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관 윤가(稗官 尹家)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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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관 윤가(稗官 尹家)-패관 윤가(稗官 尹家)-
‘커, 저 음탕한 년 좀 보소….’
‘아잉, 이걸 가지구 뭘 그래?’
여인은 벌써부터 고쟁이만 까고 응댕이를 들이대고 있었다. 수작을 걸 때부터 알아 봤지만, 그 음습한 수풀(씹털을 가르킴)의 장관이 가히 개골산의 풍림조차 넋을 잃게 만들 그런 지경이었기에 말이다. 며칠을 무작시리 쪄대는 복날의 더위로 잠도 내내 설치고, 기력도 쇠진 하였건만,
‘척!’
‘아야!’
‘음심이 만만하니, 벌판이 출렁이는구나!’
‘아이, 그렇게 맨 응댕이를 쳐대면 어찌하누?’
‘허허. 지아비가 있는 아녀자가 외간 남자의 눈짓 한번에, 이리도 방댕이를 까고 있으니, 어찌 나라도 장(杖:곤장)을 쳐서, 민초의 도리를 바로잡지 않으리!’
‘흥흥…..연상의 유부녀를 넘보는 한량 주제비에 바른 소리는? 어여 행차나 허시지?’
제기(祭器: 제사에 쓰이는 용기)를 구하러 나온 것을 눈여겨보고 있던 나의 구미를 당긴 것은 물건을 고르는 척 하면서, 앞섶이 불룩 서있는 나의 양물(이름하야 좇대가리)을 가늠하며, 얼굴의 홍조를 감추지 못하는 그녀의 음란함 때문이었다. 대개 유기전은 호객 꾼을 고용하지도 않을뿐더러, 그 호가(呼價:부르는 값)가 일습으로 한다면 대단하기에, 물건을 고르는 손님보다 높은 위치에 내려다 보는, 좁은 평상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으며, 그로 인해, 대개 아낙네의 시선이 바로 나의 양물에 위치해서, 평소 같으면 제대로 눈을 들지 못하는 것이 보통 이었다. 그녀는 뼈대 있는 집 안의 며느리처럼 보였으며, 거느리고 온 몸종도 둘씩 되는 걸 보면, 필시 내노라 하는 유명인사의 여식이거나, 며느리가 분명했다.
‘덜컥 아이라도 가질 수 있을 터, 어찌 허겠는가?’
‘아효! 걱정도 잦으면, 똥보다 못하단 말 있잖수? 그리 입만 살아 가지고, 그런 양물로 어찌 내 음곡의 발흥을 잠재울 수 있으리….어여,…..제발….아랫것들을 곡절 없이 보냈으니, 나도 속히 뒤따라 가야 의심이 없을 터…..’
그녀의 언행으로 볼 때, 아이를 갖지 못하는 석녀(石女:불임녀)가 분명했고, 자신의 행로에 대한 치밀한 계산(유식한 말로 알리바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런 음행을 누차, 밥 먹듯이, 똥 싸 제끼듯이 해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 호기를 내 놓칠 수 있으리? 아래 것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기 무섭게, 년의 팔목을 낚아채서 뒷방으로 끌어온 지경 이었지만, 무작시리 덮칠 수 만은 없었다. 그러나, 년의 음구(淫口:씹구녕 이지, 뭐긴 뭐야!)는 이미 벌렁대면서, 누수(水: 해석이 필요 없음. 씹물이 질질임)에 누수를 거듭하고 있었다.
‘허허….양가댁 아낙의 몸짓이 이리도 천박해서야, 어디…..내 그 음기를 양물로 심히 다스릴 것이네. 우극…’
‘허윽…..아효…좋아라…..윽윽……윽윽…….하늘이…하늘이 노랗게….’
그러나, 하늘이 노란 것은 아니었다. 둘러선 놋쇠 그릇들이 줄지은 벽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으니, 온통 씻누럴 수밖에, 면경처럼 닦아놓은 그릇들을 통해 일그러지면서 허릿짓을 해대는 년의 전신이 자잘이도 비추어 지고 있었다.
‘아흑….아흑….아흑…..’
‘허어, 누가 들을까 저어 되는구만. 그 입 다물라!’
나는 년의 음탕한 옥문(玉門:씹구녕의 다른 말, 다르긴 뭘 달라? 그게 그 말이지)을 헐렁할 정도로 드나들다가, 불현듯, 년의 면상으로 양물을 들이댔다.
‘쩝쩝..줄줄…음음…웁웁…..’
‘네, 이년! 도대체 며칠이나 곡기를 끊었길래, 이리도 호들갑 이더냐?’
그러나, 년은 나를 빤히 올려다 보면서, 한 손으로는 고쟁이와 자꾸만 흘러 내리는 치마를 거두면서 둔덕 주위를 문지르기 바빴고, 다른 한 손은 내 고환(睾丸:두말 하면 잔소리, 뿡알이지 뭐!)을 돌려가며, 만지느라 바쁘기 이를 데 없었는데,
‘음음…쩝쩝…..욱욱….웁웁…..어여 출루(出淚:캬! 쥑인다. 좇물싸기 래나?)허시지? 그래야, 이 내 속의 허기나 면하지 않겄수?’
‘아니, 이 년이 보자 보자 하니깐, 째진 입으로 못하는 말이 없구나. 그 입 다물라! 나의 성스러운 즙액(性스러운 汁液: 아쭈구리? 좇물 이라고 하면 됐지, 문짜씩이나!)로 너의 음탕함을 씻어 주리라’
그러나, 그것은 씻어 준다기 보다는 갈증에 목을 적셔준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지경이었다. 탁주를 들이키는 형국으로 꿀꺽대며, 삼키는 내 양물로부터의 포효를, 년은 가비얍게 들어 넘기고 있었기에 말이다.
‘아! 맛있다. 점액이 이리도 찰진 것을 보면, 년들 꽤나 자주 호리시는 모냥이우?’
입가의 묻은 것을 손등으로 훔치며 허는 말 속에서, 나는 남정네의 좇물(이제야 제대로 발음 허네….헐)을 먹어대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맛과 농담(濃淡: 좇물이 진하냐, 맹탕이냐 하는 말이지 뭐!)을 갖고도, 오입의 경중과 횟수도 가늠할 수 있는 년의 경륜에,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자, 이제 네 옥문(보지라고 했냐, 안 했냐?)을 육봉(肉棒:좇대가리의 높임말, 아니, 세움말…..으이그 닝기리, 높이거나, 세우거나 그기 그거지….)으로 다스릴 터이니, 죄인은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말 것이며…’
‘어이, 양반아! 나 아직 허기가 차질 않아서 허는 말인데, 아까 밖에서 허드렛 일 하는 총각도 좀 불러 주지? 입이 심심 허니, 지루하기가 하삼삼 이네…..’
‘아니, 이년이 양구통접(口統接: 두 구녕이 하나로 통일되게시리 두 좇대가리로 쑤셔준다는 말, 뭐긴? 삼섬 아닌가벼?)을? 오냐, 좋다. 니 년 오늘, 끝장을 내 주리라. 거, 밖에 장쇠 있느냐? 얼릉, 냉큼 들어 오니라. 전방은 어여 닫고설랑!’
나 보다 거구인 장쇠가 좀 있다가, 꺼부정한 얼굴로 뒷방의 문을 열고서는, 눈이 휘둥그래져 버렸다. 그러나, 그도 내 밑에서 일을 배우다 보니, 한가락 하는 오입쟁이….이내 바지춤을 까고, 년의 아가리에 그 튼실한 육모방망이(좇대가리 라니깐!)를 들이댄다.
‘어휴….이 냄새…..나 미쳐…한 달포는 씻지도 않은 갑네…이 꼬리꼬리한 냄새..아흐…미쳐, 좋아 죽어…내가…..웁웁…욱욱…웁웁….으그극…’
그렇게 나불대다가, 내 그럴 쭐 알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내 쪽까지 풍겨오는, 장쇠 놈의 지린내와 숫컷 만의 노린내가 등천을 허는, 땟국물의 남근(男根:좇대가리의 높임말…아차차! 세움말)을 마다 않고, 쭉쭉 빨아대는 년의 맹랑함 때문 이었다. 나도 질 수는 없었다.
‘어흐 좋다! 이 응댕이! 요절을 내 주리라! 장쇠야! 그 년 뽈따구니를 아예, 네 양물로 뚫어주거라. 나는 여기서 이년의 옥문을 함몰 시키리라!’
그러나, 년도 만만찮았다. 마치 양쪽에서 사이 좋게 절구질을 하는 형상으로, 장쇠와 내가 번갈아 가면서 양구통접을 해대는데도 불구하고, 실룩대며, 내 앞섶을 강타하는 백설기 같은 년의 찰응댕이의 출렁임은 멈출 줄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미 입이 막혀 소리를 낼 수 없었건만, 그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입가로 새어 나오는 신음은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욱욱욱욱…..이 년이 이래도? 이래도? 장쇠야! 이 년의 음탕한 입에서 바른 소리가 나올 때 까정 매우 쳐라.’
‘뭘로요?’
아니, 이런 니기미(그 당시 그런 욕이 있었남?).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허지? 뭐긴 뭐야? 육봉으로 디리 조지는 거이지!
바닥에 엎드려 무릎이 까지지 않으려고, 경험 많은 것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년은 이미 자기가 입고 온 장옷을 깔아 놓고 있었고, 본의와 다르게, 그 위로 점점이 흩뿌려 지고 있는 점액질들이 말라 붙지 못하도록, 손바닥으로 훔치기까지 하는 년의 여유….커! 참…..고얀지고!......
‘욱욱욱…윽윽윽……으극으극으극…..’
‘아후….아후..아후…..어르신..이 년,…이 년,….아가리에 작두가 달렸는 갑서!…..방망이 끊어지겄수…아그그그그그그…..악악악!’
‘웁웁..웁웁..쭙쭙…쭈쭉…쭈쭉…웁웁웁….으으으으으ㅡ응…..악!’
방 안을 후끈하게 달구던 세 사람의 열기는 기어이 비명으로 판을 접었다. 년은 이미 장옷으로 자신의 옥문을 통해 질질 흘러 내리는 물기를 닦는 것을 포기했으며, 입 주변 조차 마찬가지였다. 아랫도리를 깐 채로, 발목에는 고쟁이가 걸려 있고, 버선 조차 벗질 못하고, 온 몸을 덜덜 떨어가며, 눈을 까뒤집고, 거북이 처럼 바둥대는 모습이라니…..년이 정신을 차린 것은 나와 장쇠가 벌거벗은 채로, 곰방대로 한참이나 연기를 뿜어대는 와중이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하이고, 죄는 무신….다음 달 제사 때 또 보자구요. 이 개망나니들아! 그때까정 그 놈의 몽둥이 간수나 잘 허시지? 제기는 좋은 걸루 다가 일습으로 보내주구려, 대금이야, 우리 영감이 치를 것이고…난 그럼 감세.’
