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군의관의 1년 - 2부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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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6일 강원도 시내군 8055부대(88사단 75중대)
"충성."
"충성."
찬수가 내무반에 들어오자 씻으로 가거나 청소를 하던 병사들이 경례를 했다. 내무반은 양쪽에 긴 침상을 깔아놓고 1개 소대씩 한 방을 쓰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우리 의무대 내무반이 좀 더 좋구나."
2단 침대에 12명씩 들어가 자는 의무대 내무반이 좀 더 방처럼 보였다. 고참들은 대충 늘어지고 졸병들은 걸레를 들고 침상을 닦는다든가하며 청소중이었다.

"내무반 구급 상자 좀 볼까?"
늘어져있는 고참중 한 명에게 말했다. TV에서 여가수들이 교태 부리는 것을 보고 있던 그 병사는 흐느적대며 내무반 한 귀퉁이에서 구급 상자를 꺼냈다.

붕대와 소독용 베타딘(포비돈, 일명 빨간약), 솜, ... 은근히 빠진 것이 많았다.
"포셉(핀셋)은 어디있니?"
"어... 어..."

포비돈도 언제적 물건인지 싶었다.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 소독약으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다른 내무반도 비슷하겠지 싶었다. 의무대에서 오면서 들고 온 분량으로는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
"약제 담당관에게 소독약 불출해달라는 말 좀 해야겠는데... 아무도 신경 잘 안쓰나본데..."

이런 생각을 하며 다른 소대 내무실로 발을 옮겼다. 여기도 내무실 풍경이나 구급함의 상태는 비슷했다.

내무실들을 다 둘러본 찬수의 눈에 허리를 숙이고, 어기적거리며 걸레를 들고 가는 병사가 보였다.
"어디가 안좋으니?"
"! 충성!"
말을 건 찬수를 보고 급히 허리를 펴고 경례를 하려 했지만, 제대로 허리를 펴지도 못했고 그나마도 통증때문인지 얼굴을 찌푸렸다.

"아까 야간진료때 안 내려온 것 같은데 어디가 아픈거니?"
"아닙니다."
아주 즉각적인 답이 나왔다. 아무리봐도 아픈게 맞은데 잠시의 고민도 없이 대답한 것은 무조건적인 답을 하라고 강요 받았다는 생각이 찬수의 머릿속에 들었다.

"이쪽에 누워보렴. 누가 여기에 매트 좀 깔아주고..."
이 병사의 소대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까운 내무반에서 보기로 했다.
살짝 창백한 얼굴, 허리를 펴지 못하는 상태, 부자연스러운 걸음, ... 일단 봐야할 필요는 있었다. 자세를 제대로 펴지 못하는 것을 보면 몸통쪽의 문제가 의심되었다.

"으윽..."
등을 펴고 바로 누워보게 하자 신음했다. 옷을 들추고 관찰하자 아랫배에 살짝 울퉁불퉁하게 나온 것이 보였다. 손 끝으로 촉진(손으로 만져서 이상을 검사하는 것)을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부분은 뭔가 고인 느낌이 들었다. 양 손으로 몸통을 양쪽에서 눌러보며 좌우를 비교했다.

"악!"
양쪽 골반에 손을 대자 자지러지는 소리를 냈다.

찬수의 손에 잡힌 양쪽 iliac spine(장골극, 엉덩뼈 가시: 골반의 윗 모서리쪽)의 느낌이 이상했다. 눈을 감고 더 꼼꼼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아악!"
한쪽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바지를 살짝 내리자 멍이 든 것이 보였다. 골반의 안쪽으로는 혈관들이 많이 지나가고 있기때문에 이 부분의 손상은 출혈을 야기할 수 있었다. 다치고 바로 병원에 보내지 않은 것 같았다.
"이 정도로 다쳤다면 바로 효종 병원으로 보냈거나 의무대로 왔을텐데..."

"여기는 언제 다친거니?"
"악... 어제... ... ..."
"어제 계단에서 굴렀습니다."
찬수의 질문에 환자가 말을 주저하는 사이 고참인듯한 어느 병사가 대신 끼어들었다.

"계단에서 굴렀다고?"
"예 그렇슴다"
"어떻게 굴렀는데?"
"......"
"어떻게 하다가 어떤 자세로 굴렀는데?"
몇 군데에 멍자국이나 다친 자국이 보였지만, 골반을 다친 것과 같은 시기로 보이는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굴러서 다친 것이라면 방금전 눈으로 살펴봤을때 다른 상처가 비슷하게 나야 했다.

