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빨유]미니를 입으면 빨리 걷게 되는 이유 - 1부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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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서 업뎃!!
시험기간임에도 소라 접속하는 저를 스스로 원망하지만...(뭐 어때?ㅋㅋ)


어제와 오늘 평소보다 50% 양을 늘려서 올립니다.(분량 조절 실패;;ㅋㅋ)
재밌게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쪽지로 댓글로 늘 격려해주시는 분(몇 안되지만!) 정말정말 고마워요!!




미니를 입으면 빨리 걷게 되는 이유!
계속 이어져요!!




40.





[짝!]
나는 저절로 고개가 오른쪽으로 푹 꺾어졌다.




[미..미안해...]
왼손을 뺨에 가져다댄다. 화끈거리는 볼.



[야! 너 때문에 수행평가 점수 십구점 받았잖아! 왜 나는 십구점 받게 해줬냐? 시영이는 이십점 받았는데! 나 무시하냐?]


[아..아냐! 그런 거...]


[야! 제일 잘 하라고 내꺼 젤 처음에 하라고 시켰잖아~? 당연히 일곱 명 중에 내 것이 젤 점수가 좋아야 되는 거 아냐?]


[잘...잘못했어...]


[풉...잘못했으면 맞아야지?]


[......악!]
이번엔 배에 강렬한 통증이 밀려왔다.


[소리내면 더 맞는다~?]


[......읍! 읍! 흐흐흡...]
결국엔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또 울어? 아 짜증나 진짜!]


[끅끅...끕... 미...미안해...]


[난 여기까지~ 나 말고 할 말 있는 사람 있다면서?]


[응! 나~! 나 오늘 수행평가 때문에 선생한테 걸려서 열라게 깨지고 왔거든... 수아야~ 나는~ 너한테 있잖아~ 대충 한 15점 정도 받게 해달라고 했지 않았어~?]


[그..그렇게 안 받았어?]


[웃기지마.. 이년아~! 나 19점 받았거든? 그것 때문에 선생한테 끌려갔어! 제대로 알고 쓴거 맞냐고! 대답 못해서 존나 까였어! 나 엿먹일려고 작정했지?]


[아...아니야...]


[됐고! 넌 몇 점 받았어?]


[나는...시간이 부족해서..두 문제 밖에 못 했어서 6점 받았어...]


[크크크 그래야지~ 그건 잘했네! 그래도 잘못한 건 벌을 받고 넘어가야지?]




[......]



[나는 폭력 싫어해~ 우리 어리고 귀여운 수아 몸에 상처나면 안되잖아? 헤헷..]



[......!]



[얘들아? 수아 팔 다리 하나씩 잡고 책상위에 올려~!]



[한 명은 수건 가지고 와서 입 막고~ 그리고...그래 너! 넌 수아 간지럽혀 줘~]




[읍읍! 으아아아~!! 그만해그만해!!]



[저번에는 수건을 안 가져와서 제대로 못해봤는데 이번에는 소리도 많이 안나고 좋네~ 안 그래?]

[헤헤 그러게~]




[으아아아!!]




[딱 십 분만 행복하게 해줘~ 그 이상 행복해지면 질투나서 안돼 킥킥킥~]




[으아아아!!!]







41.




[수아야! 수아야?]
나는 눈을 떴다.

거울에 비치는 모습, 아니 거울에 안비치는 내 모습을 피하고 싶어 눈을 감고 있었더니 순간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또 악몽으로 인해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부분적이었지만 내 몸이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는지 등 뒤에 약간 축축한 것이 느껴졌다.

덕분인지 좀전까지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던 내가 누굴까에 대한 질문은 어느 정도 사라졌다.



[어제 잠 안 잤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 허리 꼿꼿이 세우고 잘 자더라 킥킥~ 대단했어. 원래 열처리 할 때 옆으로 기울면 머리 탈까봐 깨울려고 했었는데 잘 있더라구~ 그래서 이제 깨웠다 크크크]


보민이는 정말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얘기했다.
주변에서 내 머리를 도와주던 두분도 날 보면서 웃고 있었다.
나를 보고 웃고 있지만 예전에 내게 지었던 웃음과는 확연히 다른 웃음.


나는 얼굴로 피가 확 쏠리는 느낌을 받으며 주섬주섬 일어난다.


[자! 머리 감으러 가자! 중화제 처리까지 다 끝났어. 머리감고 영양앰플 쓰고 머리 말리고 옷 사러 가자~ 생각보다 시간 엄청 걸렸어!]


[알...알겠어!]


