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의 내기 -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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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의 내기 - 05화 기사단 병영에서
Written by 검은나비
"에구, 죽겠다아..."
나는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아카데미 정문을 나섰다.
우우, 배고파앗! 아침도 못 먹었는데 점심도 못 먹다니! 흑흑, 공강인 2교시 뭐라도 좀 먹어볼까 했더니... 망할 교장! 왜 사람을 2시간도 넘게 잡아두는 거야?! 뭔 중요한 얘긴가 했더니 별 얘기도 아니드만!
더구나, 이자식은 죽어라 허리 튕기지 아주 진짜...!
으으으, 교장 앞에서 보내버리다니... 내가 안색 안 바꾸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줄 알아? 씨잉, 나쁜 자식.
나는 잠깐 귀걸이를 잡고 카론에게 한마디 할까 싶었지만, 시계를 보니 기사단 출근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관계로 생략했다. 출근을 늦을 순 없으니... 하아.
쯧, 얼른 기사단 숙소로 가서 밥이나 먹어야지.
어디 이동마차가... 저깄다!
"거기 마차~!"
잠시 후, 나는 황궁 정문에 도착했다.
마차에서 내려 걸어가자 금방 황궁 정문 경비병이 창을 겨눈다. 응? 저 얼굴 굉장히 낯이 익은데? 오늘 경비가 우리 기사단이었나? 헤에, 몰랐네.
고작 이틀 만에 보는 거긴 하지만 황궁 입구부터 우리 기사단 애들을 만나니 왠지 반가운 기분이 드는 것을 느끼며 손을 흔들자, 기사들도 날 보며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여어, 나야 나."
"아, 단장님! 출근하셨네요."
"응. 배고파 죽을 거 같으니까 얼른 좀 들여보내 주지 않으련?"
"아하하, 안 되는 거 아시죠?"
"....쳇."
요게 치사하게시리. 내가 첩자라도 될까봐? 에휴, 그래도 규칙이니... 아아~ 배고파아~
나는 잠시 성문 앞에 멈춰 신분증을 제출하고는 검사를 받았다. 한 10분정도 걸리는 검사가 끝나고 단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블랙로즈 기사단 병영을 향해 발을 옮겼다.
아아~ 밥~ 밥~ 맛은 더럽게 없지만 왠지 안 잘리는 우리 식모 아주머니가 해주는 바압~~
식모 아주머니는 분명히 백이 있을 거야. 음음. 아아~ 바압~
별로 아무런 의미도 박자도 없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걷는데, 갑자기 골목에서 누군가 튀어나와 부딪혔다. 나야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은 균형감각이 떨어지는지 그만 철푸덕 넘어지고 말았다.
에구야! 으으, 카론 자식이 계속 움직이는 바람에 감각이 이상해서 눈치를 못 챘네... 인기척도 못 느끼고 기사가 이게 왠 망신. 누군지 이거 죄송해서 어쩌나.
나는 부끄러움 반, 미안함 반으로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걸 느끼며 넘어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저기 어디 다치신 데는... 응?"
"아니에요. 제가 죄송...응?"
"......"
"......"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나와 아줌마는 동시에 얼굴을 팍 구겼다.
뭐야, 이 망할 아줌마가 왜 눈앞에 보이는 거야? 아우, 후불제로 기도했다고 엘라인님이 천벌이라도 내리셨나! 에이씨, 재수없어.
"출근부터 재수 없게. 아줌마는 앞도 안 보고 다녀요?"
"흥. 그 교양 없는 말투는 여전하군요. 음란한 암퇘지 같으니."
"이 아줌마가...!"
"이 천박한 암퇘지가...!"
나는 날 노려보는 이 아줌마를 전력을 다해 노려보았다. 노려보면 아줌마가 어쩔 건데! 아줌마 나 이겨? 흥!
나는 거슬리는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는 붉은색 일색의 아줌마를 향해 기파(氣波)를 내뿜었다. 무려 소드마스터의 기파다. 나보다 한참 떨어지는 아줌마가 버틸 게 아니라고!
쿠우우-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아줌마는 몸을 움츠리며 뒷걸음질 쳤다.
흥, 그럼 그렇지. 실력도 없는 게 무슨. 슬쩍 움찔거리는 아줌마를 내려보듯 고개를 추켜들자, 아줌마는 분했는지 이를 뿌득 갈았다.
"큭!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이다니, 천박하기는!"
"하, 실력도 안 되는 기사가 어디서 큰소리야? 아줌마 슬슬 우리 리아한테도 간당간당하지 않아? 기사 주제에 넘어지기나 하고 말야."
"...크으읏!"
내 말이 정곡을 찔렀는지, 아줌마는 유일하게 붉지 않던 얼굴까지 붉게 물들였다. 기사주제에 살짝 부딪힌 정도로 넘어지기나 하는 꼬라지하고는! 그러고도 아줌마가 레드로즈의 기사단장이야? 자, 얼른 꺼지... 흐윽!?
푸욱!
".....!"
카, 카론 이 망할 자식이 하필 이 타이밍에!
으으, 순간 기파가 휘청거렸어. 뭐, 그래도 아직 아줌마는 밀어내고 있지만. 내가 좀 휘청거린다고 해도 아줌마한테 밀리진 않는단 말이지!
나는 갑작스레 움직이기 시작한 카론의 자지를 애써 무시하며 태연한 안색으로 아줌마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아줌마는 살짝 얼굴을 구기나 싶더니, 언제나처럼 한마디를 내뱉고는 등을 돌려 뛰어가 버렸다.
"....음란한 암퇘지 같으니라고."
