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 단편

작성자 정보

  • AV야동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선택-

1. 숙제의 의미

항상 숙제란 성가신 것이고, 그걸 해결해야만 휴식이 주어진다는 것은 누구나가 잘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오늘 일은 쫌 그랬다. 한동안 일을 쉬고 있던 나에게 내려진 그 분의 지시사항은 다른 때와 달리 독특한 구석이 있었다. 이번 이벤트에서 멀찌감치 물러나 앉아있던 나에게 일이 돌아온 순서도 탐탁지 않았을뿐더러, 감정이나, 자신의 판단이 가미되지 않던 지난 사례들과 비추어 볼 때, 이번 껀수는 좀 묘한 구석이 있었기에 말이다.

‘뭐 별게 있겠어? 이벤트를 마무리 하다 보면, 의례 확인된 테두리에서 튕겨져 나가는 돌발 껀수 들이 종종 있지 않겠수?’

‘아니, 이번 것은 좀 느낌이 틀려.’

‘그 분께서 내린 결정에 대해 지금까지 별다른 일은 없었다우!’

‘설마……. 이벤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 워낙 방대한 영역이라, 혹여 그럴 수도 있을 수 있지. 그렇지만 말이야,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이벤트의 종료까지 거의 시간재기 정도로 소일하고 있는 걸로 봐서, 이제 막바지라는 느낌이 아주 강하거든? 밀어붙이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되질 않나? 에구구, 내 정신 좀 봐. 우리의 업무지침 몰라? 내가 괜한 소릴 했나 싶네.’

‘내가 왜 모르겠어? 현업에서 어느 정도 손을 뗐다고 그것까지 잊을까?
첫째, 절대로 왜냐고 묻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건 이미 정해진 수순이 진행될 따름이니까.
둘째, 절대로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심부름꾼에 불과 하니까.
셋째, 절대로 거역하거나 배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도망칠 길은 없으니까.
넷째, 절대로 실패는 없다. 왜냐하면, 실패는 상대 측을 돕는 결과가 되니까.
다섯째, 절대로 배반은 없다. 왜냐하면, 그 즉시로 우리의 존재는 의미를 상실하니까.
이래도야? 어때, 이만하면? 그런대로 잘 숙지하고 있지?’

‘그것만 봐선 알 수 없지. 하루에도 수만 껀씩 내려오는 새로운 업무지침 중에서 겨우 다섯개 외우고 있는 걸 가지고, 그렇게 야단법석을 떠남?’

‘현업에서 물러나 앉았다고 재주가 녹스는 건 아닌데….난 불만 같은 건 없었지만, 왜 번번히 중요한 이벤트에서 내가 누락되었는지, 이해가 안 갈 때가 많았어.’

‘의심은 금물이야.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 사고, 결정 까지도, 우리의 것이 아니라고 언제나 그러셨잖아?’

그건 그랬다. 하지만, 이번 이벤트는 유달리 세인의 관심을 끌어온 것이기에 모두가 그 안에서 주어질 자신의 역할에 잔뜩 기대들을 한 것은 분명했다. 명예로운 자리로 승격된다든가 하는 사치스런 기대를 하지 않더라도, 자못 의미심장할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수반됨과 동시에, 임무가 주어지는 순간은 마치, 월계수를 쓰는 것 같은 심정을 곁에서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그건 그렇고, 예전처럼 또 그렇게 우악 시럽게 일 처리 할 셈이야? 자넨 다 좋은데, 너무 감정에 치우치는 느낌이 있단 말이야. 거 있잖아? 우리들끼리 하는 얘기로, 자네의 스타일은, 뭐랄까? 손에 피 묻히는 것을 너무 밝히는 것 같은 그런 스타일 이라고나 할까?’

‘난 단호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도 좋지만, 반드시 그 마무리를 보고 느끼는 자들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리타분한 종자 라니깐?’

‘그저 슬쩍 스치면 될 걸 가지고, 꼭 겁을 주고, 주변이 소스라치게 저지르고 오는 건, 그래도 쫌…..’

‘혹시 모르지, 그런 나의 스타일 때문에 여태껏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셨는지도…..그 분의 하시는 일이란 게 그렇잖아?’

‘이번엔 잘 하라구! 나 그만 가!’

나도 가야만 했다. 벌써부터 나를 부르는 신호가 오고 있었고, 천천히 내 전신이 긴장되어 오고 있었으며, 등쪽은 벌써 탱탱하게 뭉쳐가는 것이 곧 무엇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 엄습했기 때문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사실 실제로 얘기하면 이런 대화는 겉으로 들리질 않는다. 단지, 그 분의 말씀이 공중을 타고 내 뇌리에 전해질 뿐, 그 어떤 누구도, 그 분의 음성을 가로챌 수도, 엿들을 수도 없었기에……

‘오랜만이네….’

‘네….’

‘이벤트의 마무리 시기가 임박한 것은 잘 알고 있지?’

‘네.’

‘그래서 말인데, 아직까지도 이벤트의 마무리를 위해서, 선택되어져야 할 대상들에 대한, 정확한 집계가 흔들리고 있어서 말이지….’

‘정확히 어떤 의미 이신지….’

‘자네를 비롯해서 마지막 판정관들이 지금 현장으로 급파될 예정이지….자네도 잘 알거야.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자네 같은 일꾼들이 현장으로 파송되는 일은 드물지. 다 자기가 하기 나름이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억울함이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물론 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껀 수는 예전처럼 경중을 따져서 마무리를 하라는 것이 아니고, 판정 관으로서의 임무에만 충실해 달라는 것일세.’

‘정확히 무슨 말씀 이신지?’

