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진 콘돔 - 1부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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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리리~ 띠리리리~]
"여보세요?"
"김희준씨 핸드폰이죠?"
"네..그런데요?"
"안녕하세요. 퓨리워터피아 이호준과장입니다."
"네?? 어디요?? 퓨리요??"
"네.. 김희준씨가 입사지원했던.."
"아~아~...네에.."
"문자 받으셨죠? 내일이 면접날이라 시간 늦지 않도록 당부전화 드렸습니다."
"하하.. 근데 이거 어쩌죠??.."
"네???..."
"제가요..글쎄.. 공기업에 합격해 버렸는데??..."
"아~네.. 그러세요??..."
"거기가 혹시.. 정수기 회사 아닌가요?.."
"네.."
"많이 만드세요.. 정수기.."
".................."
[딸깍~]
"우히히히히~!!!... 우하하하하~!!! 짜식들이 말이야.. 날더러 정수기 회사에나 다니라고???..."
사람일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불과 몇달 전만 하더라도 이런 전화가 왔다면 나도 모르게 무릅을 꿇고 전화를 받으며 연신 수화기에 대고
굽신거렸을텐데..
과연 레드락의 예측은 적중했다.
듣보잡의 세종인지 세조인지.. 하는 하찮은 전자부품조립회사가 차세대 이동통신의 신개념 통신방식의
원천기술특허획득이 발표되었고, 이업체의 주가동향 그래프는 요며칠 사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돈을 갈퀴로 긁는다는게 맞는 표현이다.
지금 상황에서 돈을 찾아버린다고 하면 자그마치 오십억의 순이윤을 얻은 셈이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 입맛만 다셔진다. 지금 저 돈은 그저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이렇게 벌어서 어느세월이 수천억 부자가 될까...
"그나저나.. 돈도 다 떨어져 가는데.. 몇주만 팔아버릴까?.."
로또 당첨금에서 천단위까지 투자하고 고작 삼백칠십여만원만 챙겼던 나는 밤이면 밤마다 근처 동네에서
한잔 빨다보니 그새 돈을 다 써버렸다.
"훗~ 설마 녀석이 뭐라 하진 않겠지??.."
며칠후 이른 아침시간에 녀석에게 메일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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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치셨군뇨. 09-11-20(금) 08:15:00
보낸사람: 주소록에 추가 | 수신차단하기
받는사람:
그렇게도 당부를 드렸건만 또 사고를 치셨군뇨.
지금 김희준씨의 돈 10만원은 천만원이상의 돈이라고 몇번이나 말씀드렸습니까?
약속을 지키지 않으셨으니 더이상 이 거래는 없는 걸로 하겠습니다.
==================================================================================
"체~.. 쪼잔하게 씨부랄 새끼.."
이른 아침부터 술도 아직 덜깬 지저분한 기분에 녀석으로 부터 신경질적인 메일을 읽으니
짜증이 밀려왔다.
"차라리 이참에 이 씨부랄 새끼랑 그만둘까?.."
"아니지.. 수천억 부자가 되야 하는데..."
"까짓꺼.. 나라고 못할게 뭐가 있어? 그냥 관심종목 찍어서 잔뜩 사두면 되는거 아냐??.."
"그래도 그렇지.. 참아야지.. 내가 약속을 어겼으니.."
"체~ 약속??.. 어차피 이거 내 돈 아냐??.. 지꺼 돈은 미리 빼놓구서 말이야.. 지금 내돈으로 돈놀이 하는거
면 내가 맘대로 할 수도 있는거 아냐??.. 지금 내돈으로 돈 벌면 또.. 반은 가져갈게 뻔하잖아??.."
녀석에게 메일을 보냈다.
"에라이.. 씨부랄 새꺄.. 이거나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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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사람 : ; 개인별 주소록에 추가
참조 :
제목 :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ㅠㅠ
내용
사실.. 돈도 다 떨어졌구.. 먹을것도 없구요.. 월세랑 핸드폰요금이랑 밀려 있어서.. 그만..ㅠㅠ
정말 죄송합니다.
너그러이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더 열심히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도록 하겠습니다.
꾸벅~
파일첨부 삭제| 대용량 업로더 설치하기일반 0KB/10MBx100개 | 대용량 0KB/2GBx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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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야 한다.
녀석은 지금 신과 같은 절대권력이다.