헹, 쌤통이다. 내가 암퇘지면 넌 암캐냐? 패배자의 변명 따위, 흥이닷!
멀어져가는 아줌마의 등을 향해 콧방귀를 뀌어주고는 병영을 향해 발걸음을 향했다. 아, 맞다. 잊을 뻔했네!
귀걸이 잡고 하나, 둘, 셋!
[야! 카론! 상황 좀 보고 하라고 내가 말했지!]
[우왁?! 뭐, 뭐뭐뭐뭐야?]
[뭐긴! 너 때문에 하마터면 아줌마한테 쪽팔린 꼴을 보일 뻔했잖아! 너 진짜 그럴래?]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아줌마라니, 블러디 로즈(Bloody Rose) 페이 말이야?]
[그래. 그 아줌마! 쓸데없이 길고 탁한 적발에 핏빛으로 물든 기분 나쁜 눈동자를 가진 그 아줌마 말야. 실력도 없는 주제에 자꾸 내 블랙로즈랑 사사건건 붙으려 하고, 진짜 짜증난다구! 기분 나쁘게 옷까지 맨날 시뻘건 거나 해 입고 다니고, 기사면서 웃기지도 않는 귀부인 흉내에... 하여간 아주 인간 자체가 쓰레기라니깐! 분명히 누군가 나한테 암살자를 보내면 그 여자일 거야! 애인한번 못 사귀어본 노처녀 같으니라고! 치매 걸려서 벽에 똥칠이나 해라!]
나는 한참을 아줌마에 대한 욕을 귀걸이 너머로 쏟아냈다. -내가 생각해도 좀 길게 말하긴 했다. 쌓인 게 좀 많아야지- 그리고 그 욕과 불평을 다 들은 후, 내가 "그런 중요한 일을 하는" 날 방해한 카론을 추궁하자, 카론은 약간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말이야, 미안한데 나도 계속 널 보고 있는 건 아니거든?]
[....응?]
이건 또 무슨 소리?
내가 순간 움찔하자, 그걸 알았는지 카론은 축 늘어진 듯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러니까 말이야, 나도 딱히 언제나 널 보고 있는 건 아니라고... 나도 연구할 게 있단 말이야. 그냥 일하다가 생각나서 움직인 것뿐이야.]
[.....어, 음, 그, 그랬어? 미안. 진짜 미안해!]
아니, 난 언제나 네가 날 보고 있는 줄만 알았지... 이거 진짜 미안하네. 이, 이게 다 평소에 신뢰를 못 얻은 카론 너 때문이야! ...라고 할 수가 없네. 히잉.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최대한 열심히 카론에게 사과하고, 이제는 뭘 어떻게 하든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다음에야 간신히 블랙로즈 기사단 병영에 도착했다.
하아, 언제나처럼 병영으로 온 것뿐인데 오늘은 왜 이리 지치냐... 이게 다 이 자지 때문인가.
...그나저나 카론아, 내가 미안해서 마음대로 하라고 하긴 했지만... 정말 마음대로 하는구나? 이 팬티에 엉덩이를 할짝거리는 기능이 있는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아흑, 기분 이상해...
나는 팬티 안에서 엉덩이 구석구석을 핥는 혀 비스무리한 느낌과 질 안을 열심히 움직이는 자지의 느낌을 애써 무시하며 식당으로 향했다. 무시하긴 좀 힘들긴 했지만.
어쨌든 일단 밥, 밥-! 오늘 하루 종일 굶었다고!
그리고 잠시 후, 식당.
"우물우물... 쩝... 꿀꺽..."
"다, 단장님 굶으셨어요?"
"아침이랑... 꿀꺽! 점심 못 먹었어. 그래놓고 몸을 움직였더니 좀 배고프네."
"저런... 그래도 좀 천천히 드세요. 여기 물도 좀 드시구요."
"응... 꿀꺽!"
나는 리아가 건네주는 물을 받아 마셨다. 크으, 리아는 대체 어디서 맨날 이런 물을 가져오는지 몰라? 참 맛있다니깐. 묘하게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게... 크아. 설탕도 아니고 꿀도 아니고 뭔지 모르겠네.
물이 맛있다는 건 정말 이 리아수(Ria 水)를 마셔본 사람 아니면 모를 거야.
"리아야. 넌 대체 어디서 이런 물을 가져오는 거야?"
"네? 아... 그게, 그냥 그런 게 있어요."
"흐응~"
리아는 대답하기 곤란한지 그저 싱긋 웃어보였다. 뭐, 싫다는데 굳이 캘 수도 없지. 캤다가 안 주면 어떻게 해? 뭔가 성수나 정령수라도 되는 건가? 이런 물은 비쌀 텐데... 고맙네.
그럼 물도 마셨으니, 어디 좀 더 먹어볼까!
나는 옆에 있는 음식을 크게 한 조각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푸욱!
".....!!"
"단장님? 왜 그러세요? 어디 안 좋으세요?"
"아니... 이게 너무 맛있어서 말이야."
".....이게요?"
리아는 그 흑요석처럼 검은 눈으로 굉장히 의문스럽다는 듯 식탁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 끝에는 뭔가 굉장히 화려하게 "불타오른"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누워있었다. 이빨은 내 이보다 크고 날카로운 생선 비스무리한 게 화끈하게 탄 껍질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원래 이 요리가 겉을 태우고 속만 먹는 요리는 아니리라 생각된다.
....솔직히, 나도 어지간히 배 안고프면 이런 거 안 먹지. 근데 솔직히 맛있진 않은데, 그래도 의외로 맛이 멀쩡하단 말야. 식모 아줌마 하루 이틀이니. 난 개인적으로 이게 어떤 생물인지가 궁금해. 몬스터라고 해도 믿겠는걸? 이런 걸 대체 무슨 수로 구해오는지.... 흐유.
