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집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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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동안 읽기만 하다가 용기를 내서 썼습니다.
제게있어 야설은 섹스 장면 묘사보다는 거기까지 가기까지의 과정입니다.
적나라한 섹스가 없어도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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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대학원 동창회에 자주 나가는 친구 녀석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나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데 가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굳이 유학 시절부터도 후배들과 교류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않았지만 오지랖 넓은 녀석은 동창들의 온갖 대소사를 다 챙기더니 이제는 후배들한테 꽤나 인망을 쌓은 모양이었다.
전화로 얘기한 보자는 이유도 후배에 대한 청탁 때문이라는데 부탁을 하는 것도, 들어주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썩 내키지 않는 만남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새로 졸업하고 귀국한 후배가 아버지 절친의 딸이라며 꼭 좀 부탁한다고 사정하여 마지못해 만나기로 하였다.
녀석은 연간 40억 매출을 자랑하는 강남의 초대형 갈비집 아들이어서 씀씀이가 유학 시절에도 만만치 않았지만 같이 나온 여자 후배는 언듯봐도 더 부유한 환경에서 곱게 큰 티가 났다.
군살 하나 없는 165cm 정도의 날씬한 몸매에 가볍게 떨어지는, 심플해 보이지만 옷감이나 재단을 봐도 내 반 달치 월급은 족히 들어갔을 만한 고급스런 옅은 하늘색 원피스와 빼어나게 예쁘지는 않지만 어두운 구석 하나 없이 귀티 나는 얼굴까지, 흔히 말하는 때깔이 다른 외모의 여자였다. 영화배우는 될 수 없었겠지만 오히려 배우들 사이에서도 돋보일 만큼 귀티가 나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단아함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 회사의 지원으로 어렵게 유학을 다녀 온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 온 사람들이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친구는 유명한 한량이었지만 여자는 고생 안하고 좋은 것만 보고 모질게 대하는 사람 한번 만나지 않고 살아온 듯 깨끗하고 티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런 애한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뭐란 말인가?’ 객관적인 외모에 대한 관찰과는 달리 여자한테 큰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속에서 올라오는 짜증을 참고 있었다.
여자는 손주은이라 했고 우리보다는 석사과정 9년 후배였는데 인생의 목표는 교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제야 내게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공부한 분야는 워낙 필드에서의 일이 많았고 보수도 좋았기 때문에 굳이 교수가 되려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았고 유사 전공도 국내에는 포항의 모 대학에 딱 한 개의 과가 있었다. 일찍이 인터넷 포털에 취직해서 능력을 인정받아 이제 관리자가 된 나는 회사의 허락을 받아 일주일에 한 번씩 포항으로 강의를 다녔다.
결국 여자가 교수가 될 수 있도록 포항의 대학에 연결을 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만나는 동안 나눈 대화에서 여자가 비교적 똑똑하고 공부도 잘 했음을 알 수 있었고 중간 중간 느껴지는 사려 깊은 마음씨 등에서 소개를 해서 욕을 들을 일은 없겠다는 판단을 하여 노력해 보겠다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그 다음 강의가 끝난 후 학과장과 만나 후배의 이력서를 놓고 이야기를 했고 나의 추천과 미국의 유명대학 출신 유학파라는 점을 인정받아 그 학과의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학위를 취득하면서 큰 하자가 없으면 졸업 후, 학과교수 임용 때 좋은 쪽으로 고려해 보겠다는 정도의 언질을 받았다. 후배에게는 전화로 일단 박사과정 입학시험을 치라고 이야기를 한 후 그 일에 관해서는 까맣게 잊고 바쁜 일상에 빠져들었다.
“김팀장 부탁이야, 갑자기 강사가 펑크를 내서 그래 이번학기만 좀 도와줘.”
“그래도 이건 좀...”
여름방학이 끝나고 첫 강의를 하러 포항에 내려간 나는 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학과장은 강의 하나를 더 맡아 달라고 하였는데 하루에 몰아줄 수는 없어 이틀을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수요일에 점심 퇴근을 하여 저녁 수업을 하고 목요일 오전 수업을 하고 서울로 올라가는 스케줄에 합의하였다. 회사 일은 알아서 하면 되니 상관없었고 입사 초기에 외박을 밥 먹듯 하면서 관계가 소원해진 와이프도 별말 없을 것이었다. 오히려 당일치기에는 만끽할 수 없었던 일주일에 한 번씩 여행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자못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했다.
“선배니임~”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학교에서 들리는 청아한 목소리가 나를 생각에서 깨웠다. 손주은이 저기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달려왔다. 학생처럼 흰색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의 그녀는 눈부셨다. 한번 만났을 뿐인데도 외지에서 아는 얼굴을 봤다는 생각에서인지 친정 오라비를 만난 듯 반가와 했다.
‘아 맞다 얘가 있었지’
수수하게 차리고 있어도 청바지가 강조하는 늘씬한 다리와 화장기 없이도 충분히 예쁜 얼굴은 남녀비율이 8대2인 이 학교에서 그녀의 임팩트가 상당할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학과장도 얼굴만 봐도 좋다며 추천해준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벌써 남학생들로부터 수많은 대시가 있었는데 참 잘 받아 넘기더라는 말도 해 줬었다.