10년후 미래에서 녀석은 지금 지난 날의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가지고 돈놀이를 하고 있고
거기에 운좋게 내가 동승한 거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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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지켜보겠습니다. 09-11-20 (금) 19:29:00
보낸사람: 주소록에 추가 | 수신차단하기
받는사람:
이제 곧 머지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긴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지켜보겠습니다.
ps
그리고 궁금해 하시는 거 같아 김희준씨의 미래에 대해 몇 자 적겠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무척 궁금해 하시는 거 같은데.. 정해진 운명이란게 있겠습니까?
지금 자기 자신이 하기 나름입니다.
무슨 큰 봉변을 당하거나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거나 하지는 않고 있네요. 아직까진 말이죠.
그러니 걱정 마시고 매사에 충실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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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녀석이 나의 진심어린(?) 사과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나의 미래에 대한 힌트를 가르쳐 주었다.
그나저나 녀석이 살고 있는 10년 후의 세상이 어떨지가 궁금했다.
"그때가 되면 내 나이도 40인데..훗~ 그때 되보면 알겠지.."
생각해보면 시간은 진짜 빨리 가는듯 하다.
1999년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2009년이라니..
"하긴..1999년이나 2009년이나.. 딱히 다른것도 없군..2019년이래봤자 뭐가 틀리겠어??.."
며칠이 지났다.
아침부터 증권사의 HTS프로그램이 오류가 났는지 로그인이 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나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날벼락이 떨어졌다.
내돈이 한푼도 남아있지 않았다.
증권사에 전화를 걸어 개거품을 물며 난리를 치자 내가 정상적으로 이체해갔다고만 한다.
"이..이럴수가~!!!!...."
오늘 하루..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머리속은 온통 하얘졌고, 오늘 하루 동안의 일들이 기억조차 나지 않을 지경이다.
형사들이 친절하게 집에까지 와서 내 하드를 들고 가버렸고, 불꺼진 방구석에 혼자 앉아 몇시간 째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 떠오르는 건 딱 한놈 뿐이다.
"그 개새끼가.. 나를 가지고 논거야..."
절대권력의 레드락..
그놈이 그 좃같은 전지전능한 힘으로 내 돈을 가로채 간게 분명하다.
서둘러 옷가지를 챙겨입고 오피스텔 건물 2층의 PC방으로 향했다.
내가 너무 순진했다.
녀석을 너무 믿었다.
그녀석은 분명 초능력같은 예지력이 있는 놈이거나, 아니면 진짜 미래에서 과거로 연락을 한 놈일 수도 있겠지만..
녀석의 말을 100% 믿었던건 실수였다.
PC방에 자리를 잡고 모니터가 켜지기를 기다렸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컴퓨터가 늦게 부팅되는지 모르겠다.
포털에 접속을 하니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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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놀라셨죠? 09-11-27 (금) 21:29:00
보낸사람: 주소록에 추가 | 수신차단하기
받는사람:
이제 게임은 끝났습니다.
우리가 이겼네요.
제가 여기서 괜찮은 종목을 몽땅 다 사들였고, (김희준씨께서 자꾸 야금야금 돈을 찾으시니까..--)
그게 글쎄.. 천억 단위가 넘어 갔네요?
돈이 돈을 버는 법..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이 돈이 수천억이 되겠죠??
솔직히 지금 시대에서도 천억은 엄청난 돈이거든요.
사실 김희준씨가 살고 있는 세상과 제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그리 많은 시간 차이가 나지 않아요.
사람들은 보통 타임머신등을 생각하면 까마득히 먼 미래 내지.. 아득한 과거 따위를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저는 일년 전 미래라고 보시면 되요.
그러고보니 제가 초반에 거짓말 좀 했네요.
죄송해요. 정체를 숨기려 하다보니..
하지만..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저는 당신의 일년 후 미래에요.
작년 요맘 때 쯤인가요?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상계동의 그 쪽방 오피스텔에 처박혀 입사 준비를 하다가
아무생각없이 로또를 자동으로 한장 샀는데 그게 1등이 맞았지 뭐에요?? 당신도 알잖아요..? 그 359회 로또..
(사실 내가 안가르쳐 드려도 당신은 1등 맞을 운명이었네요.. 저처럼이요..훗~^^)
근데..제가요. 어설프게 알지도 못하면서 그만.. 주식에 투자했다가 그 돈을 몽땅 다 날려 버렸지뭐에요.
죽으려고까지 생각했는데..