그건 그렇고, 카론 이자식이 자꾸 박아대니까 음식을 먹기가 어렵잖아! 못 참을 건 아니지만 신경쓰인다구! 이녀석은 왜 꼭 사람 앞에 있을 때만 이래? 쳇쳇.
과연 사람은 적응이 동물이란 건지, 처음 갑자기 카론이 움직였을 때의 놀람도 좀 가시고 다시금 음식을 몇 입 먹기 시작했다. 섹스하면서 밥도 먹을 수 있단 건 몰랐네.
그리고 그나마 좀 맛있어 보이는 스프를 한 숟갈 떠 입에 넣은 순간, 카론의 목소리가 귓가에 닥쳤다.
[크으, 또 한발 간다!]
뭣?! 지, 지금은 안돼! 여기는 리아와 다른 기사단원들이....!
나는 갑작스런 카론의 통보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안타깝게도 카론은 내 속마음을 전혀 고려해주지 않았다.
푸슛! 푸슛!
"!!!!!!!"
흐으윽! 아, 안 돼! 이런 데서 가버리면... 아, 아아아앗!!!
나는 필사적으로 절정을 막기 위해 갖은 애를 썼지만, 자궁을 다이렉트로 때리는 정액의 물결에는 차마 어쩔 수가 없어, 그저 몸을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우우우, 공성용 발리스타가 날아와도 막을 수 있는 나인데... 이까짓 액체에 지다니! 흑흑. 기분좋긴 한데 뭔가 슬퍼....
내가 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본 리아는 내가 걱정되는지 옆에 다가와서는 날 부축했다.
윽, 리아야 미안한데 나 지금 민감하거든? 안 건드리는 게 도와주는 건데 말이야... 우우.
"단장님! 괜찮으세요? 방금..."
"괜찮아!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니까!"
그래, 별거 아니지, 단지 황궁 안 기사단 병영 식당에서, 사랑스런 부하 앞에서 질내사정 당해서 가버렸을 뿐. 별거 아니지.
아하하하... 내가 미쳤지, 대체 왜 그딴 내기를 수락한 걸까? 아주 그냥 똥줄이 탄다, 똥줄이 타.
내가 허공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짓자 옆에 서있던 리아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좀 많이 상태가 안 좋아 보였나 보다. 하긴, 안 좋긴 하지... 흑.
"저, 저기 단장님? 왜 우세요?"
"응? 아아, 그냥 갑자기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래."
크흑, 진짜 미치겠다. 아직도 4시야. 8시간이나 남았다고... 아아아악!!!!
카론 너 이자식, 집에 가기만 해봐! 네놈의 정신머리를 아주 싹 뜯어고쳐 주마! 다시는 이런 내기 따위를 생각도 못하게 만들어 주겠어!
....그건 이따 일이고, 일단은 몸을 좀 움직여야겠다.
나는 조금 남은 음식을 거의 쓸어 담다시피 먹어버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 전에 달했다지만 명색이 소드마스터인 만큼 다리는 멀쩡했다. 애초에 한번 간 정도로 다리가 풀릴 정도면 황실기사 명함은 떼버려야지.
자, 그럼... 좀 이르지만 단체훈련이나 할까? 내 훈련이랑 묶어서 해버리지 뭐.
"자아, 리아! 근무 중인 인원 제외하고 기사단 전원 소집해! 훈련이다!"
"네? 아... 네! 단장님! 블랙로즈 부기사단장 리아 카 테리아. 명령 받았습니다!"
리아는 잠깐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씩씩하게 경례를 하곤 식당을 뛰어나갔다.
휴우, 기껏 쉬는 기사단원들 부르는 건 조금 미안하지만 일단 나라도 좀 살아야지. 어차피 하루에 단체훈련 1번은 해야 하니까... 뭐 단체훈련이 1시간 앞당겨졌다고 뭐라 할 놈은 없겠지? 있다면... 쓰읍. 이 팬티를 선물해 줄까? 뭐 진짜 그랬단 사단이 나겠지만.
으음, 그러고 보니 이 팬티... 폐하께서 엄청나게 좋아하실 거 같은데? 후궁들에게 팬티 입혀놓고 반대쪽 링에 이름 써놓으면... 아, 이거 비싸댔지? 그럼 안 되겠네. 우리 폐하, 이상하게 짠돌이니까 말야.
나는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며 연무장으로 향했다.
뭐, 몸을 실컷 움직이며 땀을 흘리면 성욕이고 잡생각이고 모두 날아가겠지!
그리고 한 시간 후.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내 생각은 완전히 실패했다.
"하압!"
푸욱!
"흡!"
쑤욱!
"흐윽!"
쑤욱!
".....크으으으으!"
카론, 이 빌어먹을 자식--! 너 지금 보고 있지, 절대로 보고 있지!
어떻게 검술의 박자를 딱딱 맞춰서 허리를 튕겨대?! 덕분에 흐름이 완전히 끊겨버리잖아! 제길, 소드마스터가 이 무슨 창피...! 이대로라면 리아랑 붙어도 내가 지겠다!
게다가 왠지 기합소리도 점점 신음성처럼 바뀌어 버리잖아! 아우우, 내가 미쳐! 차라리 혼자 연습할걸, 내가 왜 애들을 불렀을까! 한 번에 싹 해먹으려다 피보게 생겼네! 확, 검을 바닥에 내팽겨치기라도 하고 싶다, 진짜. 아우 짜증나.
"....젠장."