세월 좋은 것들이 다르긴 달랐다. 물건을 갖고, 흥정이 아니라 쌈박질을 해가며,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양민들과 달리, 척 하니, 주문을 날리고, 유유히 사라지는 저 운치….옥문의 미각 또한 대단허니, 내 혀가 딜딜딜 떨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다시 가게를 열고, 장쇠가 새로 들어올 물건을 위해, 한 자리를 비우는 와중에 어디서 흙먼지가 일고 있었다.
‘물렀거라!...물렀거라!’
‘아니, 저자 거리에 웬 행차?’
‘이리 오너라! 궁에서 나왔느니라. 전직 패관(稗官: 임금이 심심헐 때, 민간의 풍속을 알려고 세상의 풍설과 소문을 수집, 정리, 집대성 하여 소설처럼 기록하여 바치는 벼슬아치를 일컫는 다나? 뭐 민간의 풍속이 별거 있간디? 그 놈의 빠구리 소설을 단행본처럼 맹글어 임금만 보게 바치는 거이지. 궁 내부에서도 유일한 빨간 책의 저자 랑게….헐…..) 윤가는 왕명을 받들라!’
때 아닌, 저자 거리의 대대한 행차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구경이 났다며, 머리를 조아리면서도 눈을 떼질 못했다. 그러나, 난 눈 하나 깜짝하질 않고, 왕명이 담긴 교지를 받들었다.
‘오랬만이네.’
‘어이쿠, 어찌 어르신께서?’
고개를 들자, 내 앞에는 궁에서도 서릿발 같은 성격으로 잘 알려진 승정원의 여섯 승지들 중에서도 으뜸이었던 정 3품에 해당하던 도승지 영감이 서 계셨다.
‘주상께서 급히 찾으시네.’
‘어찌 저 같은 인물을….이미 퇴궁된 잡것을……’
나의 전력이야 입으로 담기도 쪽 팔리지만, 임금만이 볼 수 있던 패관기서(稗官奇書: 본인의 역작 중의 하나인데, 이른바, 빠구리 소설의 결정판 이었으며, 그 놈의 내관 쇄끼가 주상께서 궁 밖으로 피접을 가신 사이에, 번개 같이 필사본으로 찍어 돌리는 바람에 걸렸잖여? 그 다음이야, 파직, 재산몰수, 퇴궁…그리고 좇 된 거이지 뭐. 별 수 있간디?)로 인해 옥살이나 유배는 면했다 해도, 패가 망신한 채로 이렇게 저자 거리에서 잡상을 하고 있는 지경의 인물을 급히 찾으신다는 말씀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 구석이 있었다. 이미 모든 관직에서 밀려난 지라, 나는 도승지 영감과 눈도 맞출 수 없었다.
‘아주 중요한 일이네. 수 삼일, 아니 그 이상이 걸릴런지도 몰라. 채비하고 따르게나.’
나는 무조건 장쇠에게 전방을 부탁하고, 따라 나섰다. 예전 궁에서야, 예를 갖추고, 면면히 대담이 가능했을 테지만, 이제는 엄연히 신분이 달라, 교꾼(가마를 드는 인간들) 옆에 붙어 머리를 조아리고 따라가는 지경이었다.
‘저를 어찌하여 찾으시는지 연유라도….’
‘눈과 귀가 너무 많음일세. 궁으로 어여 가자!’
궁에 도착하고서, 호위대들이 나의 신분을 확인하고, 그 삼엄한 경계를 뒤로 하고, 다가가는 곳은 편전이었다.
‘오늘, 주상께서는 편전에 들지 못하셨네.’
‘혹여, 옥체에 무슨 변고라도….’
‘어허…무신 망발을!.......그건 아니고, 암튼 들어가게나.’
나를 밀어 들여 보낸 편전에는 누린내가 등천하고 있었는데, 흡사 그 냄새는 굴비가 상해서 풍기는 것과 흡사했다. 별다른 것은 보이질 않았지만, 평소 같으면 가득 해야 할 내관들과 좌정해 있을, 문무 백관의 모습이 보이질 않고, 몇몇의 관리들과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는 호위 군졸들만이 있었다.
‘어찌 이리도 조용한 것인지…..’
‘이리 따라오게. 여기서 본 것은 절대 함구 해야 하고, 발설했을 시에는 가차 없이 목숨이 날아갈 게야. 알겠나?’
‘예, 도승지 영감.’
도승지 영감이 이끄는 대로, 주상이 거하시는 옥좌의 뒤로 돌아가는 순간, 나는 하마터면 소리를 칠뻔 했다. 옥좌의 뒤에는, 묘하게 벌거벗은 사람 같은 형체가, 길게 대자로 누워 있었는데, 이미 죽은 듯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영감….이, 이, 이기 무신…..죽은 것….아닙니까?’
‘보는 대로 일세. 여 봐라! 논의할 탁자와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지필묵을 대령 하렸다.’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편전의 문은 모두 스르륵 닫혀지고, 나와 도승지 영감,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남게 되었는데, 그는 어의 황총 이었다.
‘오랜만일세. 그간 별고 없었고?’
그의 의술은 정말 장고한 깊이와 너비를 자랑했으며, 그 명성은 하늘의 나는 새도 토악질을 시킬 수 있다고들 했다. 군졸들에 의해 간단하게 차려진 탁자에, 나, 도승지와 어의 영감, 이렇게 세 사람이 좌정하게 되었는데,
‘어찌된 연유 입니까?’
뭔 일에 열나 참견하기를 잘하는 내 성격상, 질문이 먼저 아니 나올 수 없었다.
‘금일 묘시 전, 편전 주변의 순찰을 돌던 군졸이, 수상한 그림자를 뒤쫓다가 놓치는 일이 발생했지. 그 사실을 곧바로 호위대에 보고 하였고, 그것을 수상히 여겨, 편전의 내부와 그 주변을 수색하던 중, 이런 변괴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되었다네.’
‘그렇다면, 저 시신은 묘시 이후로 전혀 이동이 없었는지요?’
‘내가 시반을 살펴 보려고 조금 들추어 본 것 이외에 건드린 것은 없지.’
어의 영감이 우선 시신을 살펴 본 모양 이었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아랫것들을 시키지 못하게 한 것은 왕명을 받든 도승지의 전언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시신을 유기해서, 편전에 오려면 곳곳에 버티고 있는 군사와 내관, 상궁들을 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니면, 내부에 결탁한 자들이 있지 않고서는….’
내가 짐짓 아는 체를 먼저 비추어 보였고,
‘나도 그것이 제일 궁금하다네. 시신이 좀 무겁겠나? 그리고, 저 체구를 보게. 한 사람의 힘으로 옮길 수 있는 자가 절대 아니야.’
도승지 영감도 그것이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만일 아무런 내부의 결탁이 없었다면, 무예가 고강한 자의 소행이 분명한 것이고, 내부의 결탁이 있었다면,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래서 자네를 부른 것이야.’
‘아니, 이 일은 성격상, 의금부와 좌우 포청에서 맡아 진행해야 할 것인데, 저 같은 무명의 인물을 천거하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자네, 한번 생각해 보게나. 이곳이 어디인가? 주상께서 국정을 논의하시는 편전 아닌가? 이곳에서 살인이 일어났든, 아니면, 다른 곳에서 죽여서 데려 왔든 간에, 시신이 이 옥좌의 후면에 위치한 일은, 주상을 면전에서 욕되게 하고자 함이 분명허네. 이 일을 섣불리 확대해서 처리했다가 여러 사람의 목이 날아가는, 피 바람이 불지도 모를 일이네. 그래서 자네를 부른 걸세. 이름하야, 패관에 불과 하였지만, 한 때는 주상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자네 아닌가? 내 이미 입 단속들은 시켜 놓았지만,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상궁 나인들은 벌써부터 입방아가 수십 가마닐쎄.’
하긴, 나의 문장력에 주상께서 침소를 거부하신 적이 한 두번 이던가 말이다. 궁에서만 지내시는 고로, 용두질(딸딸이, 여자들은 모를까? 수음, 자위, 마슈타베이숑…..지랄! 영어도 못하는 거이……) 이란 걸 모르시기에 내가 쓴 패관기서를 대하시고, 그 기이함에 몇 날 며칠을 밤잠도 설치질 않으셨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제가 할 일은 무엇 입니까?’
‘자네야, 궁 안팎의 사정에 훤하고, 그 겸비한 지식이 출중하질 않나 말이야. 우선 시신을 한번 살펴봐 주게. 내가 보니, 의문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네만, 평생 주상을 모시는 일에만 전념한 나로서는 식견도 모자랄 뿐더러,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놔서…..’
‘알겠습니다. 어디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냄새가 온 방안을 뒤흔들고 있는 시신 곁으로 다가갔다. 나는 옆에 지필묵을 놓고서, 하나하나 적어 나가기 시작했고, 어의 영감과 도승지 어른이 옆에 둘러서서, 의문이 나는 사항을 질문하며, 토의해 나갔다.
‘우선 시신에서 손상이 된 부위는 양물이 되겠습니다. 아주 날카로운 것으로 단번에 잘려 나간 것처럼 보이고 있는데, 어의 영감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나도 동감 일세. 아마 진검으로 단칼에 내리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데, 양물이 이렇듯 거세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디에고 피를 흘린 흔적이 없단 말이지.’
‘아마도 범인은 이 자의 양물을 거세한 후, 피를 흘려 사망에 이르기까지, 지혈을 하지 않은 듯싶습니다. 사망을 하면 피가 흐르는 것이 멈추게 됩지요. 그렇게 되면, 신체 안에 남아 있는 혈이 시반을 형성하게 될 터이고, 그것을 기초로 사망한 시각을 추정할 수 있게 됩니다요. 허나, 신체에 혈흔이 없는 것은 사망 시각을 추정치 못하게 하려고, 사망 후, 전신을 샅샅이 세척을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적어도 이틀은 걸려야 할 수 있는 일들 입니다.’
‘그건 또 무슨 얘긴가?’
‘여기를 좀 자세히 보시지요. 양물이 잘려나간 주위는 깨끗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만, 그 남근의 중앙부는 후비듯이 파여져 있질 않습니까? 범인은 계속해서 피가 터져 나오다 굳을 만 하면, 찌르고 쑤시고 하면서, 출혈을 강요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맨 정신으로야 이렇게 버틸 수가 없지요. 만약 그렇게 했다면, 심근 경련이나 심통으로 인해 혼절한 채로 사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의견으로는 아마도 미혼단(迷魂丹: 뭐 마취제나 도리도리 일걸?) 같은 것에 취해서, 신체를 제압 당한 뒤, 거의 통증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죽음의 순간도 느끼지 못한 채, 출혈이 과다한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의 어른, 이걸 좀 보십시오. 일반 시신에서 확연히 보이는 시반이 아주 희미하질 않습니까? 그 얘기는 체내에 남겨져 있어야 할 혈원이 고갈 되었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자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렇구만. 허 참…..자네….대단허이.’
