니다. 내년에는 차장 진급 영순위 인거는 알고 계시죠?’
‘정말이여? 다 신경 써 주셔서 그렇져.’
‘부장님, 가시져, 오늘은 제가 쏩니다.’
그 집으로 가는 도중, 어찌 그렇게 결혼한 티를 가리려고, 저렇게 오바 하는 차림으로 왔는지, 속이 끓고도 있었고, 어제, 해도 너무 해서 그런지, 걸음을 걸어도 절대 붙지 않는 가랭이로 인해, 연거푸 속이 상하고 있었다. 원래는 자리를 따로 앉지만, 일행이라는 예약 때문인지, 방안에는 불 판이 두 개나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허허… 이 사람, 어제 내가 샀다고, 고물 떨어지기 무섭게시리, 오늘 당장 쏘남?’
‘지둘릴 수가 있어야지요. 집사람도 궁금해 해서리…..’
‘허긴, 어여 들지…..자, 드시져.’
꼭 지가 사는 것처럼 거드름은…..그래도 먹는 것 앞에서 상 찌푸릴 수는 없었다. 아내나 나나 부장, 세 사람은 어제처럼 대낮 인대도 불구하고 소주를 두 병 이상 까고 있었다. 마지막 볶음밥의 휘날레를 위해, 아주마이가 또 다시 들어오고…..밥이 볶아지는 동안, 어제처럼 나와 부장의 앞에는 중앙청이 나왔고, 아내에게는 손가락 두 마디도 안 되는 홍합이 나오고 있었다.
‘따르릉!’
‘네, 능력 있는 과장, 이과장 핸폰 인데여? 예?...예……어이그….쫌 잘 허지…..예…예….예….곧 가죠, 할 수 있나여, 우리 팀의 사정 반이랑 함께 가서, 사정이 어찌 되었나 살펴야져…..네……네.’
‘뭔 일이야?’
‘지난 주에 홈쇼핑 방송을 위해 샘플로 제공 되었던 제품 중에, 방송 하려고 그 쪽 창고에서 녹화 장소로 옮기다가 일부가 파손 되었다는데, 아무래도 빨리 스튜디오로 가서 확인을 해야 될 것 같아서요.’
‘어쩌다가?…..’
‘우리 회사 제품이야 워낙 튼튼하게 만들다 보니, 다른 회사 것들에 비해서 무게가 꽤 나가거덩여. 자기야!, 내가 미리 돈 내고 갈 테니, 부장님 잘 뫼시고, 식사한 후에 집에 들어가. 바래다 줘야 허는데….부장님, 식사 마저 허시져. 저는 그럼 중앙청만 낼름 먹고…..’
그래도 엑기스를 빼먹을 수야 있나 말이다. 난 일어서면서도 그 놈의 중앙청 괴기를 입 안으로 쑤셔 넣느라, 셔츠에 그 간장 국물 같은 것이 묻는 것도 무시해 버렸다. 날씨는 정말 일만큼이나 짜증나는 사태를 연출하고 있었다. 기능을 시험하기도 전에, 카메라에 잡힐 옆 부분을 와장창 깨먹은 것이 나를 한참이나 열 받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랴? 나는 회사에서 끌고 간 사정 팀에게 손상 부분에 대한 사정을 부탁했고, 사정 결과를 본사로 보내고, 녹화 전에 가까스로 다른 샘플로 교체를 할 수 있었다. 어떻게 시간이 흘러 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갔고, 난 녹화가 끝나는 것을 보고서야 샘플을 회수해서 인도증과 함께, 본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썰렁한 사무실……벌써 사람들은 퇴근하고 자리에 없었다. 난 대강 책상을 정리하고, 회사를 나왔다. 한낮의 폭염은 열대야를 부르고 있었고, 오늘도 예상되는 찌는 듯한 찜통 속의 섹스가 죽기보다 끔찍하게 다가왔지만, 끝내 벌떡대는 좇대가리는 역시 눈까리가 없었다. 후줄근한 몸으로, 양복 상의를 등에 걸머지고, 현관에 도착하고, 나는 겨우 팔을 들어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자기야? 왜 이렇게 늦었어? 밥은?’
‘아직!...근데…..’
‘짜잔! 어때? 시원하지?’
‘와, 죽인다…..엄청 시원하넹…….’
‘역시 자기네 회사 제품이 비싸서 그렇지, 성능 하나만은 끝내준다고, 그거 알아?’
‘돈은 어디서?’
‘내가 그랬지? 자기가 사원 할인가로 사면 싸다고…..그 보다 더 싼 방법 있다고 내가 그렇게 얘기해도 안 된다고만 하더니, 안 되긴 뭐가 안돼. 그 깨갱탕 값이나 더 날렸지, 별 수 있어?’
‘그럼, 너 또?’