이로서 대궁으로 쏘아지는 거대한 통나무보다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투석기의 바위보다도, 수많은 검사들과 마법사들의 합공보다도 자지 하나가 소드마스터를 무력화시키는데 좋다는 결론이 나왔군... 크흑.
아아악! 생각해보면 몸 안에, 그것도 제일 연약한 부위에 흉기(?)를 꽂고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게다가 그 흉기가 계속 움직이는걸! 나보고 어쩌란 말야!
차라리 배에 칼이 꽂히면 어떻게든 싸우겠는데, 이건 진짜...!
나는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싶은 원통함 반, 카론자식을 때리고 싶다는 분노 반으로 씩씩대며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쾌락은 고통보다 더한 고문이라더니... 진짜네, 이거.
부하들이 보고 있다곤 하지만 어차피 카리스마 넘치는 단장도 아니었고, 나 원래 이런 사람인 거 다 아는데 뭐. 에휴, 오늘은 정말 안되겠네. 이렇게 억지로 해봤자 될 것도 안 되지.
나는 결국 한숨을 푹 내쉬며 리아를 불렀다.
"리아야."
"네, 단장님!"
"....나 오늘은 진짜 좀 안되겠다. 좀 들어가 쉴게."
"네? 하지만..."
내 부탁에 리아는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응, 나도 알아. 훈련은 단장 동참 하에 최소 2시간인거. 근데... 솔직히 지금 좀 힘들거든? 부기사단장인 너도 있고.
"미안. 위에서 뭐라고 하면 좀 잘 얘기 좀 해주라... 어쨌든 훈련 하긴 했잖아."
"아... 그, 네. 들어가세요..."
"그래, 미안..."
나는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아, 좀 자든가 해야지... 육체는 하도 건강해서 오히려 덜 피곤한데 정신이 죽겠다.
몸보다 머리가 먼저 지치다니... 이래서 맨날 베른 그 근위기사단장 영감탱이가 나보고 명상을 시키나? 확실히 정신력을 좀더 키워야 할거 같긴 한데...
에이, 몰라 몰라. 일단 쉴래.
나는 내 방 숙소로 들어가기 무섭게 침대로 몸을 던졌다.
이번에는 카론 이자식이 방해하면 안 되는데.
아아,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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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이 좀 늦은 관계로, 6편은 오후에 올리겠습니다. 학교가야 돼요.
그리고 아래는 이번 편에 언급된 인물들의 설정입니다. 좀 기네요.
페이 카 드레인 (38세 女)
긴 적발에 적안. 174cm 60kg.
제국 황실기사단 중 레드로즈 기사단의 단장.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여기사로 레이린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로즈 기사단(여자 기사단) 중 최고 실력자였지만 레이린에게 밀려났다.
레이린을 미워하고 있으며 볼때마다 "음란한 암퇘지"라고 부른다.
자신이 레드로즈임에도 붉은 장미라는 별명을 레이린이 가진 뒤로는 완전히 증오모드.
레이린은 누군가 자신에게 암살자를 보낸다면 절대로 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리아 카 테리아 (27세 女)
긴 은발에 흑안. 180cm 65kg.
블랙로즈 기사단의 부단장.
나이에 걸맞지 않은 엄청난 검술 실력으로 다른 기사단의 단장직을 제의받았지만 레이린을 따라 블랙로즈 기사단으로 갔다.
레이린에게 묻힌 비운의 천재이지만 스스로는 레이린에게 가깝다는 것만으로도 만족 중.
대외적으로는 정체를 숨기고 있지만 사실은 엘프와 인간의 혼혈인 하프엘프이다.
어릴 적 노예상에게서 구해준 레이린을 남몰래 사랑하고 있다. 카론과 사귄다는 것은 알지만 카론과 레이린이 섹스한다는 것은 모른다.
베른 카 세라이즈 (61세 男)
짧은 백발에 흑안. 190cm 90kg
제국 근위기사단장. 근위기사단을 포함한 황실기사단 전원을 통솔하는 최고자이다.
대륙 제일 검호로 노령에도 불구하고 40대 중반의 외모를 지니고 있다. 황제의 심복이자 스승.
레이린을 직접 가르친 스승인 동시에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이다.
카론과 레이린의 관계를 아는 유일한 인물.
크라인 엘 아리아 (50세 男)
짧은 흑갈색 단발에 청안, 190cm 80kg
아리아 제국의 황제.
그 스스로 소드마스터에 경지에 달한 초인으로, 30대로 보인다. 검술 외에도 제왕학,경제학,정치학,연금술 등 다방면에 통달한 천재.
아리아 제국 역사상 최고의 황제란 평이 있으며, 17살에 즉위해 33년간 두개의 왕국을 병합시키고 아리아를 세계 최고의 제국으로 만들었다.
호탕한 성격이지만 부하를 아끼며, 겉과는 다르게 냉정한 속모습이 숨어있다. 체면유지의 필요는 알지만 사치는 굉장히 싫어함.
여자를 무척이나 밝혀 100명이 넘는 미녀 후궁이 있다. 모든 신하들의 충성과 함께 100 후궁의 진심어린 사랑을 한몸에 받는 대황제.
100명의 후궁은 모두 후궁으로 들인 게 아니라, 황제가 직접 황제임을 속이고 작업을 해서 꼬신 것이다. 한꺼번에 수십명을 상대하는 정력으로도 유명해 후궁 사이에 투기는 없다고 한다.
20살의 레이린에게도 작업을 걸었다 퇴짜맞은 전적이 있음.(황제가 차인 것은 첫번째라고 한다)
ps. 언젠가 꼭 크라인 황제 외전을 쓰고 싶네요. 만들고 보니 캐릭터가 맘에 들어...