‘게다가 시신을 살펴 보면, 양물의 자상 이외에는 어디 끌리거나, 긁힌 흠집조차 없습니다. 즉 그 얘기는 시신이 살해되고, 장거리를 유기되어 실려 왔다는 것이 성립되질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 얘기는 바로..’
‘바로?’
도승지 영감의 침 삼키는 꼴깍 소리마저, 청아하게 들리고 있었다.
‘이 살인은 궁 안에서, 그것도 이곳 편전과 가까운 곳에서 이루어 졌다는 얘기 입니다.’
‘아니, 그런 일이…그렇다면, 이 인물은 궁 안에 있는, 누군가 여야 한다는 말 아닌가?’
‘꼭 그렇진 않습니다. 외부에서 사람을 숨겨 들어올 수 있는 방법도 셀 수 없이 많지요. 제가 패관기서를 집필할 때도, 일부 양민들 사이에서는 궁에 몰래 들어갔다가 나온 것을 자랑하는 이들도 수 없이 많이 보았으니까요. 주상을 직접 알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그들이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많습니다. 허나, 이 인물은 궁 안으로 잠입해 들어온 인물로는 보이질 않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환자들을 겪어본 바로는, 저렇듯 입을 굳게 다물고 죽는 사람은 매우 드문데 말이지,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어의 영감다운 질문 이었다.
‘입 안은 열어 보셨습니까?’
‘그거야……입 주변에 혈흔도, 아무것도 없기에 열어보진 않았네만…..’
‘아닐 겁니다. 분명히 입 안에 무언가를 갖고 있을 겁니다. 자고로 사람의 턱주가리는 살아 있을 때나 천정을 붙들고 있다는 옛말도 있질 않습니까? 자 보시죠.’
나는 자랑스럽게 억지로 시신의 아가리를 열었다. 그러나. 그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무어가 있다 하질 않았나? 혈흔도 없고….가만…… 무언가 있긴 있네…..자, 그걸 좀 줘 보게나.’
어의 영감이 조심스럽게 벌려진 입안으로, 갈고리 같이 생긴 것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들리는 피쉭 하는 소리…..그리고 번지는 썩은 내…..무언가 시신의 기도를 막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양물이었다. 어의는 그 양물을 들어, 시신의 자상 부위에 맞추어 올려 놓았다. 고환은 없었지만 얼추 꼭 들어가 맞는 그 모습…….기가 막혔다. 자신의 양물을 자신의 목구녕에 넣고 죽음을 맞이 하다니…..
‘이건 좀 이상합니다. 누군가 양물을 적출한 것은 사실이오나, 기도에 틀어 넣은 것은 죽은 이후가 분명합니다. 만일 적출과 질식이 동시였다면, 아마도 시신의 표정은 이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얼굴을 누군지 모르도록, 흉험한 자상으로 형체를 알아보기는 어려웠어도, 시신이 숨이 막혀 발광을 했다든가, 아니면, 반항한 흔적이나 근육의 경직이 표정에서는 보이고 있질 않기 때문이지요.’
도승지 영감이 말문을 텄다.
‘그건 맞는 것 같구만. 그런데, 어째서 시신의 양물을 입 안에 넣고 죽였단 말인가?’
‘글쎄요, 좀더 살펴 보지요.’
시신은 발가벗겨져 있었지만, 전신에 혈흔은 한 방울도 발견되지 않았고, 흡사 시신은 정성 들여, 염을 한 것처럼 깨끗하기까지 하였다.
‘다음으로 이상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닙니다. 나신도 그러려니와, 허리에 차고 있는 각띠, 호패로 보이는 이 것과 신고 있는 목화(木靴 : 벼슬아치들이 사모(紗帽)와 각띠를 할 때 챙겨 신는 신발인데, 검은 색이고, 모냥이 장화를 닮았지롱!), 그리고, 제가 지금 펴보고 있는데, 손아귀에서 나온,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은 동글납작한 목패 반쪽이 그 것 입니다.’
‘이 시신의 신분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글쎄요. 그건 너무 쉬운 사당패의 줄타기 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어찌 그렇게 생각하는가?’
‘우선 궁궐의 그 유명한 패장(牌將: 궁 내부나 관아에서 일군을 부리는 우두머리), 표충 나리를 불러 주십시오.’
‘그래도 될까?’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자라 괜찮을 것입니다. 시신을 보여주지 않고, 유품만을 보여 주면, 꽤나 쓸만한 것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자네는 그럼,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대면 하는 것이 어떨까? 워낙 눈과 귀가 많아서…..’
‘지당하신 말씀 입니다.’
곧 이어, 패장 표충이 불려져 왔다.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은, 편전이라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으나, 벌써 궁 내부를 흔들고 있는, 시체 썩는 냄새와 발 달린 소문 때문인 것 같았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한 치도 거짓이나 숨기는 사실이 없어야 할 것이야, 알겠는가?’
내가 짐짓 수령이나 관찰사 같은, 지엄한 목소리를 흉내 내어 소리쳤다.
‘예, 하명만 하십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내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질문을 시작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알다 뿐입니까? 그건 상아패라 하옵니다.’
‘상아패가 무엇인고?’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소인 알기로는 호패의 일종 입니다요. 상아(象牙) 재질은 동반, 서반 및 내관 2품 이상, 물소 뿔로 맹그는 각(角)질은 3품 이하 여도, 잡과에 기어 오른 것들, 황양목(黃楊木)질은 씨잘데가리 없는 생원, 진사, 소목(小木)질은 잡직, 서리, 향리, 대목(大木)질은 공사천(公私賤), 가리(假吏), 에설라무네….’
‘아, 그만 하면 되었고……그런데, 이상하질 않느냐? 호패라 함은 그 패면에 출생연월과, 직급, 화인(火印:불도장)이 있어야 하거늘 아무것도 없질 않은가?’
‘그렇습니다만, 형색은 호패가 맞습니다요. 상아(象牙)로 만들어져 있굽쇼, 윗부분은 뫼봉우리에다, 하부는 방형(方形)으로 되어 있어, 천원지방 (天圓地方), 즉 둥근 하늘과 네모난 땅의 모양으로 되어 있지 않습니까? 상단 중앙에 구멍이 있고, 자색의 장식 술이 달린 끈이 연결되어 있는 것도 그렇굽쇼. 또 호패청에서 지시한 바대로, 장식 술이, 물소 뿔로 만든 장식 사이에 맞물려 있으며, 여기에 끈이 연결되어 있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사이에 상아(象牙) 재질의 장식이 두 개가나 더 달려 있는 형상이 한치도 틀림이 없습니다요.’
‘그것을 호패의 일종이라 본다면, 그것의 형색으로 보아, 내관 2품 이상의 관직에 있는 자가 패용하고 다닐만한 호패라 이 말 이렸다?’
‘네. 이 눔, 목숨을 걸고 말씀 올립니다요.’
‘좋다. 그럼, 이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패장에게 건넨 것은 시신의 왼손에 꼭 쥐어져 있던 동글 납작한 목패의 반쪽 이었다.
‘글씨…이건 형태로 보아,…..소인의 에비가 목물전(木物廛:나무 기구 따위나 나무로 된 작은 소품들을 팔던 곳. 아마도 목형 딜도도 팔았을 껄?)을 크게 혀서 잘 아는디…..나무의 재질로 보아….그러니께……’
‘아느냐, 모르느냐? 거짓이 있으면 죽음을 면키 어려울 것이야.’
‘잘 모르겄는디유. 소인은 그러니께….아….차차차차!’
‘무엇이냐? 생각이 났느냐?’
내가 언성을 높이기도 전에 도승지 영감이, 냅다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나이 값을 허셔야지, 원….쯧쯧….
‘한번 본 적이 있습니다요. 상서원(尙瑞院: 옥쇄, 병부, 마패 등을 담당하던 관청…이름하야,쉽게 야그혀서, 도장 보관소라 이거지 뭐, 별거 있간디?)의 서고 보수 때, 본 적이 있습니다요. 패면에 글씨가 없고, 반쪽이라서 그렇지, 이 물건은 필시 발병부(發兵符: 조선 시대 때에 군사를 동원하는 표지로 쓰던 동글납작한 목패를 이르는 것인데, 지름이 7센치, 두께가 1센치로, 발병이란 두 글자가 정면에 새겨져 있고, 한가운데를 쪼개어 오른쪽은 책임자에게 주고, 왼쪽은 임금이 가지고 있다가 군사를 동원할 필요가 있을 시에, 임금의 교지와 함께 그 한쪽을 내어 주면, 군사의 통솔자가 나머지 반쪽과 맞추어 자신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후면과 맞아 떨어질 때에만 군사를 움직인다는 표지……열나 의심 많았구만! 핸폰 한 통 때리든가, 삐삐나 날리지, 뭔 놈의 표딱지로 짝 맞추기 하고 있었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그 판국에…쯧쯧……)의 반쪽이 틀림 없습니다요.’
‘틀림이 없으렸다?’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알았다, 돌아가거라.’
패장이 돌아가고, 나는 시신에 우스꽝시럽게 신겨져 있던 목화를 벗겨냈다.
‘아니, 그건 뭐하려고?’
어의 영감이 퉁명스럽게 물어댔다. 모르면 잠자코나 있지, 왠 태클(아니, 이건 조선 시대지? 그럼 뭐가 좋을까? 딴지? 음 그게 좋겠구만)?
‘네, 그럴 줄 알았지.’
‘무엇이 말인가?’
‘자, 보십시오. 이 목화의 거죽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십니까?’
‘나는 잘 모르겠는데…..글쎄….’
‘잘 보십시오. 이 발바닥의 중간을 가로지르는 닳은 자국……네, 그렇지요. 바로 말의 박차를 걸치는 위치입니다. 말을 탄 벼슬아치라는 얘기 이지요. 그렇지만, 여기서 속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시신의 맨 발바닥 입니다.’
‘아니, 그 말은 또 무슨?’
‘만일 무관이라도 되어, 항상 말을 탄다던가 한다면, 반드시 발바닥은 박차로 인한 굳은 살이 배겨 있을 것인데, 시신은 맹랑하게도 아무런 자죽도 없는, 이를테면 백면서생 같은 야들야들함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자, 그럼 우리 추리를 한번 해보세.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아니, 같이 대가리를 모아 생각해도 모지랄 판국에 같이 하자며, 물어 보기로는 순번을 나를 제일로 꼽아? 에이, 재수대가리 없는 도승지 영감탱이……헐….
‘이제까지의 증거와 시신의 형태 등을 미루어 볼 짝시면…..’
‘볼 짝시면?’
‘이것은…… 역모와 관련이 있는 듯 하옵니다.’
‘아니, 듯 하다는 또 무엇이고, 이 경황간에 역모라니?’
둘러선 두 양반의 작은 눈이 흡부릅떠 지고 있었다.