나는 보민이가 시키는 대로 머리를 감고 말리고 두피 마사지도 받았다.
보민이는 시간이 엄청 걸렸다고 하는데도 그때 부터 정확히 한 시간이 더 걸려서 머리가 완성됐다.



[짠! 어때요?]

[흠흠~ 남 실장 말이 맞았어! 머리가 상당히 잘 어울리는걸~ 부들부들 푸들같이 귀여운 맛도 있고~ 이 구제불능을 구제했네..크크큭! 이제 좀 비읍달린 구색을 좀 갖춘 것 같네!]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원장님~! 내가 내일 커피 쏜다! 흐흐]


[겨우 커피 한 잔으로 퉁치려고 그래? 남 실장 은근히 짠돌이 구석이 있다니까 보기와 달리!]


[보기엔 어떤데요? 흐흐]


[털털하고 남자들이 좋아할 매력을 갖고 있지? 하하]


영 적응이 되지 않는 하이톤의 원장과 이야기할 때부터 보민이에게 가까이 붙어서 얘기를 하더니 원장은 "털털하고"라는 부분에서 보민이의 엉덩이에 손을 가져가 두어번 움켜쥐더니 "매력을 갖고 있다"는 말에서는 어린아이에게 하듯이 엉덩이를 두 번 팡팡쳤다.

보민이는 씩 웃더니 허리로 원장의 손을 살짝 튕겨 내며 앞치마 같은 것을 벗었다.


[나 잠깐 옷 정리하고 올테니까 너 나갈 준비해! 소영씨? 얘 가방 좀 갖다줘요~]


보민이는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갔더니 몇 분 후에 나왔다.


[내일 뵐게요! 오늘 시간이 무.지. 촉박하거든요~]


[안녕히...계세..요..]
나는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왔다.


[어휴!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벌써 11시네!]
나는 지금 짧은 머리로 인해 목 뒤가 강한 태양으로 따가운 것을 느낌과 동시에 땀이 마르면서 생기는 시원함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어때? 보는 내가 다 시원하다!]


[응! 좋아~! 시원하다~ 예뻐?]


[이 년아 좋다는 표정이 그러냐? 웃어봐 좀! 이~렇게~]


내가 무표정이었는지 보민이는 내 양 볼을 잡고 억지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아아아!! 아퍼 힝~]


[스마일~ 해! 빨랑! 큭큭]


씨익.
나는 밖에서 이렇게 씨익 웃는 이 상황이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어색하게 이 순간이 다가오는 느낌을 받으며 보민이의 얼굴을 봤다.
보민이는 순간 얼굴이 얼어붙은 듯 잠깐 가만히 있다가 팔을 쭉 뻗어 내 머리를 흐트렸다.


[야! 너무 귀엽다 너! 헤헤헤~ 역시 난 솜씨가 좋다니까?]


[피~ 웃기지 마!]


[히히 가자가자~ 아침부터 중노동 했더니 나 배고파.. 넌 배 안고파? 내가 힘들었으니까 니가 점심 쏴!]


[어~?]


[어? 이 태도는 뭐야? 점심도 사줄 줄 알았어? 쇼핑할 것도 다 니 돈 쓰는거야 혹시 내가 다 사주는 줄 알았어?]


[...!]


[응응? 어 얘 봐라? 참나..]


[알겠어! 가자가자 사줄게 헤헤~]

/곽지민이라고 했지?/
나는 불현듯 머리 속에 떠오르던 연예인의 생각을 잠시 접고 보민이랑 백화점에 있는 음식점에 가기로 했다.



백화점에 들어가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밖에 넘 더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보민이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다 부족했는지 티셔츠를 펄럭여서 바람을 몸 안으로 넣으려고 했다.


[야... 너 안에 보여!]


[아무도 안 보잖아! 야! 오히려 너 때문에 사람들 더 쳐다봐! 더운데 짜증나게 할래? 이씨!]
야! 소리를 지른 후 보민이는 목소리를 한껏 낮춰서 내게 면박을 줬다.
보민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올라오는 수군거림이 들렸다.


[오빠~ 혹시 봤어 앞에 여자?]


[아니, 왜왜?]


[아니...여자가...박스티인데...검은 속옷...]
소근거리면서 눈치를 보내는 커플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 커플을 바라봤다.
커플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나랑 눈을 마주치더니 순식간에 눈이 커졌다.