Written by 검은나비
"에구, 죽겠다아..."
나는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아카데미 정문을 나섰다.
우우, 배고파앗! 아침도 못 먹었는데 점심도 못 먹다니! 흑흑, 공강인 2교시 뭐라도 좀 먹어볼까 했더니... 망할 교장! 왜 사람을 2시간도 넘게 잡아두는 거야?! 뭔 중요한 얘긴가 했더니 별 얘기도 아니드만!
더구나, 이자식은 죽어라 허리 튕기지 아주 진짜...!
으으으, 교장 앞에서 보내버리다니... 내가 안색 안 바꾸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줄 알아? 씨잉, 나쁜 자식.
나는 잠깐 귀걸이를 잡고 카론에게 한마디 할까 싶었지만, 시계를 보니 기사단 출근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관계로 생략했다. 출근을 늦을 순 없으니... 하아.
쯧, 얼른 기사단 숙소로 가서 밥이나 먹어야지.
어디 이동마차가... 저깄다!
"거기 마차~!"
잠시 후, 나는 황궁 정문에 도착했다.
마차에서 내려 걸어가자 금방 황궁 정문 경비병이 창을 겨눈다. 응? 저 얼굴 굉장히 낯이 익은데? 오늘 경비가 우리 기사단이었나? 헤에, 몰랐네.
고작 이틀 만에 보는 거긴 하지만 황궁 입구부터 우리 기사단 애들을 만나니 왠지 반가운 기분이 드는 것을 느끼며 손을 흔들자, 기사들도 날 보며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여어, 나야 나."
"아, 단장님! 출근하셨네요."
"응. 배고파 죽을 거 같으니까 얼른 좀 들여보내 주지 않으련?"
"아하하, 안 되는 거 아시죠?"
"....쳇."
요게 치사하게시리. 내가 첩자라도 될까봐? 에휴, 그래도 규칙이니... 아아~ 배고파아~
나는 잠시 성문 앞에 멈춰 신분증을 제출하고는 검사를 받았다. 한 10분정도 걸리는 검사가 끝나고 단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블랙로즈 기사단 병영을 향해 발을 옮겼다.
아아~ 밥~ 밥~ 맛은 더럽게 없지만 왠지 안 잘리는 우리 식모 아주머니가 해주는 바압~~
식모 아주머니는 분명히 백이 있을 거야. 음음. 아아~ 바압~
별로 아무런 의미도 박자도 없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걷는데, 갑자기 골목에서 누군가 튀어나와 부딪혔다. 나야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은 균형감각이 떨어지는지 그만 철푸덕 넘어지고 말았다.
에구야! 으으, 카론 자식이 계속 움직이는 바람에 감각이 이상해서 눈치를 못 챘네... 인기척도 못 느끼고 기사가 이게 왠 망신. 누군지 이거 죄송해서 어쩌나.
나는 부끄러움 반, 미안함 반으로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걸 느끼며 넘어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저기 어디 다치신 데는... 응?"
"아니에요. 제가 죄송...응?"
"......"
"......"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나와 아줌마는 동시에 얼굴을 팍 구겼다.
뭐야, 이 망할 아줌마가 왜 눈앞에 보이는 거야? 아우, 후불제로 기도했다고 엘라인님이 천벌이라도 내리셨나! 에이씨, 재수없어.
"출근부터 재수 없게. 아줌마는 앞도 안 보고 다녀요?"
"흥. 그 교양 없는 말투는 여전하군요. 음란한 암퇘지 같으니."
"이 아줌마가...!"
"이 천박한 암퇘지가...!"
나는 날 노려보는 이 아줌마를 전력을 다해 노려보았다. 노려보면 아줌마가 어쩔 건데! 아줌마 나 이겨? 흥!
나는 거슬리는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는 붉은색 일색의 아줌마를 향해 기파(氣波)를 내뿜었다. 무려 소드마스터의 기파다. 나보다 한참 떨어지는 아줌마가 버틸 게 아니라고!
쿠우우-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아줌마는 몸을 움츠리며 뒷걸음질 쳤다.
흥, 그럼 그렇지. 실력도 없는 게 무슨. 슬쩍 움찔거리는 아줌마를 내려보듯 고개를 추켜들자, 아줌마는 분했는지 이를 뿌득 갈았다.
"큭!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이다니, 천박하기는!"
"하, 실력도 안 되는 기사가 어디서 큰소리야? 아줌마 슬슬 우리 리아한테도 간당간당하지 않아? 기사 주제에 넘어지기나 하고 말야."
"...크으읏!"
내 말이 정곡을 찔렀는지, 아줌마는 유일하게 붉지 않던 얼굴까지 붉게 물들였다. 기사주제에 살짝 부딪힌 정도로 넘어지기나 하는 꼬라지하고는! 그러고도 아줌마가 레드로즈의 기사단장이야? 자, 얼른 꺼지... 흐윽!?
푸욱!
".....!"
카, 카론 이 망할 자식이 하필 이 타이밍에!
으으, 순간 기파가 휘청거렸어. 뭐, 그래도 아직 아줌마는 밀어내고 있지만. 내가 좀 휘청거린다고 해도 아줌마한테 밀리진 않는단 말이지!
나는 갑작스레 움직이기 시작한 카론의 자지를 애써 무시하며 태연한 안색으로 아줌마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아줌마는 살짝 얼굴을 구기나 싶더니, 언제나처럼 한마디를 내뱉고는 등을 돌려 뛰어가 버렸다.
"....음란한 암퇘지 같으니라고."
헹, 쌤통이다. 내가 암퇘지면 넌 암캐냐? 패배자의 변명 따위, 흥이닷!