‘자, 이제부터 소인이 올리는 추리를 적어서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범인은 범행을 외부에서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그 얘기는 이 살인의 의도와 동기, 목적….그 어떤 것이든 궁과 관련된다는 의미와 같지요. 시신을 유기해서 주상께서 집무를 보시는 편전에 옮겼다는 사실은, 무언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주상께 닥칠 수도 있는 위기를 넌즈시 알리고자 함 인 것 같습니다.’
‘아니, 자네 말은 범인이……. 쌩뚱맞게(아니, 그 당시도 개그 프로를 보는 사람들이 있었남?) 우리 편이란 말인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도승지 영감이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어려울 것이다, 영감탱구야!
‘잠자코 들어 보십시오. 만일 시신이 옥좌의 정면에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것은 주상의 목전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발본색원도 용이함을 말하지만, 옥좌의 후면에 시신이 놓여 있었다는 것은 주상의 뒤에서, 즉, 모르는 은밀한 곳에서, 게다가, 가까운 곳에서 역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음…..그럼, 시신이 발가벗겨져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 할텐가? 그리고, 시신의 면상이 온통 칼자욱 인 것은?’
‘시신이 발가벗겨져 있다는 것은 일이 벌어졌을 때의 치욕적인 결과를 의미하지요. 칼자욱은 역모가 평화로운 실권의 장악이 아닌, 피부름을 동반하겠다는 경고 이고요.’
‘그렇다면, 기도를 틀어 막은 양물은 어떻게 설명하겠나?’
‘그것은 좀 나중에 설명합지요. 우선 역모의 준비에 벌써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부터 올려야 합당하다고 사려되옵니다. 그것은 발병부를 보시면 아시겠지요? 발병부만 있고, 패면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과, 그 면이 어느 쪽인지는 모르지만, 반쪽이 이미 손아귀에 들려져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손에 무엇인가를 쥐고 있다는 것은, 그것을 가지고, 누군가와 발병의 시기를 맞추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이미 역모에 가담한 자들은 자기 패거리들만이 알고 있는 장소와 시기, 역모 세력간의 끈끈한 매개중추가 이미 형성되어, 칼을 갈면서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 입지요.’
‘허어, 이거 갈수록 태산 이로고….’
‘그것뿐이 아닙니다. 목화의 박차 자국은, 이미 일반 양민들에 의한 역모 세력이 아닌, 정예 군사들이 역모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그 말은 무관 출신들 중에서도 많은 자들이, 그것도 궁에 들어올 수 있는 고급 관리들 중에 가담자가 있다는 증거 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시신은 그와 반대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인물이, 역모의 주축 이라는 얘기로 결집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한 것입니다. 여기서 호패에 관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호패에도 담긴 의미가 있던가?’
‘있다 뿐입니까? 바로 그 호패가 이번 역모의 주모자가 누구 인지를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입지요. 호패의 규격은 정확하게 상아패의 규격입니다. 그것은 바로 패장 표충의 얘기대로 동반, 서반 및 내관 2품 이상의 직급을 의미하지요. 그러나, 그 패면에 있어야 할 호패의 원 주인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습니다. 이것이 증거 이지요.’
‘아니, 적히지도 않은 기록이 어째서 범인을 지칭한다는 얘기인가?’
‘자고로 호패는 호구를 명백히 하고, 그에 따라 남정네의 숫자를 보다 정확히 함이 그 목적 이었지만, 실은 그를 통해 보다 철통 같은 신분의 구분과 아울러, 군역으로 차출될 인원의 망실이 없도록, 유동 인구의 적기 포착과 아울러, 호적 편성상의 누락, 허위기재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 더 주된 목적이었지요. 그러나, 실은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는 다르지요. 호패를 떡 허니, 받기만 허면, 곧바로 호적과 군적(軍籍)에 올라가 버리고, 동시에 군정(軍丁)으로 뽑히는 것은 만인이 다 아는 사실 입니다요. 국역(國役)을 져야만 한다라는 의미와도 같고요. 누가 산 목숨 버리는 변방으로 끌려 가거나, 전쟁에 지 발로 가고 싶겠습니까? 그러니, 피할 밖에 더 있겠습니까? 제가 적은 패관기서에 보면 멀쩡한 사람들이 양반 님네들의 사노비나 관하의 관노비로 자청해서 들어가 버리거나, 혹은 솜씨 좋은 목공들에게 웃돈 주고설랑 호패를 가짜를 만든다든가, 게다가 어떤 썩을 화상들은, 늙어 뒤진 놈 호패를 빼끌어다 버젓이 차고 댕기기도 허지요. 호패청 이야 있음 뭐 하겠습니까? 제서유위율(制書有違律)이네, 누적률(籍律) 같은 뺀지르르한 법이 있더라도, 장(杖)을 100여대를 치네, 수년 간 도형(徒刑)으로 다스립네, 다 소용 없는 짓이지요. 그 와중에 새로이 부상한 양반님네 자제들의 도피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사건의 주범이자, 역모의 발원 이지요.’
‘그것이…도대체 무엇인가? 대체….주상 전하를 능멸하는 짓거리도 모자라, 국운을 뒤흔드는 역모의 발심을, 도대체 누가 한다는 말이야?’
‘바로 환관 입니다.’
‘내시?’
‘호패를 차고 있으니, 남정네 같기는 허나, 그 패면에 기재할 성별이 모호한 인물, 남정네 이면서도, 달릴 게 없어서 결국 남정네로 불리워지기도 어려운 인물, 그 자가 바로 역모의 주축 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양물 중에서 고환을 어린 시절 강제로 끊어 냅니다. 그것도 말총으로 고환을 칭칭 묶어, 피가 통하질 않게 만든 뒤에, 제 스스로 썩어서 떨어질 때까지 그 기나긴 고통을 참아 냅니다. 왜냐구요? 비유이기는 하지만 서도, 바로 자신의 양물을 스스로 삼켜, 즉 자진 거세한 뒤, 그 울분과 한을 풀기 위해, 권력에 뛰어든다는 그들만의 속설 때문이지요. 범인은 그 역모의 주모자가 누구 인지, 저 시신을 통해 알려 주고 싶은 겁니다. 아마도 저자는 역모에 가담했다가 배신을 한 인물, 특히 환관중의 하나일 겁니다. 고환이 없이, 양물만이(뿡알 없는 좇대가리) 시신의 기도를 막고 있던 것이 그 좋은 예 입니다. 그 죽음을 이용하여, 범인은 주상의 친전까지 목숨을 걸고 잠입하여, 역모의 진행을 토설 하고 싶었던 것이고요.’
그러나, 둘러선 어의영감과 도승지, 그리고, 나는 잠시 말을 잊었다. 지금까지의 얘기를 종합해 본다면, 지금 이 시각부터, 궁궐의 안팎은 또다시 불게 될, 피의 거센 회오리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을 모두 직감하기 때문이었다.
‘수고했네. 역시 주상께서 보시는 눈이 탁월하시네.’
‘내 오늘, 자네를 다시 보았네. 언제든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통(메일 보내라 이 말이지 뭐)을 넣게나. 주저 말고…..그리고, 주상께는 내가 다시 간언해 보겠네. 자네의 복권을…..’
도승지 영감의 말을 나는 버릇없이 끊었다.
‘아닙니다. 저야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더 편하고 좋습니다. 무엇에 얽매이면서 살아가고픈 마음이야 예전에 접었지요. 이렇게라도 해서, 하해와 같은 주상의 성은에 보답할 수 있게 하여 주시니, 감읍할 따름 이옵니다.’
‘어허 그래도…..’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주상께서 계실 침소의 방향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전하, 옥체 보전 하시어, 만세에 성군으로 그 이름을 드날리소서.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그러나, 나의 배례도 아랑곳 하질 않고, 도승지 영감은 벌써부터 편전에서 밖에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알려, 사헌부와 의금부의 수장들 중에서 자신의 사람들을 소집하기 시작했고, 궁궐의 안팎을 빠른 시간 안에 통제하고, 경계를 배가 하라는 명을 전하고 있었다. 내가 천천히 걸어서 궁을 나오는 도중,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질녘 이었지만, 허공을 가로지르며, 선회하는 까마귀의 울음소리는 소름을 끼치게 하고 있었기에……이제 저 땅을 구르는, 병사들의 부산한 발걸음과 병장기의 덜그럭 거리는 소음들….피 바람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이 분명했다. 연루가 되었던, 아니 되었던 간에, 권력은 끝없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자를 짓밟게 될 것이고, 그 위에 군림하는 자를 시기하는 세력은, 언제고 감추어 둔 칼날을 들이댈 것이었다. 그게 역사의 수레바퀴라고 누군가 그랬지 않던가?
‘장쇠야! 게 있느냐?’
‘수 삼일 걸리신다드니만, 어찌 이리도 속히 돌아 오셨소?’
‘내야, 궁과는 거리가 먼 인물인데, 잠까지 잘 수야 있능가? 헌데 아까 마포 나루에서 아침 나절에 온다던 물건은 도착 했냐?’
‘뻔하지유. 제 때 올 리가 있시유?’
‘이런…..니기미…’
그러나, 누구도 지 말하면 온다고, 전방 앞에서 곰방대를 물고 서있는 나와 장쇠의 앞에 말하던 그 물건이 수레에 실려, 좁은 골목을 들어서고 있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다음 번에도 이리 물건이 늦으면, 아예, 어음 기한을 적지 않고 돌리는 수가 있으니 그리 아쇼.’
지분대면서, 나는 멈춘 수레에서 큰 보따리 두 짐을 양 어깨에 하나씩 가뿐하게 들어 올렸다.
‘하이고, 저 기운으로 소도 때려 잡을 거인디, 오만상 애꿎은 옥문이나 거덜 내고 사는 그 심정을 도저히 모르겄네…..헐’
‘장쇠야, 인생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하질 않더냐? 그저 바람 가는 대로, 물 흐르는 대로 살아가면 그 뿐…’
‘그렇다고 옥문으로 흐르는 물가 로만 달려가는 심사는 또 뭡니까요?’
‘허어! 남녀상색지사(男女相色之事: 끝까지 엉터리 문짜 쓰고 자빠졌네. 간딴히 슈아녀, 슈!)만큼 인생에 달콤한 기억은 어디에도 없는 법. 색흥에 달뜨면 세상의 걱정이 모두 사라지질 않느냐?’
나의 넘치는 근력을 장쇠를 포함해서 수레 꾼과 거간들은 감탄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영원히 모를 것이다. 며칠 밤, 잠을 못 이루고, 비밀리에 궁을 드나들었던 나의 행각을 말이다.
“주상 이시여, 강건 하소서. 이 놈은 멀리서 주상의 하해와 같은 성은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렵니다. 패관으로 있던 시절, 간신배들의 폭정과 약탈에 대한 민초의 불만을 글로 적어 올린 터에, 그것을 시기한 무리들의 상소로, 이 지경이 되었건만, 그것을 끝끝내 막아주신 주상의 성은을 갚을 길이 그간 없었사옵니다. 부디 역모의 무리를 발본색원 하시어, 사직의 기틀을 단단히 하소서.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방금 전 편전에서 내가 올린 배례의 중간 중간, 내 마음속으로 되뇐 그 소리를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한 것처럼……
-끝-
‘커, 저 음탕한 년 좀 보소….’