/날 아는 눈빛인가?/


[수아야, 밥은 됐고, 너 속옷 먼저 사러가자~ 너 속옷 하나도 없더라? 뭐냐 죄다 브라탑 밖에 없더라?]
수아는 한 손으로는 옷을 펄럭이면서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보다가 갑자기 속옷을 먼저 사러가자고 했다.
그 때 보민이의 말을 캐주얼한 옷을 파는 코너의 남자 직원이 들었는지 우리를 놀란 듯이 쳐다봤다.


[야! 조용히 말해!]


[너 한번도 안해봤지?]



[...사실, 가슴이 커진 것도, 생리가 시작한 것도 1년이 채 안돼.. 가슴 사이즈를 모르는데 사는 것도 이상하잖어..]



[알았어~ 오늘 니 사이즈 재보고 이것저것 속옷 골라줄게~]





42.




[어서오세요~ 손님!]
속옷 매장에 들어서자 반사적으로 인사말이 들려온다.


[언니~ 얘가 갑자기 가슴이 커져서 맞는 속옷이 하나도 없다네요! 사이즈 좀 재주세요~]
들어서자마자 보민이는 툭 내뱉듯이 속옷 코너 매니저에게 주문한다.


/갑자기 가슴이 커졌다니 쟤도 참.../



[아 네... 호호... 친구분 남자친구가 친구에게 잘해주나봐요~]


[호호호~ 아! 그럼 그 속설이 진짜예요?]


[글쎄요~ 그렇다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고 그러던데... 개인적으로는 사실인 것 같기도 해요 호호호...]


[보민아 무슨 말이야?]


[애기는 어른들 얘기하는데 듣는거 아니다! 저리 빠져~ 크크크]


[호호호~ 아무튼 사이즈 잴테니 안쪽으로 들어오세요 동생분~]


나는 쭈뼛거리며 탈의실 같이 생긴 안쪽으로 들어갔다. 가까이 서서 보니 키가 나보다도 큰 매니저가 줄자를 들고 있었다.


[학생~ 언니랑 쇼핑왔나봐요? 일단 옷을 벗어볼래요?]


나는 망설이다 조심스레 옷을 벗었다.


[아직 애기네 호호~ 어디보자~ 흡~!]


벌거벗은 내 몸을 보면서 피식 웃음을 짓더니 줄자를 내 등뒤로 넘겨 사이즈를 재려는지 숨소리가 내 귓가에까지 들려왔다.


[음... 언더바스트는 칠십일점육... 칠십이고... 으X~!]


가슴 꼭대기에 줄자가 얹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줄자를 내려다보니 공중에 대롱거리는 줄자가 보였다.


[탑 바스트는 팔십점칠...팔십이니까... 조금 모자란 A컵이네요~ 허리보죠~]


줄자가 좀 더 내려가더니 허리인 듯한 곳에서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


[육십일점일... 음.. 한 이십사인치 되나? 호호.. 허리 되게 가늘다~ 엉덩이는... 팔십삼점사니까.. 팔십 입으면 되겠어요... 이제 옷 입고 나오세요~ 호호]


/....../


옷을 대충 입고 나오자 보민이랑 속옷가게 매니저랑 수다를 떨고 있다.


[와~ 동생분 몸매 좋으시던데요? 연예인 급이야~ 난 힐을 신었는데도 동생분 키가 나보다 조금 작고~]


[어유~ 언니! 과찬이예요~ 연예인은 무슨!! 쟤 가슴 작아서 안됨! 킥킥~]


[네~ 언니분에 비하면 좀 작으시더라구요~ 호호.. 언니 분 좀 닮아야 하는데~]


[캬캬~ 쟤 사이즈 얼마찾으면 되요?]


[브라는 칠십에이, 팬티는 팔십 찾아주시면 되요~]


보민이는 새까만 브라에 회색레이스로 포인트 되어있는 브라세트와 흰색에 검정색 도트 무늬가 있는 브라세트, 검은색에 중간에 금색 장식이 붙어있는 브라세트를 이라고 써져있는 코너에서 골라왔다.

그리고 보민이 어머어머 하더니 남색에 레이스로 포인트되어있는 브라세트를 에서 보더니 하나 더 가져왔다.


[야! 이거 예쁘다. 레이스로 트림이 되어있네... 언니! 이거 푸시업 어느정도 되요?]


[요즘 여름에 나오는 건 거의 다 데미 푸시업 아니면 푸시업 종류예요. 호호. 언니 주위 남자들 기절시키려구요?]


[그래 볼까요? 호호호]
보민이는 호호호 웃으면서 카운터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자기가 골라 온 걸 보여주었다.


[맘에 들어?]


[나 도트무늬 이거 어려보여서 싫은데...]


