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을 해치우다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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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담배라도 한 대 필까 해서 베란다로 나와서 라이타를 딸깍하고 여는데, 바로 옆에서 담배불이 반짝이는 게 보였다. 지포라이터가 켜지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면 찾을 수 있겠지만, 그러기도 귀찮고 해서 반짝이는 담배불에다 대고 말을 걸었다.

"형님, 불 있으면 좀 빌려주세요. 라이타가 안 되네."

대답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상하게 여기던 터였다. 옆집 형님과 난 벌써 2년 째 베란다에서 같이 담배를 피워왔고,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옆집이든, 우리집이든 베란다 창이 열리면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던 것이다. 형님이 무슨 딴 생각을 하나 가까이 다가가서 봤더니, 옆집 미연이가 마구 손을 흔들고 있었다.

"소리치지 마요. 아빠, 지금 거실에 있단 말이에요. 여기요."

휙하고 뭔가가 날아와서 받았더니 반 갑 정도가 들어있는 던힐 라이트 각에 불티나 라이터가 들어있는 담배였다. 급하게 뭘 꺼내서 뿌리는데, 자세히 봤더니 페브리즈였다. 베란다 문이 열리면서 형님의 머리가 쑥하고 나왔다.

"임미연, 여기서 뭐해?"
"그냥, 바람 맞으러 왔다가 경민아저씨 있길래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 하고 있었어. 담배 피게. 고만 좀 피워. 엄마한테 그렇게 욕먹으면서 또."
"잔소리는. 들어가서 공부나 해."
"알았어. 공부, 공부, 그놈의 공부 하면 될 거 아니야."

꽤나 자연스럽게 미연이가 들어가자 형님은 허리춤에서 담배를 하나 빼서 입에 물더니 길게 한 모금을 빨았다.

"무슨 이야기 했어?"
"예?"
"우리 미연이랑 무슨 이야기 했냐고."
"그냥, 태연 노래 듣다가 나와서 흥얼거렸더니. 중년 남자가 걸그룹 좋아한다고 욕먹었습니다."
"예쁘지? 우리 미연이."
"예. 잘 키우셨습니다."
"벌써부터 걱정이야. 누구한테 줄려고 해도 못참게 아까울 것 같아서 말이야."
"어쩌겠습니까. 시간 되면 뺏기는 게 딸래미지."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날이 많이 차졌어. 잠깐 나와 있는데도 써늘하네."
"그러게요. 이제 반팔은 못입겠습니다. 형님, 그럼 전 들어갑니다. 피우고 들어가십쇼."
"그래."

미연이가 담배를 피웠나? 하긴, 내가 대학 때도 내 동기 여자애들의 담배심부름을 해준 적이 있었으니까, 뭐 이해할 수 있는 문젠가? 남의 집 딸래미가 담배를 피우든 말든 그게 상관할 문제는 아니지. 가볍게 생각하고 넘긴다음, 잠을 청했다. 요즘엔 이상스럽게 불면증이 심해져서, 수면제를 한 알 먹었다. 상습이 되지 않도록 매일은 먹지 않고 진짜 잠이 오지 않을 때만 한 번씩 먹는데, 수면제를 먹고도 한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고, 잠을 자야해, 자야해를 하다보면 꼭 새벽에서야 잠이 들고, 아침이 불쾌해지고 만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여하튼 진하게 내린 커피를 한잔 마시고 대강 샤워를 한 후 출근을 하기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어제 밤의 누군가가 한 짓인듯 한쪽 구석에 토해놓은 토사물이 보였다. 짜증이 났다. 아침부터 뭔가가 잘 풀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차까지 걸어가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래도 외부와 차단되어서 그런지 약간 따뜻한 공기가 느껴졌다. 라디오 뉴스채널을 켜고서, 지하주차장을 나와 아파트 정문을 통과하려는데, 누가 손을 막 흔들어서 봤더니, 어제의 미연이였다. 녀석의 대학과 우리 회사는 아주 가까워서, 가끔 나를 이렇게 기다릴 때가 있다. 차를 세우고 문을 열었더니, 바로 옆자리에 타는 녀석의 옷차림은 핫팬츠여서 앉자 허벅지가 훤히 보였다. 난 뒷좌석에서 무릎담요를 꺼내서 녀석에게 건냈다.