‘아잉, 이걸 가지구 뭘 그래?’
여인은 벌써부터 고쟁이만 까고 응댕이를 들이대고 있었다. 수작을 걸 때부터 알아 봤지만, 그 음습한 수풀(씹털을 가르킴)의 장관이 가히 개골산의 풍림조차 넋을 잃게 만들 그런 지경이었기에 말이다. 며칠을 무작시리 쪄대는 복날의 더위로 잠도 내내 설치고, 기력도 쇠진 하였건만,
‘척!’
‘아야!’
‘음심이 만만하니, 벌판이 출렁이는구나!’
‘아이, 그렇게 맨 응댕이를 쳐대면 어찌하누?’
‘허허. 지아비가 있는 아녀자가 외간 남자의 눈짓 한번에, 이리도 방댕이를 까고 있으니, 어찌 나라도 장(杖:곤장)을 쳐서, 민초의 도리를 바로잡지 않으리!’
‘흥흥…..연상의 유부녀를 넘보는 한량 주제비에 바른 소리는? 어여 행차나 허시지?’
제기(祭器: 제사에 쓰이는 용기)를 구하러 나온 것을 눈여겨보고 있던 나의 구미를 당긴 것은 물건을 고르는 척 하면서, 앞섶이 불룩 서있는 나의 양물(이름하야 좇대가리)을 가늠하며, 얼굴의 홍조를 감추지 못하는 그녀의 음란함 때문이었다. 대개 유기전은 호객 꾼을 고용하지도 않을뿐더러, 그 호가(呼價:부르는 값)가 일습으로 한다면 대단하기에, 물건을 고르는 손님보다 높은 위치에 내려다 보는, 좁은 평상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으며, 그로 인해, 대개 아낙네의 시선이 바로 나의 양물에 위치해서, 평소 같으면 제대로 눈을 들지 못하는 것이 보통 이었다. 그녀는 뼈대 있는 집 안의 며느리처럼 보였으며, 거느리고 온 몸종도 둘씩 되는 걸 보면, 필시 내노라 하는 유명인사의 여식이거나, 며느리가 분명했다.
‘덜컥 아이라도 가질 수 있을 터, 어찌 허겠는가?’
‘아효! 걱정도 잦으면, 똥보다 못하단 말 있잖수? 그리 입만 살아 가지고, 그런 양물로 어찌 내 음곡의 발흥을 잠재울 수 있으리….어여,…..제발….아랫것들을 곡절 없이 보냈으니, 나도 속히 뒤따라 가야 의심이 없을 터…..’
그녀의 언행으로 볼 때, 아이를 갖지 못하는 석녀(石女:불임녀)가 분명했고, 자신의 행로에 대한 치밀한 계산(유식한 말로 알리바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런 음행을 누차, 밥 먹듯이, 똥 싸 제끼듯이 해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 호기를 내 놓칠 수 있으리? 아래 것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기 무섭게, 년의 팔목을 낚아채서 뒷방으로 끌어온 지경 이었지만, 무작시리 덮칠 수 만은 없었다. 그러나, 년의 음구(淫口:씹구녕 이지, 뭐긴 뭐야!)는 이미 벌렁대면서, 누수(水: 해석이 필요 없음. 씹물이 질질임)에 누수를 거듭하고 있었다.
‘허허….양가댁 아낙의 몸짓이 이리도 천박해서야, 어디…..내 그 음기를 양물로 심히 다스릴 것이네. 우극…’
‘허윽…..아효…좋아라…..윽윽……윽윽…….하늘이…하늘이 노랗게….’
그러나, 하늘이 노란 것은 아니었다. 둘러선 놋쇠 그릇들이 줄지은 벽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으니, 온통 씻누럴 수밖에, 면경처럼 닦아놓은 그릇들을 통해 일그러지면서 허릿짓을 해대는 년의 전신이 자잘이도 비추어 지고 있었다.
‘아흑….아흑….아흑…..’
‘허어, 누가 들을까 저어 되는구만. 그 입 다물라!’
나는 년의 음탕한 옥문(玉門:씹구녕의 다른 말, 다르긴 뭘 달라? 그게 그 말이지)을 헐렁할 정도로 드나들다가, 불현듯, 년의 면상으로 양물을 들이댔다.
‘쩝쩝..줄줄…음음…웁웁…..’
‘네, 이년! 도대체 며칠이나 곡기를 끊었길래, 이리도 호들갑 이더냐?’
그러나, 년은 나를 빤히 올려다 보면서, 한 손으로는 고쟁이와 자꾸만 흘러 내리는 치마를 거두면서 둔덕 주위를 문지르기 바빴고, 다른 한 손은 내 고환(睾丸:두말 하면 잔소리, 뿡알이지 뭐!)을 돌려가며, 만지느라 바쁘기 이를 데 없었는데,
‘음음…쩝쩝…..욱욱….웁웁…..어여 출루(出淚:캬! 쥑인다. 좇물싸기 래나?)허시지? 그래야, 이 내 속의 허기나 면하지 않겄수?’
‘아니, 이 년이 보자 보자 하니깐, 째진 입으로 못하는 말이 없구나. 그 입 다물라! 나의 성스러운 즙액(性스러운 汁液: 아쭈구리? 좇물 이라고 하면 됐지, 문짜씩이나!)로 너의 음탕함을 씻어 주리라’
그러나, 그것은 씻어 준다기 보다는 갈증에 목을 적셔준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지경이었다. 탁주를 들이키는 형국으로 꿀꺽대며, 삼키는 내 양물로부터의 포효를, 년은 가비얍게 들어 넘기고 있었기에 말이다.
‘아! 맛있다. 점액이 이리도 찰진 것을 보면, 년들 꽤나 자주 호리시는 모냥이우?’
입가의 묻은 것을 손등으로 훔치며 허는 말 속에서, 나는 남정네의 좇물(이제야 제대로 발음 허네….헐)을 먹어대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맛과 농담(濃淡: 좇물이 진하냐, 맹탕이냐 하는 말이지 뭐!)을 갖고도, 오입의 경중과 횟수도 가늠할 수 있는 년의 경륜에,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자, 이제 네 옥문(보지라고 했냐, 안 했냐?)을 육봉(肉棒:좇대가리의 높임말, 아니, 세움말…..으이그 닝기리, 높이거나, 세우거나 그기 그거지….)으로 다스릴 터이니, 죄인은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말 것이며…’
‘어이, 양반아! 나 아직 허기가 차질 않아서 허는 말인데, 아까 밖에서 허드렛 일 하는 총각도 좀 불러 주지? 입이 심심 허니, 지루하기가 하삼삼 이네…..’
‘아니, 이년이 양구통접(口統接: 두 구녕이 하나로 통일되게시리 두 좇대가리로 쑤셔준다는 말, 뭐긴? 삼섬 아닌가벼?)을? 오냐, 좋다. 니 년 오늘, 끝장을 내 주리라. 거, 밖에 장쇠 있느냐? 얼릉, 냉큼 들어 오니라. 전방은 어여 닫고설랑!’
나 보다 거구인 장쇠가 좀 있다가, 꺼부정한 얼굴로 뒷방의 문을 열고서는, 눈이 휘둥그래져 버렸다. 그러나, 그도 내 밑에서 일을 배우다 보니, 한가락 하는 오입쟁이….이내 바지춤을 까고, 년의 아가리에 그 튼실한 육모방망이(좇대가리 라니깐!)를 들이댄다.
‘어휴….이 냄새…..나 미쳐…한 달포는 씻지도 않은 갑네…이 꼬리꼬리한 냄새..아흐…미쳐, 좋아 죽어…내가…..웁웁…욱욱…웁웁….으그극…’
그렇게 나불대다가, 내 그럴 쭐 알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내 쪽까지 풍겨오는, 장쇠 놈의 지린내와 숫컷 만의 노린내가 등천을 허는, 땟국물의 남근(男根:좇대가리의 높임말…아차차! 세움말)을 마다 않고, 쭉쭉 빨아대는 년의 맹랑함 때문 이었다. 나도 질 수는 없었다.
‘어흐 좋다! 이 응댕이! 요절을 내 주리라! 장쇠야! 그 년 뽈따구니를 아예, 네 양물로 뚫어주거라. 나는 여기서 이년의 옥문을 함몰 시키리라!’
그러나, 년도 만만찮았다. 마치 양쪽에서 사이 좋게 절구질을 하는 형상으로, 장쇠와 내가 번갈아 가면서 양구통접을 해대는데도 불구하고, 실룩대며, 내 앞섶을 강타하는 백설기 같은 년의 찰응댕이의 출렁임은 멈출 줄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미 입이 막혀 소리를 낼 수 없었건만, 그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입가로 새어 나오는 신음은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욱욱욱욱…..이 년이 이래도? 이래도? 장쇠야! 이 년의 음탕한 입에서 바른 소리가 나올 때 까정 매우 쳐라.’
‘뭘로요?’
아니, 이런 니기미(그 당시 그런 욕이 있었남?).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허지? 뭐긴 뭐야? 육봉으로 디리 조지는 거이지!
바닥에 엎드려 무릎이 까지지 않으려고, 경험 많은 것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년은 이미 자기가 입고 온 장옷을 깔아 놓고 있었고, 본의와 다르게, 그 위로 점점이 흩뿌려 지고 있는 점액질들이 말라 붙지 못하도록, 손바닥으로 훔치기까지 하는 년의 여유….커! 참…..고얀지고!......
‘욱욱욱…윽윽윽……으극으극으극…..’
‘아후….아후..아후…..어르신..이 년,…이 년,….아가리에 작두가 달렸는 갑서!…..방망이 끊어지겄수…아그그그그그그…..악악악!’
‘웁웁..웁웁..쭙쭙…쭈쭉…쭈쭉…웁웁웁….으으으으으ㅡ응…..악!’
방 안을 후끈하게 달구던 세 사람의 열기는 기어이 비명으로 판을 접었다. 년은 이미 장옷으로 자신의 옥문을 통해 질질 흘러 내리는 물기를 닦는 것을 포기했으며, 입 주변 조차 마찬가지였다. 아랫도리를 깐 채로, 발목에는 고쟁이가 걸려 있고, 버선 조차 벗질 못하고, 온 몸을 덜덜 떨어가며, 눈을 까뒤집고, 거북이 처럼 바둥대는 모습이라니…..년이 정신을 차린 것은 나와 장쇠가 벌거벗은 채로, 곰방대로 한참이나 연기를 뿜어대는 와중이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하이고, 죄는 무신….다음 달 제사 때 또 보자구요. 이 개망나니들아! 그때까정 그 놈의 몽둥이 간수나 잘 허시지? 제기는 좋은 걸루 다가 일습으로 보내주구려, 대금이야, 우리 영감이 치를 것이고…난 그럼 감세.’