[그럼 그거 빼~ 다른 건?]
보민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꾸한다.


[괜찮아~ 그럼 검은색만 해?]


[나중에 너 혼자 따로 와 그럼 흐흐... 이번만 언니가 도와주는 거야! 계산해 빨랑 시간없어!]


[...남색 이것도?]


[헐... 야! 그 정도는 언니가 고생했는데 해줘야 하지 않겠어? 참나!]


[알..알겠어..]


[그럼 도트무늬 빼시고 다 합쳐서 19만 6천원이십니다~]


[네? 네.. 여기요...]


나는 깜짝놀라 보민이를 쳐다봤지만 뭐? 당연한 거 아냐?라는 표정을 보자 더 이상 말 없이 카드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나는 보민이와 같이 나란히 종이가방을 하나씩 손에 들고 매장을 나왔다.


[이제 뭐 사러 갈거야?]
내가 보민이에게 물어봤다.


[바지! 일단 언니가 패션의 기본을 가르쳐 줄게! 여기에 있는 사람들을 쭉 쳐다봐! 너랑 달리 공통적으로 보이는게 뭐야?]


[음... 다 짧은 바지 입고 다니는 거?]
나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을 얘기했다.


[그렇지! 패션의 기본은 짧고 얇게 입는거야! 겨울에도 짧고 얇게, 여름에는 더 짧고 더 얇게!]


[누가 그래? 니가 만들어 낸 거 아냐?]


[흐흐흐 들켰나? 호호 무튼! 바지 사러 가자~]


그런데 겨울 패션은 몰라도 지금 여름 패션에 대해서는 보민이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매장마다 마네킹들이 각기 자신의 스타일을 뽐내고 있었지만 모두다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이 정도면 꽤나 따끈따끈한 트렌드인 것은 확실한 듯 했다.


[안녕하세요 손님!]
좀 전에 들었던 인사와 거의 비슷한 톤인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매니저의 음성이다.


[여기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야~ 한번 골라봐~]


[동생분 바지 고르시는 거예요? 사이즈가~?]


[얘 잘 몰라요~ 한번 치수 재줘보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어유~ 동생분 키가... 다리도 엄청 기신 것 같은데요?]
또 줄자를 가져와 잰다.


[음~ 24인치 입으시면 될 것 같애요~ 재는 김에... 잠시만요~]
친절이 좀 과한 듯한 어조로 줄자를 이번엔 세로로 들었다. 내 골반에 손을 갖다대더니 발 밑까지 줄자를 내렸다.


[와~ 다리 길이가 팔십구센치네요~ 잠깐만 다리를 어깨 넓이 만큼만 벌려보실래요? 음.. 허벅지는 사십팔점칠센치구요~ 그냥 24인치 가셔서 맘에드는 스타일 고르셔서 아무거나 입으시면 되겠어요~ 동생분 바지 사시면 수선도 필요없이 그냥 입으셔도 될 것 같은데요? 다리가 기셔서...그런 분 보기 힘든데~ 호호호..]


/이 분은 왜 부담스럽게... 뭐 때문에 내가 칭찬을 받지?/


[신경쓰지말고 얼른 골라봐 시간 없어! 나 남친 만나러 가야돼!]


손에는 종이백을 쥐고 엉거주춤 매니저와 보민이 사이에 서있는 나에게 보민이는 이미 매니저의 부러움과 시샘이 섞인 말투를 알아챘는지 매니저 말을 무시하며 나한테 다그쳤다.


/뭐가 예쁜지 잘 모르겠는데? 다 똑같은 청바지 아냐?/


나는 긴 바지 코너에서 맘에드는 바지를 뒤적이다가 내 뒤로 잡아먹을 듯한 보민이의 고함이 들렸다.


[야! 내가 아까 짧은 바지 사랬잖아~ 안 덥냐? 밑에 땀띠난다 너?]


/참나~ 넌 그런 말을 그렇게 크게 말하냐?/
나는 눈을 흘겨 봤다.


보민이는 내 두 뼘도 안 되어 보이는 바지를 몇 개 고르더니 째려보고 있는 나한테 던진다.
나는 깜짝 놀라 바지를 받았다.


/악! 깜짝이야!/


[빨리 입어봐~]
보민이는 핸드폰을 보면서 나에게 말한다.
나는 바지를 들어 눈 앞에서 흔들며 보민이에게 속삭인다.


[이거 넘 짧지 않아?]