‘자네가 가장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라고 판단해서, 이벤트에 속할 수 있는 인물인지, 아닌지를 최종적으로…..정말 최종적으로 가려서, 급전을 띄워 달라는 것이야. 뭐 어려운 것은 아니고, 자네의 판단에 따라, 아니, 자네와 같이 파송되는 다른 지역의 판정 관들도, 자네처럼 보내어질 결과가 도착된 후, 접수 되는 대로 이벤트가 연이어 시작될 예정이라서 말이야.’

‘그렇다면 이번에는 그들이 제가 보기에, 과연 이벤트에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는지, 어떤지를 가늠만 해보라는 말씀이신지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역시 관록 있는 명성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만! 부탁하네….별로 어려운 임무는 아니라고 보는데, 어떻겠나? 해 볼텐가? 그런데, 한가지 문제점은 단 하루밖에 남질 않았다는 점이야.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객관적인 판단이 성실하게 도출될는지, 정확히 판단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자네 같은 관록이라면, 충분히 임무를 수행해 줄 거라고 믿고 부른 거지.’

‘하겠습니다. 저희들의 판단이 이벤트의 마무리이자, 도화선이 될 테인데, 이 보다 더 영광스러운 기회가 있을 수 있을런지요!’

‘그런가? 암튼 고마우이. 보살핌이 있기를 기원하네.’

그 분의 브리핑이 끝났다. 항상 브리핑의 수순 속에서는 속속들이 이루어질 앞으로의 임무에 대한 세세한 계획이 같이 전달되는 것이 특징이었다. 꾸며진 이야기가 영상으로 흐르듯이 우리들에게는 찾아가야 할 대상과 그간의 스토리가 빠짐없이 전해지고, 우리는 그것을 따라 몸을 맡기면 그뿐 이었다. 자, 이제 가야 할 시간 이었다. 등이 뻐근하게 긴장되어 왔다. 시간은 너무 짧았고, 해야 할 일은 산처럼 쌓여 있었기에….


2. 운명은 거부할 수 있을까?

‘어여 들어가지?’

‘밀지들 마여.’

‘돈 다 받아 놓고, 뜸 들이면 나 돌아 버리지롱.’

방 안에는 벌써부터 달뜬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여자를 앞장 세워 방안으로 밀치고 들어온 남자들은, 이미 얼굴이 벌겋게 취기가 돌고 있었고, 앞에서 떠밀려 들어온 여자는 발발 떨고 있었다.

‘이거, 이거, 오늘 기분 죽이겠는뎅?’

‘저 오늘 첨인데…..’

‘그건 우리 알 바 아니고, 너도 돈 보고 우리 고르신 거, 모르는 게 아니거덩요?’

‘그래도 이렇게 많은 숫자는 쫌…..’

‘숫자야 뭐가 상관 있을라구? 자네는 우리가 하라는 대로 열씸히, 아주 열씸히 일만 해주면, 쩐 거두는 것은 자동뽕으로 되는데, 뭘 그리 걱정을 허능가? 자,자, 시간은 금이고, 그걸 되도 않게 까먹고 있는 쇄끼나, 년들은 죄다 또라이들 뿐이니까. 어서 옷이나 벗지?’

벌벌 떨고 서 있는 그녀가 망설이고 있었다.

‘근데, 어째, 이렇게 떼사리로 우리를 이 년에게 붙였대디?’

‘하도 뻐팅겨서, 아예 초장에 아작을 내야, 말을 잘 들을 것 같다고 마담이 그러더라구. 이렇게 우리 같은 선수들에게 떼사리로 길을 깔려놔야, 나중에 차 한대 썰렁하게 지나가는 것쯤은 눈 감고도 후루룩 이라고 안 하디? 마담 말로는, 이거 중요한 OJT래요! 세상 어느 구석에 비싼 급여에, 보너스까지 받아 먹어가면서, OJT받는 신입사원 있다니? 이기 무신 LK냐?’

‘이렇게 뜸만 들이고 있을 거냐?’

‘아니쥐…..자, 교육에는 순서가 있는 것 아니겄어요? 아까 갖고 온 캡슐 있지? 저 년 코 앞에 터뜨려 넣어줘. 아예 뻑이 가게……’

갑자기 전신이 제압당한 상태에서, 여자의 고개는 뒤로 젖혀 지고, 그 코 안으로 남자들은 갖고 온 캡슐을 깨트렸다. 하얀 가루가 여자의 콧속으로 사라지고, 몇 번 캑캑거리는 기침을 하는 것 같더니, 이내 여자의 두 눈이 게슴츠레하게 풀려 들어갔다. 여자는 옷을 벗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에 의해서 벗겨지고 있었다. 남자들의 나이는 아저씨 뻘도 아니고, 젊디 젊은 것들 이었는데, 얼굴이나, 몸들로 보아, 있는 것들이 분명했다.

‘야, 내가 뭐라고 그래! 마담이 말한 대로 오늘이 개통식이라 안 하디? 요걸, 요걸 어떻게 아작을 내주까?’

‘돈 값만큼 쑤셔주면 된다고 그러드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손가락, 발가락 숫자만큼 해주면 되지롱!’

‘아효, 간만에 약병아리 쫌 드셔 보는 갑다. 하도 까 재끼는 년들 투성이였는데, 오늘 한번 조신한 보지 먹어 보겠네 그랴.’

‘와? 초짜 보지, 오랜만에 처 먹을라 하니, 코꾸녕이 벌렁벌렁 하나? 어허, 마담 당부한 거 그새 까 처먹진 않았겠쥐? 상품에 흠집내지 마라 말이야. 우리 같이 시식회나, 개통식 때, 특별히 부르는 VIP 체면에 구녕 째져놓고, 배 뚜드려 봐야, 스타일 구기는 거 아니가쓰?’

‘그건 그래….기름칠이나 듬뿍하고 먹어야 제 맛이지, 안 그래?’