세월 좋은 것들이 다르긴 달랐다. 물건을 갖고, 흥정이 아니라 쌈박질을 해가며,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양민들과 달리, 척 하니, 주문을 날리고, 유유히 사라지는 저 운치….옥문의 미각 또한 대단허니, 내 혀가 딜딜딜 떨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다시 가게를 열고, 장쇠가 새로 들어올 물건을 위해, 한 자리를 비우는 와중에 어디서 흙먼지가 일고 있었다.
‘물렀거라!...물렀거라!’
‘아니, 저자 거리에 웬 행차?’
‘이리 오너라! 궁에서 나왔느니라. 전직 패관(稗官: 임금이 심심헐 때, 민간의 풍속을 알려고 세상의 풍설과 소문을 수집, 정리, 집대성 하여 소설처럼 기록하여 바치는 벼슬아치를 일컫는 다나? 뭐 민간의 풍속이 별거 있간디? 그 놈의 빠구리 소설을 단행본처럼 맹글어 임금만 보게 바치는 거이지. 궁 내부에서도 유일한 빨간 책의 저자 랑게….헐…..) 윤가는 왕명을 받들라!’
때 아닌, 저자 거리의 대대한 행차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구경이 났다며, 머리를 조아리면서도 눈을 떼질 못했다. 그러나, 난 눈 하나 깜짝하질 않고, 왕명이 담긴 교지를 받들었다.
‘오랬만이네.’
‘어이쿠, 어찌 어르신께서?’
고개를 들자, 내 앞에는 궁에서도 서릿발 같은 성격으로 잘 알려진 승정원의 여섯 승지들 중에서도 으뜸이었던 정 3품에 해당하던 도승지 영감이 서 계셨다.
‘주상께서 급히 찾으시네.’
‘어찌 저 같은 인물을….이미 퇴궁된 잡것을……’
나의 전력이야 입으로 담기도 쪽 팔리지만, 임금만이 볼 수 있던 패관기서(稗官奇書: 본인의 역작 중의 하나인데, 이른바, 빠구리 소설의 결정판 이었으며, 그 놈의 내관 쇄끼가 주상께서 궁 밖으로 피접을 가신 사이에, 번개 같이 필사본으로 찍어 돌리는 바람에 걸렸잖여? 그 다음이야, 파직, 재산몰수, 퇴궁…그리고 좇 된 거이지 뭐. 별 수 있간디?)로 인해 옥살이나 유배는 면했다 해도, 패가 망신한 채로 이렇게 저자 거리에서 잡상을 하고 있는 지경의 인물을 급히 찾으신다는 말씀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 구석이 있었다. 이미 모든 관직에서 밀려난 지라, 나는 도승지 영감과 눈도 맞출 수 없었다.
‘아주 중요한 일이네. 수 삼일, 아니 그 이상이 걸릴런지도 몰라. 채비하고 따르게나.’
나는 무조건 장쇠에게 전방을 부탁하고, 따라 나섰다. 예전 궁에서야, 예를 갖추고, 면면히 대담이 가능했을 테지만, 이제는 엄연히 신분이 달라, 교꾼(가마를 드는 인간들) 옆에 붙어 머리를 조아리고 따라가는 지경이었다.
‘저를 어찌하여 찾으시는지 연유라도….’
‘눈과 귀가 너무 많음일세. 궁으로 어여 가자!’
궁에 도착하고서, 호위대들이 나의 신분을 확인하고, 그 삼엄한 경계를 뒤로 하고, 다가가는 곳은 편전이었다.
‘오늘, 주상께서는 편전에 들지 못하셨네.’
‘혹여, 옥체에 무슨 변고라도….’
‘어허…무신 망발을!.......그건 아니고, 암튼 들어가게나.’
나를 밀어 들여 보낸 편전에는 누린내가 등천하고 있었는데, 흡사 그 냄새는 굴비가 상해서 풍기는 것과 흡사했다. 별다른 것은 보이질 않았지만, 평소 같으면 가득 해야 할 내관들과 좌정해 있을, 문무 백관의 모습이 보이질 않고, 몇몇의 관리들과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는 호위 군졸들만이 있었다.
‘어찌 이리도 조용한 것인지…..’
‘이리 따라오게. 여기서 본 것은 절대 함구 해야 하고, 발설했을 시에는 가차 없이 목숨이 날아갈 게야. 알겠나?’
‘예, 도승지 영감.’
도승지 영감이 이끄는 대로, 주상이 거하시는 옥좌의 뒤로 돌아가는 순간, 나는 하마터면 소리를 칠뻔 했다. 옥좌의 뒤에는, 묘하게 벌거벗은 사람 같은 형체가, 길게 대자로 누워 있었는데, 이미 죽은 듯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영감….이, 이, 이기 무신…..죽은 것….아닙니까?’
‘보는 대로 일세. 여 봐라! 논의할 탁자와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지필묵을 대령 하렸다.’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편전의 문은 모두 스르륵 닫혀지고, 나와 도승지 영감,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남게 되었는데, 그는 어의 황총 이었다.
‘오랜만일세. 그간 별고 없었고?’
그의 의술은 정말 장고한 깊이와 너비를 자랑했으며, 그 명성은 하늘의 나는 새도 토악질을 시킬 수 있다고들 했다. 군졸들에 의해 간단하게 차려진 탁자에, 나, 도승지와 어의 영감, 이렇게 세 사람이 좌정하게 되었는데,
‘어찌된 연유 입니까?’
뭔 일에 열나 참견하기를 잘하는 내 성격상, 질문이 먼저 아니 나올 수 없었다.
‘금일 묘시 전, 편전 주변의 순찰을 돌던 군졸이, 수상한 그림자를 뒤쫓다가 놓치는 일이 발생했지. 그 사실을 곧바로 호위대에 보고 하였고, 그것을 수상히 여겨, 편전의 내부와 그 주변을 수색하던 중, 이런 변괴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되었다네.’
‘그렇다면, 저 시신은 묘시 이후로 전혀 이동이 없었는지요?’
‘내가 시반을 살펴 보려고 조금 들추어 본 것 이외에 건드린 것은 없지.’
어의 영감이 우선 시신을 살펴 본 모양 이었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아랫것들을 시키지 못하게 한 것은 왕명을 받든 도승지의 전언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시신을 유기해서, 편전에 오려면 곳곳에 버티고 있는 군사와 내관, 상궁들을 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니면, 내부에 결탁한 자들이 있지 않고서는….’
내가 짐짓 아는 체를 먼저 비추어 보였고,
‘나도 그것이 제일 궁금하다네. 시신이 좀 무겁겠나? 그리고, 저 체구를 보게. 한 사람의 힘으로 옮길 수 있는 자가 절대 아니야.’
도승지 영감도 그것이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만일 아무런 내부의 결탁이 없었다면, 무예가 고강한 자의 소행이 분명한 것이고, 내부의 결탁이 있었다면,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래서 자네를 부른 것이야.’
‘아니, 이 일은 성격상, 의금부와 좌우 포청에서 맡아 진행해야 할 것인데, 저 같은 무명의 인물을 천거하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자네, 한번 생각해 보게나. 이곳이 어디인가? 주상께서 국정을 논의하시는 편전 아닌가? 이곳에서 살인이 일어났든, 아니면, 다른 곳에서 죽여서 데려 왔든 간에, 시신이 이 옥좌의 후면에 위치한 일은, 주상을 면전에서 욕되게 하고자 함이 분명허네. 이 일을 섣불리 확대해서 처리했다가 여러 사람의 목이 날아가는, 피 바람이 불지도 모를 일이네. 그래서 자네를 부른 걸세. 이름하야, 패관에 불과 하였지만, 한 때는 주상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자네 아닌가? 내 이미 입 단속들은 시켜 놓았지만,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상궁 나인들은 벌써부터 입방아가 수십 가마닐쎄.’
하긴, 나의 문장력에 주상께서 침소를 거부하신 적이 한 두번 이던가 말이다. 궁에서만 지내시는 고로, 용두질(딸딸이, 여자들은 모를까? 수음, 자위, 마슈타베이숑…..지랄! 영어도 못하는 거이……) 이란 걸 모르시기에 내가 쓴 패관기서를 대하시고, 그 기이함에 몇 날 며칠을 밤잠도 설치질 않으셨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제가 할 일은 무엇 입니까?’
‘자네야, 궁 안팎의 사정에 훤하고, 그 겸비한 지식이 출중하질 않나 말이야. 우선 시신을 한번 살펴봐 주게. 내가 보니, 의문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네만, 평생 주상을 모시는 일에만 전념한 나로서는 식견도 모자랄 뿐더러,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놔서…..’
‘알겠습니다. 어디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냄새가 온 방안을 뒤흔들고 있는 시신 곁으로 다가갔다. 나는 옆에 지필묵을 놓고서, 하나하나 적어 나가기 시작했고, 어의 영감과 도승지 어른이 옆에 둘러서서, 의문이 나는 사항을 질문하며, 토의해 나갔다.
‘우선 시신에서 손상이 된 부위는 양물이 되겠습니다. 아주 날카로운 것으로 단번에 잘려 나간 것처럼 보이고 있는데, 어의 영감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나도 동감 일세. 아마 진검으로 단칼에 내리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데, 양물이 이렇듯 거세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디에고 피를 흘린 흔적이 없단 말이지.’
‘아마도 범인은 이 자의 양물을 거세한 후, 피를 흘려 사망에 이르기까지, 지혈을 하지 않은 듯싶습니다. 사망을 하면 피가 흐르는 것이 멈추게 됩지요. 그렇게 되면, 신체 안에 남아 있는 혈이 시반을 형성하게 될 터이고, 그것을 기초로 사망한 시각을 추정할 수 있게 됩니다요. 허나, 신체에 혈흔이 없는 것은 사망 시각을 추정치 못하게 하려고, 사망 후, 전신을 샅샅이 세척을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적어도 이틀은 걸려야 할 수 있는 일들 입니다.’
‘그건 또 무슨 얘긴가?’
‘여기를 좀 자세히 보시지요. 양물이 잘려나간 주위는 깨끗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만, 그 남근의 중앙부는 후비듯이 파여져 있질 않습니까? 범인은 계속해서 피가 터져 나오다 굳을 만 하면, 찌르고 쑤시고 하면서, 출혈을 강요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맨 정신으로야 이렇게 버틸 수가 없지요. 만약 그렇게 했다면, 심근 경련이나 심통으로 인해 혼절한 채로 사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의견으로는 아마도 미혼단(迷魂丹: 뭐 마취제나 도리도리 일걸?) 같은 것에 취해서, 신체를 제압 당한 뒤, 거의 통증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죽음의 순간도 느끼지 못한 채, 출혈이 과다한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의 어른, 이걸 좀 보십시오. 일반 시신에서 확연히 보이는 시반이 아주 희미하질 않습니까? 그 얘기는 체내에 남겨져 있어야 할 혈원이 고갈 되었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자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렇구만. 허 참…..자네….대단허이.’