"... 계단에서 엎어졌슴다."
"방금전에는 굴렀다며?"
"계단에서 구르면서 엎어졌슴다."
이제 확실했다. 이 자세가 계단에서 엎어진 상처라면 계단 중에 하나가 유별나게 튀어 나와 있거나 엎어지면서 요가하는 수준으로 팔다리를 위로 들어야 했다. 자기가 아는 사람들중에서 그정도의 유연성이라면 동생과 연구간호사였던 임미혜 간호사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직 발레리나인 동생이나 요가 강사 자격을 갖고 있는 임미혜 선생이라도 넘어지는 그 순간에 그런 자세를 할 리는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 찬수에게 보호자라는 아이 엄마가 말했다.
"에이, 그냥 계단에서 넘어졌어요."
"......"
마침 연구 참여때문 소아병동에 왔다가 늑골(갈비뼈, rib) 골절을 입은 소아 기흉(pneumothorax: 폐와 가슴 안쪽 벽 사이에 외부의 공기가 들어가 기압차로 인해 폐가 밀리는 현상.)환자가 실려왔다는 콜을 받고 소아 응급실에 온 찬수는 상태가 안좋아보여 응급 수술에 들어갔다. X-ray 사진 속 꼬마 아이의 뼈에는 수많은 금이 가있었고, 다시 붙은 흔적이 있었다. 대충 봐도 4개 이상의 다른 부상 시기가 보였다. 찬수는 아이 엄마라는 사람의 얼굴을 다시 쳐다 봤다. 하지만, 의료인이 직접적으로 무엇을 어쩔 방법은 없었다. 아이를 치료하고 경찰에 연락하는 것이 찬수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최선이었다.


부자연스러운 상처, 우왕좌왕하는 진술... 그리고 기묘한 위화감이 드는 공기... 인턴 시절, 그리고 레지던트 시절에 느낀 그것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부대에서 환자를 떼어놓아야 제대로 환자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찬수는 잠시 갈등했다. 지금 환자의 상태는 골반 골절과 그로 인해 손상된 혈관이 있고 여기서 출혈이 있는듯했다. 골반강(pelvic cavity: 골반 안에 있는 공간) 내로 출혈이 생기고 일부가 배쪽으로 올라온 것 같았다. 수술로 조치할 수 밖에 없는데 사단 의무대의 시설로 이런 수술은 무리였다.
그렇지만, 병원으로 바로 간다면 이 부대에서 누가 찾아와 환자의 입을 막을 수 있었다. 적어도 의무대라면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지만 곧 마음을 바꿨다. 만일 입원조치한다면 병원측에 이야기해 면회를 막는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75중대와 의무대 효종 병원의 위치를 가늠한 찬수는 전화기를 꺼냈다.
“통신보안. 의무대 당직사관 김보미 하사입니다.”
“입원관님 외과반장입니다.”
"어, 반장님. 지금 오시는건가요?"
"아니요. 아직... 오늘 당직 의무병이 누굽니까?"
"우신영 상병입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운이 좋았다. 방사선병인 우신영 상병이라면 바로 손을 써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곧 의무대로 갈거고 환자는 4명입니다. 3명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입실 조치해 주시고, 한 명은 X-ray 찍어보고 바로 효종으로 갈 수 있습니다. 우신영 상병에게 촬영 준비해달라고 해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뭘 그러십니까. 딱히 이상해보이지도 않는데... 얘는 행정병이라 작업할 것도 있어서 그냥 내일 보내겠습니다. "
"시간을 끌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여기 당직 사관입니다. 얘가 이거 안하면 안된다고요."
앰블런스에 태우 출발하기 전 당직 사관인 4소대 부소대장과 찬수가 옥신각신했다.

"지금 상태에서 방치하면 내일 상태가 얼마나 악화될지 알 수 없습니다. 책임지실 수 있습니까?"
"... 칫, 야 분대장! 네가 따라가라!"
"앰블런스에 그럴 여유가 없으니 내일 오십시오."
감시자를 보내려는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 못할 수 있었다.

"의무대로 서둘러 가자."
앰블런스에 타면서 찬수는 운전병에게 말했다.


2006년 12월 18일 광화문 중식당 쓰촨
연구팀 회식을 마치고 나오며 소아청소년과 단태호 교수는 찬수의 손을 잡고 말했다.
"유찬수 선생. 도와줘서 고마워요."
"아니요. 폐식도 전공이 아니라 큰 도움은 못 되드린 것 같습니다."
"그래요? 난 이교수님이 좋은 사람을 보내줬다고 생각하는데."
단교수가 2년 선배인 흉부 외과의 이성진 교수에게 연구에 참여할 사람을 요청했고, 이교수는 비록 심장외과 세부전공이었지만, 폐식도쪽 경험 역시 풍부한 레지던트인 찬수를 보냈다.(흉부외과는 다시 몇 개 세부 전공으로 나뉘는데 그중 심장을 전담하는 심장외과와 기도를 포함한 허파와 식도를 맡는 폐식도외과가 있고 그 외에도 가슴안의 공간인 종격동 전공, 혈관 전공등 다양한 세부 전공이 있다.)