그러나, 여자는 벌써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남자들 틈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주위에 오이 대가리처럼 발기되어 둘러선 좇을 돌아가며 빠느라, 쪽쪽대는 소리만 낼 뿐, 대답할 입을 잃고 있었다.

‘근데, 빠는 솜씨가 영판, 꾼 수준 인데…이거 우리 마담한테 빠쉐이 같이 당한 거 아냐? 어디서 닳고 닳은 년을 데려다가, 우리 바가지 씌운 거 아니냐 이 말이지, 내 말은….’

‘야, 넌 그렇게 둘러대고도 모르냐? 이 젖꼭지 봐라 말이야! 이게 어디 오만 잡놈이 쥐어 빨아본 젖꼭지냐 말이지…..’

‘너 좇 빠는 것도 좋은데, 어디 엉덩이 쫌 뒤로 내밀어 봐….응…그래…캬, 마담이 속인 건 아니네….요, 요, 핑크빛 봐라 말이지. 보지 지천으로 내두른 년들, 젊어 보이려고, 씹털 와장창 밀어놔도, 그 쌔까매진 빛깔이랑, 돼지 혓바닥처럼 늘어진 씹살은 어쩔 수 없는데 말이야…캬, 아예 씹구녕 주변이 빈혈이네, 빈혈이야…..도대체 이렇게 매끈한 씹보지를 가만 놔둔, 이 년 남편은 도대체 어떤 인물이래?’

‘그러니, 지 마누라가 요렇게 되도 찍소리 없는 거 아니겄어요? 마담이 그랬잖아? 오늘을 기점으로 길 내기로 했으니, 신작로 잘 깔아 달라고 말이야. 그러니, 일방 통로보다야, 우리 같은 왕복 4차선이 앞으로의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바람직한 시발점이 아니겠느냐 이거지.’

‘아그들아, 해골 복잡하다! 쑤시는데 뭔 그렇게 말들이 많아?’

둘러선 남자들은 한껏 여유를 부려가며, 여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농지거리도 섞어가며, 섹스를 부드럽게 유도하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웁웁…..’

그녀의 눈깔이 휘돌아 가고 있었다.

‘아고…좇 빨려 들러가다 목구녕 멕히겠다. 어째 이렇게 잘 빨어?’

‘니기미, 잘 빨아줘도 지랄, 안 빨아줘도 지랄….’

‘캬, 요년, 요, 응댕이 흔드는 것 쫌 보지? 출렁거리는 살 쫌 보라 말이야! 이게 바로 철푸덕 보지의 최첨단 아니가쓰?’

‘길 내기 전에 보지 째져들 놓지 말고, 침 칠이나 잘 해라. 요년, 요거 요 바닥에서 이름 한 번 날리겠는데?’

‘이제 제발, 씹살에 이빨자국들 쫌 내지 마라 말이야, 알간? 이기 무신 치열 교정하는 것도 아니고설랑, 그 연한 씹살은 어째 그리 이빨로 씹어 돌린데?’

‘뭐 별 수 있수? 아가리에 물려 있는 게 기집년 보짓살인데, 아그극 하다 보면 물리는 게 씹살 밖에 더 있겠냐 말이지.’

‘그래도 그렇지, 자, 대강들 요년 씹구녕 시식들 했으면, 아까 갖고 온 그 기름 좀 보지랑 똥꾸녕에 흠씬 둘러라.’

‘난 그거 하면 좇대가리 화끈거려서 대번에 싸드구만…..’

‘닝기리…..계란 후라이 지질 때 기름 안 두르고 노른자 안 터뜨릴 자신 있으면 해봐! 누구누구 비우 맞추다 단체로 좇 될 일 있냐? 이기 누구 좋자고 허는 일인감? 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지….이 년은 이년 대로, 보지랑 똥꾸녕에서 화끈하게 물 터져 좋고, 우리는 우리대로 째져 놓지도 않고 철퍼덕 대는 씹홍수 속에 수영 쫌 찐하게 하자는 건데 뭐가 잘 못 이래? 먼저 싼 놈이 뷩신이지.’

코에 들이민 약도 모자라는지, 그들은 갖고 온 액체 약병을 열고, 통째 그녀의 보지와 항문 주변에 처 발랐다. 곧 이어서, 그녀는 오금을 뒤틀며, 사족을 못쓰는 지경으로 접어 들었다. 보지에 벌레가 기어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그 손으로 자신의 공알과 씹구녕을 마구 잡이로 쑤셔 대는 그녀의 광란….이미 그것은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아쭈구리, 약발은 디게 잘 듣는 가 보네. 지 혼자 꼴려서 아주 죽어가요, 죽어가!’

‘요럴 때 요렇게…..끙…… 먼저 쑤셔대는 거지 뭐.’

‘야, 야, 찬물도 우아래가 있고, 똥물도 파도가 있다고, 넌 형님 먼저, 아우 나중도 모르냥?’

‘그래, 내가 이번엔 인심 썼다. 다음 번에는 형들 중에서 한 명이 입에다 박으, 알았쪄? 내 이번만 참았다.’

여자를 엎드리게 해 놓고, 다리를 스모 선수처럼 양쪽으로 쩌억 벌린 자세로, 여자의 보지를 찢어 질듯이 위에서 아래로 때려 박아대던, 제일 젊어 보이는 놈이 씨근덕 대며, 좇질을 멈추고, 그녀의 얼굴로 좇을 옮겨가고, 나머지 두 놈이 나누어, 그녀의 보지와 항문을 탐하기 시작한다. 구녕이란 구녕은, 모두 벌떡 서 버린 좇대가리로 꽉꽉 막혔는데도, 그녀의 보지에서는 아직 만족이 오질 않았던 모양인지, 아니면, 그 기름이라는 약효 때문인지, 그녀는 엎드려 있으면서도, 연신 손끝으로 자신의 공알을, 총채로 먼지 털듯이 털어내고만 있었다. 그 때였다. 철푸덕대며, 오만 잡소리를 내고 있는 사이, 그들은 침대 밑에서 소리도 없이, 그림자 하나가 빠져 나오는 것을 보질 못하고 있었다.