‘거럼, 지방으로 좌천된 유부장이야, 회사 근처 모텔까지 날 끌어들이고, 사원들 눈에 띄는 바람에 좇 됐지만, 이번엔 아니라구. 그 방 안에서 고부장 하나, 고상하게 쥑이기, 눈 깜짝 이지 뭘. 아니, 물먹은 유부장 덕에 김치냉장고며, 공기청정기, 최고급 정수기랑, 있는 거, 없는 거, 할 것 없이, 몽조리 공짜로 들고 왔던 거 기억 않나? 사원 할인가? 웃기는 짬뽕 이라구 그래! 이젠 사원들에게 보너스로 엥기지도 않지만, 나처럼 공짜로 살 수 있는 년 있으면, 나와 보라구 해!. 하긴 고부장이야 새로 왔으니, 알 리가 없쥐. 오늘 당장에 배달에다 설치까정 시켰쥐. 아마 이 에어컨 값 까나 갈려면, 꽤나 힘들 것이다. 암튼, 어여 씻어, 밥 차려 줄께.’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그 집 음식 맛 죽이지?’
‘으이그, 내가 앓느니 디지지….그거, 인터넷에 짜하게 소문난 집이야. 그 놈의 중앙청, 쌉싸름한 맛을, 뭐 중앙청 식혜 라구? 예끼 여보슈. 그거 간장에 비아그라 갈아 넣고, 싸구려 고기 삶아다가, 적셔서 주는 거 몰랐어? 그걸 뭐 대단한 발견이나 한 것처럼…..내가 그 놈의 부장 쇄끼, 좇대가리만 튼실했으믄, 가만 있을라구 했는데, 닝기리 아효! 고놈의 자라좇…..그걸 갖고 내 씹구녕에 끼우지도 못하고, 입구에서 깔짝대는 꼴이라니….내 그 꼬라지 미워서, 싸고난 후에, 덜컥 에어컨 내놓으라고 했지, 뭐. 금방 꽈당 하드만……유부장은 그래도 몇 번 공짜로 쑤시게 해주고, 걸려들더니, 이름처럼 고상하게 첫 빵에 피박 되대. 하여튼 허는 짓거리 하고는….다신 그 집 가지마. 무슨 고길 주는지 어떻게 알아?’
난 아내의 말대로 등짝 시원하게 에어컨 바람 빵빵 틀어대면서, 밤이 새도록 좇질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래도 약발이 오늘까지는 그런대로…... 하여간 이번 복날은 이렇게 가는 갑다. 아!!!!!!!! 나, 좇 터져 뒤진다……..집 사람 개보지 땜시롱……
-끝-
‘후아….이거…이거, 땀이 보통이 아니넹!’
‘쫌 씨게 박아 봐…..아니, 날씨 쫌 덥다고 그렇게 허덕대남?’
‘야, 막말로 땀이 비오 듯 하는데……우리도 그럴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에어컨이나 하나 장만 허지? 이 짓도 더워서 어디 해 먹겠나 말이야?’
‘아니 에어컨은 그렇다 치자…..욱욱….윽윽…..전기료는 뭐 하늘에서 뚝 떨어져도, 누가 대신 내 줄 사람이나 있남?’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윽윽…억억….한 여름, 실컷 박아줄 좇 있겠다, 보지 구녕 불 나겠다, 시원한 에어컨 만 있으믄, 여름 날, 후끈한 밤, 하나뚜 안 무서울 텐데…’
‘윽윽…..억억…..잘 하네, 뭘!…쎄게 하라면, 쎄게 박고, 깊이 하라면 깊이 박아주고…..뭘 더 바라겠니?......이러다 찬 바람 불겠지…윽윽..아! 보지 터져……아무리 더워도…..아휴…… 그 놈의 좇대가리는, 쉴 쭐도 몰라요, 내 참……윽윽…..윽윽…..철벅….철벅…..철푸덕….철부덕….장마 끝난 지가 언젠데, 이다지도 물은 질질 샌다니?’
‘그게 물이 아니고설랑, 내 땀이라 안 혀요? 마님! 이번 기회에 에어컨이나 한 대 놓으시지유? 으극…으극….아휴, 좇 터져…..싫으면 그만이지, 이렇게나 좇대가리 꼼짝도 못하게 쪼여대남?’
더워도 그 짓은 해야 했다. 동물은 아니었지만, 나나 아내나, 정욕을 누르기에는 날씨의 휘들어짐 보다는, 밤의 음란함이 두 사람을 더 부추겼고, 그 다음 날, 열나 퍼지는 한이 있더라도 좇질은 해야 했기에….
‘저 봐라…..저 봐라…아예 죽어가요, 죽어가!’
‘어이, 이 과장! 부장님, 오셨는데……’
‘’놔 둬…..저 벌겋게 충혈된 눈까리 봐라 말이야. 어쭈구리? 그 턱 밑에 깔고 자빠진 거, 뭬이야? 3/4분기 예상 실적 보고서 지? 내 안 봐도 김삼순이네…..아예, 침 발라 고사를 지내시지? 어제 밤에 뭐했대?’