멀어져가는 아줌마의 등을 향해 콧방귀를 뀌어주고는 병영을 향해 발걸음을 향했다. 아, 맞다. 잊을 뻔했네!
귀걸이 잡고 하나, 둘, 셋!
[야! 카론! 상황 좀 보고 하라고 내가 말했지!]
[우왁?! 뭐, 뭐뭐뭐뭐야?]
[뭐긴! 너 때문에 하마터면 아줌마한테 쪽팔린 꼴을 보일 뻔했잖아! 너 진짜 그럴래?]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아줌마라니, 블러디 로즈(Bloody Rose) 페이 말이야?]
[그래. 그 아줌마! 쓸데없이 길고 탁한 적발에 핏빛으로 물든 기분 나쁜 눈동자를 가진 그 아줌마 말야. 실력도 없는 주제에 자꾸 내 블랙로즈랑 사사건건 붙으려 하고, 진짜 짜증난다구! 기분 나쁘게 옷까지 맨날 시뻘건 거나 해 입고 다니고, 기사면서 웃기지도 않는 귀부인 흉내에... 하여간 아주 인간 자체가 쓰레기라니깐! 분명히 누군가 나한테 암살자를 보내면 그 여자일 거야! 애인한번 못 사귀어본 노처녀 같으니라고! 치매 걸려서 벽에 똥칠이나 해라!]
나는 한참을 아줌마에 대한 욕을 귀걸이 너머로 쏟아냈다. -내가 생각해도 좀 길게 말하긴 했다. 쌓인 게 좀 많아야지- 그리고 그 욕과 불평을 다 들은 후, 내가 "그런 중요한 일을 하는" 날 방해한 카론을 추궁하자, 카론은 약간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말이야, 미안한데 나도 계속 널 보고 있는 건 아니거든?]
[....응?]
이건 또 무슨 소리?
내가 순간 움찔하자, 그걸 알았는지 카론은 축 늘어진 듯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러니까 말이야, 나도 딱히 언제나 널 보고 있는 건 아니라고... 나도 연구할 게 있단 말이야. 그냥 일하다가 생각나서 움직인 것뿐이야.]
[.....어, 음, 그, 그랬어? 미안. 진짜 미안해!]
아니, 난 언제나 네가 날 보고 있는 줄만 알았지... 이거 진짜 미안하네. 이, 이게 다 평소에 신뢰를 못 얻은 카론 너 때문이야! ...라고 할 수가 없네. 히잉.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최대한 열심히 카론에게 사과하고, 이제는 뭘 어떻게 하든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다음에야 간신히 블랙로즈 기사단 병영에 도착했다.
하아, 언제나처럼 병영으로 온 것뿐인데 오늘은 왜 이리 지치냐... 이게 다 이 자지 때문인가.
...그나저나 카론아, 내가 미안해서 마음대로 하라고 하긴 했지만... 정말 마음대로 하는구나? 이 팬티에 엉덩이를 할짝거리는 기능이 있는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아흑, 기분 이상해...
나는 팬티 안에서 엉덩이 구석구석을 핥는 혀 비스무리한 느낌과 질 안을 열심히 움직이는 자지의 느낌을 애써 무시하며 식당으로 향했다. 무시하긴 좀 힘들긴 했지만.
어쨌든 일단 밥, 밥-! 오늘 하루 종일 굶었다고!
그리고 잠시 후, 식당.
"우물우물... 쩝... 꿀꺽..."
"다, 단장님 굶으셨어요?"
"아침이랑... 꿀꺽! 점심 못 먹었어. 그래놓고 몸을 움직였더니 좀 배고프네."
"저런... 그래도 좀 천천히 드세요. 여기 물도 좀 드시구요."
"응... 꿀꺽!"
나는 리아가 건네주는 물을 받아 마셨다. 크으, 리아는 대체 어디서 맨날 이런 물을 가져오는지 몰라? 참 맛있다니깐. 묘하게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게... 크아. 설탕도 아니고 꿀도 아니고 뭔지 모르겠네.
물이 맛있다는 건 정말 이 리아수(Ria 水)를 마셔본 사람 아니면 모를 거야.
"리아야. 넌 대체 어디서 이런 물을 가져오는 거야?"
"네? 아... 그게, 그냥 그런 게 있어요."
"흐응~"
리아는 대답하기 곤란한지 그저 싱긋 웃어보였다. 뭐, 싫다는데 굳이 캘 수도 없지. 캤다가 안 주면 어떻게 해? 뭔가 성수나 정령수라도 되는 건가? 이런 물은 비쌀 텐데... 고맙네.
그럼 물도 마셨으니, 어디 좀 더 먹어볼까!
나는 옆에 있는 음식을 크게 한 조각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푸욱!
".....!!"
"단장님? 왜 그러세요? 어디 안 좋으세요?"
"아니... 이게 너무 맛있어서 말이야."
".....이게요?"
리아는 그 흑요석처럼 검은 눈으로 굉장히 의문스럽다는 듯 식탁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 끝에는 뭔가 굉장히 화려하게 "불타오른"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누워있었다. 이빨은 내 이보다 크고 날카로운 생선 비스무리한 게 화끈하게 탄 껍질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원래 이 요리가 겉을 태우고 속만 먹는 요리는 아니리라 생각된다.
....솔직히, 나도 어지간히 배 안고프면 이런 거 안 먹지. 근데 솔직히 맛있진 않은데, 그래도 의외로 맛이 멀쩡하단 말야. 식모 아줌마 하루 이틀이니. 난 개인적으로 이게 어떤 생물인지가 궁금해. 몬스터라고 해도 믿겠는걸? 이런 걸 대체 무슨 수로 구해오는지.... 흐유.