‘쉭…쉭…쉭’

방안을 가르는 섬광과 함께, 동작이 멈추어 버린 세 남자. 뭉쳐져 있던 침대 위의 세 남자 사이를 가로 지르며, 날아오른 그림자는 번개 같은 동작으로 순식간에 세 남자의 목젖을 갈라 놓았다.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갈라진 살 틈으로 피가 터져 나올 사이도 없이 방 구석에 사뿐히 내려 앉아 멈추어 버린 그림자…..칼도 아닌 그 섬광은 깊게, 깊게 살을 파고들어 가는 파괴력이 돋보이고 있었다. 우당탕 거리며, 대롱거린 채, 살점들만 겨우 붙어있던 모가지가 힘없이 거꾸러지며, 세 거구의 젊은이가 좌우로 나동그라졌다.

‘살…살…..살려 주세요.’

‘옷을 입으시지…’

‘목숨만….제발 목숨만……’

‘당신은 아직 죽을 때가 아니야. 딸린 여섯 식구의 가장을 내 손으로 죽여서야 쓰나, 안 그런가?’

‘아니, 어떻게 저에 대해서…..’

‘이런 버러지 같은 놈들은 영혼을 갖고 있을 자격도 없기에 손을 쫌 본 것 뿐…..’

‘그럼 당신은? 요사이 떠 돈다던 그…..’

‘명줄을 재촉하는 것들이 꼭 있지. 당신도 이런 운명이 자신의 것이라고 믿지는 않을 텐데…….좋은 말로 할 때, 어서 옷 챙겨 입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거야. 아님, 당신도 내 손에 죽어.’

‘네…제발, 목숨만…..’

‘아직 죽을 때가 되질 않았다는 내 말이 너무 어려웠나? 똑바로 살아도 모자라는 세상, 운명에 휘돌리기엔 당신은 너무 젊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데……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어. 어서 가. 그리고, 이곳에서의 일은 아무도 몰라. 이미 마담도 저 세상에서 저 놈팽이 들과 만났을 테고…..거역하기 쉬운 운명의 굴레는 없어도, 진창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은 고삐를 쥔 당신의 몫이란 거, 절대 잊지 말기를......시간이 별로 없어.’

그녀는 울면서도, 자신은 그 와중에 살았다는 생각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3. 보이지 않는 손

‘옳지, 그래 잘 빠네…..그렇게…..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디?’

‘움움…쭙쭙….움움….’

‘아흐….역시 어린 것들은 혓바닥도, 사탕 먹는 것처럼 굴린단 말이야.’

‘아빠? 쩝쩝…줄줄…..웁웁웁…..00이가 알고는 있어여?’

‘아니, 모를 걸? 그건 왜?’

‘이렇게 지 아빠 좇을 빨고 있는 걸 알면….., 00이, 반에서 아마 돌아 버릴 껄여?’

‘돌긴, 왜 돌아? 얼마나 좋은지, 냉큼 한 걸음에 달려 올 껄? 그럼, 그 때, 친구끼리 사이 좋게 빨아주면 좀 좋겠니? 아!....... 뼈가 다 녹는 것 같네. 요즈음 용돈은 안 궁해?’

‘쩝쩝…..줄줄…왜는 여? 궁하져…..요즈음, 아빠들한테 용돈 타서 여행가는 게 붐 이에여. 아시져? 나중에 같이 가실거져?’

‘거 좋지. 나중은 무신 나중? 내일 당장, 우리 일본 야외온천이나 한번 하고 올까? 기분도 꿀꿀 한데?’

‘기분이 꿀꿀하긴, 아빠 좇이 더 꿀꿀하네…..왜 이렇게 웁웁웁웁……첩첩….웁웁웁웁….좇물이 한도 끝도 없이 나와여? 삼켜도, 삼켜도 계속 질질이네.’

‘오늘은 멘스 끝나는 날인데, 한번 콘돔 없이 박게 해주련?’

‘아효…..제가 더 지둘렸다니깐여! ……이 언니가 요즘 너무 굶었다니깐! 꼭 TV에 나오는 그 김 뭐시기 탤런트 같져?’

‘아니! 젖이 달랑 붙어서 파이야. 어서 이 아빠 좇대가리 위에 쫌 앉아 봐. 니 보지 안에서 꺼진 좇대가리나 쫌 세워보게, 얼릉?’

‘아효, 성질도 급하셔라.’

‘나 보고 올라타지 말고, 돌아서서 올라 타라니깐? 그 똥꾸녕 이나 누워서 손가락으로 쑤셔보게…..옳지…..’

학생처럼 어려 보이는 그 여자는 나이가 지긋한 남자의 벌려진 발목을 붙들고, 엉덩이를 남자 쪽으로 벌린 채, 시들어 버린 좇 위에 눌러 앉는다. 우욱 하는 신음을 쏟으며,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 그녀. 아마도 꺼지긴 했어도 그 좇대가리의 빵빵 함으로 인해 보지가 꽈악 차는 가 보다.

‘아빠, 또 약 먹었지? 아그….보지 째져……쓰라려 디지겠네…..나 내일부터 오줌도 못 누면, 00이네 놀러 와서 아빠 입에다 오줌 쌀 테니 알아서 하세여.’

‘거럼, 거럼…..내 한 방울 도 남김없이 다 마셔주께.’

‘아그, 드러라! 아빠는 챙피한 것도 모르나 봐.’