‘저, 그게……, 너무 더워서 잠을 설치는 바람에…..’
‘오호, 그러셔? 잠만 설친 게 아닌 것 같은데? 일 못하는 것들이 꼭 저 지랄 떤다니깐? 더워서 기도 못 펴면, 집 팔아 에어컨을 사던가, 그래도 기운 없으면, 영양탕 이나 달고 살던가….내 참, 누군 그 짓 안 해봤나?’
하여간 째진 입이라고 주어 섬기기는….아니, 웃 대가리면 다야? 고참 부장 이었던 유부장이 기어이 지방으로 좌천을 당하고, 새로이 임명된 고부장이 비아냥대고 지나간 뒤로, 키득대는 직원들 보기 민망해서라도, 난 잠이라도 깰 심산으로 사무실을 나왔다. 옥상으로 올라가 매연에 휩싸인 공기일 망정, 담배나 실컷 피우자고 올라가 봤다.
‘꼭 일도 못하는 것들이, 담배는 안 빼먹고 빨러 나와요.’
으이그, 니기미…..하필 그 놈의 고부장….멀리도 안 가고 왜 또 여기서 마빡치기?
‘젊어서 그렇게 힘을 못쓰면, 자네 내 나이 되어서 어쩌려고 그러나? 다 젊을 때, 반짝하던 기운, 지나고 나면, 에어컨에 기대도 보고, 보양식에도 기대보고 그러는 거지….맨날 먹는 밥 세끼 갖고, 줄줄이 빠져 나가는 정력, 막을 수나 있대나?’
‘그럼 부장님께서는 뭐 특별히 자시는 것이락두?’
‘있지, 왜 없어? 자네, 왜 사람들이 영양 탕을 여름이면 먹는지 아나?’
‘그거야, 남들이 다 보양식 이라고 허니깐……’
‘영양 탕이라고 다 같은 영양 탕이 아니야. 자넨 그래서 문제야. 내 얘기 듣고, 어디 허접한 곳에 가서, 되도 않는 영양탕 한 사발 때리고, 나중에 나한테 한 소리 헐려고 그랬지? 그 놈의 영양 탕, 먹어도 비질 대는 건 마찬가진 뎁쇼, 그럴라고 말이야, 아닌가?’
‘아니, 뭐 꼭 그렇게 까지야…..’
‘우리 부부는 여름이 되면 달아 놓고 가는 곳이 있다네.’
‘아니, 사모님도 드세여?’
‘거럼….그 뿐인 줄 아나? 가면 남자, 여자, 따로 시켜야 효과가 있다니깐? 내 말 못 믿겠어? 그럼 오늘 점심, 내가 사지……따라올 텐가? 이거 일급 비밀인데, 어디서 도청하는 쌉쉐이들 이나 없나 몰라. 요즘은 개나 소나, 다 도청을 한다니깐?’
난 미친척하고 따라가 보기로 했다. 어차피 한 끼 때우는 거, 보양식이라는 말에 거두절미하고 따라 나선 것은, 이미 내 몸의 상태가 바닥을 기고 있으며, 진기가 고갈된 형상임을 스스로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캬! 이럴 때, 무협지에 나오는 삼 갑자의 공력을 빡씨게 높여주는 신단 같은 게 있으면 월매나 좋을꼬 싶었어도, 현실은 그저 깨갱 탕 밖에 없다는 현실이 가슴 아플 뿐이었다.
‘그리고, 절대로 대딸방 같은 데 가서, 년들이 디미는 드링크 같은 거 먹지 말게.’
‘아니 그걸 어떻게?’
‘그거 반짝 에다가, 오줌 디리 몇번 누고 나면 오히려 맹탕 되는 거 모르나? 뭐 무슨 귀한 보약 제라도 되는 것처럼, 어떤 쉐이들은 한 방울이라도 남길까, 병째 거꾸로 들고 쥐어 짜요, 쥐어 짜.’
회식 후에 동료들과 자주 가던 그 곳의 실상을 너무도 잘 아시는 그 속내. 부장의 권유를 삑사리 하나 없이, 고대로 믿고서 쇼당이락두 쳐 볼 밖에….
‘날씨 한번 오지게 덥네.’
냉방이 잘 된 사무실 밖을 나가기 무섭게, 등짝과 겨드랑이로 번져오는 땀방울….역시 여름은 여름 이었다. 고부장을 따라 나선 곳은 회사 건물이 위치한 길가 쪽에서 꽤나 떨어진 주택가 안쪽에 버티고 있었다. 꼬불꼬불한 골목을 어찌 그리도 잘 찾아 나서는지, 도대체 나 혼자라면 찾지도 못했을 뿐더러, 설사 찾았다손 치더라도, 돌아가는 길을 기억 못해, 열나 고생할 것 같은, 그런 미로의 연속 이었다.
‘아니, 이런 꼴구석은 어떻게 알아 내셨대여?’