“죄송해요 저 지금 수업조교라 빨리 가봐야 해서요, 다음에 인사드릴게요.” 라고 하면서 내 가슴팍에 손바닥을 살짝 갖다 대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목석같다고 여직원들한테 핀잔을 자주 들을 정도로 무뚝뚝한 나였는데 그 잠깐의 스킨쉽은 뭔가 달랐다. 그 정도에 반응하는 내 스스로가 우습기도 했지만 그녀의 존재감이 지금까지의 여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
3주차가 되자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요일 밤을 포항에서 보내야 하는 나는 수업이 끝나면 혼자 저녁을 먹고 터미널 근처의 모텔에서 잠을 잤다. 첫 주는 혼자 여행하는 호사스런 기분으로 했지만 둘째 주에는 좀 궁상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부터 할 일이 좀 없기도 했거니와 싸구려 모텔의 조명 아래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혼자 티비를 보는 것도 을씨년스러웠다. 앞으로 이 짓을 석달 넘게 더 해야 한다니 막막했다. 괜히 이틀 강의를 맡았다고 후회도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를 나서는데 주은이 따라왔다.
“선배님 저랑 저녁 하실래요?” 그녀가 생글거리며 물었다.
“아 그러지 뭐”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시켜먹는 어색함을 없애준 그녀가 너무 고마웠다. 더더군다나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저 얼굴을 대하면서 먹는 저녁이야 말할 나위가 없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하고 조르르 달려가더니 반짝이는 새 경차를 몰고 와서는 내 앞에 섰다.
“캠퍼스가 넓어서 타고 다니려고 샀나?”
“아.. 아뇨 선배님 호호.. 저 밖에서 살아요.”
‘아, 하긴 귀하게 자란 애가 기숙사에서 살긴 좀 그랬겠군.’
“제 오피스텔에 가서 제가 밥 해 드릴게요.”
“아, 아니 그럴 필요가...”
“아니에요. 일면식도 없는 저를 선뜻 도와주시고.. 저 외국에서 어려서부터 살아서 한국에는 아는 사람도 없었거든요. 저 고마운 마음에 꼭 따뜻한 밥 한번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래도 그건 내가 불편한데...”라고 말하려는데 운전을 하던 그녀가 얼굴을 내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인중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같이 가실거죠?”
후배의 집은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새로 지은 오피스텔이었다.
제게있어 야설은 섹스 장면 묘사보다는 거기까지 가기까지의 과정입니다.
적나라한 섹스가 없어도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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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대학원 동창회에 자주 나가는 친구 녀석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나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데 가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굳이 유학 시절부터도 후배들과 교류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않았지만 오지랖 넓은 녀석은 동창들의 온갖 대소사를 다 챙기더니 이제는 후배들한테 꽤나 인망을 쌓은 모양이었다.
전화로 얘기한 보자는 이유도 후배에 대한 청탁 때문이라는데 부탁을 하는 것도, 들어주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썩 내키지 않는 만남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새로 졸업하고 귀국한 후배가 아버지 절친의 딸이라며 꼭 좀 부탁한다고 사정하여 마지못해 만나기로 하였다.
녀석은 연간 40억 매출을 자랑하는 강남의 초대형 갈비집 아들이어서 씀씀이가 유학 시절에도 만만치 않았지만 같이 나온 여자 후배는 언듯봐도 더 부유한 환경에서 곱게 큰 티가 났다.
군살 하나 없는 165cm 정도의 날씬한 몸매에 가볍게 떨어지는, 심플해 보이지만 옷감이나 재단을 봐도 내 반 달치 월급은 족히 들어갔을 만한 고급스런 옅은 하늘색 원피스와 빼어나게 예쁘지는 않지만 어두운 구석 하나 없이 귀티 나는 얼굴까지, 흔히 말하는 때깔이 다른 외모의 여자였다. 영화배우는 될 수 없었겠지만 오히려 배우들 사이에서도 돋보일 만큼 귀티가 나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단아함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 회사의 지원으로 어렵게 유학을 다녀 온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 온 사람들이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친구는 유명한 한량이었지만 여자는 고생 안하고 좋은 것만 보고 모질게 대하는 사람 한번 만나지 않고 살아온 듯 깨끗하고 티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런 애한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뭐란 말인가?’ 객관적인 외모에 대한 관찰과는 달리 여자한테 큰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속에서 올라오는 짜증을 참고 있었다.
여자는 손주은이라 했고 우리보다는 석사과정 9년 후배였는데 인생의 목표는 교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제야 내게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공부한 분야는 워낙 필드에서의 일이 많았고 보수도 좋았기 때문에 굳이 교수가 되려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았고 유사 전공도 국내에는 포항의 모 대학에 딱 한 개의 과가 있었다. 일찍이 인터넷 포털에 취직해서 능력을 인정받아 이제 관리자가 된 나는 회사의 허락을 받아 일주일에 한 번씩 포항으로 강의를 다녔다.