"빤스 보이겠다."
"빤스는 안보여요. 티팬티거든요. 아저씨 늦었어요. 빨리 가요."
"그래. 가자. 나도 늦었다. 몇 시냐?"
"여덟시 이십분이요. 아저씨, 나 학교 앞 말고요, 경상관 앞에서 내려주면 안되요?"
"너네 학교 들어갔다가 바로 나오면 2천원 내야 되잖아."
"그건, 제가 낼게요. 진짜 늦어서 그래요. 노처녀 교수님 수업인데, 세번 늦거나 결석이면 에프 거든요."
"진짜? 꽤 엄하네."
"수업듣는 사람이 없어서 폐강될 뻔 했는데, 강의는 좋다고 소문이 나서요. 최신의 경향까지 모두 수업을 하시거든요. 아직도 공부를 하시는 거죠."
"대단하시네."
"남편도 없고, 할 일도 없으니까 공부만 하는 거죠. 아저씨랑 비슷하네요. 뭐. 아저씨도 그냥 매일 집에 있으면서 글이나 쓰고 그러잖아요. 다른 취미가 없으니까. 애인도 없고."
"됐다. 니 일이나 잘해. 꼬맹이 녀석이 못하는 소리가 없다."
"아. 아저씨,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우리 교수님이랑 선 한 번 보실래요. 얼추 비슷할 것 같은데."
"네너 교수님이 몇살인데."
"전임인데, 서른 둘이요."
"와, 젊다. 그러면 안되겠네. 그런 여자가 뭐가 부족해서 나 같은 여자를 만나냐? 됐다."
"혹시 모르니까. 대시해봐요. 요즘 남자들은 너무 간을 본다니까. 그거 매력없어요. 일단 들이대는 남자가 더 먹힌다니까요. 아, 아저씨. 여기서 좌회전이요. 이따 연락갈지도 몰라요. 우리 교수님 이름 안혜주에요. 제가 이따가 수업마치고 카톡으로 사진 보낼게요. 나 내려요."

회사로 출근해서 시계를 봤더니 아직 출근 오분 전이었다. 화장실로 가서 뛰어오느라 흐트러진 머리와 옷매무새를 다듬고, 세수를 한 후 돌아왔더니 팀장도 경희씨도 와 있었다. 인사도 없이 각자 프린트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소설을 읽다보니 그다지 재미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오전 열한시에 작가랑 미팅이 있었기 때문에 읽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나마 읽히는 재주는 있는 작가였지만, 문제는 잘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반응은 크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작가도 나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까지 설정이 복잡하면 중고교생들이 읽지 않는다. 지나치게 문장이 섬세한 것도 별로다. 무협은 호쾌한 맛이 있어야 하는 건데. 아쉬워하며 이런저런 체크 포인트를 한 장의 a4용지에 적어가는데, 누군가 내 책상을 두드려서 고개를 들었더니, 팀장이었다.

"이경민씨, 오늘 누구누구 미팅이죠?"
"열한시에 철기산 작가 미팅이고, 오후 세시에 화산객 작가 미팅이요."
"경희씨는요?"
"저는 오후 세시에 강호산인 작가 미팅 있는데요."
"경민씨 미팅 어디서 할 거에요?"
"요기 앞 커피 숍에서 하려고 하는데요."
"법인 카드 가지고 있죠? 점심 식사까지 하고 들어오고, 화산객 작가는 계약해야 하니까 사무실에서 하도록 하고요."
"계약 조건은 어떻게 합니까?"
"신인이니까. 2000부에 8프로로 합시다. 지금 시간이 열시 반이니까, 작가 오는 대로 순서대로 나가자고요. 나도 열한시에 미팅이 있으니까, 우리 둘 모두 나가면, 경희씨가 사무실 킵 좀 해주시고요. 경민씨, 다정검객 남궁찬은 원고 들어왔나요?"
"아니요. 내일까지 마감인데, 작가가 하루 이틀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해서. 하루 여유를 더 줬습니다. 약속 잘 지키는 작가니까 괜찮습니다."
"그럼 모두들 화이팅 합시다. 아, 왔네요. 저 먼저 나갑니다."