‘챙피는? 그래, 방학 동안에 어딜 그렇게 가고 싶어서 내 주머니를 맨날 털어 가남?’

‘고건 비밀…..’

‘하, 고 녀석 참…나 한테는 얘기해도 돼.’

‘실은 00이랑 둘이서 놀러 가기로 했거덩여.’

‘아니, 00이는 나한테 그런 얘기 안 하던데…….나만 남겨 놓고? 너그들 너무 허는 거 아니냐?’

‘아빠랑 이러는 거, 00이가 알면 큰일 나여. 입 꼭 다물고 계세여. 제가 여행 갔다 와서 더 잘 해 드릴께여.’

‘어디로 가는데?’

‘그것도 비밀…..’

‘누구랑?’

‘고건 말해 줄 수 있어여. 일본 사람 들이랑?’

‘엥? 쪽바리?’

‘엥화가 요즈음 시세 좋잖아여? 그냥 놀러 갈 바에야. 돈 펑펑 주는 일본 사장족 들이랑 둘이서 상대하기로 했거덩여. 남자 다섯쯤이야, 나랑 00이랑 둘이서 한방에 보낼 수 있어여.’

’00이가 그러자고 하디?’

‘아빠가 그러셨잖아여? 소원이 00이랑 한번 해 보는 거라고요. 뭐가 겁나여? 제가 이번에 잘 길들여 놓을 테니, 준비 끝! 그러면, 약이나 먹고 기둘리고 계세여. 폼 나게 한 큐 해 드릴께여. 제가 손 써서 성사된 학생 모자, 부녀간…..수두룩 뻑뻑 이라구여, 아셨져?’

‘구여운 것 같으니라구…….좀 씨게 박아 봐. 요즈음 예전 보다 헐렁하게 보이는 게, 열나 벌리고 돌아 댕기는 거 아니냐?’

‘친 아빠도 가만 있는데, 내 참…..정신 차리서요. 이래 봐도, 온 일가 친척이 인정한 긴자꾸라고 소문도 자자한데, 누구 레떼루 떼실 일 있으세여?’

‘미안, 미안……음…..음…..이제 쫌 질척 거리네….하여간 씹구녕 물, 하나는 끝내 준다니깐…이래서 어떻게 시집 가려남?’

‘남이사! 아빠! 요즈음 여자들 섹스 많이 해본 거, 결점 아니거덩여? 오히려 남자들이 얼마나 침을 흘리는데여! 더 가르칠 거 없어서 편하고 좋다구….’

‘그래? 참 세상 많이 개벽했네 그랴.’

‘그 그랴 쫌 하지 마여. 아빠 때문에 저까지 일없이 확 늙어버린 것 같아서 싫다니깐여?’

그때 방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와 여자는 자신들의 정면에 부르르 떨고 서있는 남자의 전신상을 멀거니 바라다 보고만 있었다.

‘아니, 여길 어떻게? 알람이 작동 되고 있을텐데…..’

서 있는 남자의 한 손에는 처참하게 잘려진 셰퍼드의 모가지가 피를 철철 흘리며, 들려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날카로운 군용 단도가 날을 시퍼렇게 세운 채 번뜩이고 있었다.

‘철썩..철썩….야, 이 썅년아…..보면 몰라? 지금이 어느 땐데, 씹질 쫌 멈추지, 계속 응댕이를 돌려대?’

남자의 출현과는 관계없다는 표정으로 그 때까지 뻔뻔스럽게 보지를 휘돌리던 어린 년의 엉덩이를 철썩하고 때린 것은 그 남자의 돌발적인 방어의 한 표현 이었던 것 같다.

‘그래, 나를 비롯해서 전우들을 사지로 보내버려? 니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써 먹을 때는 애국이니 어쩌고 사탕발림으로 부추킬 때는 언제고, 정작 쓸모 없어 지니까, 뽀록나게 만든 증명서랑, 허름한 가짜 신분을 엥겨서 북으로 보내버려? 그래, 느것들은 소모품이니, 그냥 그 자리에서 잡혀 뒤지라 그 말이지, 그런 거지?’

‘아니, 진정하고 내 말을 쫌 들어보지?’

‘뭔 말을? 너 그럼, 지금 니 좇대가리 위에서, 때리는 대도 불구하고, 씹구녕 돌려대는 저 년이 누군지 한번 얘기해 봐. 누구야?’

‘보면 몰라? 그냥 학생 애야. 가정이 조금 불우한….그래서 내가 경제적으로 쪼금 도움이나 줄까 하고 선심을 썼는데, 그예, 은혜를 갚겠다고 이렇게 덤비잖아, 글쎄?’

‘글쎄, 정말 그럴까?’

‘쿵!’

하면서 남자가 자신의 뒤에 내려놓았었던 보자기로 싼 무더기를, 엉겨 붙어 있는 그들의 앞으로 던졌다.

‘익!’

남자와 어린 것이 같이 풀어 본 보자기의 안에는, 그 남자가 들고 온 셰퍼드처럼 날렵하게 목이 잘린 두 개의 머리가 들어 있었다. 남자는 찌푸린 표정에, 여자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도 몰랐다는 것처럼 피가 철철 흐르는 고깃덩어리를 물고 있었다.