그건 그렇고, 카론 이자식이 자꾸 박아대니까 음식을 먹기가 어렵잖아! 못 참을 건 아니지만 신경쓰인다구! 이녀석은 왜 꼭 사람 앞에 있을 때만 이래? 쳇쳇.
과연 사람은 적응이 동물이란 건지, 처음 갑자기 카론이 움직였을 때의 놀람도 좀 가시고 다시금 음식을 몇 입 먹기 시작했다. 섹스하면서 밥도 먹을 수 있단 건 몰랐네.
그리고 그나마 좀 맛있어 보이는 스프를 한 숟갈 떠 입에 넣은 순간, 카론의 목소리가 귓가에 닥쳤다.
[크으, 또 한발 간다!]
뭣?! 지, 지금은 안돼! 여기는 리아와 다른 기사단원들이....!
나는 갑작스런 카론의 통보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안타깝게도 카론은 내 속마음을 전혀 고려해주지 않았다.
푸슛! 푸슛!
"!!!!!!!"
흐으윽! 아, 안 돼! 이런 데서 가버리면... 아, 아아아앗!!!
나는 필사적으로 절정을 막기 위해 갖은 애를 썼지만, 자궁을 다이렉트로 때리는 정액의 물결에는 차마 어쩔 수가 없어, 그저 몸을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우우우, 공성용 발리스타가 날아와도 막을 수 있는 나인데... 이까짓 액체에 지다니! 흑흑. 기분좋긴 한데 뭔가 슬퍼....
내가 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본 리아는 내가 걱정되는지 옆에 다가와서는 날 부축했다.
윽, 리아야 미안한데 나 지금 민감하거든? 안 건드리는 게 도와주는 건데 말이야... 우우.
"단장님! 괜찮으세요? 방금..."
"괜찮아!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니까!"
그래, 별거 아니지, 단지 황궁 안 기사단 병영 식당에서, 사랑스런 부하 앞에서 질내사정 당해서 가버렸을 뿐. 별거 아니지.
아하하하... 내가 미쳤지, 대체 왜 그딴 내기를 수락한 걸까? 아주 그냥 똥줄이 탄다, 똥줄이 타.
내가 허공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짓자 옆에 서있던 리아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좀 많이 상태가 안 좋아 보였나 보다. 하긴, 안 좋긴 하지... 흑.
"저, 저기 단장님? 왜 우세요?"
"응? 아아, 그냥 갑자기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래."
크흑, 진짜 미치겠다. 아직도 4시야. 8시간이나 남았다고... 아아아악!!!!
카론 너 이자식, 집에 가기만 해봐! 네놈의 정신머리를 아주 싹 뜯어고쳐 주마! 다시는 이런 내기 따위를 생각도 못하게 만들어 주겠어!
....그건 이따 일이고, 일단은 몸을 좀 움직여야겠다.
나는 조금 남은 음식을 거의 쓸어 담다시피 먹어버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 전에 달했다지만 명색이 소드마스터인 만큼 다리는 멀쩡했다. 애초에 한번 간 정도로 다리가 풀릴 정도면 황실기사 명함은 떼버려야지.
자, 그럼... 좀 이르지만 단체훈련이나 할까? 내 훈련이랑 묶어서 해버리지 뭐.
"자아, 리아! 근무 중인 인원 제외하고 기사단 전원 소집해! 훈련이다!"
"네? 아... 네! 단장님! 블랙로즈 부기사단장 리아 카 테리아. 명령 받았습니다!"
리아는 잠깐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씩씩하게 경례를 하곤 식당을 뛰어나갔다.
휴우, 기껏 쉬는 기사단원들 부르는 건 조금 미안하지만 일단 나라도 좀 살아야지. 어차피 하루에 단체훈련 1번은 해야 하니까... 뭐 단체훈련이 1시간 앞당겨졌다고 뭐라 할 놈은 없겠지? 있다면... 쓰읍. 이 팬티를 선물해 줄까? 뭐 진짜 그랬단 사단이 나겠지만.
으음, 그러고 보니 이 팬티... 폐하께서 엄청나게 좋아하실 거 같은데? 후궁들에게 팬티 입혀놓고 반대쪽 링에 이름 써놓으면... 아, 이거 비싸댔지? 그럼 안 되겠네. 우리 폐하, 이상하게 짠돌이니까 말야.
나는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며 연무장으로 향했다.
뭐, 몸을 실컷 움직이며 땀을 흘리면 성욕이고 잡생각이고 모두 날아가겠지!
그리고 한 시간 후.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내 생각은 완전히 실패했다.
"하압!"
푸욱!
"흡!"
쑤욱!
"흐윽!"
쑤욱!
".....크으으으으!"
카론, 이 빌어먹을 자식--! 너 지금 보고 있지, 절대로 보고 있지!
어떻게 검술의 박자를 딱딱 맞춰서 허리를 튕겨대?! 덕분에 흐름이 완전히 끊겨버리잖아! 제길, 소드마스터가 이 무슨 창피...! 이대로라면 리아랑 붙어도 내가 지겠다!
게다가 왠지 기합소리도 점점 신음성처럼 바뀌어 버리잖아! 아우우, 내가 미쳐! 차라리 혼자 연습할걸, 내가 왜 애들을 불렀을까! 한 번에 싹 해먹으려다 피보게 생겼네! 확, 검을 바닥에 내팽겨치기라도 하고 싶다, 진짜. 아우 짜증나.
"....젠장."