‘목마른 놈이 샘 파고, 좇대가리 세운 놈, 먼저 쑤셔 박는다고, 다 궁하면 통하게 되어있는 법….나도 나 혼자 먹기 아까워, 몇 번을 토설을 헐까 하고, 입이 근지러워 디지는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꾹 참으면서 완전 버텼지 뭔가?’
‘아, 그러셨구낭…..근데, 사모님은 왜 같이 드세여?’
‘이 사람이 그렇게 얘기해도 알아 처먹질 못하니…..쯧쯧….이 곳의 영양탕은 다른 곳이랑 훨 다르다 이 말 아닌가, 내 말은! 자네 그런 얘기 들어봤나?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 개라는 말….’
‘네, 다 아는 소립지요.’
‘그게 어째서 그런지도 알고?’
‘그거야…..가장 많이 키우는 애완 동물 아닌감여?’
‘그게 아니라 예전부터 선조들이 해오던 습관 때문 아닌가?’
‘예? 습관이여?’
‘요즈음 평범한 영양탕 집에는 사료 멕인 강아지들 일색이야. 사료 멕인 강아지들이야, 소나 말이나 다를 바 없어. 그게 그거란 말이지. 육질이야 풍부할는지 몰라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비밀은 영판 다르다 이 말쌈이쥐.’
‘영판 다르다녀?’
‘개는 오래 전부터 인간의 근처에서 자라왔지. 그 중요한 요점은 바로 인간이 먹는 음식을 먹고 자라 왔다는 점이고….. 인간이 먹는 음식과 같은 음식을 좋아하든 말든 주다 보니, 그 몸 안에서 일어나는 호르몬이나, 생체활동이 거지반 인간의 그것과 비스무그리 하게 일어난다는 게야. 뭐 다 믿을 수야 없지만, 내가 이 나이 되도록 안 먹어본 영양탕이 없고, 보약도 뭐에 좋다 하면 발 끊지 않고 달고 먹었던 사람 아닌가 말이야. 그런데, 이 집은 달라. 고기의 양도 틀리고, 맛도 영 딴판이란 말이야. 개중에는 들깨 가루의 농도 때문이려니, 특수한 고추를 넣었느니, 향신료의 차이라느니, 말들이 많지만, 주인장의 말에 의하면, 자기 집에서는 절대 사료를 쓴 개를 사용하질 않는다는 것이지, 그리고, 이미 죽여서 냉동된 것은 절대 쓰질 않는다는 말이여. 알아?’
‘아니 그럼, 그 많은 손님들을 어떻게 다 맞습니까? 비축해 놓는 고기가 아닌 다음에야…’
‘그러니 전화 주문을 받는 거야. 밤에도 안 해요. 그 날 팔 수 있는 싱싱한 고기가 오는 분량에 맞추어 손님을 받고, 나머지는 오늘 괴기 다 떨어졌슴네 하면서 밀어 버린 다니깐? 여긴 예약 없이는 절대로 올 수 없는 곳이야, 알으?’
정말 듣고 보니 대단한 집이 분명해 보였다.
‘그게 다가 아니라니깐!’
‘그럼 또 무신 비밀이 있는가여?’
‘있다 뿐인가! 자네 영양탕 집에 가면, 첸?주는 막판의 비빔밥 알쥐?’
‘네. 그게 빠지면, 뒷 끝이 찝찝하져.’
‘그 때에 따라 나오는 게 뭔지 알지?’
‘네, 중앙청(개고기의 숫놈 거시기를 일컫는 은어)이요.’
‘여긴 그게 달라요.’
‘아니, 다르다녀? 그것도 무신 개그처럼, 그때 그때 다르나여?’
‘아예, 남자, 여자는 먹을 때 부텀, 자리가 틀려,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먹는 거야, 남자들 자리에는 중앙청이, 여자들 자리에는 홍합이 들어오는 거지.’
‘아니, 영양탕 집에 왠 해산물 타령?’
‘이 사람이 하나를 가르켜 주면 열을 까먹네 그려? 남자들 입에는 개 좇대가리랑, 개 뿡알찜이, 여자들 입에는 개보지 찜이 올라간다 이 말이야. 첨 들어봤지?’
‘네, 거 참 희한하네여.’
부장의 설명에 의하면, 이렇게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사람의 음식으로 키운 성기 이름 하야, 개좇 이랑, 개보지를 각각 서로의 성별대로 나누어 먹으면, 서로가 서로의 성별대로 정력과 음란함을 극대화 할 수 있게 된다는, 믿지 못할 얘기였던 것이다.
‘하여간 먹기나 해봐. 시식에 따른 감상문은 내가 내일 들음세. 허허. 나 오늘 마누라 허고 같이 왔어야 허는데…..’
‘그럼 그거 먹으면, 남자는 개좇 되고, 여자는 개보지 되나여?’