열한 시 정각이 되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군. 기분이 좋아져서 일어서서 문을 열어주러가려는데, 앳된 얼굴의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기, 이경민씨가 누구시죠?"
"네. 전데요. 누구시죠?"
"철기산인데요."
"그저께 통화를 했을 때는 남자분이셨는데."
"누군지 모르고, 어떤 회사인지도 모르고 해서 동생에게 대신 부탁했어요. 제가 무림종횡을 쓰고 있는 철기산이에요."
"예. 나가시죠."

회사 앞의 까페 수에는 이미 팀장과 작가가 한 테이블을 자리잡고 있었다. 룸 형식의 테이블에 들어가서 우리도 곧 자리를 잡았는데, 멀리서 높은 톤의 팀장 목소리가 들렸다.

"뭘로 하실까요?"
"로열 밀크티요."
"네. 잠시만요."

주문을 하고 돌아와서 파일 케이스에서 철기산의 소설을 꺼냈다. 철기산은 자신이 가지고 온 파일 철에서 역시 프린트 된 자기 소설을 꺼냈는데, 여러 부분에서 수정이 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모두 설명하려는 철기산에게 난 내가 읽고 난 감상을 적은 에이포 용지를 보여주고, 프린트 된 수정고가 있는 지를 물었다. 철기산은 없지만 출발하기전 출판사 메일주소로 수정고를 보냈다는 말을 했고, 난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서 경희씨에게 수정고를 좀 뽑아서 프린트를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 사이 에이포 용지를 모두 읽은 철기산이 불만을 토로하듯 말했다.

"제 소설의 강점은 디테일이라고 생각해요. 전 나오는 등장 캐릭터 모두에게 각자 사연을 다 부여하고, 그 것들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하려고 플롯을 구성했거든요."
"단편 소설 같은 데에선 그런 구성이 빛을 발하지만, 무협은 기본적으로 주인공 중심으로 스토리를 힘있게 몰아쳐야 하는데, 너무 세심하고 디테일이 강해서 소소한 재미는 있지만, 일권의 반절 정도가 지났는데도 전혀 캐릭터가 성장하지도 세가밖으로 나가지도 않거든요. 이래서 확장성에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더구나 너무 세세한 설정은 무협애호가들은 잘 안 읽는 성향들이 있어서요."
"생각하는 바가 전혀 다르네요. 솔직히 좀 당황스럽네요."

다행스럽게 차가 나왔다. 차를 마시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갔다. 소설 자체는 힘이 있고, 표현력도 다른 작가들에 비해 뛰어나다. 다만 시장에서 팔리기 위해선 좀더 단순화하는 게 필요하다라는 것을 부드럽게 이야기하자 그제야 어느 정도 수긍을 하는 눈치였다. 미팅이 끝이 났다고 바로 계약을 하는 것은 아니고, 작품을 손질해서 출판할 정도가 되면, 출판계약을 하는데, 혹시라도 지금 돈이 필요하면 선급금을 어느 정도 줄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계약금이 아니라, 선인세라는 말에 철기산은 좀 실망한 듯 했지만, 곧 안정을 되찾더니, 얼마나 줄 수 있느냐를 물었다. 난 보통 5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라고 말했고, 철기산은 50만원을 원했다. 당장에 돈은 필요가 없지만, 자기가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증거를 가지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는 철기산의 말에, 대부분의 신인 작가들이 자신의 첫 책이 나오면 책장에 꽂아놓고 자기의 이름을 질리지도 않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쳐다본다는 말을 해주자 환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심정을 잘아는 것을 보니 책을 출간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기획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작가출신이라고 말을 해 준 후, 밥을 먹으러 근처의 돈까스 집으로 향했다.