‘누군지 잘 보시지. 피를 나누고,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들은, 현지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잡혀가, 나날이 처형되고 죽어 가는데, 너그들이란 작자들은 이제 그것도 모자라 딸자식의 같은 반 친구를 서로 따 먹어? 잘 보이지? 그 얼굴의 얽은 곰보자욱….그래, 눈물이 핑 도는 걸 보니, 니 아빠가 맞구만. 그 년 얼굴 잘 보이지? 그래, 니 딸년이야. 저 년 아부지좇을 정신 없이 빨고 있길래, 옆에서 좇대가리를 물고 있는 니 딸년의 대가리 채 끊어 버렸어. 어때, 죽이지? 하나같이 썩어빠진 것들 같으니라구……’

‘아니…아니…그렇다고…이렇게까지….내 잘못했네. 내가 무신 잘못이 있나? 다 위에서 시킨 일을 한 것 밖에 내가 무신 죄가 있다고…..화해무드에 자네들의 존재가 밝혀지면, 정부가 곤란한 지경에 빠진다 길래, 보내버린 것 뿐인데…’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안을 가르는 번쩍이는 섬광에 서있던 남자도 놀라 반사적으로 뒤로 벌렁 넘어졌다. 아무 말도 못하고 고목이 넘어가듯이, 남자의 위에서 끝내 보지를 둘러대던 어린 것의 허리가 앞으로 접히듯이 고꾸라 졌다. 잘려나간 허리와는 상관 없이 내장을 줄줄 쏟아 내면서도 흔들어 대는 씹구녕…….벌벌 떨고 있던 남자의 모가지는 이미 그의 몸에서 떨어져나가고 없었다. 바닥에 자빠진 그 남자는 순식간에 지나간 엄청난 살기로 인해 혼비백산해 졌지만, 타고난 본능과 사지를 뚫고 헤쳐 나온 의지 하나만으로,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단검을 곧추 잡았다.

‘누…누..누구냐?’

‘애국적으로 휘두르던 그 힘을 이렇게 허접한 쓰레기들을 치우는 데 써서야 말이 되나?’

‘당신은?’

‘억울한 사람들을 대신해서 청소를 해주는 뭐 그런 종류의……예를 들자면,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나 할까?’

‘그…그….그럼 당신이 세상에 그 소문도 자자한……’

‘한 땅 덩어리 위의 두 나라를 왔다 갔다 하시느라, 내 소문 들으실 새도 별로 없으셨을 터인데, 용한 걸?’

‘이건 당신이 나설 일이 아니야.’

‘그럼 누가 나서야지? 당신의 그 알량한 애국심으로 평생을 고생한 대가도 없이, 이제는 살인자로 몰리게 된 셈인데, 누가 당신을 구해주지? 저 영감탱이? 아님, 군인 연금? 노우! 노우! 노우! 당신은 이미 이 나라에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으로 되어 있어. 정당하게 재판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나? 그리고, 설사 정당한 재판이 있다고 하자, 뿌리채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는 인간들 치고, 설렁설렁 넘어가지 않는 인간들이 없는데, 자네의 억울한 사정을 조금이라도 살펴줄까? 자네도 수도 없이 했던, 도청 같은 잡다한 짓거리도 드러나긴 했지만, 목숨 걸고 수사 하겠다는 그 끝이야 뻔 한 거 아니겠어? 하지만 자네는 언론에 알려지기도 전에 아마 곧바로 땅에 묻히고 말거야. 그래서 내가 나선 거지. 뭐 꼭 그럴 거 까지는 없었지만…..’

‘그럼, 난 이제….어떻게….갈 곳도….숨을 곳도 없는……’

‘자, 그럴 줄 알고 내가 가져 왔지. 이 가방 안에는 자네의 새로운 신분과 미래가 기다리고 있어. 어서 그걸 갖고 여길 떠. 아마 서두르면 오늘 저녁 즈음에는 이 나라를 뜰 수도 있을 거야. 착하게 살아야 돼.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 하나만 믿고 평생을 사는 바보 같은 짓은 다신 하지 말게. 설사 그게 국가든, 종교든, 신념이든 간에…..’

그는 들어올 때보다 더 빠른 몸놀림으로 그 방에서 사라져 갔다.


4. 땅 따먹기

‘콘돔 쫌 줘봐, 윤 실장……요거, 요거 완죤히 부페네, 부페!’

‘네, 그러셔야죠….아그들아, 우리 원장님 콘돔 쫌 입으로 정성껏 씌워 드려라.’

한 여자가 무릎을 꿇고 대대한 뱃살의 남자 아랫도리에 매달려, 능숙한 솜씨로 좇대 위에 콘돔을 그것도 입에 문 채, 멋들어지게 씌워 버렸다. 그 여자까지 포함해서 방안에 접대를 하려고 들어온 여자 여섯 명이 테이블에 줄지어 엎드린 채로 미니 스커트를 올리고 엉덩이를 깠다. 불빛에 드러나는 희고 탱글 거리는 여자들의 엉덩이 살……그 원장이란 작자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휘번덕 댔다. 음흉한 눈빛으로 까진 여자들의 엉덩이를 주무르면서 하나하나 보지 구녕에 손가락을 찔러 넣어 번들 거리는 씹물을 묻혀 보여주는 품평회……

‘캬! 죽인다. 원장님, 준비 완료 입니다. 의자왕이 별 겁니까? 이렇게 줄줄이 까놓고 박아대면 그게 의자왕이지, 뭐 겠습니까요?’

사극에 등장하는 간사한 이방의 말투 그대로다.

‘어디 한번 박아 볼까나? 어흠….어흠…..난 이렇게 뒷치기를 할 때는 한 손으로 기집년들 머리 끄댕이를 잡아 채야 제 맛인데…..될까?’

‘암요, 되다 뿐입니까? 혹시 전생퇴행 한번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제가 원장님 취향을 딱 보건데, 아마도 깃발 날리시던 역사 속의 장군님이 아니셨을까 하는데…..’

‘이 사람도 사람 면전에 세워 놓고 이렇게 부추켜서야, 원…우그극…이 년 보지 맛 죽이는 구만….’