퓨리워터피아 라는 곳에서 연락이 와서 새로 시작하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취직을 했는데요.
거기에서 그 전 직원이 쓰던 빈 자리의 컴퓨터의 바탕화면에 [시간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발견했어요.
처음에는 장난이라고 생각했고 지워버리려고 했었죠.
하지만 주식 손해로 날린 어마어마한 돈 생각에 혹시나 해서 그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메일을 보냈더니..
훗~ 진짜 된거 있죠??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당신도 겪을 일이잖아요. 당신께서 입사원서 넣었던 퓨리워터피아 아시죠? 곧 연락 오겠죠??
당신이라고 해야 하나?? 훗.. 하하하하...
하여간 삼척시 무인포스트에 묻었던 돈은 이날을 대비해서 당신에게 남겨둔 거니까..
고맙게 쓰셔야 해요. 아셨죠?
저 아니었으면 주식에다 다 꼬라박았을 테니까..
그리고 우리의 약속은 꼭 지키도록 노력할테니 걱정은 마세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이 돈.. 이 돈이 커질 때마다
우리의 그 무인포스트에 잘 포장해서 숨겨놓을 테니..(그렇다고 너무 기대는 마셈..캬캬..)
그럼 20,000
저한테 앞으로 연락해봤자 소용없어요.
안받을테니.. (수신거부해놨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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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런... 이... 개..새..끼...."
"이...개새끼~!!!!!!!!!!!!!!!!!!......."
PC방에서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다음날 이른 아침 나는 삼척으로 향했고, 내가 묻어두었던 그 돈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반년 정도 허송세월을 보내며 돈을 쓰다가 나머지 돈으로 사업구상을 해 보았고, 이것저것 여의치 않자
결국 주식에 뛰어들었다.
몇년 후
한달에 한번씩.. 삼척시 덕항산의 무인포스트를 찾는다.
레드락 녀석이 돈을 벌었다면.. 분명히 이곳에 묻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 녀석은 남도 아니고 분명 내 자신이니까 못 믿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오늘도 허탕이다.
아직 녀석이 수천억을 벌진 못했나 보다.
또 다시 몇년 후
2019년 9월19일
삼척시 덕항산 인근의 농촌마을
제작년 이곳으로 아예 이사를 와 버렸다.
지난 10년간 4억이 넘는 돈을 주식에 써버렸고, 알콜중독증에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폐인이 되어
보일러조차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낡은 폐농가를 하나 얻어 여지껏 혼자 살고 있다.
내 유일한 낙은 인터넷 게임이다.
현실의 나는 폐인이지만, 게임속 나는 영웅의 케릭터가 되어 세상을 호령하고 있다.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데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났다.
"에흠~!!..희주이 총각~ 안에 있나??.."
개울건너 혼자 사는 박씨 노인의 목소리였다.
"네..쿨럭쿨럭~!!.. 왜요??..."
"요즘은 덕항산에 버섯따러 안가나??.. 내가 지금 갈 참이여~.. 희주이 총각~ 같이 안갈꺼나??.."
"네.. 몸이 안좋아서 당분간 산에 안갈꺼에요.."
"젊은 사람이 몸이 안좋으면 한데 공기도 좀 쐬고 그래야지....그럼 푹 쉬~ 알았나??...에흠~!!.."
귀찮은 박씨 노인의 인기척이 멀어져 갔다.
게임을 접고 신경질적으로 눈앞에 펼쳐진 홀로그램의 창들을 꺼버렸다.
그리고 손가락 끝에 끼워져 있던 무선마우스를 빼버리고 뒤로 벌러덩 누워 버렸다.
몇 달전.. 이젠 더이상 레드락의 돈을 기다리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생각해보면 참 멍청한 짓을 한거였다.
한창인 나이에.. 레드락이 나에게 벌어다 줄 돈을 여지껏 기다리며 이런 깡촌 구석에까지 쳐박혀 기다리고
있었다니..
다시 서울로 가야 하나?
이젠 이 병든 몸뚱아리로 무슨일을 다시 시작할 수가 있을까..
상체를 일으켜 세워 인터넷 창을 켜고 이것저것을 검색하던 때 였다.
누군가의 개인 블로그에 우연하게 들어간 나는 블로그 주인이 올려놓은 자료창고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어라??...."