돈까스를 시킨 후에야 난 철기산의 본명과 나이를 물었는데, 그녀는 앳된 얼굴만큼이나 어렸다.

"이은주에요. 나이는 스물 셋이고요."
"글을 보고 좀 의심을 하긴 했습니다. 문체가 좀 여성스러워서요."
"그런데, 작가들이 오면 늘 이런 식으로 차를 마시고 밥을 먹나요?"
"네, 박봉의 직원들에게 유일한 좋은 점이죠."

나온 치즈돈까스를 한참 먹고 있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회사인가 했더니 미연이로부터 온 카톡이었다. 핸드폰을 열어 메세지를 확인했더니 그 교수의 프로필 사진이 들어있었다. 얼굴도 꽤 괜찮았다. 그 나이에 대학의 전임강사인데다, 얼굴까지 괜찮은 이런 여자가 왜 인기가 없을까가 궁금했다. 한참 사진을 보다가 핸드폰을 내려놓자, 앞에서 얌전하게 밥을 먹고 있던 이은주가 물었다.

"그런데, 핸드폰에 비밀번호나 패턴을 걸어놓지 않으셨네요?"
"네. 불편해서요."
"그래도 혹시 잃어버리거나하면 위험하잖아요."
"전 제 물건을 잘 챙기는 편이라서 괜찮습니다. 잃어버릴 일이 없어요."
"혹시 a형?"
"네."
"역시 그러시구나. 돈까스를 이렇게 야금야금 썰어드시는 걸로 봐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작가를 지하철 역까지 바래다 주고는 한 건의 미팅을 끝냈다. 회사 이메일로 통장사본을 하나 보내줄 것을 부탁하고는 혼자서 회사로 걸어오는데, 누군가 툭 쳐서 봤더니 미연이였다. 친구인듯한 여대생과 함께였다.

"누구에요? 아저씨 애인?"
"아니, 작가. 스물 셋인데, 글이 좋아서 점심 같이 했다. 점심 먹고 오는 거냐?"
"아뇨. 점심 먹으러 가다가 아저씨랑 어떤 아가씨랑 같이 가는 거 보고 따라 붙었죠. 우리 밥 사주세요."
"나 회사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시간 있잖아요. 이제 열두시 이십분인데."
"알았다. 뭐 먹을래?"
"음. 뭐 먹을까. 비싼 건 아저씨가 안된다고 할 게 뻔하고. 봐줬다. 아저씨 파스타요. 요 앞에 마늘파스타 잘하는 집 있거든요."

미연이의 친구는 말이 없었다. 그 이유를 밥이 나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점심을 먹고 난 뒤라 난 음료만 시켜서 홀짝거리고 있는데, 말이 없던 그 친구가 제본된 책을 내밀었기 때문이었다. 두어장을 읽기도 전에 난 별로라는 것을 알았다. 제본까지 한 정성 때문에 가져가기로 마음을 먹고는 친구에게 예의상으로 이름이랑 핸드폰 연락처를 물었다.

"어때요. 얘가 판타지 소설을 매일매일 보거든요. 내가 우리 옆집에 그 출판사 다니는 아저씨가 있다고 하니까 자꾸 소개시켜달라고 해서요."
"그래, 연락해 줄게. 임미연, 아저씨 먼저 일어난다. 아저씨 이따가도 작가랑 미팅 하나 더 있어서, 시간이 없다. 계산은 하고 갈테니까 잘 먹고들 가. 정연학생에게는 내가 다 읽어보고 내일이나 내일 모레쯤 연락을 할테니까 그 때까지 마음 편하게 기다리고."
"아, 아저씨. 우리 교수님 사진 봤어요?"
"어. 이쁘시더라. 내 이야기는 해드렸냐?"
"생각없으시대요. 말은 했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서 교수님 한테도 아저씨 연락처랑 사진 보냈어요."
"알았다."

