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수필집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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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수필집-그녀의 수필집-
*0702 기억하고 있을까?*
난 그 사람을 떠나 보내면서 글을 쓰기로 했다. 아니, 떠나 보낸 것이 아니라, 그는 일방적으로 떠났다. 어차피 우리 사이에 있어서 인사도, 형식도 무의미 하다는 것은 서로가 알고 있기에 별로 서운하지만은 않다. 난 남편과 결혼 하면서, 하루하루 내 자신이 대견하고 이뻐서 죽을 맛이었다. 남편 몰래 나만의 생활을 꾸려 나간다는 그 은밀함…..남편은 나에게 생활의 여유를, 카드의 기쁨을, 풍족함의 도도함을 선물 했고, 난 그에게 애교와 허울만 번지르르한 아내의 껍질, 그리고, 씹다 버린 껌 같은 섹스의 앙금을, 남은 김치찌개 끓이듯이, 데워 주면 그만 이었으니까. 남편은 그런 나를 자랑스러워 했다. 남편의 앞에서 가증스럽게도 가면을 쓴 내 자신이, 본연의 모습인양, 연기를 해 내고 나면, 연기자의 그 특수성도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까이꺼……난 오르가즘의 굴곡도 멋지게 연출한다. 남편은 내가 꺼뻑 넘어가는 듯한 그 신음 소리를 몹시도 사랑한다. 난 언제나 수줍은 듯이 섹스에 임하면서도, 하나씩 귤 껍질을 벗겨 가듯이, 남편에게 섹스를 배워 간다는 자세로 나를 열어간다. 남편은 자신에 의해 조종 되고, 자신의 소유물인 동시에, 자신의 물건에 맛이 가 버리는 나란 여자를 무척 단순한 세포라고 믿는 모양 이다. 남편은 나의 의도에 보조를 맞추어 주듯이, 자신이 일을 하고 있는 남은 시간에, 나 스스로를 가꾸라는 말을 잊질 않는다. 누가 물어보면 그랬다. 난 나 스스로를 위해서 섹스를 할 뿐이지, 누굴 위해서 다리를 벌리진 않는다고…..난 세상의 여자들이 나 같지 않음을 안다. 난 세상의 시각으로 보면, 바람난 년이고, 남편을 기만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이란 없는 섹스에 미친 년으로 보일 것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돌팔매를 받을 만큼은 아니라고 본다. 난 그를 만난 처음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채팅이 불을 뿜던 그 당시, 난 아뒤를 남자로 가장하고서, 채팅 방에 조인했었다. 난 그 안에서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었다. 여자라고 여겨지는 아뒤와 말솜씨를 알아채기만 하면, 대번에 방이 개설되고, 그 안에 모여든 불나방 같은 남자들은 집요한 솜씨로 채팅에 응한 여자들을 좇대가리가 없으면 못살 것 같은 완벽한 개벌창으로 만들어 놓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나도 남자인양 가장하고, 상대편을 까발리는 언사를 툭툭 던지면서, 나는 묘한 감동에 젖고 있었다. 내가 여자 이면서도 같은 여자를 언어의 폭력으로 무너뜨리는 그 쾌감…..그러나, 나는 그런 까발려짐을 오히려 즐기면서, 그들 앞에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자신의 치부를 기꺼워하는 부류들이 있음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그녀들은 나보다 어리지도, 그렇다고 연식이 오래된 것 같지도 않았지만, 섹스를 보는 관점은 지극히 나를 놀라게 했다. 맨 처음 그녀들의 행태를 보면서 창녀가 따로 없다는 조소를 금할 수 없었다. 만일 내가 여자 임을 밝힌다고 할지라도 난 저 정도 까진, 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걸, 난 너무도 창피스럽게 고백하고 싶다. 아무리 섹스에 목말라 있다고 할지라도, 저렇게까지는…..하면서 붉어진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황급히 컴을 껐던 적이 많았던 그 당시. 그러나, 채팅의 유혹은 혹독하리만큼 집요했다. 난 서서히 그들 사이에서 돌고 도는 언어의 무자비함과 중독성에 감염되어 갔고, 난 급기야, 그를 한 채팅방 에서 조우하게 되었다. 난 그 당시에도, 갈갈이 노출되고 있는 한 미시에게 걸죽한 언어의 포성을 열고 있었다.
##우리 다른 방으로 갈까?##
그에게서 쪽지가 날라왔다. 난 그 당시, 그가 혹시나 남자를 여자보다 더 좋아하는 이른바, 이반이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기도 했었다. 난 기다렸다. 그에게서 방을 개설했다는 쪽지와 함께, 초대가 이루어졌다.
&&뭔 좋은 일이나 있남? 흐흐&&
난 그 당시, 말끝에 그 느물거리는 웃음을 흘리면서 남성의 존재를 부각시키던 때였다. 별다른 표현도 없이 그 웃음소리를 흘리면 대개의 채팅족들은 나를 남자로 인식했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쥐…..댁은 역시나 여자분?##
난 대답을 해야 되는 타이밍을 놓치고 있었다. 번개같이 대답을 해도 모자랄 판에 나는 뜸을 들이고 있음으로 해서 그가 의도하는 양떼몰이에 휘감겨 들고 있는 것을 몰랐다.
&&대단한 상상력이네….어디로 봐서 그렇게 보일까?&&
##그렇게 묻는 것이 여자임을 말해 주지, 항상 자신을 가리기 위해,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믿는 알량한 초보지식…..##
그는 내 말이 맞지? 라든가 어떤 추궁도 해대질 않았다. 난 꼼짝없이 그의 유도 심문에 걸려 들었다.