[시간여행]-->다운로드(그냥 재미삼아 하는 프로그램 같아여~^^)
순간 홀로그램 모니터 너머의 거울 속에 화색이 감도는 내 얼굴이 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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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단편 모음소설 [찢겨진 콘돔]
그 첫번째 이야기인 [Engagement]가 끝났습니다.
주말에 노느라 바빠서 글을 못 올렸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바로 집필 들어가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여보세요?"
"김희준씨 핸드폰이죠?"
"네..그런데요?"
"안녕하세요. 퓨리워터피아 이호준과장입니다."
"네?? 어디요?? 퓨리요??"
"네.. 김희준씨가 입사지원했던.."
"아~아~...네에.."
"문자 받으셨죠? 내일이 면접날이라 시간 늦지 않도록 당부전화 드렸습니다."
"하하.. 근데 이거 어쩌죠??.."
"네???..."
"제가요..글쎄.. 공기업에 합격해 버렸는데??..."
"아~네.. 그러세요??..."
"거기가 혹시.. 정수기 회사 아닌가요?.."
"네.."
"많이 만드세요.. 정수기.."
".................."
[딸깍~]
"우히히히히~!!!... 우하하하하~!!! 짜식들이 말이야.. 날더러 정수기 회사에나 다니라고???..."
사람일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불과 몇달 전만 하더라도 이런 전화가 왔다면 나도 모르게 무릅을 꿇고 전화를 받으며 연신 수화기에 대고
굽신거렸을텐데..
과연 레드락의 예측은 적중했다.
듣보잡의 세종인지 세조인지.. 하는 하찮은 전자부품조립회사가 차세대 이동통신의 신개념 통신방식의
원천기술특허획득이 발표되었고, 이업체의 주가동향 그래프는 요며칠 사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돈을 갈퀴로 긁는다는게 맞는 표현이다.
지금 상황에서 돈을 찾아버린다고 하면 자그마치 오십억의 순이윤을 얻은 셈이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 입맛만 다셔진다. 지금 저 돈은 그저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이렇게 벌어서 어느세월이 수천억 부자가 될까...
"그나저나.. 돈도 다 떨어져 가는데.. 몇주만 팔아버릴까?.."
로또 당첨금에서 천단위까지 투자하고 고작 삼백칠십여만원만 챙겼던 나는 밤이면 밤마다 근처 동네에서
한잔 빨다보니 그새 돈을 다 써버렸다.
"훗~ 설마 녀석이 뭐라 하진 않겠지??.."
며칠후 이른 아침시간에 녀석에게 메일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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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치셨군뇨. 09-11-20(금) 08: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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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사람:
그렇게도 당부를 드렸건만 또 사고를 치셨군뇨.
지금 김희준씨의 돈 10만원은 천만원이상의 돈이라고 몇번이나 말씀드렸습니까?
약속을 지키지 않으셨으니 더이상 이 거래는 없는 걸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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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쪼잔하게 씨부랄 새끼.."
이른 아침부터 술도 아직 덜깬 지저분한 기분에 녀석으로 부터 신경질적인 메일을 읽으니
짜증이 밀려왔다.
"차라리 이참에 이 씨부랄 새끼랑 그만둘까?.."
"아니지.. 수천억 부자가 되야 하는데..."
"까짓꺼.. 나라고 못할게 뭐가 있어? 그냥 관심종목 찍어서 잔뜩 사두면 되는거 아냐??.."
"그래도 그렇지.. 참아야지.. 내가 약속을 어겼으니.."
"체~ 약속??.. 어차피 이거 내 돈 아냐??.. 지꺼 돈은 미리 빼놓구서 말이야.. 지금 내돈으로 돈놀이 하는거
면 내가 맘대로 할 수도 있는거 아냐??.. 지금 내돈으로 돈 벌면 또.. 반은 가져갈게 뻔하잖아??.."
녀석에게 메일을 보냈다.
"에라이.. 씨부랄 새꺄.. 이거나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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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ㅠㅠ
내용
사실.. 돈도 다 떨어졌구.. 먹을것도 없구요.. 월세랑 핸드폰요금이랑 밀려 있어서.. 그만..ㅠㅠ
정말 죄송합니다.
너그러이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더 열심히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도록 하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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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야 한다.
녀석은 지금 신과 같은 절대권력이다.
10년후 미래에서 녀석은 지금 지난 날의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가지고 돈놀이를 하고 있고
거기에 운좋게 내가 동승한 거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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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지켜보겠습니다. 09-11-20 (금) 1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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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사람:
이제 곧 머지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긴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지켜보겠습니다.
ps
그리고 궁금해 하시는 거 같아 김희준씨의 미래에 대해 몇 자 적겠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무척 궁금해 하시는 거 같은데.. 정해진 운명이란게 있겠습니까?