저녁까지는 몹시 바빴다. 두권 분량의 책을 더 읽고, 작가와 미팅을 하고 계약을 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한잔까지 했더니 녹초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대로 자고 싶은 생각뿐이어서, 집으로 겨우 기어들어와서 잠을 잤다. 정신없디 자다가 깨어났더니 새벽 세 시가 지나 있었다. 배가 고팠다. 라면이라도 끓여먹을까 해서 봤는데, 먹을 거라곤 생수도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옷을 챙겨입고, 아파트 문을 열고 나왔는데, 복도에 뭔가 있어서 흠칫 놀랐는데, 알고봤더니 쪼그리고 앉아있는 미연이였다. 자고 있어서 툭 건드렸더니 부르르 떨면서 일어났는데, 한 눈에도 몹시 취해보였다.

"야, 임미연, 여기서 뭘 하고 있어?"
"엄마가 치사하게 비밀번호를 바꿔서요. 어떻게 할 지 몰라서 잠깐 앉아있다가 졸았나봐요. 몇 시에요?"
"세시 넘었는데?"
"아저씨는 어디 가는데요?"
"배고파서 편의점에. 집에 물도 없고 그렇더라."
"나도 갈래요. 오뎅 하나만 사주세요. 추워서 그래요."
"넌 어릴 때부터 내가 뭐 사내는 사람이냐?"
"아저씨는 어른이니까. 사줘요. 사주세요."
"알았다. 알았어. 그런데, 형수님도 너무 하시네. 말만한 딸래미 누가 업어가면 어떻게 하려고 비밀번호를 바꾸셔."
"그러게요. 어서 가요. 몸이 으슬으슬해요."

편의점에서 오뎅에 만두를 먹고 났더니 속이 뜨뜻한 것이 속이 편해졌다. 미연이 녀석은 추운데 있다가 따뜻한 걸 먹어 그런지 술이 갑자기 확 올라서 갑자기 비틀거렸다. 우리 집에서 미연이를 재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내가 혼자 사는 게 문제였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우리 집에다 일단 미연이를 재우고, 난 회사로 가서 일을 할 작정을 했다. 어차피 잠도 푹 잔데다 하루 이틀 정도 일을 빡세게 진행시켜야 무리가 없는 일정이기도 했다. 미연이를 떠메고 가서 내방 침대에 재워두고, 회사에 가서 아침까지 일을 했다. 새벽의 회사는 조용했고, 잔잔한 노래를 틀어놓고 읽는 소설은 나름의 맛이 있었다. 조금 추운 것을 제외하면 능률이 좋았다. 서너시간을 일하고 화장실을 갈까하고 일어섰다가 시계를 봤더니 여덟시가 지나 있었다. 잠깐 집에 들러 옷도 갈아입고, 미연이도 자기 집에 보낼 생각으로 차를 타고 집문을 열다가 혹시나 나중에 오해가 생길 수도 있겠다 싶어서 형님네 집 초인종을 눌렀다.

"형님, 저 경민입니다."
"아, 아침부터 웬일이야?"
"형님. 미연이가 어제 안들어왔지 않습니까?"
"아, 자네가 알고 있나. 어제 우리는 종일 잠도 못자서."
"예?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다고 하던데요."
"무슨 소리야. 우리 집 비밀번호 바꾼 적이 없는데."
"어제 새벽에 깨서 편의점에 가려고 나왔더니 미연이가 형님네 대문 앞에 쭈구리고 앉아있더라고요. 비밀번호가 바뀌어서 못들어간다고요. 시간도 새벽 세시가 넘고 해서, 형님을 깨울 수가 없어서 일단 저희 집에 재웠습니다. 전 그길로 회사에 갔다가 지금 돌아오는 길이고요. 형수님 계시면 가서 깨워오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아, 집사람은 지금 동네 한 바퀴 돌아보고 온다고. 나도 방금 전까지 밖에 있다가 들어왔거든."
"네."
"잠깐만. 전화 좀 하고."