‘게다가 시신을 살펴 보면, 양물의 자상 이외에는 어디 끌리거나, 긁힌 흠집조차 없습니다. 즉 그 얘기는 시신이 살해되고, 장거리를 유기되어 실려 왔다는 것이 성립되질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 얘기는 바로..’
‘바로?’
도승지 영감의 침 삼키는 꼴깍 소리마저, 청아하게 들리고 있었다.
‘이 살인은 궁 안에서, 그것도 이곳 편전과 가까운 곳에서 이루어 졌다는 얘기 입니다.’
‘아니, 그런 일이…그렇다면, 이 인물은 궁 안에 있는, 누군가 여야 한다는 말 아닌가?’
‘꼭 그렇진 않습니다. 외부에서 사람을 숨겨 들어올 수 있는 방법도 셀 수 없이 많지요. 제가 패관기서를 집필할 때도, 일부 양민들 사이에서는 궁에 몰래 들어갔다가 나온 것을 자랑하는 이들도 수 없이 많이 보았으니까요. 주상을 직접 알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그들이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많습니다. 허나, 이 인물은 궁 안으로 잠입해 들어온 인물로는 보이질 않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환자들을 겪어본 바로는, 저렇듯 입을 굳게 다물고 죽는 사람은 매우 드문데 말이지,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어의 영감다운 질문 이었다.
‘입 안은 열어 보셨습니까?’
‘그거야……입 주변에 혈흔도, 아무것도 없기에 열어보진 않았네만…..’
‘아닐 겁니다. 분명히 입 안에 무언가를 갖고 있을 겁니다. 자고로 사람의 턱주가리는 살아 있을 때나 천정을 붙들고 있다는 옛말도 있질 않습니까? 자 보시죠.’
나는 자랑스럽게 억지로 시신의 아가리를 열었다. 그러나. 그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무어가 있다 하질 않았나? 혈흔도 없고….가만…… 무언가 있긴 있네…..자, 그걸 좀 줘 보게나.’
어의 영감이 조심스럽게 벌려진 입안으로, 갈고리 같이 생긴 것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들리는 피쉭 하는 소리…..그리고 번지는 썩은 내…..무언가 시신의 기도를 막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양물이었다. 어의는 그 양물을 들어, 시신의 자상 부위에 맞추어 올려 놓았다. 고환은 없었지만 얼추 꼭 들어가 맞는 그 모습…….기가 막혔다. 자신의 양물을 자신의 목구녕에 넣고 죽음을 맞이 하다니…..
‘이건 좀 이상합니다. 누군가 양물을 적출한 것은 사실이오나, 기도에 틀어 넣은 것은 죽은 이후가 분명합니다. 만일 적출과 질식이 동시였다면, 아마도 시신의 표정은 이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얼굴을 누군지 모르도록, 흉험한 자상으로 형체를 알아보기는 어려웠어도, 시신이 숨이 막혀 발광을 했다든가, 아니면, 반항한 흔적이나 근육의 경직이 표정에서는 보이고 있질 않기 때문이지요.’
도승지 영감이 말문을 텄다.
‘그건 맞는 것 같구만. 그런데, 어째서 시신의 양물을 입 안에 넣고 죽였단 말인가?’
‘글쎄요, 좀더 살펴 보지요.’
시신은 발가벗겨져 있었지만, 전신에 혈흔은 한 방울도 발견되지 않았고, 흡사 시신은 정성 들여, 염을 한 것처럼 깨끗하기까지 하였다.
‘다음으로 이상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닙니다. 나신도 그러려니와, 허리에 차고 있는 각띠, 호패로 보이는 이 것과 신고 있는 목화(木靴 : 벼슬아치들이 사모(紗帽)와 각띠를 할 때 챙겨 신는 신발인데, 검은 색이고, 모냥이 장화를 닮았지롱!), 그리고, 제가 지금 펴보고 있는데, 손아귀에서 나온,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은 동글납작한 목패 반쪽이 그 것 입니다.’
‘이 시신의 신분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글쎄요. 그건 너무 쉬운 사당패의 줄타기 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어찌 그렇게 생각하는가?’
‘우선 궁궐의 그 유명한 패장(牌將: 궁 내부나 관아에서 일군을 부리는 우두머리), 표충 나리를 불러 주십시오.’
‘그래도 될까?’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자라 괜찮을 것입니다. 시신을 보여주지 않고, 유품만을 보여 주면, 꽤나 쓸만한 것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자네는 그럼,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대면 하는 것이 어떨까? 워낙 눈과 귀가 많아서…..’
‘지당하신 말씀 입니다.’
곧 이어, 패장 표충이 불려져 왔다.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은, 편전이라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으나, 벌써 궁 내부를 흔들고 있는, 시체 썩는 냄새와 발 달린 소문 때문인 것 같았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한 치도 거짓이나 숨기는 사실이 없어야 할 것이야, 알겠는가?’
내가 짐짓 수령이나 관찰사 같은, 지엄한 목소리를 흉내 내어 소리쳤다.
‘예, 하명만 하십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내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질문을 시작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알다 뿐입니까? 그건 상아패라 하옵니다.’
‘상아패가 무엇인고?’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소인 알기로는 호패의 일종 입니다요. 상아(象牙) 재질은 동반, 서반 및 내관 2품 이상, 물소 뿔로 맹그는 각(角)질은 3품 이하 여도, 잡과에 기어 오른 것들, 황양목(黃楊木)질은 씨잘데가리 없는 생원, 진사, 소목(小木)질은 잡직, 서리, 향리, 대목(大木)질은 공사천(公私賤), 가리(假吏), 에설라무네….’
‘아, 그만 하면 되었고……그런데, 이상하질 않느냐? 호패라 함은 그 패면에 출생연월과, 직급, 화인(火印:불도장)이 있어야 하거늘 아무것도 없질 않은가?’
‘그렇습니다만, 형색은 호패가 맞습니다요. 상아(象牙)로 만들어져 있굽쇼, 윗부분은 뫼봉우리에다, 하부는 방형(方形)으로 되어 있어, 천원지방 (天圓地方), 즉 둥근 하늘과 네모난 땅의 모양으로 되어 있지 않습니까? 상단 중앙에 구멍이 있고, 자색의 장식 술이 달린 끈이 연결되어 있는 것도 그렇굽쇼. 또 호패청에서 지시한 바대로, 장식 술이, 물소 뿔로 만든 장식 사이에 맞물려 있으며, 여기에 끈이 연결되어 있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사이에 상아(象牙) 재질의 장식이 두 개가나 더 달려 있는 형상이 한치도 틀림이 없습니다요.’
‘그것을 호패의 일종이라 본다면, 그것의 형색으로 보아, 내관 2품 이상의 관직에 있는 자가 패용하고 다닐만한 호패라 이 말 이렸다?’
‘네. 이 눔, 목숨을 걸고 말씀 올립니다요.’
‘좋다. 그럼, 이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패장에게 건넨 것은 시신의 왼손에 꼭 쥐어져 있던 동글 납작한 목패의 반쪽 이었다.
‘글씨…이건 형태로 보아,…..소인의 에비가 목물전(木物廛:나무 기구 따위나 나무로 된 작은 소품들을 팔던 곳. 아마도 목형 딜도도 팔았을 껄?)을 크게 혀서 잘 아는디…..나무의 재질로 보아….그러니께……’
‘아느냐, 모르느냐? 거짓이 있으면 죽음을 면키 어려울 것이야.’
‘잘 모르겄는디유. 소인은 그러니께….아….차차차차!’
‘무엇이냐? 생각이 났느냐?’
내가 언성을 높이기도 전에 도승지 영감이, 냅다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나이 값을 허셔야지, 원….쯧쯧….
‘한번 본 적이 있습니다요. 상서원(尙瑞院: 옥쇄, 병부, 마패 등을 담당하던 관청…이름하야,쉽게 야그혀서, 도장 보관소라 이거지 뭐, 별거 있간디?)의 서고 보수 때, 본 적이 있습니다요. 패면에 글씨가 없고, 반쪽이라서 그렇지, 이 물건은 필시 발병부(發兵符: 조선 시대 때에 군사를 동원하는 표지로 쓰던 동글납작한 목패를 이르는 것인데, 지름이 7센치, 두께가 1센치로, 발병이란 두 글자가 정면에 새겨져 있고, 한가운데를 쪼개어 오른쪽은 책임자에게 주고, 왼쪽은 임금이 가지고 있다가 군사를 동원할 필요가 있을 시에, 임금의 교지와 함께 그 한쪽을 내어 주면, 군사의 통솔자가 나머지 반쪽과 맞추어 자신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후면과 맞아 떨어질 때에만 군사를 움직인다는 표지……열나 의심 많았구만! 핸폰 한 통 때리든가, 삐삐나 날리지, 뭔 놈의 표딱지로 짝 맞추기 하고 있었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그 판국에…쯧쯧……)의 반쪽이 틀림 없습니다요.’
‘틀림이 없으렸다?’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알았다, 돌아가거라.’
패장이 돌아가고, 나는 시신에 우스꽝시럽게 신겨져 있던 목화를 벗겨냈다.
‘아니, 그건 뭐하려고?’
어의 영감이 퉁명스럽게 물어댔다. 모르면 잠자코나 있지, 왠 태클(아니, 이건 조선 시대지? 그럼 뭐가 좋을까? 딴지? 음 그게 좋겠구만)?
‘네, 그럴 줄 알았지.’
‘무엇이 말인가?’
‘자, 보십시오. 이 목화의 거죽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십니까?’
‘나는 잘 모르겠는데…..글쎄….’
‘잘 보십시오. 이 발바닥의 중간을 가로지르는 닳은 자국……네, 그렇지요. 바로 말의 박차를 걸치는 위치입니다. 말을 탄 벼슬아치라는 얘기 이지요. 그렇지만, 여기서 속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시신의 맨 발바닥 입니다.’
‘아니, 그 말은 또 무슨?’
‘만일 무관이라도 되어, 항상 말을 탄다던가 한다면, 반드시 발바닥은 박차로 인한 굳은 살이 배겨 있을 것인데, 시신은 맹랑하게도 아무런 자죽도 없는, 이를테면 백면서생 같은 야들야들함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자, 그럼 우리 추리를 한번 해보세.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아니, 같이 대가리를 모아 생각해도 모지랄 판국에 같이 하자며, 물어 보기로는 순번을 나를 제일로 꼽아? 에이, 재수대가리 없는 도승지 영감탱이……헐….
‘이제까지의 증거와 시신의 형태 등을 미루어 볼 짝시면…..’
‘볼 짝시면?’
‘이것은…… 역모와 관련이 있는 듯 하옵니다.’
‘아니, 듯 하다는 또 무엇이고, 이 경황간에 역모라니?’
둘러선 두 양반의 작은 눈이 흡부릅떠 지고 있었다.
‘자, 이제부터 소인이 올리는 추리를 적어서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범인은 범행을 외부에서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그 얘기는 이 살인의 의도와 동기, 목적….그 어떤 것이든 궁과 관련된다는 의미와 같지요. 시신을 유기해서 주상께서 집무를 보시는 편전에 옮겼다는 사실은, 무언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주상께 닥칠 수도 있는 위기를 넌즈시 알리고자 함 인 것 같습니다.’