‘그건 그때, 그때, 다르다니깐? 왜 개보지 라고 부르는지 아나? 그건, 예전에도 그랬지만, 개좇은 삶아 먹기라도 했지만, 개보지는 내다 버리기 일 쑤 였거덩. 내다 버린 보지, 어떻하겠나? 이 사람, 저 사람 발에나 치이고, 내돌려질 수 밖에….그러니 개보지 라고 하는 거라네’
그 한옥집에 들어서니, 모두 방으로 되어 있었고, 그 규모로 보아 상당히 큰 양옥을 개조한 것이 분명했다. 부산하게 상들이 방으로 들이밀어지고 있었으며, 영양탕 집 특유의 알싸한 개껍질 냄새와 고소한 들깨 냄새가 등천하고 있었다.
‘자, 들어가자고.’
‘아니, 주인 허락도 없이, 마구잡이로 이렇게 들어가도 되여?’
‘이 사람이…내가 얘기 했잖아? 벌써 예약된 방, 이외에는 대접받기 어렵다구. 자, 봐. 내 이름이 떡 하니, 상 가운데 붙어 있잖아?’
부장의 말대로 방 안에는 두 사람 분의 식탁이 세팅 되어 있었고, 가운데에는 부장의 이름과 예약석이란 표시가 서투른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부장님, 뭘로 허시겄시유?’
주인 아주머니로 보이는 분이 따라 들어와 주문을 재촉했다.
‘맨날 먹던 걸루다가….’
하도 온 모냥이라, 더 주문을 길게 끌 필요도 없어 보였다. 아무리 괴기를 뭘 썼네 어쩌구 해도 깨갱탕이 어디 별다를 게 있겠느냐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공짜라는 데에 난 더 주안점을 두었다.
‘근데, 여긴 한 근에 얼마씩 한데여?’
‘이 사람이! 육질로 승부하는 곳이 아니라고 내가 몇 번을 얘기하남? 남자 얼마, 여자 얼마 이렇게 따진다니깐? 그리고, 이곳이 완투데이 장사하는 곳이 아니라서 주인 마님이 척보고, 알아서 괴기를 갖고 오니깐두루, 나갈 때 내는 돈은 지가 처먹은 만큼이니, 절대 태클 걸지 마셈, 알간?’
고기가 들어오고, 난 약간은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맛도 다른 집에 비해서 별다를 게 없었고, 향내도 그리 찐한 것 같질 않았기에 하는 말이었다. 당삼, 소주를 깠고, 대낮 이기는 해도, 나와 부장은 주거니 받거니, 괴기를 먹는 동안 한 병 이상을 들이켰다.
‘어때 죽이지?’
‘네, 그렇긴 한데….다른 집과 별로 다를 바,….’
‘다들 맨 처음에는 그렇게들 얘기허지. 자 마지막 코스가 지나고 나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보자구.’
주문을 받던 주인 아주머니께서 나중에 다시 들어 오셨다. 벌겋게 술이 올라 왠 땀을 빌빌 흘리고 있는 나를 보시더니만,
‘처음 오신 분인 거 거튼디, 부장님 뽄 쫌 뜨랑게여. 땀 한빵울 흘리시는 법도 없잖뉴? 다 그게 이 영양탕 덕이랑게. 어쭤, 비벼 드려여?’
‘거럼, 아니, 오늘은 막판 괴기가 왜 이다지도 늦어?’
‘기둘리셔유. 성질도 급하시지…’
밥에 김가루와 들깨가루, 매운 된장을 얹어 비비다 보니, 다된 식욕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들어오는 막판 괴기….그러나, 그건 정말 다른 집과 달랐다. 멀건 간장 같은 곳에 이미 쪄놓은 듯한 상태로 찰랑찰랑 양념장이 찬 상태로, 물 회처럼 접시에 담겨 들어 오는데,
‘아니, 부장님, 그럼 이게…..’
‘맛만 봐. 디져. 아주 죽여. 이따가 저녁도 되기 전에 집사람, 완전 뻑이 갈걸?’
‘그래요?’
정말 희한한 맛이었다. 그것은 바로 중앙청 괴기를 홍어처럼 쌉싸름하게, 삭힌 것이었다.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잡은 지 얼마 되질 않는다는 것을 이렇게 빠른 시간에 삭혔다는 것도 믿을 수 없었을 뿐더러, 그 맛의 깊이 라는 것이 상상을 불허했으니까. 정말 그 괴기를 먹다가 디질 것 같았던 것은, 뱃속에서 소화도 되기 전에, 볶음밥으로 입가심을 하기도 전에 벌써 좇대가리가 벌떡대고 지랄 발광을 떨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커, 이런 일이…..
‘와, 부장님, 정말 쥑이네요. 아예, 여름 한철 단골로 해야지, 이거야 원….’
‘내가 뭐래, 그러니, 이곳은 부부동반으로 와야 한다잖아? 여자들 홍합은 얼마나 더 쥑이는데….괴기는 중앙청의 반도 안되지만, 그 파워!……완전 디져.’