십여분을 기다려서 형수님이 오시고, 나는 문을 열어 준 후, 난 한참을 기다려서야 등짝을 맞으면서 나오는 미연이와 바톤을 터치해서 집으로 들어올 수가 있었다. 새벽에 일을 꽤나 많이 해 놓았기 때문에, 하루를 좀 한가하게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땐, 좀 지쳐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제 새벽3시 이후로 자지 않고 계속 일을 했기 때문이었다. 샤워고 뭐고 역시 자고 싶어서 대강 옷을 벗어 던져둔 후 침대로 들어갔을 때 발에 뭔가가 걸려서 꺼냈더니 검은 색 t팬티가 손에 걸려 나오는 것이었다. 아마 어제 미연이가 자다가 벗어둔 것 같았는데, 난 잠시 아찔해졌다. 아침에 그냥 쉽게 생각하고 내가 깨운다고 들어갔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를 상상하니 아찔해지는 마음이었다. 그러면서도 난 좀 달아오른 것도 사실이었다.

미연이에게 아저씨라고 불리고 있긴 했지만, 난 아직 서른 하나였고, 여자를 알았으며, 미연이는 충분히 탐을 낼 만한 소녀가 아닌 여자였으니까. 그리고 그 실증이 내 눈앞에 있으니 더더욱 흥분했다. 난 살짝 팬티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는데, 레이스 망사로 된 팬티에선 별다른 냄새가 나진 않았지만, 한번 달아오른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자위를 하고 싶긴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좀 귀찮아지기도 했다. 정장 바지가 불편해서 일단 체육복으로 갈아입고나서 뭔가를 생각하자라고 다짐하고는 난 재빠르게 정장바지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춘추복 정장이 몇 벌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옷이 구겨지거나 하는 것은 곤란했다.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다시 누으려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난 일단 미연이의 팬티를 이불속에 다시 집어넣고는 문을 열었다. 김치전 쟁반을 손에 든 형수님이 계셨다.

"잤어?"
"어제 잠을 좀 못자서. 일찍 들어왔습니다. 뭘 이런 걸 해오셨어요. 형수님."
"어제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그런데 말이야. 잠깐 이야기를 좀 하면 안될까?"
"네."

소파에 앉아서 제법 진중한 형수님의 말을 들었다.

"내가 경민이를 못 믿어서 그런 건 아니야. 그런데, 이건 중요한 문제라서 말이야. 어제, 새벽에 우리 아이를 경민이가 재웠어?"
"네, 추워하길래 편의점에 데려가서 오뎅이랑 만두를 먹었는데, 술이 갑자기 오르더라고요. 아마 추운데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옮겨서 그런 모양이에요. 몸을 못 가누길래 일단 우리 집으로 데려와서 제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고 전 바로 회사로 갔죠."
"아침엔 왜 그랬어? 왜 굳이 나를 들여보냈어?"
"여자 아이니까요. 어제 차림이 핫팬츠를 입고 있어서 만약에 술취해서 이불을 차거나 했으면 좀 제가 봐선 안될 것 같아서요."

말을 하는 도중에 난 자연스럽게 미정이의 핫팬츠를 입은 모습이 아닌 팬티를 벗고 아랫도리가 환히 들여다보이는 보지털이 무성한 쫙뻗은 다리를 떠올렸고, 나도 모르게 자지가 발기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자 몹시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타는 듯 달아올랐다. 형수님은 그런 내가 못미더웠다.

"이런 이야기 좀 하긴 그런데, 여자 아이라서 그래. 조심스러워서. 진짜 아무 일 없었지."
"예."
"믿어. 진짜로."

형수님이 의심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고 일어나셨다. 나도 일어나야 했지만, 정말 상황에 몰리다보니 자지가 더 발기해서 터질 것 같았다. 엉거주춤 일어나긴 했는데, 형수님은 추리닝 바지를 뚫고 나올 것 같은 내 발기한 자지를 보고 말았다. 그리고 난 형수님의 목으로 넘어가는 침을 보았다.