[야~ 솔직히 너 그거 입어도 짧은지 안 짧은지 모르잖아? 빨리 입어봐! 한번 입기 시작하면 계속 입고 싶을거야~]


/힝.. 아 짜증나!/
나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탈의실로 들어가 바지를 갈아입었다.
그런데 입기도 전에 짧은 바지의 위력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다리가 보이지 않아 바닥에 내려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바지를 끌어올려 입는 나로서는 오히려 긴 바지 보다 갈아입기도 편했다.



입고 난 뒤에 드는 느낌 역시 이번에도 보민이가 맞는 것 같았다.


/어? 딱 뭔가 딱 맞는 느낌이 들고 다리 전체가 시원한 거 같아!/


엉덩이 밑으로 짧은 바지의 끝단이 허벅지 가장 위쪽과 양 사타구니에 걸리는 듯 뭔가 딱 맞는 느낌이 들면서 매장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다리 전체에 느껴졌다.


[보민아? 잠깐 들어와 볼래?]


[아 뭐야~ 귀찮게~]
보민이는 벌컥 탈의실 문을 연다.


[앗! 깜짝이야! 나 이거 되게 시원하다? 헤헤]


[요년~ 잘 어울리는데~? 입고 갈래?]


그런데 하나 걸리는 게 있었다.


[근데...나도 너처럼 야해보일까?]


[하하.. 참나! 음.. 좀 야해보이네 키킥.. 바지 밑으로 엉덩이 살도 접히는게 살짝 보이... 아냐아냐 농담농담! 호호]


난 보민이의 말에 당황해서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을 받는 순간 보민이는 내 얼굴을 보더니 서둘러 아니라고 했다.


[나 사긴 할건데... 그냥 입고 왔던 바지 입고 갈래~]


[아냐아냐~ 이거 입고 가! 밖에 더운데~ 안 야하다니까 호호~]


/힝.. 이거 시원하긴 한데... 진짜 야하면 어떡하지?/


나는 탈의실 밖으로 나갔다.


[언니! 이거 야해보여요?]


[와~ 잘 어울려요! 다리가 워낙 예뻐서 더 눈에 띄는걸요?]


[그럼 이거랑 얘가 골라준 거 두 개 다 계산하고 이거 넣어주세요]


[야! 왜? 그냥 입고 가라니까?]


보민이는 또 내게 큰 소리로 보챈다.


[싫어.. 잘 어울린대잖아...]


[그게 뭐 어때서?]


[나 그런 말 처음 듣는단 말야... 그럼 밖에 나가서는 또 사람들이 쳐다볼거고... 아직 나 힘들어.. 모든게 너무 빨라...]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미안해.. 난 니가 좀 더 빨리 나았으면 해서 그랬어...]
한동안 침묵을 지키며 내가 흐느끼는 걸 보던 보민이는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눈물을 닦아줬다.


[아니야... 너 바쁘지? 나 혼자 쇼핑해 볼게~ 이제 어떻게 쇼핑하는지 대충 알겠어~]


[음.. 그럼 알겠어~! 갑자기 남친이 보자고 연락와서~ 너무 무리하진 말구... 돈 부족하지 않지?]


[모르겠어...]


[그럼 아까 입구쪽에 ATM기 있던데 나 밖으로 나가는 길에 같이 가서 얼마 정도 있는지 보고 사고 싶은거 더 사고 해~]


[응! 알겠어~]


나는 서둘러 다시 긴 바지로 갈아입고 짧은 반바지 두 벌을 계산을 했다. 점원언니는 계속해서 뭐라뭐라 얘기를 꺼냈지만, 보민이도 말이 없어지고, 나도 어색한 침묵이 뭔가 말을 꺼내는 것 보다는 훨씬 더 나았기에 나랑 보민이는 조용히 있었다.
그러자 혼자만 얘기하고 있는 자기자신을 알아챈 듯, 점원도 금새 입을 닫았다.
우리는 시끌벅적하게 들어올 때와는 달리 조용히 매장을 나왔고 눈 앞에 보이는 하행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네 계좌가 신한은행인가 그렇지?]


[응 그랬던 거 같애!]


[저기 신한은행꺼 있네~ 확인해보구~ 예쁜거 사와~ 매장 언니들에게 좀 낚여주고 해~ 그게 또 경험이라더라 조 선생님이 히히]


1층 로비에 다가와서 보민이는 내게 말을 꺼냈고 어색하게 한번 웃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알겠어! 저녁때 봐!]


나는 보민이의 등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응 안뇽~]


보민이가 손가락 네개를 앞뒤로 차르륵 흔들면서 내게 인사를 하고는 좀 더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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