그 날, 이를 쑤시고 그 집을 나오면서 나는 꼼꼼하게 전화번호며, 예약방법, 골목의 상세지도까지 얻어간 종이에 그리면서 회사로 돌아왔다. 일이 문제가 아니었다. 언제 말랐는지, 땀방울은 온데간데 없고, 가만히 앉아서 일만 하는데도 좇대가리가 불끈거려, 얼굴을 들 수조차 없었다.
‘이 과장, 걸음 쫌 제대루 걷지? 낄낄낄….’
고부장이 퇴근하는 나에게 질른 비아냥 이었다. 지 눔이나 나나, 좇대가리 벌떡 서서, 응댕이 빼고 걷는 건 다름 없구만…..내 상사만 아니믄, 기냥 완타치 깜인데, 그러나, 소금 자신 양반이 물켠다고, 빈대도 낯짝이 있지, 얻어먹은 주제비에 얼굴에서 미소를 지울 수는 없었다.
‘근간에 웬수 갚겠슴다. 지둘리소서….’
난 맘이 급했다. 예전 같으면, 전철 안에 온통 다리를 까 제끼고 올라타는 어린 년들, 똥궁딩이라도 보일까 싶어, 뱁새눈에다, 눈까리가 양쪽으로 찢어져라 째려보던 것도, 이미 철 지난 꿍작짝 이었다.
‘딸까닥…’
난 초인종을 누를 사이도 없이, 열쇠로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어여, 와봐, 얼릉?’
한창 저녁 준비에 한창인 아내를 불러 세우면서, 난 현관 에서부터 바지를 벗어가고 있었다. 기어이 다 벗지도 못하면서, 앞으로 콰다당 쓰러지면서도, 이미 서 버릴 대로 서버린, 좇대나 뿌러지지 않도록 교묘한 낙법으로 굴렀음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은가? 눅눅한 양복 바지 벗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말이다.
‘아주, 생쑈를 해요, 생쑈를….누가 쫓아오니? 오입하다 어디 토끼려고? 여기 니네 집 맞니?’
아내는 좇대가리 벌떡 세운 채로 바지 벗느라 오만상 발광을 떨고 있는 나를 내려다 보며, 혀를 찼다. 그러나, 음흉한 눈빛으로 덜렁대는 좇대가리를 보고서, 아내의 그 비아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끓고 있는 찌게도, 렌지 안에서 덥히고 있던 생선도, 우리 두 사람의 불붙은 좇대와 보지를 막을 수 있는 생리적 욕구는 없었다. 난 앞치마를 훌렁 올리고, 입고 있던 팬티를 발꼬락으로 끄집어 내리고, 바로 뒤에서 박아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흑…..어흑….왜 그래? 못 먹을 껄 먹었남? 어그극…아효, 보지 째져! 너…너….그러다 보지 터진다?’
그래도 보지가 터지는 일은 없었다. 내 좇물이 터졌으면 터졌지….
‘이 날씨에 요렇게 잘하는 놈쇄이 있음, 나와 보라구해. 으X, 으X, 으XX!’
이건 무신 응원 단장도 아니고설랑…..아내는 씽크대를 붙들고, 손톱이 부러져라 바닥을 붙들고, 긁고, 뚜드리고, 아예 죽어간다, 죽어가!
‘에어컨 타령도 없이, 어떻게 이렇게나 잘한대? 윽윽윽윽….보지 끝이 뚫리는 것 같애…..너 좇대가리에 뭐 씌웠니? 윽….윽…윽…윽….’
‘쾌지나 칭칭 나네……얼쑤….잘 들어간다….아효, 들어가기 무섭게 밀어내는 저 씹살은 누구네 벌렁보진감? 윽윽윽윽윽……..이제 더위 걱정은 끝, 행복 시작 이란 말 아니니? 한 살이락두 젊을 때, 실컷 박아야지, 놀려두면 곰팡이나 피지, 안 그렇수? 우리 이쁜 마나님?’
‘아주, 지랄이 났어요…..아그그그…그러다, 그러다….., 막힌 씹구녕, 증말 양쪽으로 뚫리는 수 있다, 너?’
난 그래도 상관 없었다. 양쪽으로 뚫리면 좇 박는 동안, 얼마나 시원할까 라는 생각만 들었을 뿐…..난 그 날 밤, 아니 새벽이 되도록, 하늘이 노랗게 될 때까지, 아내가 더 이상은 안돼 라며, 가랑이를 오무리지도 못하고, 내 등을 철썩 대며, 손바닥으로 후려칠 때까지, 세우고, 또 세우고, 박고, 또 박고, 싸고, 또 싸고……암튼 아내의 단어에 의하면 미친 듯이 섹스를 했다.
‘후! 미쳤어…미쳤어…이젠 잠도 까먹고 박아대니, 나 원…..너 그러다, 일찍 디진다! 몰라서 그렇지…… 약 먹었니? 어제? 저 봐라…저 봐라…..아예 쌍으로 코피까정 쏟아요.’