대부분은 2차 술자리를 향했고, 그 외의 사람들은 각자 갈 곳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선생님은요?"
임미혜 간호사가 슬그머니 찬수의 팔짱을 꼈다. 소아청소년과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2차를 향하기 시작했고, 타과인 찬수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사양했다. 그리고, 과 소속의 연구 간호사인 임미혜 역시 그들과는 친밀함이 덜했기에 찬수처럼 2차를 사양한 사람중 하나였다.

"글쎄요. 이제 집으로 가야죠."
"분당이요?"
"아니요. 간만에 제 방 베게에 누워야죠."
동생의 사고 다음해에 찬수의 아버지는 마음을 정리했고, 대형 로펌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 비록 부장판사였지만, 경력이나 법조계에서도 고등 법원장급은 하고도 남을 사람이라 인정하는 수준이었기에 좋은 대우로 영입되었고, 20여년간의 방포동 생활도 접으면서 분당으로 이사 가기로 결정했다. 찬수는 병원 때문에 서울에 있기로 마음 먹었고 얼마나 자주 들어갈지는 모르지만, 종로쪽에 원룸을 얻었다.

"음... 그럼 저희끼리 간단히 한 잔 하고 들어가실래요?"
"... 아는 곳 있으신가요?"
"조금가면 샤를로트 호텔이 있는데 거기 칵테일 바 괜찮데요."
"그럼 한 잔씩만 할까요."


2009년 7월 6일 강원도 시내군 88사단 의무대
오래간만에 임미혜 선생 생각을 하는 사이 앰블런스는 의무대에 도착했다.
"충성. 수고하셨습니다."
"이 환자는 chest, abdomal, pelvis 모두 A-P, lateral. 긴급으로 처리해줘."
"예? 예 알겠습니다."
앰블런스를 마중나온 우상병에게 내리자마자 찬수는 촬영을 지시했다.

"......"
예상대로였다.
X-ray 상으로도 금이 가고, 여러 곳이 부러져 있는 왼쪽 골반뼈가 보였다. 가슴의 갈비뼈에서도 금이 간 흔적이 있었다. 상습적인듯했다. 필름을 현상할 동안 환자와 따로 이야기 나눠 본 내용도 별 다를 것은 없었다. 고지식하고 어눌한 탓에 고참 한 명이 먼저 괴롭히기 시작했고, 다른 고참들도 여기에 합류했다고 한다. 다른 동기들이나 후임들은 그가 괴롭힘당하고 맞으면 고참들이 자신들은 건드리지 않는 탓에 무슨 일이 있는지 외면했다는 것이었다.
아마 간부들도 알고 있고, 내부의 결속을 위해 희생양을 정하는 방법으로 이를 묵인해주는 것 같았다. 같이 온 병사들 역시 가담자일 가능성이 컸다.

그동안 다른 환자들을 입실(=의무대 입원) 조치하고 온 우신영 상병에게 같은 부대의 다른 환자들과 떨어져있게 하도록 이야기를 해주고, 군의관실로 갔다. 치료반장인 내과반장 안인문 대위가 당직을 서고 있었다.
"...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야기를 들은 안대위가 물었다.

"범죄가 의심되는 환자는 보고한다.. 그게 원칙이니까요. 대장님께도 보고하고 그쪽 부대에도 통보해서 진상을 말할지 봐야죠. 그리고, 입원관 말로는 헌병대에는 아직 이야기하지 말라더군요. 그쪽 부대에서 어떻게 되는지 보고 결정하라고..."
"......"

잠시 치료반장이 침묵 했다.
"너무 믿지 않으시는게 좋습니다."
"네?"
"언제 악화될지도 모르고, 같은 중대 병사들과 있으면 무슨 압력을 받을지 모르니 입원 시키러 다녀오겠습니다. 죄송한데 다녀올동안 잠깐만 여기 좀 맡아주십시오."
뜬금 없는 말에 더 물으려 했지만, 치료반장은 효종 병원에 입원시키러 가야겠다며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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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설넷은 소설란 도용을 조선족한테 맡겼는지 봇으로 베껴가는지 자기들 까는 소리를 쓴 것도 그대로 긁어가네요.

* 가끔은 때리는것에 재미들렸는지 군기 확립이니 교육이니 하는 핑계도 못댈 구타 사건들이 있었죠.

* 골반안에 혈관이 풍부하다보니 골반 골절이 일어나면 출혈은 AV보고 남자들 꼴릴 확률이죠. 근데 그게 보이는 출혈이 아니라 거의 내출혈이라는게 함정. 그래서 모르고 있다가 과다 출혈로 쓰러져 죽을 수 있다는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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