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세호협풍운록 - 5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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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사천당가편이 시작營윱求? 피튀기는 혈전이 벌어지기 일보직전, 이보직전??
흠...사천당가편은 좀 길어질 것 같습니다. 꽃샘추위는 이제 그만~~!!



55장 사천당가편 (당령재회)

무림의 모든 고수들을 경악과 공포 그리고 좌절에 빠트려 지옥의 업화에서 맛보는듯 통곡해 울부짓던
정사 대전의 옛 자취들을 한바퀴 돌아 들어가면 그 무림 역사의 페이지를 찬란하게 장식하는
백도 무림의 절대적인 힘! 그 적과 대적함에 물러섬 없으며 용맹함이 저 사천 하늘의 작열하는 태양을
둘로 쪼갤듯 충천해 솟아오르는 사천당가의 위대한 행적이 숨김없이 간직되어 있었다.

사천의 독룡아
독아, 독조, 독안을 벼르라
넘치는 그 기백을
그 누구가 막아서랴.

사천 무림아
당가당문에 천하 대적 없어라
뒤를 보임은 곧 황천의 패자
그 누구도 넘어서리.

오오라, 하!
정한 숨결로 온몸이 충만하네.
우리는 사천 당가당문인
앞을 보라. 자랑스런 가슴으로.

비옥한 토지와 풍족한 자원으로 그 옛적 유비의 모사이자 당시 천하 삼분의 계를 제안하고 발현했던
제갈공명의 기지가 살아숨쉬듯....사시 사철의 온화한 기온으로 양자강을 비롯한 네줄기 강으로
비옥한 사천의 아름다운 절경이 지금 5인의 여행자들 앞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었다.

"사천 땅에 들어서면 일단은 사천 당가의 권역아래라 보아도 틀리지 않소."

삼십대의 호한. 화사한 백색 무복을 멋드러지게 걸쳐 입고 불진을 한손에 엄숙하게 들고 말위에서 먼곳의
절경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 옆에 자리한 호협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뒤를 따라온 마상위의 령령을 돌아보았다.

"어떻소. 사천은 초행길인데... "

호협아의 호위를 자칭한 남장여인 령령이 그 염려하는 말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공자야 말로 초행길이 아니신지요."

천하 미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치 잘생긴 청년으로 분장한 령령이었다.
오히려 남장한 것이 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러워 낭패였다.
백마에 올라탄 만산홍엽과 같은 정취의 서풍홍마녀는 기다란 금발머리를 경쾌하게 묶어올린탓에
백설처럼 흰 목덜미가 그대로 태양빛을 받아 노출되어 있었다.

"꿀꺽~~...00"

그런 사부 레나의 모습은 금세라도 그 탐스런 목덜미를 빨아대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고혹적인 매력이 있었다.

언제나와 같이 다소 차가운 목소리로 대정협객 용비의 말에 응대하는 홍마녀.

"용대협의 말대로 사천당가의 눈은 벌써 우리들이 자기들의 옷자락을 밟고 있는 것을 어디선가
보고 있겠죠."

흑면에 쥐죽은듯 사람의 기척도 말의 기척조차 없는듯 자연과 동화된듯한 신비검 철룡이
눈동자를 굴려 좌우를 돌아보며 한마디했다.

"좌우... 훔쳐보고 있는 쥐새끼들이 있소."

언제나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에도 커다란 바위가 떨어진듯이 잡아내는 특등 살수의
동물적인 감각은 이 순간에도 어김없이 발휘되었다.

"...우리의 목적은 우선 당가에 도착하여 당가주를 만나는 것이에요."

레나의 서글하면서도 청량한 목소리에 수긍한듯 신비검 철룡이 검은 무복으로 감싸 얼굴만 내놓은채 고개를
살짝 숙이며 옆쪽 절벽쪽으로 돌렸던 눈길을 다시 전방으로 돌렸다.

-
"자, 가죠."

홍마녀가 말고삐를 끌며 나아가자 네필의 말이 각각 사람들을 등에 업은채 뒤따랐다.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을때, 한쪽 절벽위의 고목안, 은밀한 정찰이 가능한 비소에서 식은땀을 닦아내는
복면에 전신을 암흑속에 파묻은 두 사내가 있었다.

"이로서, 백도무림정도회에 이어 금성회마저 이번 일에 말려들게 된 셈이군."

"과연 절정의 고수를 파견할 것이라고 예견했던 보살님의 말이 틀리지 않았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흠...사파에선 혈마교도, 환풍살막도 아직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어찌된 일인지.
그들이 이번 일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오."