벌써 나와 아내는 이틀에 걸쳐 밤을 벗삼아, 새벽을 연인 삼아, 연짱 색을 쓴 걸 그제야 알았다. 그러니, 쌍코피가 터질 밖에….그러나, 나는 가슴속이 뿌듯했다. 난 누워서 양쪽 콧구녕을 휴지로 틀어막은 채, 담배를 피워 물고, 벌써 어제의 일이 되어버린 깨갱탕의 전설을 얘기해 주었다.
‘어머, 어머 그런 곳이 다 있대? 오늘 점심에 우리 같이 가자. 회사 주변이면, 나도 왠만한 곳은 짜 한데…그런 곳이 어디 있었대?’
나는 새로 부임한 부장이 발굴해 낸 곳이라고 얘기해 주고, 점심에 나올 것 같으면, 부장과 같이 갈 테니 그리 알고 있으라고 당부했다. 그 깨갱탕 덕분인지, 날밤을 깠는데도 난 기운이 넘치고 있었다.
‘어때? 내 말이…..’
‘캬 어제, 죽였죠. 어제 잠 한 숨 안 잤는데, 이거 흰자위 시퍼런 거 보이시죠? 와, 증말 끝내주는 파리(파티…영어는 좇도 못하는 거이…..헐) 였습니다.’
‘그럼 오늘 한 턱 쏠라나?’
아효, 노랭이 자슥….내 쏜다, 쏴! 난 점심 시간 훨씬 전부터 예약을 해놓았고, 일을 하다 말고, 그 꼬불한 골목길의 약도를 몇 번이고 머릿속에 암기해 집어 넣었다. 아니나 다를까, 점심 시간도 되기 전에 울리는 핸폰. 으이그, 여편네 하고는…..
‘알았쓰, 부장님이랑 내려갈게.’
부장은 그래도 초면에 인사라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의를 껴 입고 단추까정 잠갔다.
‘어, 초면에 이렇게 인사 드려도 될는지…..고상한 부장입니다.’
‘어머, 안뇽하세여? 부장님이라고 이 이가 그랬는데, 이렇게 젊으신 분인지 미처 몰랐네여. 능력 없는 사람은 만년 과장도 오감타 하고 사는데, 사모님께서는 얼마나 좋아하실까?’
‘허, 이거 뭐 별로….그래도 이 과장만한 사람 드뭅니다. 내년에는 차장 진급 영순위 인거는 알고 계시죠?’
‘정말이여? 다 신경 써 주셔서 그렇져.’
‘부장님, 가시져, 오늘은 제가 쏩니다.’
그 집으로 가는 도중, 어찌 그렇게 결혼한 티를 가리려고, 저렇게 오바 하는 차림으로 왔는지, 속이 끓고도 있었고, 어제, 해도 너무 해서 그런지, 걸음을 걸어도 절대 붙지 않는 가랭이로 인해, 연거푸 속이 상하고 있었다. 원래는 자리를 따로 앉지만, 일행이라는 예약 때문인지, 방안에는 불 판이 두 개나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허허… 이 사람, 어제 내가 샀다고, 고물 떨어지기 무섭게시리, 오늘 당장 쏘남?’
‘지둘릴 수가 있어야지요. 집사람도 궁금해 해서리…..’
‘허긴, 어여 들지…..자, 드시져.’
꼭 지가 사는 것처럼 거드름은…..그래도 먹는 것 앞에서 상 찌푸릴 수는 없었다. 아내나 나나 부장, 세 사람은 어제처럼 대낮 인대도 불구하고 소주를 두 병 이상 까고 있었다. 마지막 볶음밥의 휘날레를 위해, 아주마이가 또 다시 들어오고…..밥이 볶아지는 동안, 어제처럼 나와 부장의 앞에는 중앙청이 나왔고, 아내에게는 손가락 두 마디도 안 되는 홍합이 나오고 있었다.
‘따르릉!’
‘네, 능력 있는 과장, 이과장 핸폰 인데여? 예?...예……어이그….쫌 잘 허지…..예…예….예….곧 가죠, 할 수 있나여, 우리 팀의 사정 반이랑 함께 가서, 사정이 어찌 되었나 살펴야져…..네……네.’
‘뭔 일이야?’
‘지난 주에 홈쇼핑 방송을 위해 샘플로 제공 되었던 제품 중에, 방송 하려고 그 쪽 창고에서 녹화 장소로 옮기다가 일부가 파손 되었다는데, 아무래도 빨리 스튜디오로 가서 확인을 해야 될 것 같아서요.’
‘어쩌다가?…..’
‘우리 회사 제품이야 워낙 튼튼하게 만들다 보니, 다른 회사 것들에 비해서 무게가 꽤 나가거덩여. 자기야!, 내가 미리 돈 내고 갈 테니, 부장님 잘 뫼시고, 식사한 후에 집에 들어가. 바래다 줘야 허는데….부장님, 식사 마저 허시져. 저는 그럼 중앙청만 낼름 먹고…..’