차려진 밥상을 마다할 사람들은 없다고 봐야 했다. 디리 까져 씰룩 대고 있는, 씹물 흐르는 보지가, 자그마치 여섯 사람이나 무방비 상태로 널부러져 있는 상태에서, 한 보지에 집착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 원장은 마치 이리저리 물감을 찍어대는 붓처럼, 이 보지, 저 씹구녕으로 옮아가고, 다시 오고 하면서, 여자들의 씹구녕을, 항문을 유람하며, 허리를 놀렸다.

‘어후…좋다….어후…..이런 도화경이 있다니..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어그극…..어그극……그럼 윤 실장, 쌀 때는 어떻게 하지? 한 년 보지에 그냥 싸? 아님?’

‘캬! 옳으신 말씀……다 준비 되어 있죠. 얘들아! 원장님 좇물 나가신단다.’

그 말과 동시에 일사불란 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여자들은, 원장의 몸으로 들러 붙었다. 온 몸을 혀로 핥고, 원장의 그 늙은 좇대가리 마저도 서로 빼앗아 삼키려는 듯이 앙탈을 부리는 그 과정을 흐뭇하게 지켜 보는 사이, 원장은 좇물을 터뜨리고야 만다. 그 좇물을 한 방울 이라도 더 받아 마시려는 것처럼, 그 앞에서 혀를 날름대며, 자신의 보지나마 손가락으로 쑤셔달라며, 원장의 팔을 잡아 끄는 아수라장…..환상의 어우러짐, 그 자체였다.

‘카! 싸비스 끝내주는 구만, 이런 곳은 어디서 찾았어?’

언제 대령했는지, 따스하게 데운 물수건으로 온 몸을 샅샅이 닦아 마무리를 하는 정성스러움에 원장은 탄복하고 있었다.

‘다, 보살펴 주시는 은혜에 보답하고자 마련한 작은 저희들의 정성인데, 그렇게 고마워 하시니 몸 둘 바를……아그들아, 이제부터 중요한 야그가 있을 예정이니깐 두루, 잡상인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너그들도 부를 때까지 나가 있어, 얼릉?’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뭐 본론 까지야. 그 장비 납품 건이야 윤실장이 알아서 대면 되지. 뭘 의논이고 자시고….뒤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다른 병원은 어떻던데요, 요따우 소리하는 밑에 것들, 이번 기회에 죄다 잘라 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 그건 그렇고…..자네도 알다시피 기계 값이 워낙 대단 해야 말이쥐. 목돈 들어가고, 환자들 주머니에서 쥐어 짜가지고 설랑, 푼돈으로 갚아 나가는데, 이게 은행이자도 못 되는 경우 많거덩…….그래서 말인데…..’

‘아하. 입 아프세게 뭘 옮기시기 까지……여기 이 봉투…..준비 했습니다. 원장님만 알고 계시죠. 쫌 되는 돈 입니다. 큰 일 하시는데 보태시면, 저희들도 영광 이겠습니다.’

‘어험….어험….뭘 이런 것까지……잘 알아서 씀세.’

‘걱정하실 거 전혀 없습니다. 아니, 환자들이 봉인데, 무조건 찍어라, 검사해라, 기본 나가리로 첨부해서 긁어대고 쥐어 짜내면, 지들이 별 수 있을 라구요? 자고로 목마른 사람이 셈 판다고, 지들이 급하지, 병원 측이야 하나도 급할 거 없질 않겠㎢歐楮? 문제 끝, 게임 오바, 행복 시작 아니겠습니까?’

그 때였다. 문이 스르륵 열리면서 누군가 방안으로 뛰쳐 들어 오면서, 날듯이 탁자로 음식과 술들을 박차고 뛰어 오르는 그림자가 있었다. 그리고, 겨누어 지는 칼 끝….예리한 칼끝은 원장의 목을 정확히 겨누고 있었고, 서슬에 놀라 소파에 고개를 처박고 벌벌 떨고 있는 실장은 꼼짝도 하질 않았다. 죽기는 싫었던지……

‘형, 이렇게 불쌍한 환자들의 목숨을 담보 삼아 돈 챙기는 동안, 어째서 외국에서 내가 보내는 애타는 편지에는 한 통도 답장하질 않은 거지?’

‘이 칼 좀 내려 놓고….캑…..캑…...우리 숨 쫌 돌리고…..’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말씀 하셨지. 환자들의 목숨을 담보 삼아, 돈을 벌려고 한다면 백정과 다를 바 없다고 말이야…..내가 해외 오지에서 그 흔한 항생제 한 앰플이 없어서 팔 다리가 썩어가고, 산 채로 죽어가는 사람들 살려 보려고 그렇게나 연락을 했건만, 형은 이렇게 호의호식에다, 뒷돈까지 챙겨가면서, 환자들을 상대로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걸 알았다면, 가만 있지 않았을 거야. 누가 많이 도와 달랬어? 그저 죽어가는 사람들이 불쌍해서, 그나마 내가 의사랍시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다는 것이 너무 괴롭고, 부끄러워 부탁한 건데…….’

‘이 칼 쫌 내려 놓고 얘기하자. 형제끼리 이기 뭐냐?’

‘형제? 테러와 기아가 판치는 와중에, 그나마 약을 사서 치료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못된 짓을 해야 하는지 알고나 있냐구? 그 자리에서 포탄에 맞아 죽어 가는 다른 나라의 자원의사들이 형제 이상으로 서로를 위해 준다는 거 알아? 형제, 웃기는 소리 하지마. 형은 이제 내 형도 아니야. 그저 눈에 돈이 멀어버린 돼지! 돼지가 맘에 안 들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형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던 동생이 탁자 저 끝으로 주르륵 밀려 나면서, 방안에는 싸한 피비린내가 흘렀다. 탁자 위에 널부러져 있던 동생이 주섬대며, 일어 났을 때, 그 원장은 정면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툭툭툭툭…..’