지금 자기 자신이 하기 나름입니다.
무슨 큰 봉변을 당하거나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거나 하지는 않고 있네요. 아직까진 말이죠.
그러니 걱정 마시고 매사에 충실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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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녀석이 나의 진심어린(?) 사과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나의 미래에 대한 힌트를 가르쳐 주었다.
그나저나 녀석이 살고 있는 10년 후의 세상이 어떨지가 궁금했다.
"그때가 되면 내 나이도 40인데..훗~ 그때 되보면 알겠지.."
생각해보면 시간은 진짜 빨리 가는듯 하다.
1999년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2009년이라니..
"하긴..1999년이나 2009년이나.. 딱히 다른것도 없군..2019년이래봤자 뭐가 틀리겠어??.."
며칠이 지났다.
아침부터 증권사의 HTS프로그램이 오류가 났는지 로그인이 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나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날벼락이 떨어졌다.
내돈이 한푼도 남아있지 않았다.
증권사에 전화를 걸어 개거품을 물며 난리를 치자 내가 정상적으로 이체해갔다고만 한다.
"이..이럴수가~!!!!...."
오늘 하루..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머리속은 온통 하얘졌고, 오늘 하루 동안의 일들이 기억조차 나지 않을 지경이다.
형사들이 친절하게 집에까지 와서 내 하드를 들고 가버렸고, 불꺼진 방구석에 혼자 앉아 몇시간 째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 떠오르는 건 딱 한놈 뿐이다.
"그 개새끼가.. 나를 가지고 논거야..."
절대권력의 레드락..
그놈이 그 좃같은 전지전능한 힘으로 내 돈을 가로채 간게 분명하다.
서둘러 옷가지를 챙겨입고 오피스텔 건물 2층의 PC방으로 향했다.
내가 너무 순진했다.
녀석을 너무 믿었다.
그녀석은 분명 초능력같은 예지력이 있는 놈이거나, 아니면 진짜 미래에서 과거로 연락을 한 놈일 수도 있겠지만..
녀석의 말을 100% 믿었던건 실수였다.
PC방에 자리를 잡고 모니터가 켜지기를 기다렸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컴퓨터가 늦게 부팅되는지 모르겠다.
포털에 접속을 하니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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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놀라셨죠? 09-11-27 (금) 21:29:00
보낸사람: 주소록에 추가 | 수신차단하기
받는사람:
이제 게임은 끝났습니다.
우리가 이겼네요.
제가 여기서 괜찮은 종목을 몽땅 다 사들였고, (김희준씨께서 자꾸 야금야금 돈을 찾으시니까..--)
그게 글쎄.. 천억 단위가 넘어 갔네요?
돈이 돈을 버는 법..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이 돈이 수천억이 되겠죠??
솔직히 지금 시대에서도 천억은 엄청난 돈이거든요.
사실 김희준씨가 살고 있는 세상과 제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그리 많은 시간 차이가 나지 않아요.
사람들은 보통 타임머신등을 생각하면 까마득히 먼 미래 내지.. 아득한 과거 따위를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저는 일년 전 미래라고 보시면 되요.
그러고보니 제가 초반에 거짓말 좀 했네요.
죄송해요. 정체를 숨기려 하다보니..
하지만..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저는 당신의 일년 후 미래에요.
작년 요맘 때 쯤인가요?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상계동의 그 쪽방 오피스텔에 처박혀 입사 준비를 하다가
아무생각없이 로또를 자동으로 한장 샀는데 그게 1등이 맞았지 뭐에요?? 당신도 알잖아요..? 그 359회 로또..
(사실 내가 안가르쳐 드려도 당신은 1등 맞을 운명이었네요.. 저처럼이요..훗~^^)
근데..제가요. 어설프게 알지도 못하면서 그만.. 주식에 투자했다가 그 돈을 몽땅 다 날려 버렸지뭐에요.
죽으려고까지 생각했는데..
퓨리워터피아 라는 곳에서 연락이 와서 새로 시작하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취직을 했는데요.
거기에서 그 전 직원이 쓰던 빈 자리의 컴퓨터의 바탕화면에 [시간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발견했어요.
처음에는 장난이라고 생각했고 지워버리려고 했었죠.