‘아니, 자네 말은 범인이……. 쌩뚱맞게(아니, 그 당시도 개그 프로를 보는 사람들이 있었남?) 우리 편이란 말인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도승지 영감이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어려울 것이다, 영감탱구야!
‘잠자코 들어 보십시오. 만일 시신이 옥좌의 정면에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것은 주상의 목전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발본색원도 용이함을 말하지만, 옥좌의 후면에 시신이 놓여 있었다는 것은 주상의 뒤에서, 즉, 모르는 은밀한 곳에서, 게다가, 가까운 곳에서 역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음…..그럼, 시신이 발가벗겨져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 할텐가? 그리고, 시신의 면상이 온통 칼자욱 인 것은?’
‘시신이 발가벗겨져 있다는 것은 일이 벌어졌을 때의 치욕적인 결과를 의미하지요. 칼자욱은 역모가 평화로운 실권의 장악이 아닌, 피부름을 동반하겠다는 경고 이고요.’
‘그렇다면, 기도를 틀어 막은 양물은 어떻게 설명하겠나?’
‘그것은 좀 나중에 설명합지요. 우선 역모의 준비에 벌써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부터 올려야 합당하다고 사려되옵니다. 그것은 발병부를 보시면 아시겠지요? 발병부만 있고, 패면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과, 그 면이 어느 쪽인지는 모르지만, 반쪽이 이미 손아귀에 들려져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손에 무엇인가를 쥐고 있다는 것은, 그것을 가지고, 누군가와 발병의 시기를 맞추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이미 역모에 가담한 자들은 자기 패거리들만이 알고 있는 장소와 시기, 역모 세력간의 끈끈한 매개중추가 이미 형성되어, 칼을 갈면서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 입지요.’
‘허어, 이거 갈수록 태산 이로고….’
‘그것뿐이 아닙니다. 목화의 박차 자국은, 이미 일반 양민들에 의한 역모 세력이 아닌, 정예 군사들이 역모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그 말은 무관 출신들 중에서도 많은 자들이, 그것도 궁에 들어올 수 있는 고급 관리들 중에 가담자가 있다는 증거 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시신은 그와 반대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인물이, 역모의 주축 이라는 얘기로 결집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한 것입니다. 여기서 호패에 관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호패에도 담긴 의미가 있던가?’
‘있다 뿐입니까? 바로 그 호패가 이번 역모의 주모자가 누구 인지를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입지요. 호패의 규격은 정확하게 상아패의 규격입니다. 그것은 바로 패장 표충의 얘기대로 동반, 서반 및 내관 2품 이상의 직급을 의미하지요. 그러나, 그 패면에 있어야 할 호패의 원 주인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습니다. 이것이 증거 이지요.’
‘아니, 적히지도 않은 기록이 어째서 범인을 지칭한다는 얘기인가?’
‘자고로 호패는 호구를 명백히 하고, 그에 따라 남정네의 숫자를 보다 정확히 함이 그 목적 이었지만, 실은 그를 통해 보다 철통 같은 신분의 구분과 아울러, 군역으로 차출될 인원의 망실이 없도록, 유동 인구의 적기 포착과 아울러, 호적 편성상의 누락, 허위기재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 더 주된 목적이었지요. 그러나, 실은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는 다르지요. 호패를 떡 허니, 받기만 허면, 곧바로 호적과 군적(軍籍)에 올라가 버리고, 동시에 군정(軍丁)으로 뽑히는 것은 만인이 다 아는 사실 입니다요. 국역(國役)을 져야만 한다라는 의미와도 같고요. 누가 산 목숨 버리는 변방으로 끌려 가거나, 전쟁에 지 발로 가고 싶겠습니까? 그러니, 피할 밖에 더 있겠습니까? 제가 적은 패관기서에 보면 멀쩡한 사람들이 양반 님네들의 사노비나 관하의 관노비로 자청해서 들어가 버리거나, 혹은 솜씨 좋은 목공들에게 웃돈 주고설랑 호패를 가짜를 만든다든가, 게다가 어떤 썩을 화상들은, 늙어 뒤진 놈 호패를 빼끌어다 버젓이 차고 댕기기도 허지요. 호패청 이야 있음 뭐 하겠습니까? 제서유위율(制書有違律)이네, 누적률(籍律) 같은 뺀지르르한 법이 있더라도, 장(杖)을 100여대를 치네, 수년 간 도형(徒刑)으로 다스립네, 다 소용 없는 짓이지요. 그 와중에 새로이 부상한 양반님네 자제들의 도피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사건의 주범이자, 역모의 발원 이지요.’
‘그것이…도대체 무엇인가? 대체….주상 전하를 능멸하는 짓거리도 모자라, 국운을 뒤흔드는 역모의 발심을, 도대체 누가 한다는 말이야?’
‘바로 환관 입니다.’
‘내시?’
‘호패를 차고 있으니, 남정네 같기는 허나, 그 패면에 기재할 성별이 모호한 인물, 남정네 이면서도, 달릴 게 없어서 결국 남정네로 불리워지기도 어려운 인물, 그 자가 바로 역모의 주축 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양물 중에서 고환을 어린 시절 강제로 끊어 냅니다. 그것도 말총으로 고환을 칭칭 묶어, 피가 통하질 않게 만든 뒤에, 제 스스로 썩어서 떨어질 때까지 그 기나긴 고통을 참아 냅니다. 왜냐구요? 비유이기는 하지만 서도, 바로 자신의 양물을 스스로 삼켜, 즉 자진 거세한 뒤, 그 울분과 한을 풀기 위해, 권력에 뛰어든다는 그들만의 속설 때문이지요. 범인은 그 역모의 주모자가 누구 인지, 저 시신을 통해 알려 주고 싶은 겁니다. 아마도 저자는 역모에 가담했다가 배신을 한 인물, 특히 환관중의 하나일 겁니다. 고환이 없이, 양물만이(뿡알 없는 좇대가리) 시신의 기도를 막고 있던 것이 그 좋은 예 입니다. 그 죽음을 이용하여, 범인은 주상의 친전까지 목숨을 걸고 잠입하여, 역모의 진행을 토설 하고 싶었던 것이고요.’
그러나, 둘러선 어의영감과 도승지, 그리고, 나는 잠시 말을 잊었다. 지금까지의 얘기를 종합해 본다면, 지금 이 시각부터, 궁궐의 안팎은 또다시 불게 될, 피의 거센 회오리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을 모두 직감하기 때문이었다.
‘수고했네. 역시 주상께서 보시는 눈이 탁월하시네.’
‘내 오늘, 자네를 다시 보았네. 언제든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통(메일 보내라 이 말이지 뭐)을 넣게나. 주저 말고…..그리고, 주상께는 내가 다시 간언해 보겠네. 자네의 복권을…..’
도승지 영감의 말을 나는 버릇없이 끊었다.
‘아닙니다. 저야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더 편하고 좋습니다. 무엇에 얽매이면서 살아가고픈 마음이야 예전에 접었지요. 이렇게라도 해서, 하해와 같은 주상의 성은에 보답할 수 있게 하여 주시니, 감읍할 따름 이옵니다.’
‘어허 그래도…..’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주상께서 계실 침소의 방향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전하, 옥체 보전 하시어, 만세에 성군으로 그 이름을 드날리소서.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그러나, 나의 배례도 아랑곳 하질 않고, 도승지 영감은 벌써부터 편전에서 밖에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알려, 사헌부와 의금부의 수장들 중에서 자신의 사람들을 소집하기 시작했고, 궁궐의 안팎을 빠른 시간 안에 통제하고, 경계를 배가 하라는 명을 전하고 있었다. 내가 천천히 걸어서 궁을 나오는 도중,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질녘 이었지만, 허공을 가로지르며, 선회하는 까마귀의 울음소리는 소름을 끼치게 하고 있었기에……이제 저 땅을 구르는, 병사들의 부산한 발걸음과 병장기의 덜그럭 거리는 소음들….피 바람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이 분명했다. 연루가 되었던, 아니 되었던 간에, 권력은 끝없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자를 짓밟게 될 것이고, 그 위에 군림하는 자를 시기하는 세력은, 언제고 감추어 둔 칼날을 들이댈 것이었다. 그게 역사의 수레바퀴라고 누군가 그랬지 않던가?
‘장쇠야! 게 있느냐?’
‘수 삼일 걸리신다드니만, 어찌 이리도 속히 돌아 오셨소?’
‘내야, 궁과는 거리가 먼 인물인데, 잠까지 잘 수야 있능가? 헌데 아까 마포 나루에서 아침 나절에 온다던 물건은 도착 했냐?’
‘뻔하지유. 제 때 올 리가 있시유?’
‘이런…..니기미…’
그러나, 누구도 지 말하면 온다고, 전방 앞에서 곰방대를 물고 서있는 나와 장쇠의 앞에 말하던 그 물건이 수레에 실려, 좁은 골목을 들어서고 있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다음 번에도 이리 물건이 늦으면, 아예, 어음 기한을 적지 않고 돌리는 수가 있으니 그리 아쇼.’
지분대면서, 나는 멈춘 수레에서 큰 보따리 두 짐을 양 어깨에 하나씩 가뿐하게 들어 올렸다.
‘하이고, 저 기운으로 소도 때려 잡을 거인디, 오만상 애꿎은 옥문이나 거덜 내고 사는 그 심정을 도저히 모르겄네…..헐’
‘장쇠야, 인생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하질 않더냐? 그저 바람 가는 대로, 물 흐르는 대로 살아가면 그 뿐…’
‘그렇다고 옥문으로 흐르는 물가 로만 달려가는 심사는 또 뭡니까요?’
‘허어! 남녀상색지사(男女相色之事: 끝까지 엉터리 문짜 쓰고 자빠졌네. 간딴히 슈아녀, 슈!)만큼 인생에 달콤한 기억은 어디에도 없는 법. 색흥에 달뜨면 세상의 걱정이 모두 사라지질 않느냐?’
나의 넘치는 근력을 장쇠를 포함해서 수레 꾼과 거간들은 감탄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영원히 모를 것이다. 며칠 밤, 잠을 못 이루고, 비밀리에 궁을 드나들었던 나의 행각을 말이다.
“주상 이시여, 강건 하소서. 이 놈은 멀리서 주상의 하해와 같은 성은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렵니다. 패관으로 있던 시절, 간신배들의 폭정과 약탈에 대한 민초의 불만을 글로 적어 올린 터에, 그것을 시기한 무리들의 상소로, 이 지경이 되었건만, 그것을 끝끝내 막아주신 주상의 성은을 갚을 길이 그간 없었사옵니다. 부디 역모의 무리를 발본색원 하시어, 사직의 기틀을 단단히 하소서.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방금 전 편전에서 내가 올린 배례의 중간 중간, 내 마음속으로 되뇐 그 소리를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한 것처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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