&&내가 여자라는 이유 세가지만 대봐. 못 대면 너 뒤진다! 껄껄껄&&
##첫째, 남자라면, 특히 이반이 아니라면, 나의 초대에 응할 리 없다는 것,
둘째는,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
셋째는, 만일 남자라면, 당신 같은 질문을 하지도 않고, 신경 끄 하면서 나가버리는 것이 기본 일텐데….##
난 손 끝이 떨려오고 있었다. 내가 여자라는 것을 알 리가 없을 텐데…..그 상황에서 올바른 나의 방어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그 방을 나오든가, 컴을 꺼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건 지금 와서 생각하니, 나의 지독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채팅족 사이에는 마치 교본처럼, 첫 채팅에서 상대를 호리는 법에 대해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난 모르고 있었다. 그들의 가장 큰 특징 중에서 궁극적인 섹스를 목적으로 하는 부류들은 나처럼 상스런 단어를 남발하면서 상대를 까발리는 일에는 일찌감치 손을 떼고 있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미끼처럼 쪽글을 날리면서 방을 따로 잡아, 하는 일이라고는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들이 이런 바닥에 몸을 들이 댄 불나방들의 심리를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게다. 초보들의 보루라고 한다면, 내가 신분을 밝히지 않은 다음에야, 네가 무슨 수로 나를 농락할 수 있으리요 하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종국에 가서는 나 스스로 자신을 노출 시키면서 어디 한번 끝까지 가보자고, 우격다짐을 하는 쪽은 언제나 여자 쪽 이었다. 난 그 사람의 접근이 나를 갖고 놀아보자는 심산이 아니겠느냐는 쪽으로 흘렀고, 어디 이런 인터넷의 허울 속에서 한번 진저리 나게 놀아 볼까나 라는 심리도 저편에 깔려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번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맞받아 치기 위해, 나는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사람의 귀가 두 개요, 입이 한 개라는 의미는 들어주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하늘의 이치인데, 어디 한번 당신의 넋두리나 들어 보죠.##
난 그 사람의 넋두리라는 단어에 질려 버리도록 빠져 들고야 만다. 없는 짓거리라도 만들어 읊어주고 싶은 그 단어…..난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음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남편이 출장을 간 그 날 밤, 나는 먼동이 트기까지 꼬박 7시간이 넘도록 내 얘기를 주절댔으니까. 아침이 되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은 내 이야기를 하면서 젖어 드는 내 팬티의 눅진거림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 때문 이었다. 난 팬티를 벗어서 아무 곳에나 던져 놓은 채, 벌거벗고 잠에 빠졌다. 내 손끝이 화끈거린다는 것을 처음 느끼던 그 새벽, 난 그와의 몽환적인 섹스를 처음 꿈속에서 나눴다. 그는 그걸 알까?
*0704 데칼코마니*
난 그와의 이중생활을 무척 즐겼다. 난 채팅을 약속하는 단계로 접어들었고, 누가 누구를 초대하는 법도 없이, 언제나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그는 나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난 남편이 잠들면, 밀린 빨래와 셔츠를 다린다는 이유에다, 끊지 못하는 드라마의 재미를 이유로 대가며, 그와의 채팅에 빠져 들어갔다.
&&뭐해?&&
##뭐하긴 이렇게 기둘리고 있지.##
&&방금 한 껀 하고 왔지, 뭐. 씻긴 했는데, 아직도 뭐가 질질 나와.&&
##너 루프 하니?##
&&응, 어떻게 알았어?&&
##한번도 섹스를 거르는 적도 없고, 하고 나면 질질 샌다는 거, 루프나 피임약 아니면 힘들거든. 그렇다고 니 성격에 약 먹을 거 같진 않고…..##
난 그의 나이를 만나기 전까지 정확히 짐작하질 못했다. 만나고 나서도 얼마가 지나고 나서야, 내가 그 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나는 그와의 대화가 깊어질수록 그것을 은폐하려는 것처럼, 남편과의 섹스에 더 세심한 정성을 쏟았다. 그러다 보니, 남편과의 섹스가 이제는 일취월장의 단계를 넘어가고 있었고, 남편도 그런 나의 변화에 대해 즐겨 하는 감을 감추질 못했다.
##오늘은 어떤 자세로 했니?##
난 그의 질문에 서너 곱절은 되도록 답변을 해댔다. 그게 자랑스러웠고, 그에게 나의 마음을 연다는 것이 그렇게 흔쾌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두 달이 다 되어 가도록, 번섹 이니 어쩌구 하는 지분거림도 없었을 뿐더러, 일상적인 소소함으로 나의 주위에 살포시 내려 앉은 그의 존재란 것이 그렇게 살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륜이라는 선을 강요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그때까지 덮어 쓰고 있던 인터넷의 허울과 가면 속에 고치 속의 유충처럼 편안한 감으로 그를 온라인 상에서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이유중의 하나였다. 그는 나를 향한 대화 속에서 그의 순수함을 부지불식간에 심어 놓고 있다는 것을 그 당시엔 몰랐다. 그 순수함에서 비롯된 안정감이 그에 대한 신뢰를 불러왔고, 이런 사람 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울컥 치밀 때까지 그의 그런 작업은 계속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작업이라고 굳이 내세우는 이유는 나 말고도 그는 만나고 있는 여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손을 뻗치지도 않으면서 남과의 관계를 교과서 읽듯이 거침없이 까발리는 그의 모습에서 왜 나는 안돼? 라고 묻고 싶은 것을 내내 참아오고 있었다는 것을 그는 벌써부터 눈치 챘을 것이기 때문 이었다. 난 그를 알고부터 거울 앞에 내 나체를 자주 비추어 보는 버릇이 생겨 있었다. 어느 때는 벌거벗고, 흡사 남편이 뒤에서 나를 덮치는 자세를 하고선, 고개를 돌려 거울을 바라다 보면서, 나 스스로의 만족감에 싸여, 이만하면 그도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상상에 빠지기도 했으니까. 난 나 스스로 변화되어 가면서, 퇴폐적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혐오스러우면서도, 그와의 대화에 있어서 만큼은 그런 퇴폐적인 나의 변화를 자랑스럽게 내세우기 시작했다.
##너 자위 하니? 들어 보니 그런 거 같아.##
&&응, 그것도 아주 많이, 아주 자주….&&
난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방을 나가 버렸다. 난 당황했다. 어떻게 된 거지? 나의 태도가 너무 앞질러 갔나? 아니면, 나의 저질스런 대화에 신물이 났나? 난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날밤, 남편의 좇을 빨다가 남편이 말리는 소리도 듣질 못하고 울컥대며 터져 나오는 좇물을 꿀꺽꿀꺽 삼키면서도 나는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없었다. 남편은 어떻게 좇물까지 먹을 생각을 했느냐면서 나의 등을 뚜드리기 까지 했지만,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음은 물론 이다. 며칠 동안 그의 모습을 온라인 상으로 찾을 수 없어 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 멜을 수도 없이 보내고, 쪽글을 연달아 날렸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일주일이 넘도록 소식이 없었다. 난 그에게 버림 받았다는 생각에 남편과의 섹스에서 나 자신에 대한 분풀이를 하고 말았다. 그에게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 라는 욕구의 자세는 몽조리 주어 섬기면서 매달린 남편과의 섹스…..난 그 날, 항문이 찢어지는 쓰라림 속에서 나와 섹스를 하는 사람이 남편이 아닌 외간 남자라는 상상을 처음으로 했다. 나의 남편은 그 라고 여겼고, 지금 나와 이렇게 섹스를 하는 남자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나만의 설정……나는 그에게 바쳐져야 할 몸뚱아리가 뭇 남자에게 짓밟혀져 산산히 부서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나를 절정으로 몰고 가는 희한한 경험 속에서 말이다. 난 그를 기다리다 못해 이렇게 창녀처럼 보지를 흔들어 대고, 항문이 째져가면서까지, 미쳐 날뛰는 개벌창난 년이 되어 간다는 자조적인 후회는, 도리어 나를 날카로운 오르가즘의 첨두에 세워 놓았다.