하지만 주식 손해로 날린 어마어마한 돈 생각에 혹시나 해서 그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메일을 보냈더니..
훗~ 진짜 된거 있죠??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당신도 겪을 일이잖아요. 당신께서 입사원서 넣었던 퓨리워터피아 아시죠? 곧 연락 오겠죠??
당신이라고 해야 하나?? 훗.. 하하하하...
하여간 삼척시 무인포스트에 묻었던 돈은 이날을 대비해서 당신에게 남겨둔 거니까..
고맙게 쓰셔야 해요. 아셨죠?
저 아니었으면 주식에다 다 꼬라박았을 테니까..
그리고 우리의 약속은 꼭 지키도록 노력할테니 걱정은 마세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이 돈.. 이 돈이 커질 때마다
우리의 그 무인포스트에 잘 포장해서 숨겨놓을 테니..(그렇다고 너무 기대는 마셈..캬캬..)
그럼 20,000
저한테 앞으로 연락해봤자 소용없어요.
안받을테니.. (수신거부해놨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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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런... 이... 개..새..끼...."
"이...개새끼~!!!!!!!!!!!!!!!!!!......."
PC방에서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다음날 이른 아침 나는 삼척으로 향했고, 내가 묻어두었던 그 돈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반년 정도 허송세월을 보내며 돈을 쓰다가 나머지 돈으로 사업구상을 해 보았고, 이것저것 여의치 않자
결국 주식에 뛰어들었다.
몇년 후
한달에 한번씩.. 삼척시 덕항산의 무인포스트를 찾는다.
레드락 녀석이 돈을 벌었다면.. 분명히 이곳에 묻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 녀석은 남도 아니고 분명 내 자신이니까 못 믿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오늘도 허탕이다.
아직 녀석이 수천억을 벌진 못했나 보다.
또 다시 몇년 후
2019년 9월19일
삼척시 덕항산 인근의 농촌마을
제작년 이곳으로 아예 이사를 와 버렸다.
지난 10년간 4억이 넘는 돈을 주식에 써버렸고, 알콜중독증에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폐인이 되어
보일러조차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낡은 폐농가를 하나 얻어 여지껏 혼자 살고 있다.
내 유일한 낙은 인터넷 게임이다.
현실의 나는 폐인이지만, 게임속 나는 영웅의 케릭터가 되어 세상을 호령하고 있다.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데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났다.
"에흠~!!..희주이 총각~ 안에 있나??.."
개울건너 혼자 사는 박씨 노인의 목소리였다.
"네..쿨럭쿨럭~!!.. 왜요??..."
"요즘은 덕항산에 버섯따러 안가나??.. 내가 지금 갈 참이여~.. 희주이 총각~ 같이 안갈꺼나??.."
"네.. 몸이 안좋아서 당분간 산에 안갈꺼에요.."
"젊은 사람이 몸이 안좋으면 한데 공기도 좀 쐬고 그래야지....그럼 푹 쉬~ 알았나??...에흠~!!.."
귀찮은 박씨 노인의 인기척이 멀어져 갔다.
게임을 접고 신경질적으로 눈앞에 펼쳐진 홀로그램의 창들을 꺼버렸다.
그리고 손가락 끝에 끼워져 있던 무선마우스를 빼버리고 뒤로 벌러덩 누워 버렸다.
몇 달전.. 이젠 더이상 레드락의 돈을 기다리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생각해보면 참 멍청한 짓을 한거였다.
한창인 나이에.. 레드락이 나에게 벌어다 줄 돈을 여지껏 기다리며 이런 깡촌 구석에까지 쳐박혀 기다리고
있었다니..
다시 서울로 가야 하나?
이젠 이 병든 몸뚱아리로 무슨일을 다시 시작할 수가 있을까..
상체를 일으켜 세워 인터넷 창을 켜고 이것저것을 검색하던 때 였다.
누군가의 개인 블로그에 우연하게 들어간 나는 블로그 주인이 올려놓은 자료창고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어라??...."
[시간여행]-->다운로드(그냥 재미삼아 하는 프로그램 같아여~^^)
순간 홀로그램 모니터 너머의 거울 속에 화색이 감도는 내 얼굴이 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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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단편 모음소설 [찢겨진 콘돔]
그 첫번째 이야기인 [Engagement]가 끝났습니다.
주말에 노느라 바빠서 글을 못 올렸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바로 집필 들어가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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