"경민아, 너.."
"아닙니다. 그게 아니고. 아닙니다."
"너 아니지? 아니지?"
"예. 뭐하면 cctv확인해 보셔도 좋아요. 입구 cctv에 저랑 미연이 들어가고, 제가 나온 시간이 다 찍혀있을 거 아닙니까. 제가 미연이 상대로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래, 니가 하진 않았을거야. 나도 그건 믿어. 그래도 너도 남잔데, 보고 싶었을 거 아니야. 그렇게 떡이 된 여자가 있으면 한번 벗겨보고 싶었을 거 아니야."
"아닙니다. 형수님."
"그런데, 왜 그래? 니 거기 지금 이상하잖아. 어제 일 떠올리고 그런 거잖아?"
"그게 아니고, 좀 전에 형수님 오시기 전에 잠깐 졸았는데 졸았다가 깼더니 그렇게 된 겁니다."
"너도 그게 말이 안되는 거 알지? 솔직히 말해 줘. 술에 취한 것도 미연이 탓이고, 너는 남자니까."
"형수님. 진짜 아닙니다.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정말로 속이라도 모두 보여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형수님의 눈이 조금 희번뜩거렸다. 난 그것이 탐욕의 눈길인지, 아니면 혹시라도 내가 딸에게 못된 짓을 했을거라는 의심때문인지를 구별할 수 없었다. 잠시의 시간이 흘렀고, 형수님은 의외의 제안을 했다.

"경민아, 니가 지금 네 꼬추가 선 게 아침에 일어난 것같은 자연현상이라면 곧 수그러들거야. 그러면 믿을게. 하지만 네가 죄책감이 있거나 다른 이유로 흥분한 거라면 그게 수그러들지 않겠지. 내가 지켜볼테니까 넌 손을 뒤로 떼."

언뜻 들으면 타당한 말같기도 했는데, 형수님이 추리닝 위라고는 해도 내 자지를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까 조금씩 나도 열기를 더해가서 발기가 죽지 않았다. 속으로 애국가를 제창하고 어떻게해도 자지가 죽지 않았는데, 더더군다나 형수님이 앉은 자세로 팔목을 무릎에 대고 일어서있는 나를 올려보고 있어서 내가 선 위치에선 형수님의 가슴골이 그대로 보였던 것이다. 망상에 시각적인 흥분까지 더해서 터질 것 같은 내 자지를 갑자기 형수님이 추리닝 위로 움켜쥐었다. 아프게 꽉 움켜쥔 것이 아니라 은근한 손길이었다. 형수님은 갑자기 내 목을 끌어안고는 내 귀에 속삭였다.

"왜 내 딸로는 만족을 못하겠어. 나도 욕심이 나니?"

그러더니 당황한 내 입술에 자신의 혀를 집어넣었다. 그것은 전율과도 같았다. 미연이의 몸을 생각하면서 일어난 자지를 그 엄마의 보지에 꽂아넣는다라는 상상이 아닌 실제의 상황은 나를 소름끼치게 했고, 나는 더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 형수님을 끌고 침실로 향했고, 침대에 누워 형수님의 주름치마를 끌어내렸다.

"내가 좋으니? 내가 좋아? 난 네 형수인데?"

형수님의 말들은 나와 형수님의 관계를 계속해서 부각시켰고, 죄의식이 커지는 만큼 쾌락도 흥분도 커져만 갔다. 살이 적당히 붙은 허벅지를 벌리고 보짓물이 번들번들한 보지를 형수님의 팬티로 쓱 닦고는 바로 내 자지를 꽂아넣었다. 40대 중반의 보지는 뭔가 크고 뜨뜻했으며 풍요로웠다. 꽉 조이는 느낌보다는 푹신하고 적당히 긴장된 느낌이 있었다. 그렇게 첫섹스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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