&&지금 어디 있어? 나한테 뭐 화난 거 있니? 그런 거니?&&
난 기다리다 미쳐 돌아가실 것 같다는 말을 아꼈다. 아니, 하고 싶었지만, 그 당시 나는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워 그 말만은 참았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그의 침묵이 점점 무서워지고 있기도 했고, 다시 돌아올 거야 라는 나대로의 위안으로 스스로를 옭아매던 그 즈음, 그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에게 쪽 글을 남겼다.
##여행 갔었어. 내가 전에 얘기 했었지? 대단한 누님께서 계시다고 말이야.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정말 원 없이 섹스 했네. 미안!##
난 그 글의 미안이라는 마지막에서 왈칵 눈물이 솟아 버렸다. 그가 어떤 행위를 치렀는지 뻔히 알면서도 몇 글자 되지도 않는, 덩그러니 남겨진 쪽 글의 마지막에 이렇게 감동하다니…..난 그를 한시도 잠재울 틈 없이 그의 싱그러운 육체에 매달렸을 그 누나라는 사람이 미워 죽을 지경이었다. 그것은 질투였다. 그가 나를 소유해 주었으면, 지글대는 섹스의 구렁텅이로 나를 제발 처박아 주었으면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질투임이 분명했다. 그는 여전히 차가웠고, 이성적이었으며, 나에게 손을 뻗치는 법 없이, 자신의 얘기를 늘어 놓는 것에 한치도 주저함이 없었다. 나의 인내가 점점 한계에 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다만, 그 당시 나는 그것을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고, 외면하고 있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나의 대화는 점차로 그를 그리워하고, 그 손길을 안타까워 하는 쪽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자기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궁금해. 안경 썼니?&&
##공부로 이쯤까지 오려면 안경 썼지, 맨 얼굴 일 까봐? 길거리에서 그냥 지나쳐도 나 못 알아 볼걸? 워낙 평범하게 생겨서….자긴 좀 튀게 생겼을 거야. 가슴은 그런대로 적당한 크기일 꺼구. 허리선이 죽여 줄꺼 같아. 자기. 탱크 탑이나 나시 많이 입고 다니지? 배꼽 다 나오게 말이야, 아니야? 틀려? 그리구, 팬티 라인 보일까 봐, 외출용은 언제나 T팬티만 입을 꺼 같구….뭐 대충 내 생각은 그래. 맞을 거야.##
어느 부분은 맞고, 어느 부분은 틀렸지만, 나는 어쩜 그렇게 족집게처럼 잘 맞추느냐고 비아냥댔다. 난 그가 이제서야 머릿속으로 나에 대한 상상을 시작했다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난 나에 대해서 하나씩 그의 마음 속에 나를 옮겨놓는 작업을 시작했다. 마치 벽을 사이에 두고서 이루어지는 밀거래처럼 말이다. 그러나, 나는 정확성을 중요시 한다. 난 그 당시, 채팅이라는 벽을 사이에 두고 있을지언정, 데칼코마니 같은 동일한 영상이 그의 뇌리에서 음란하게 헤엄치기를 바라고 있었다. 마치 벽이 없는 것처럼……
*0706 엇박자의 미뉴엣*
그의 외유는 시도 때도 없이 일어 났다. 짧게는 이틀, 길게는 5일….그의 외유에는 언제나 여자가 따라 다니고 있었고, 나는 그로 인해 나 자신을 그에게 기어이 바쳐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는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인간을 제물로 바쳐야만 멸망의 시기를 늦춘다는 미개한 생각을 깨우쳐 준, 케찰코아틀 이자, 비라코차 였지만, 그를 향한 나의 추종 의지는 그 선을 기어이 넘고 싶어 안달을 떨고 있었다. 그의 쌀쌀 맞음은 나를 오히려 부추켜 세웠고, 나로 하여금 가까운 미래에 그와 있을 수도 있는 섹스의 한계에 선을 슬며시 지우게 하는 도화선이 되고 있었다. 난 기어이 묻지 말아야 할 질문을 하고 만다.