‘짝짝짝짝!’

어디선가 들려오는 박수소리…..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났을 때, 형의 얼굴은 두부를 썰어 놓은 것처럼 조각조각 좌우 사방으로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다…당신은 누구……’

‘나? 백정! 인간 백정이라고도 하지. 돼지나, 사람이나 간에 맘에 안 들면, 부위별로 나누는 것 밖에는 별 도리가 없지 않을까? 죄를 저지르기에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으신 의사 양반, 어서 돌아가시게. 아직 자네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으이. 이 곳 일은 걱정 말고….인간들은 너무 어리석단 말야. 열심히 자기 땅인 것처럼 땅따먹기를 하지. 그러나, 정작 그 땅도 자기 것이 아닌데 말이야. 그러나, 자네의 선행은 하늘 어디에선가, 고부가가치로 상종가를 때리고 있을 테니, 훗날을 기약하게나. 이 세상에서의 원통한 눈물을 기쁘게 갚아 주실 분은 내가 아닌 저 위에 계신 분 이거덩.’

그는 고맙다는 말을 연거푸 하고 돌아서려다, 다시 한번 처참한 시신으로 바뀐 형을 돌쳐 보았다. 그리고, 눈물의 성호를 그었다. 그건 형의 처벌에 대한 연민과 불쌍함, 그리고, 자신의 손에 피 묻은 도끼와 톱이 들려 있는 줄도 모르고, 기절한 윤실장에 대한 애도의 표시 이기도 했다.


5. 넘어온 다리

그 분께서 나에게 지워 주신 일들을 나는 여지없이 예전처럼 망쳐 버렸다. 절대로 나서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질을 어쩌지 못해 다시금 뽑아 든 피부름…..사람이 한적한 고층건물의 꼭대기 모서리에 주저 앉아, 나는 깊은 시름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저 멀리에서 일들을 마친 나 같은 판정관들이 환호를 올리며,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한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등에 달린 날개도 내 기분을 아는지, 꿈틀거리기만 할 뿐 좀처럼 움직일 기미가 없다. 불안해져 오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 즈음 이면 전달 되어야 할 복귀명령이 아직 들리질 않고 있는 것이 그러했다. 항상 보기 좋은 일들만 도맡아 하는 부류들과 달리, 우리 같은 치들은 심부름 중에서도 아주 애매한, 예를 들자면, 우리 쪽에서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저 쪽으로 떠 넘기기도 까탈스러운 일들이었기에, 절대적인 복종과 임무수행의 과감성이 항상 요구 되었지만, 언제나 그렇게 뜻대로 되진 않았다는 걸 난 안다. 그 분께서는 그러셨다. 인간이 하늘을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늘을 위해서 인간세상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그러나, 우리 같은 부류들은 그걸 곧잘 까먹곤 했다. 머리를 하늘에 두고 있으면서도, 몸은 지극히 인간에 가까운 엉뚱한 동병상련의 덩어리….

‘다 했느냐?’

그 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어떻게 다 했느냐?’

‘그게…….., 주제넘은 짓을 했습니다.’

‘너희에게 용서는 없다는 걸 알고는 있느냐? 그건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예외조항 인 것을 너희들도 잘 알고 있지?’

‘………’

‘너의 임무는 판단일 뿐이었지, 그들을 너의 임의대로 처리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 처리가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불러 오는지도 알고 있고?’

‘네.’

‘그럼 되었다. 네 대답대로 될 지어다.’

그리고, 그 분으로의 음성이 뚝 끊기고 말았다. 그건 내 대답이 불러오는 처벌의 연쇄작용이 곧 닥칠 거라는 암시와도 같았다. 내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것 같더니, 바로 불어대는 바람과 함께 보푸라기처럼 등에 달려있던 날개의 갈기 털들이 공중으로 말려 올라가는 것이 아스라히 보이고 있었다. 등의 뼈다구가 꺾어지는 것 같은 통증과 함께 갈비뼈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나와 고락을 같이했던 날개의 실종……이름 하야 나는 추락하는 천사인 셈이었다. 옥상의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는 점차 하늘의 능력으로 부여 받았던 영혼을 다루던 능력이 사라져 감을 느껴갔다. 온 몸은 벌거벗은 채였고, 난 세상으로 내동댕이 쳐지고 있었다. 저 멀리서 가물가물 하늘이 열리면서, 집정관들이 지상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것이 보이고 있었지만, 곧 그 영상은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하늘은 그냥 그대로 변함없이 하늘이었다. 어차피 내 눈은 이제 인간이 바라다 보는 시야 밖에는 보이지 않게 될 것은 뻔한 이치였기에……나 같은 판정관의 할 일들이 이제사 끝난 모양이었다. 이미 선택이나 인침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은 모르고 있을 테지만, 얼마 있질 않아서 그 분의 수순대로 세상의 일들은 거침없이 진행될 것이다. 그 정확한 때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곧 이어 시작될 수도 있는 휴거 앞에, 나는 그 분이 내려 주신 마지막 선물을 그제서야 느꼈다. 인간의 몸으로 내쳐졌지만, 아직 나는 세상에서 죄를 짓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내가 스스로 죄를 지으려고 발버둥 치지 않는 한, 나는 순결함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휴거의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밖에 없질 않은가 말이다.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앞에 남겨진 선택의 기로….난 옥상의 난간 모서리에 천사일 때처럼 웅크리고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나, 나로서는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끝-

P.S.: 휴가를 끝내고 다시 일과 글을 쓰는 일상으로 돌아 왔습니다. 그간 제가 써 온 글을 다시 읽어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자신이 더 없어지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운 것은, 한 가닥 남은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읽어 주시고 계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669 / 9 페이지
번호
제목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