결국 여자가 교수가 될 수 있도록 포항의 대학에 연결을 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만나는 동안 나눈 대화에서 여자가 비교적 똑똑하고 공부도 잘 했음을 알 수 있었고 중간 중간 느껴지는 사려 깊은 마음씨 등에서 소개를 해서 욕을 들을 일은 없겠다는 판단을 하여 노력해 보겠다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그 다음 강의가 끝난 후 학과장과 만나 후배의 이력서를 놓고 이야기를 했고 나의 추천과 미국의 유명대학 출신 유학파라는 점을 인정받아 그 학과의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학위를 취득하면서 큰 하자가 없으면 졸업 후, 학과교수 임용 때 좋은 쪽으로 고려해 보겠다는 정도의 언질을 받았다. 후배에게는 전화로 일단 박사과정 입학시험을 치라고 이야기를 한 후 그 일에 관해서는 까맣게 잊고 바쁜 일상에 빠져들었다.
“김팀장 부탁이야, 갑자기 강사가 펑크를 내서 그래 이번학기만 좀 도와줘.”
“그래도 이건 좀...”
여름방학이 끝나고 첫 강의를 하러 포항에 내려간 나는 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학과장은 강의 하나를 더 맡아 달라고 하였는데 하루에 몰아줄 수는 없어 이틀을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수요일에 점심 퇴근을 하여 저녁 수업을 하고 목요일 오전 수업을 하고 서울로 올라가는 스케줄에 합의하였다. 회사 일은 알아서 하면 되니 상관없었고 입사 초기에 외박을 밥 먹듯 하면서 관계가 소원해진 와이프도 별말 없을 것이었다. 오히려 당일치기에는 만끽할 수 없었던 일주일에 한 번씩 여행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자못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했다.
“선배니임~”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학교에서 들리는 청아한 목소리가 나를 생각에서 깨웠다. 손주은이 저기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달려왔다. 학생처럼 흰색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의 그녀는 눈부셨다. 한번 만났을 뿐인데도 외지에서 아는 얼굴을 봤다는 생각에서인지 친정 오라비를 만난 듯 반가와 했다.
‘아 맞다 얘가 있었지’
수수하게 차리고 있어도 청바지가 강조하는 늘씬한 다리와 화장기 없이도 충분히 예쁜 얼굴은 남녀비율이 8대2인 이 학교에서 그녀의 임팩트가 상당할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학과장도 얼굴만 봐도 좋다며 추천해준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벌써 남학생들로부터 수많은 대시가 있었는데 참 잘 받아 넘기더라는 말도 해 줬었다.
“죄송해요 저 지금 수업조교라 빨리 가봐야 해서요, 다음에 인사드릴게요.” 라고 하면서 내 가슴팍에 손바닥을 살짝 갖다 대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목석같다고 여직원들한테 핀잔을 자주 들을 정도로 무뚝뚝한 나였는데 그 잠깐의 스킨쉽은 뭔가 달랐다. 그 정도에 반응하는 내 스스로가 우습기도 했지만 그녀의 존재감이 지금까지의 여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
3주차가 되자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요일 밤을 포항에서 보내야 하는 나는 수업이 끝나면 혼자 저녁을 먹고 터미널 근처의 모텔에서 잠을 잤다. 첫 주는 혼자 여행하는 호사스런 기분으로 했지만 둘째 주에는 좀 궁상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부터 할 일이 좀 없기도 했거니와 싸구려 모텔의 조명 아래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혼자 티비를 보는 것도 을씨년스러웠다. 앞으로 이 짓을 석달 넘게 더 해야 한다니 막막했다. 괜히 이틀 강의를 맡았다고 후회도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를 나서는데 주은이 따라왔다.
“선배님 저랑 저녁 하실래요?” 그녀가 생글거리며 물었다.
“아 그러지 뭐”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시켜먹는 어색함을 없애준 그녀가 너무 고마웠다. 더더군다나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저 얼굴을 대하면서 먹는 저녁이야 말할 나위가 없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하고 조르르 달려가더니 반짝이는 새 경차를 몰고 와서는 내 앞에 섰다.
“캠퍼스가 넓어서 타고 다니려고 샀나?”
“아.. 아뇨 선배님 호호.. 저 밖에서 살아요.”
‘아, 하긴 귀하게 자란 애가 기숙사에서 살긴 좀 그랬겠군.’
“제 오피스텔에 가서 제가 밥 해 드릴게요.”
“아, 아니 그럴 필요가...”
“아니에요. 일면식도 없는 저를 선뜻 도와주시고.. 저 외국에서 어려서부터 살아서 한국에는 아는 사람도 없었거든요. 저 고마운 마음에 꼭 따뜻한 밥 한번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래도 그건 내가 불편한데...”라고 말하려는데 운전을 하던 그녀가 얼굴을 내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인중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같이 가실거죠?”
후배의 집은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새로 지은 오피스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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