&&우리……….. 만날까?&&
그는 대답 대신 우리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 될 장소와 시간만을 남기고, 밑도 끝도 없이 방에서 나가 버렸다. 정확히 이틀이 남았던 그 때, 난 시간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난 그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생각과 아울러 남편에게 그 흥분과 설레임을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조심스러움이 함께 하고 있었다. 난 그와 만나기로 한 전 날, 남편에게 정성껏 봉사했다. 그것은 나의 일탈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였고, 도덕이었다. 남편은 나의 봉사에 끝없이 감사하면서 잠이 들었고, 나는 밤 사이 질질 흘러 내리는 좇물을 항문과 보지 사이에서 느껴야 했다. 그러나, 그건 느낌이 없는 세레나데 였다. 난 남편의 좇을 빨면서도 내일은, 내일은 그의 좇을 빨 수 있을 거야. 이 입 안에 남편의 것이 아닌, 내가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그의 싱싱한 좇대를, 그 끈끈한 좇물을 목이 막히도록 삼킬 수 있을 거야……난 미쳐 있었다. 하루 이틀이 아닌 가상의 섹스 속에서 나는 그와의 만남을 스스로 꾸며가며, 머릿속을 단련해 가고 있었고, 그 날만이 내 세상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난 거울 앞에 서서 적어도 열 번은 넘게 옷을 바꿔 입었지 싶다. 윗도리가 맘에 들면, 다리가 너무 튀어 보이고, 다리가 적당선을 유지 하는가 싶으면 허리 라인이 가려져, 속이 상했다. 가슴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지만, 어차피 나의 유선을 사진 보듯이 알고 있는 그에게, 이스트가 듬뿍 들어간 빵을 선물하고 싶진 않았다. 그저 하늘거리는 실크 블라우스 안에서 고개를 얌전히 숙이고 있는 듯한 내 유두가 진정한 나의 모습이라고 대변하고 싶었다. 나는 스커트를 입으려다가 바지로 바꿔 입었다. 그것도 앞섶이 단추로 된…..지퍼는 매력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가 그 여린 손마디로 나의 바지 단추를 무릎을 꿇은 채, 하나 하나 풀러 가면서 느낄 수 있게 될 흥분에 나는 몸을 떨었다. 그 안에는 내가 그토록 바치고 싶었던 나의 비경이 숨쉬고 있을 것이고, 시냇물은 이미 강이 되어 있을, 나의 번들거리는 씹물이 자리하고 있을 그 순간의 아스라함…….나는 옷을 입으면서 까지, 그와 이루어질 상상으로 인해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난 일부러 높은 굽을 골랐다. 땅거죽이 뚫어질 것 같은 총알굽……난 역으로 말해서, 그의 좇대가리에 온 몸이 꿰뚫리고 싶은, 바람난 년이었다. 또각거리는 굽의 소리를 들으며, 난 선글라스를 머리에 올려 썼다. 굳이 내 얼굴을 가리고 싶은 맘이 없었다. 난 당당해 지고 싶었다. 그에게 짓밟힐 것이 뻔한대도 난 그 사실을 뻔뻔스럽게 외치고 싶었다. 그는 오늘 나를 처참하게 쑤실 거야. 나에게 온갖 더러운, 추잡한 행위를 요구하겠지? 내가 만나자고 했으니, 내 목을 내 스스로 내 놓은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어? 난 나의 의도를 합리화 시키기에 안간힘을 썼다. 남편에게도 모자람이 없이 마무리를 했으며, 누구에게도 손가락질 받을 행동을 해 본적이 없었기에, 그 날의 일탈이 나에게는 어지간히 커다란 부담이 되었던 가 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나의 가장 큰 부담은, 그의 눈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이었다. 그는 나를 섹스의 무료함에서 구원해 줄 십자군 이었으며, 나를 음탕하게 만들어 줄 용암이라는 확신이 앞섰기에…..난 그 카페 앞에서 공중으로 동전을 튕겨 올렸다. 그 동전을 잡아 채서 손등에 얹고서 외쳤다.
‘앞면!’
항상 사람들이 자신의 손으로 공중으로 던진 동전의 85 퍼센트가 자신이 원하는 면이 위로 놓여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까? 나는 굳이 면을 마음속으로 정하지 않았다. 내 손등 위에 놓여진 동전이 바로 앞면을 향하고 있을 거라는 조작된 운명론. 난 그 날의 재수 보다는 그 동전을 손에서 놓치지 않는 것에 더 점수를 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와의 섹스가 어떤 면을 향하게 될는지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르고, 어차피 동전은 튕겨져 새로운 결정을 기다릴 테니까 말이다. 그는 나에게 있어서 어떤 면을 향하더라도 비추고 있어야 할 대상 이었고, 나는 거울이 되어야 했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카페로 들어갔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네…..’
‘너무 시끄러운 거 아냐?’
나와 그와의 첫 인사. 우리는 헤어질 때도, 만날 때에도 요식 행위가 없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항상 만나왔던 것 같은 느낌으로…..난 나이 먹은 티를 내고 있었다. 남편은 오늘 집에 없다. 그것도 외국으로 출장을 간 절호의 찬스…..시차가 바뀔 것이고, 전화 한 두통쯤 받질 않는다고 의심 살 리도 없는 그런 저녁 이었다.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애들이 여기 저기서 서로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그러는 것처럼 몸이 아예 꽈배기처럼 배배 틀어져 있었다. 누구도 신경 쓰는 사람 없었고, 그런 그들의 몸짓과 스스럼 없는 어우러짐이 자신들의 젊음을 가식 없이 정당화 시키는 것 같았다.
‘밥 먹었니?’
‘아니, 아침부터 내내 커피 한잔….’
그건 사실 이었다. 그를 위한 준비로 인해 나는 식욕마저도 잃고 있었다. 그가 손을 들었다. 누군가 다가오고, 그는 무언가를 시키고, 곧 이어 준비된 듯한 샌드위치가 날라져 왔다.
‘먹어. 난 일찌감치 해치웠지. 여기 그래도 꽤 먹을만 해.’
난 대답 대신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그제서야 처음으로 그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그는 절대 평범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의 하얀 린넨 남방은 약간 축축 쳐지는 듯한 분위기가 고즈넉했고, 목에 둘러진 가는 실 목걸이는 그의 목을 베고 말 것 같았다. 두 번을 감아 올린 소매가 걸쳐져 있는 그의 손목은 가는 것 같았으면서도 어깨가 시원하게 넓었다. 그리 크지 않은 눈은 나를 표정 없이 쳐다보고 있었으면서도 나의 온 몸을 발가벗겨 놓는 강렬함이 있었고, 그의 시선은 뱀의 혀처럼 날름댔다. 그러면서도 차가운 그의 턱선……
‘내가 너무 튀게 입은 거 같애?’
‘괜찮아. 나이 값 하게 입었는데 뭘.’
그는 언제나 칭찬에 인색했다. 항상 있는 그대로 툭툭 내던지는 말투. 하지만, 난 그게 너무 좋았다. 난 다리를 꼬고 앉았다. 어떻게 앉아도 어색하게 만드는 푹신한 소파. 마음 같아서는 소파 위에 두 다리를 올려 꼬불치고 앉고 싶었지만, 치마가 아닌 이상, 허리가 너무 조일 것 같아 관두었다.
‘차는 어떡할래?’
그가 물었다.
‘내 차로 다니지 뭐.’
‘있다가 들어 가려구?’
‘아니, 그래도 내 차로 다니는 게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
나중에 그는 자기 차로 다니자고 했으면, 그 길로 일출을 보러 가자고 할 뻔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그의 행동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확실히 나이는 많은데, 어째서 그의 앞에서는 그 나이의 연륜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인지…..그는 그 날, 남편에 대해서 한마디도 묻질 않았으며, 길거리를 쏘다니면 서도 나를 껴안고, 길거리에서 입을 맞추는 것에 인색하질 않았다. 오히려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혹시라도 알아볼 사람이 있을까 조심하는 편이었다. 그는 이미 그 시간에 자기를 찾아 온 나의 의중을 꿰뚫고 있었고, 돌아가는 그 시간까지 마음껏 자신의 소유임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나는 스스럼이 없이 나를 연인처럼 대하는 그의 치기가, 젊음이, 안하무인이 미치도록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그를 통해 젊음을 회귀해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의 미뉴엣. 그건 엇박자가 분명했다.