이로서 대궁으로 쏘아지는 거대한 통나무보다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투석기의 바위보다도, 수많은 검사들과 마법사들의 합공보다도 자지 하나가 소드마스터를 무력화시키는데 좋다는 결론이 나왔군... 크흑.
아아악! 생각해보면 몸 안에, 그것도 제일 연약한 부위에 흉기(?)를 꽂고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게다가 그 흉기가 계속 움직이는걸! 나보고 어쩌란 말야!
차라리 배에 칼이 꽂히면 어떻게든 싸우겠는데, 이건 진짜...!
나는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싶은 원통함 반, 카론자식을 때리고 싶다는 분노 반으로 씩씩대며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쾌락은 고통보다 더한 고문이라더니... 진짜네, 이거.
부하들이 보고 있다곤 하지만 어차피 카리스마 넘치는 단장도 아니었고, 나 원래 이런 사람인 거 다 아는데 뭐. 에휴, 오늘은 정말 안되겠네. 이렇게 억지로 해봤자 될 것도 안 되지.
나는 결국 한숨을 푹 내쉬며 리아를 불렀다.
"리아야."
"네, 단장님!"
"....나 오늘은 진짜 좀 안되겠다. 좀 들어가 쉴게."
"네? 하지만..."
내 부탁에 리아는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응, 나도 알아. 훈련은 단장 동참 하에 최소 2시간인거. 근데... 솔직히 지금 좀 힘들거든? 부기사단장인 너도 있고.
"미안. 위에서 뭐라고 하면 좀 잘 얘기 좀 해주라... 어쨌든 훈련 하긴 했잖아."
"아... 그, 네. 들어가세요..."
"그래, 미안..."
나는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아, 좀 자든가 해야지... 육체는 하도 건강해서 오히려 덜 피곤한데 정신이 죽겠다.
몸보다 머리가 먼저 지치다니... 이래서 맨날 베른 그 근위기사단장 영감탱이가 나보고 명상을 시키나? 확실히 정신력을 좀더 키워야 할거 같긴 한데...
에이, 몰라 몰라. 일단 쉴래.
나는 내 방 숙소로 들어가기 무섭게 침대로 몸을 던졌다.
이번에는 카론 이자식이 방해하면 안 되는데.
아아,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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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이 좀 늦은 관계로, 6편은 오후에 올리겠습니다. 학교가야 돼요.
그리고 아래는 이번 편에 언급된 인물들의 설정입니다. 좀 기네요.
페이 카 드레인 (38세 女)
긴 적발에 적안. 174cm 60kg.
제국 황실기사단 중 레드로즈 기사단의 단장.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여기사로 레이린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로즈 기사단(여자 기사단) 중 최고 실력자였지만 레이린에게 밀려났다.
레이린을 미워하고 있으며 볼때마다 "음란한 암퇘지"라고 부른다.
자신이 레드로즈임에도 붉은 장미라는 별명을 레이린이 가진 뒤로는 완전히 증오모드.
레이린은 누군가 자신에게 암살자를 보낸다면 절대로 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리아 카 테리아 (27세 女)
긴 은발에 흑안. 180cm 65kg.
블랙로즈 기사단의 부단장.
나이에 걸맞지 않은 엄청난 검술 실력으로 다른 기사단의 단장직을 제의받았지만 레이린을 따라 블랙로즈 기사단으로 갔다.
레이린에게 묻힌 비운의 천재이지만 스스로는 레이린에게 가깝다는 것만으로도 만족 중.
대외적으로는 정체를 숨기고 있지만 사실은 엘프와 인간의 혼혈인 하프엘프이다.
어릴 적 노예상에게서 구해준 레이린을 남몰래 사랑하고 있다. 카론과 사귄다는 것은 알지만 카론과 레이린이 섹스한다는 것은 모른다.
베른 카 세라이즈 (61세 男)
짧은 백발에 흑안. 190cm 90kg
제국 근위기사단장. 근위기사단을 포함한 황실기사단 전원을 통솔하는 최고자이다.
대륙 제일 검호로 노령에도 불구하고 40대 중반의 외모를 지니고 있다. 황제의 심복이자 스승.
레이린을 직접 가르친 스승인 동시에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이다.
카론과 레이린의 관계를 아는 유일한 인물.
크라인 엘 아리아 (50세 男)
짧은 흑갈색 단발에 청안, 190cm 80kg
아리아 제국의 황제.
그 스스로 소드마스터에 경지에 달한 초인으로, 30대로 보인다. 검술 외에도 제왕학,경제학,정치학,연금술 등 다방면에 통달한 천재.
아리아 제국 역사상 최고의 황제란 평이 있으며, 17살에 즉위해 33년간 두개의 왕국을 병합시키고 아리아를 세계 최고의 제국으로 만들었다.
호탕한 성격이지만 부하를 아끼며, 겉과는 다르게 냉정한 속모습이 숨어있다. 체면유지의 필요는 알지만 사치는 굉장히 싫어함.
여자를 무척이나 밝혀 100명이 넘는 미녀 후궁이 있다. 모든 신하들의 충성과 함께 100 후궁의 진심어린 사랑을 한몸에 받는 대황제.
100명의 후궁은 모두 후궁으로 들인 게 아니라, 황제가 직접 황제임을 속이고 작업을 해서 꼬신 것이다. 한꺼번에 수십명을 상대하는 정력으로도 유명해 후궁 사이에 투기는 없다고 한다.
20살의 레이린에게도 작업을 걸었다 퇴짜맞은 전적이 있음.(황제가 차인 것은 첫번째라고 한다)
ps. 언젠가 꼭 크라인 황제 외전을 쓰고 싶네요. 만들고 보니 캐릭터가 맘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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