그래도 엑기스를 빼먹을 수야 있나 말이다. 난 일어서면서도 그 놈의 중앙청 괴기를 입 안으로 쑤셔 넣느라, 셔츠에 그 간장 국물 같은 것이 묻는 것도 무시해 버렸다. 날씨는 정말 일만큼이나 짜증나는 사태를 연출하고 있었다. 기능을 시험하기도 전에, 카메라에 잡힐 옆 부분을 와장창 깨먹은 것이 나를 한참이나 열 받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랴? 나는 회사에서 끌고 간 사정 팀에게 손상 부분에 대한 사정을 부탁했고, 사정 결과를 본사로 보내고, 녹화 전에 가까스로 다른 샘플로 교체를 할 수 있었다. 어떻게 시간이 흘러 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갔고, 난 녹화가 끝나는 것을 보고서야 샘플을 회수해서 인도증과 함께, 본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썰렁한 사무실……벌써 사람들은 퇴근하고 자리에 없었다. 난 대강 책상을 정리하고, 회사를 나왔다. 한낮의 폭염은 열대야를 부르고 있었고, 오늘도 예상되는 찌는 듯한 찜통 속의 섹스가 죽기보다 끔찍하게 다가왔지만, 끝내 벌떡대는 좇대가리는 역시 눈까리가 없었다. 후줄근한 몸으로, 양복 상의를 등에 걸머지고, 현관에 도착하고, 나는 겨우 팔을 들어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자기야? 왜 이렇게 늦었어? 밥은?’
‘아직!...근데…..’
‘짜잔! 어때? 시원하지?’
‘와, 죽인다…..엄청 시원하넹…….’
‘역시 자기네 회사 제품이 비싸서 그렇지, 성능 하나만은 끝내준다고, 그거 알아?’
‘돈은 어디서?’
‘내가 그랬지? 자기가 사원 할인가로 사면 싸다고…..그 보다 더 싼 방법 있다고 내가 그렇게 얘기해도 안 된다고만 하더니, 안 되긴 뭐가 안돼. 그 깨갱탕 값이나 더 날렸지, 별 수 있어?’
‘그럼, 너 또?’
‘거럼, 지방으로 좌천된 유부장이야, 회사 근처 모텔까지 날 끌어들이고, 사원들 눈에 띄는 바람에 좇 됐지만, 이번엔 아니라구. 그 방 안에서 고부장 하나, 고상하게 쥑이기, 눈 깜짝 이지 뭘. 아니, 물먹은 유부장 덕에 김치냉장고며, 공기청정기, 최고급 정수기랑, 있는 거, 없는 거, 할 것 없이, 몽조리 공짜로 들고 왔던 거 기억 않나? 사원 할인가? 웃기는 짬뽕 이라구 그래! 이젠 사원들에게 보너스로 엥기지도 않지만, 나처럼 공짜로 살 수 있는 년 있으면, 나와 보라구 해!. 하긴 고부장이야 새로 왔으니, 알 리가 없쥐. 오늘 당장에 배달에다 설치까정 시켰쥐. 아마 이 에어컨 값 까나 갈려면, 꽤나 힘들 것이다. 암튼, 어여 씻어, 밥 차려 줄께.’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그 집 음식 맛 죽이지?’
‘으이그, 내가 앓느니 디지지….그거, 인터넷에 짜하게 소문난 집이야. 그 놈의 중앙청, 쌉싸름한 맛을, 뭐 중앙청 식혜 라구? 예끼 여보슈. 그거 간장에 비아그라 갈아 넣고, 싸구려 고기 삶아다가, 적셔서 주는 거 몰랐어? 그걸 뭐 대단한 발견이나 한 것처럼…..내가 그 놈의 부장 쇄끼, 좇대가리만 튼실했으믄, 가만 있을라구 했는데, 닝기리 아효! 고놈의 자라좇…..그걸 갖고 내 씹구녕에 끼우지도 못하고, 입구에서 깔짝대는 꼴이라니….내 그 꼬라지 미워서, 싸고난 후에, 덜컥 에어컨 내놓으라고 했지, 뭐. 금방 꽈당 하드만……유부장은 그래도 몇 번 공짜로 쑤시게 해주고, 걸려들더니, 이름처럼 고상하게 첫 빵에 피박 되대. 하여튼 허는 짓거리 하고는….다신 그 집 가지마. 무슨 고길 주는지 어떻게 알아?’
난 아내의 말대로 등짝 시원하게 에어컨 바람 빵빵 틀어대면서, 밤이 새도록 좇질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래도 약발이 오늘까지는 그런대로…... 하여간 이번 복날은 이렇게 가는 갑다. 아!!!!!!!! 나, 좇 터져 뒤진다……..집 사람 개보지 땜시롱……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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