-중편에 계속-
*0702 기억하고 있을까?*
난 그 사람을 떠나 보내면서 글을 쓰기로 했다. 아니, 떠나 보낸 것이 아니라, 그는 일방적으로 떠났다. 어차피 우리 사이에 있어서 인사도, 형식도 무의미 하다는 것은 서로가 알고 있기에 별로 서운하지만은 않다. 난 남편과 결혼 하면서, 하루하루 내 자신이 대견하고 이뻐서 죽을 맛이었다. 남편 몰래 나만의 생활을 꾸려 나간다는 그 은밀함…..남편은 나에게 생활의 여유를, 카드의 기쁨을, 풍족함의 도도함을 선물 했고, 난 그에게 애교와 허울만 번지르르한 아내의 껍질, 그리고, 씹다 버린 껌 같은 섹스의 앙금을, 남은 김치찌개 끓이듯이, 데워 주면 그만 이었으니까. 남편은 그런 나를 자랑스러워 했다. 남편의 앞에서 가증스럽게도 가면을 쓴 내 자신이, 본연의 모습인양, 연기를 해 내고 나면, 연기자의 그 특수성도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까이꺼……난 오르가즘의 굴곡도 멋지게 연출한다. 남편은 내가 꺼뻑 넘어가는 듯한 그 신음 소리를 몹시도 사랑한다. 난 언제나 수줍은 듯이 섹스에 임하면서도, 하나씩 귤 껍질을 벗겨 가듯이, 남편에게 섹스를 배워 간다는 자세로 나를 열어간다. 남편은 자신에 의해 조종 되고, 자신의 소유물인 동시에, 자신의 물건에 맛이 가 버리는 나란 여자를 무척 단순한 세포라고 믿는 모양 이다. 남편은 나의 의도에 보조를 맞추어 주듯이, 자신이 일을 하고 있는 남은 시간에, 나 스스로를 가꾸라는 말을 잊질 않는다. 누가 물어보면 그랬다. 난 나 스스로를 위해서 섹스를 할 뿐이지, 누굴 위해서 다리를 벌리진 않는다고…..난 세상의 여자들이 나 같지 않음을 안다. 난 세상의 시각으로 보면, 바람난 년이고, 남편을 기만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이란 없는 섹스에 미친 년으로 보일 것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돌팔매를 받을 만큼은 아니라고 본다. 난 그를 만난 처음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채팅이 불을 뿜던 그 당시, 난 아뒤를 남자로 가장하고서, 채팅 방에 조인했었다. 난 그 안에서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었다. 여자라고 여겨지는 아뒤와 말솜씨를 알아채기만 하면, 대번에 방이 개설되고, 그 안에 모여든 불나방 같은 남자들은 집요한 솜씨로 채팅에 응한 여자들을 좇대가리가 없으면 못살 것 같은 완벽한 개벌창으로 만들어 놓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나도 남자인양 가장하고, 상대편을 까발리는 언사를 툭툭 던지면서, 나는 묘한 감동에 젖고 있었다. 내가 여자 이면서도 같은 여자를 언어의 폭력으로 무너뜨리는 그 쾌감…..그러나, 나는 그런 까발려짐을 오히려 즐기면서, 그들 앞에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자신의 치부를 기꺼워하는 부류들이 있음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그녀들은 나보다 어리지도, 그렇다고 연식이 오래된 것 같지도 않았지만, 섹스를 보는 관점은 지극히 나를 놀라게 했다. 맨 처음 그녀들의 행태를 보면서 창녀가 따로 없다는 조소를 금할 수 없었다. 만일 내가 여자 임을 밝힌다고 할지라도 난 저 정도 까진, 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걸, 난 너무도 창피스럽게 고백하고 싶다. 아무리 섹스에 목말라 있다고 할지라도, 저렇게까지는…..하면서 붉어진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황급히 컴을 껐던 적이 많았던 그 당시. 그러나, 채팅의 유혹은 혹독하리만큼 집요했다. 난 서서히 그들 사이에서 돌고 도는 언어의 무자비함과 중독성에 감염되어 갔고, 난 급기야, 그를 한 채팅방 에서 조우하게 되었다. 난 그 당시에도, 갈갈이 노출되고 있는 한 미시에게 걸죽한 언어의 포성을 열고 있었다.
##우리 다른 방으로 갈까?##
그에게서 쪽지가 날라왔다. 난 그 당시, 그가 혹시나 남자를 여자보다 더 좋아하는 이른바, 이반이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기도 했었다. 난 기다렸다. 그에게서 방을 개설했다는 쪽지와 함께, 초대가 이루어졌다.
&&뭔 좋은 일이나 있남? 흐흐&&
난 그 당시, 말끝에 그 느물거리는 웃음을 흘리면서 남성의 존재를 부각시키던 때였다. 별다른 표현도 없이 그 웃음소리를 흘리면 대개의 채팅족들은 나를 남자로 인식했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쥐…..댁은 역시나 여자분?##
난 대답을 해야 되는 타이밍을 놓치고 있었다. 번개같이 대답을 해도 모자랄 판에 나는 뜸을 들이고 있음으로 해서 그가 의도하는 양떼몰이에 휘감겨 들고 있는 것을 몰랐다.
&&대단한 상상력이네….어디로 봐서 그렇게 보일까?&&
##그렇게 묻는 것이 여자임을 말해 주지, 항상 자신을 가리기 위해,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믿는 알량한 초보지식…..##
그는 내 말이 맞지? 라든가 어떤 추궁도 해대질 않았다. 난 꼼짝없이 그의 유도 심문에 걸려 들었다.
&&내가 여자라는 이유 세가지만 대봐. 못 대면 너 뒤진다! 껄껄껄&&
##첫째, 남자라면, 특히 이반이 아니라면, 나의 초대에 응할 리 없다는 것,
둘째는,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
셋째는, 만일 남자라면, 당신 같은 질문을 하지도 않고, 신경 끄 하면서 나가버리는 것이 기본 일텐데….##
난 손 끝이 떨려오고 있었다. 내가 여자라는 것을 알 리가 없을 텐데…..그 상황에서 올바른 나의 방어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그 방을 나오든가, 컴을 꺼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건 지금 와서 생각하니, 나의 지독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채팅족 사이에는 마치 교본처럼, 첫 채팅에서 상대를 호리는 법에 대해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난 모르고 있었다. 그들의 가장 큰 특징 중에서 궁극적인 섹스를 목적으로 하는 부류들은 나처럼 상스런 단어를 남발하면서 상대를 까발리는 일에는 일찌감치 손을 떼고 있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미끼처럼 쪽글을 날리면서 방을 따로 잡아, 하는 일이라고는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들이 이런 바닥에 몸을 들이 댄 불나방들의 심리를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게다. 초보들의 보루라고 한다면, 내가 신분을 밝히지 않은 다음에야, 네가 무슨 수로 나를 농락할 수 있으리요 하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종국에 가서는 나 스스로 자신을 노출 시키면서 어디 한번 끝까지 가보자고, 우격다짐을 하는 쪽은 언제나 여자 쪽 이었다. 난 그 사람의 접근이 나를 갖고 놀아보자는 심산이 아니겠느냐는 쪽으로 흘렀고, 어디 이런 인터넷의 허울 속에서 한번 진저리 나게 놀아 볼까나 라는 심리도 저편에 깔려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번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맞받아 치기 위해, 나는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사람의 귀가 두 개요, 입이 한 개라는 의미는 들어주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하늘의 이치인데, 어디 한번 당신의 넋두리나 들어 보죠.##
난 그 사람의 넋두리라는 단어에 질려 버리도록 빠져 들고야 만다. 없는 짓거리라도 만들어 읊어주고 싶은 그 단어…..난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음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남편이 출장을 간 그 날 밤, 나는 먼동이 트기까지 꼬박 7시간이 넘도록 내 얘기를 주절댔으니까. 아침이 되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은 내 이야기를 하면서 젖어 드는 내 팬티의 눅진거림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 때문 이었다. 난 팬티를 벗어서 아무 곳에나 던져 놓은 채, 벌거벗고 잠에 빠졌다. 내 손끝이 화끈거린다는 것을 처음 느끼던 그 새벽, 난 그와의 몽환적인 섹스를 처음 꿈속에서 나눴다. 그는 그걸 알까?
*0704 데칼코마니*
난 그와의 이중생활을 무척 즐겼다. 난 채팅을 약속하는 단계로 접어들었고, 누가 누구를 초대하는 법도 없이, 언제나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그는 나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난 남편이 잠들면, 밀린 빨래와 셔츠를 다린다는 이유에다, 끊지 못하는 드라마의 재미를 이유로 대가며, 그와의 채팅에 빠져 들어갔다.
&&뭐해?&&
##뭐하긴 이렇게 기둘리고 있지.##
&&방금 한 껀 하고 왔지, 뭐. 씻긴 했는데, 아직도 뭐가 질질 나와.&&
##너 루프 하니?##
&&응, 어떻게 알았어?&&
##한번도 섹스를 거르는 적도 없고, 하고 나면 질질 샌다는 거, 루프나 피임약 아니면 힘들거든. 그렇다고 니 성격에 약 먹을 거 같진 않고…..##
난 그의 나이를 만나기 전까지 정확히 짐작하질 못했다. 만나고 나서도 얼마가 지나고 나서야, 내가 그 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나는 그와의 대화가 깊어질수록 그것을 은폐하려는 것처럼, 남편과의 섹스에 더 세심한 정성을 쏟았다. 그러다 보니, 남편과의 섹스가 이제는 일취월장의 단계를 넘어가고 있었고, 남편도 그런 나의 변화에 대해 즐겨 하는 감을 감추질 못했다.
##오늘은 어떤 자세로 했니?##
난 그의 질문에 서너 곱절은 되도록 답변을 해댔다. 그게 자랑스러웠고, 그에게 나의 마음을 연다는 것이 그렇게 흔쾌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두 달이 다 되어 가도록, 번섹 이니 어쩌구 하는 지분거림도 없었을 뿐더러, 일상적인 소소함으로 나의 주위에 살포시 내려 앉은 그의 존재란 것이 그렇게 살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륜이라는 선을 강요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그때까지 덮어 쓰고 있던 인터넷의 허울과 가면 속에 고치 속의 유충처럼 편안한 감으로 그를 온라인 상에서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이유중의 하나였다. 그는 나를 향한 대화 속에서 그의 순수함을 부지불식간에 심어 놓고 있다는 것을 그 당시엔 몰랐다. 그 순수함에서 비롯된 안정감이 그에 대한 신뢰를 불러왔고, 이런 사람 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울컥 치밀 때까지 그의 그런 작업은 계속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작업이라고 굳이 내세우는 이유는 나 말고도 그는 만나고 있는 여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손을 뻗치지도 않으면서 남과의 관계를 교과서 읽듯이 거침없이 까발리는 그의 모습에서 왜 나는 안돼? 라고 묻고 싶은 것을 내내 참아오고 있었다는 것을 그는 벌써부터 눈치 챘을 것이기 때문 이었다. 난 그를 알고부터 거울 앞에 내 나체를 자주 비추어 보는 버릇이 생겨 있었다. 어느 때는 벌거벗고, 흡사 남편이 뒤에서 나를 덮치는 자세를 하고선, 고개를 돌려 거울을 바라다 보면서, 나 스스로의 만족감에 싸여, 이만하면 그도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상상에 빠지기도 했으니까. 난 나 스스로 변화되어 가면서, 퇴폐적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혐오스러우면서도, 그와의 대화에 있어서 만큼은 그런 퇴폐적인 나의 변화를 자랑스럽게 내세우기 시작했다.
##너 자위 하니? 들어 보니 그런 거 같아.##
&&응, 그것도 아주 많이, 아주 자주….&&
난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방을 나가 버렸다. 난 당황했다. 어떻게 된 거지? 나의 태도가 너무 앞질러 갔나? 아니면, 나의 저질스런 대화에 신물이 났나? 난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날밤, 남편의 좇을 빨다가 남편이 말리는 소리도 듣질 못하고 울컥대며 터져 나오는 좇물을 꿀꺽꿀꺽 삼키면서도 나는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없었다. 남편은 어떻게 좇물까지 먹을 생각을 했느냐면서 나의 등을 뚜드리기 까지 했지만,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음은 물론 이다. 며칠 동안 그의 모습을 온라인 상으로 찾을 수 없어 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 멜을 수도 없이 보내고, 쪽글을 연달아 날렸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일주일이 넘도록 소식이 없었다. 난 그에게 버림 받았다는 생각에 남편과의 섹스에서 나 자신에 대한 분풀이를 하고 말았다. 그에게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 라는 욕구의 자세는 몽조리 주어 섬기면서 매달린 남편과의 섹스…..난 그 날, 항문이 찢어지는 쓰라림 속에서 나와 섹스를 하는 사람이 남편이 아닌 외간 남자라는 상상을 처음으로 했다. 나의 남편은 그 라고 여겼고, 지금 나와 이렇게 섹스를 하는 남자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나만의 설정……나는 그에게 바쳐져야 할 몸뚱아리가 뭇 남자에게 짓밟혀져 산산히 부서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나를 절정으로 몰고 가는 희한한 경험 속에서 말이다. 난 그를 기다리다 못해 이렇게 창녀처럼 보지를 흔들어 대고, 항문이 째져가면서까지, 미쳐 날뛰는 개벌창난 년이 되어 간다는 자조적인 후회는, 도리어 나를 날카로운 오르가즘의 첨두에 세워 놓았다.
&&지금 어디 있어? 나한테 뭐 화난 거 있니? 그런 거니?&&
난 기다리다 미쳐 돌아가실 것 같다는 말을 아꼈다. 아니, 하고 싶었지만, 그 당시 나는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워 그 말만은 참았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그의 침묵이 점점 무서워지고 있기도 했고, 다시 돌아올 거야 라는 나대로의 위안으로 스스로를 옭아매던 그 즈음, 그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에게 쪽 글을 남겼다.
##여행 갔었어. 내가 전에 얘기 했었지? 대단한 누님께서 계시다고 말이야.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정말 원 없이 섹스 했네. 미안!##
난 그 글의 미안이라는 마지막에서 왈칵 눈물이 솟아 버렸다. 그가 어떤 행위를 치렀는지 뻔히 알면서도 몇 글자 되지도 않는, 덩그러니 남겨진 쪽 글의 마지막에 이렇게 감동하다니…..난 그를 한시도 잠재울 틈 없이 그의 싱그러운 육체에 매달렸을 그 누나라는 사람이 미워 죽을 지경이었다. 그것은 질투였다. 그가 나를 소유해 주었으면, 지글대는 섹스의 구렁텅이로 나를 제발 처박아 주었으면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질투임이 분명했다. 그는 여전히 차가웠고, 이성적이었으며, 나에게 손을 뻗치는 법 없이, 자신의 얘기를 늘어 놓는 것에 한치도 주저함이 없었다. 나의 인내가 점점 한계에 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다만, 그 당시 나는 그것을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고, 외면하고 있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나의 대화는 점차로 그를 그리워하고, 그 손길을 안타까워 하는 쪽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자기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궁금해. 안경 썼니?&&
##공부로 이쯤까지 오려면 안경 썼지, 맨 얼굴 일 까봐? 길거리에서 그냥 지나쳐도 나 못 알아 볼걸? 워낙 평범하게 생겨서….자긴 좀 튀게 생겼을 거야. 가슴은 그런대로 적당한 크기일 꺼구. 허리선이 죽여 줄꺼 같아. 자기. 탱크 탑이나 나시 많이 입고 다니지? 배꼽 다 나오게 말이야, 아니야? 틀려? 그리구, 팬티 라인 보일까 봐, 외출용은 언제나 T팬티만 입을 꺼 같구….뭐 대충 내 생각은 그래. 맞을 거야.##
어느 부분은 맞고, 어느 부분은 틀렸지만, 나는 어쩜 그렇게 족집게처럼 잘 맞추느냐고 비아냥댔다. 난 그가 이제서야 머릿속으로 나에 대한 상상을 시작했다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난 나에 대해서 하나씩 그의 마음 속에 나를 옮겨놓는 작업을 시작했다. 마치 벽을 사이에 두고서 이루어지는 밀거래처럼 말이다. 그러나, 나는 정확성을 중요시 한다. 난 그 당시, 채팅이라는 벽을 사이에 두고 있을지언정, 데칼코마니 같은 동일한 영상이 그의 뇌리에서 음란하게 헤엄치기를 바라고 있었다. 마치 벽이 없는 것처럼……
*0706 엇박자의 미뉴엣*
그의 외유는 시도 때도 없이 일어 났다. 짧게는 이틀, 길게는 5일….그의 외유에는 언제나 여자가 따라 다니고 있었고, 나는 그로 인해 나 자신을 그에게 기어이 바쳐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는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인간을 제물로 바쳐야만 멸망의 시기를 늦춘다는 미개한 생각을 깨우쳐 준, 케찰코아틀 이자, 비라코차 였지만, 그를 향한 나의 추종 의지는 그 선을 기어이 넘고 싶어 안달을 떨고 있었다. 그의 쌀쌀 맞음은 나를 오히려 부추켜 세웠고, 나로 하여금 가까운 미래에 그와 있을 수도 있는 섹스의 한계에 선을 슬며시 지우게 하는 도화선이 되고 있었다. 난 기어이 묻지 말아야 할 질문을 하고 만다.
&&우리……….. 만날까?&&
그는 대답 대신 우리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 될 장소와 시간만을 남기고, 밑도 끝도 없이 방에서 나가 버렸다. 정확히 이틀이 남았던 그 때, 난 시간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난 그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생각과 아울러 남편에게 그 흥분과 설레임을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조심스러움이 함께 하고 있었다. 난 그와 만나기로 한 전 날, 남편에게 정성껏 봉사했다. 그것은 나의 일탈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였고, 도덕이었다. 남편은 나의 봉사에 끝없이 감사하면서 잠이 들었고, 나는 밤 사이 질질 흘러 내리는 좇물을 항문과 보지 사이에서 느껴야 했다. 그러나, 그건 느낌이 없는 세레나데 였다. 난 남편의 좇을 빨면서도 내일은, 내일은 그의 좇을 빨 수 있을 거야. 이 입 안에 남편의 것이 아닌, 내가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그의 싱싱한 좇대를, 그 끈끈한 좇물을 목이 막히도록 삼킬 수 있을 거야……난 미쳐 있었다. 하루 이틀이 아닌 가상의 섹스 속에서 나는 그와의 만남을 스스로 꾸며가며, 머릿속을 단련해 가고 있었고, 그 날만이 내 세상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난 거울 앞에 서서 적어도 열 번은 넘게 옷을 바꿔 입었지 싶다. 윗도리가 맘에 들면, 다리가 너무 튀어 보이고, 다리가 적당선을 유지 하는가 싶으면 허리 라인이 가려져, 속이 상했다. 가슴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지만, 어차피 나의 유선을 사진 보듯이 알고 있는 그에게, 이스트가 듬뿍 들어간 빵을 선물하고 싶진 않았다. 그저 하늘거리는 실크 블라우스 안에서 고개를 얌전히 숙이고 있는 듯한 내 유두가 진정한 나의 모습이라고 대변하고 싶었다. 나는 스커트를 입으려다가 바지로 바꿔 입었다. 그것도 앞섶이 단추로 된…..지퍼는 매력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가 그 여린 손마디로 나의 바지 단추를 무릎을 꿇은 채, 하나 하나 풀러 가면서 느낄 수 있게 될 흥분에 나는 몸을 떨었다. 그 안에는 내가 그토록 바치고 싶었던 나의 비경이 숨쉬고 있을 것이고, 시냇물은 이미 강이 되어 있을, 나의 번들거리는 씹물이 자리하고 있을 그 순간의 아스라함…….나는 옷을 입으면서 까지, 그와 이루어질 상상으로 인해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난 일부러 높은 굽을 골랐다. 땅거죽이 뚫어질 것 같은 총알굽……난 역으로 말해서, 그의 좇대가리에 온 몸이 꿰뚫리고 싶은, 바람난 년이었다. 또각거리는 굽의 소리를 들으며, 난 선글라스를 머리에 올려 썼다. 굳이 내 얼굴을 가리고 싶은 맘이 없었다. 난 당당해 지고 싶었다. 그에게 짓밟힐 것이 뻔한대도 난 그 사실을 뻔뻔스럽게 외치고 싶었다. 그는 오늘 나를 처참하게 쑤실 거야. 나에게 온갖 더러운, 추잡한 행위를 요구하겠지? 내가 만나자고 했으니, 내 목을 내 스스로 내 놓은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어? 난 나의 의도를 합리화 시키기에 안간힘을 썼다. 남편에게도 모자람이 없이 마무리를 했으며, 누구에게도 손가락질 받을 행동을 해 본적이 없었기에, 그 날의 일탈이 나에게는 어지간히 커다란 부담이 되었던 가 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나의 가장 큰 부담은, 그의 눈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이었다. 그는 나를 섹스의 무료함에서 구원해 줄 십자군 이었으며, 나를 음탕하게 만들어 줄 용암이라는 확신이 앞섰기에…..난 그 카페 앞에서 공중으로 동전을 튕겨 올렸다. 그 동전을 잡아 채서 손등에 얹고서 외쳤다.
‘앞면!’
항상 사람들이 자신의 손으로 공중으로 던진 동전의 85 퍼센트가 자신이 원하는 면이 위로 놓여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까? 나는 굳이 면을 마음속으로 정하지 않았다. 내 손등 위에 놓여진 동전이 바로 앞면을 향하고 있을 거라는 조작된 운명론. 난 그 날의 재수 보다는 그 동전을 손에서 놓치지 않는 것에 더 점수를 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와의 섹스가 어떤 면을 향하게 될는지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르고, 어차피 동전은 튕겨져 새로운 결정을 기다릴 테니까 말이다. 그는 나에게 있어서 어떤 면을 향하더라도 비추고 있어야 할 대상 이었고, 나는 거울이 되어야 했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카페로 들어갔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네…..’
‘너무 시끄러운 거 아냐?’
나와 그와의 첫 인사. 우리는 헤어질 때도, 만날 때에도 요식 행위가 없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항상 만나왔던 것 같은 느낌으로…..난 나이 먹은 티를 내고 있었다. 남편은 오늘 집에 없다. 그것도 외국으로 출장을 간 절호의 찬스…..시차가 바뀔 것이고, 전화 한 두통쯤 받질 않는다고 의심 살 리도 없는 그런 저녁 이었다.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애들이 여기 저기서 서로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그러는 것처럼 몸이 아예 꽈배기처럼 배배 틀어져 있었다. 누구도 신경 쓰는 사람 없었고, 그런 그들의 몸짓과 스스럼 없는 어우러짐이 자신들의 젊음을 가식 없이 정당화 시키는 것 같았다.
‘밥 먹었니?’
‘아니, 아침부터 내내 커피 한잔….’
그건 사실 이었다. 그를 위한 준비로 인해 나는 식욕마저도 잃고 있었다. 그가 손을 들었다. 누군가 다가오고, 그는 무언가를 시키고, 곧 이어 준비된 듯한 샌드위치가 날라져 왔다.
‘먹어. 난 일찌감치 해치웠지. 여기 그래도 꽤 먹을만 해.’
난 대답 대신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그제서야 처음으로 그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그는 절대 평범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의 하얀 린넨 남방은 약간 축축 쳐지는 듯한 분위기가 고즈넉했고, 목에 둘러진 가는 실 목걸이는 그의 목을 베고 말 것 같았다. 두 번을 감아 올린 소매가 걸쳐져 있는 그의 손목은 가는 것 같았으면서도 어깨가 시원하게 넓었다. 그리 크지 않은 눈은 나를 표정 없이 쳐다보고 있었으면서도 나의 온 몸을 발가벗겨 놓는 강렬함이 있었고, 그의 시선은 뱀의 혀처럼 날름댔다. 그러면서도 차가운 그의 턱선……
‘내가 너무 튀게 입은 거 같애?’
‘괜찮아. 나이 값 하게 입었는데 뭘.’
그는 언제나 칭찬에 인색했다. 항상 있는 그대로 툭툭 내던지는 말투. 하지만, 난 그게 너무 좋았다. 난 다리를 꼬고 앉았다. 어떻게 앉아도 어색하게 만드는 푹신한 소파. 마음 같아서는 소파 위에 두 다리를 올려 꼬불치고 앉고 싶었지만, 치마가 아닌 이상, 허리가 너무 조일 것 같아 관두었다.
‘차는 어떡할래?’
그가 물었다.
‘내 차로 다니지 뭐.’
‘있다가 들어 가려구?’
‘아니, 그래도 내 차로 다니는 게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
나중에 그는 자기 차로 다니자고 했으면, 그 길로 일출을 보러 가자고 할 뻔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그의 행동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확실히 나이는 많은데, 어째서 그의 앞에서는 그 나이의 연륜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인지…..그는 그 날, 남편에 대해서 한마디도 묻질 않았으며, 길거리를 쏘다니면 서도 나를 껴안고, 길거리에서 입을 맞추는 것에 인색하질 않았다. 오히려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혹시라도 알아볼 사람이 있을까 조심하는 편이었다. 그는 이미 그 시간에 자기를 찾아 온 나의 의중을 꿰뚫고 있었고, 돌아가는 그 시간까지 마음껏 자신의 소유임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나는 스스럼이 없이 나를 연인처럼 대하는 그의 치기가, 젊음이, 안하무인이 미치도록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그를 통해 젊음을 회귀해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의 미뉴엣. 그건 엇박자가 분명했다.
-중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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