"내일이 은퇴식이니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네. ?, 그들이 걸음하지 않는다해도
보살님의 힘과 음마님의 힘이라면..."

"과연 음마님과 손을 잡을 줄이야 그 누구도 생각 못했을 거요."

"크크?...이거 십수년 전 독질려에 당했던 상처가 쑤셔오는구만,
저 건너편 숲쪽에 은신한 당가의 식솔의 피맛이라도
보고 싶어 견딜수 없으이...크...."

"참아 보오. 내일이 되면 원하지 않아도 저 가증스런 독종들의 피맛을 흠뻑 맛볼테니."



호협아들이 당가에 당도하여 당문주의 앞에 다다르기까지는 제법 까다로운 절차가 있었다.
은퇴식을 축하하러온 하객들로 붐비는 것은 다름없었지만, 어디까지나 하객의 대부분이
무림인인 까닭에 당문과 관계가 깊은 인물이 아닌이상 초대받지 않은 자나 사파의무리는 신중하게
돌려보내고 있었다.

공들여 오랜세월 세워진 견고하고도 고풍스런 문주의 처소에 안내 되어 이제 무림을 떠날
당연호의 앞에 자리한 때는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였다.

"허허허...이거 귀한 손님들께서 오셨구료. 이 보잘것 없는 늙은이가 세수식을 하는 것 뿐이거늘."

그다지 길지는 않지만 단정하게 하얀 수염을 기른 당가주 당연호가 깡마른 체구를 자리에서 일으키며
너털웃음과 함께 맞아들였다.

"금성회에서 당가주의 경건한 세수식을 경하드리고자 이렇게 찾아왔어요."

서풍홍마녀 레나의 한마디를 필두로 호협아와 다른 이들 모두 강호 무림인이 우러러보는 노인에게
정중히 허리숙여 절했다.

"허허, 이것참...그래 금성회의 취노사는 어떻게 지내는지?"

"아주 건강히 잘 계세요."

레나는 푸른 눈을 들어 전혀 강해보이지 않는 초라한 모습의 노인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평범한 노인이야 말로 당금의 무림의 지고한 위치에 오른 인물중 한 사람인 것이다.

"...이번 세수식은 늦지도 빠르지도 않다고 생각하오만..."

다시 의자에 앉으며 권한 좌우 자석에 착석한 금성회의 인물들을, 당가 식솔중 접객을 맡고 있는
여인들이 향긋한 차로 대접했다.

"회주께서는 시기가 옳지 못하다고 하셨어요."

차로 입술을 살짝 축인후 단도진입적으로 취금성이 전하고 싶은 말을 입에 담는 홍마녀.

"그럴테야...시기가 안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노부도 이젠 늙었다네."

당연호가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며 자조적인 어조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수많은 암기의 제조와 응용 수련을 거친 상처들이 거북등껍질 마냥 노인의 손을 수놓고 있었다.
당연호의 고요한 눈빛...반박귀진에 달하여 안광이 안으로 갈무리된 초고수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으나,
어딘가 모르게 조금씩 기가 흐트러지는 때를 감지한 호협아와 레나, 그리고 용비와 철룡 두 사내는
어두운 안색을 지우지 못했다.
무림의 노영웅도 나이와 병마 앞에선 그 드높게 쌓아올린 업적과 무훈을 남긴채 땅속으로 잠들고 마는것.

"그래, 사천의 유람은 하시었오?"

유연하게 화제를 돌리려 하는 당연호의 말에,

"유람이라...그런 마음 편한 소리를 하실때가 아닌줄 압니다만..."

호협아가 본론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일침을 놓자, 당연호의 눈길이 호협아를 향했다.
당연호의 좌우에 석상처럼 시립하며 서 있던 호법 사천이협이 날카로운 안광을 번뜩이며 호협아를 주시했다.

"....!!"

호협아가 그에 지지 않고 마주보다가 다시 당연호를 바라보았다.

"장강의 물결이 흐르는구려...청출어람이 청어람이란 옛말은 허언이 아님을 다시 알겠소만..허허.
소협이 근래에 금성회에서 이름난 호협아 소협이겠구료."

"이거 과분한 영광입니다. 이렇다할 행적도 남기지 못한 무명소졸을 알아주시니..."

호협아가 급히 포권하며 당연호에게 예를 취했다.

"허허..."

당연호의 시선이 유난히 부드럽게 변해갔다.
호협아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찬찬히 바라본 당연호가 뭔가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의 세수식은 정오를 기해 거행될 예정이니, 그때 다시 만났으면 좋겠구료.
그리고...호소협은 잠깐 남아주시겠소? 이 늙은이가 묻고 싶은 것이 있으니."

서풍홍마녀 레나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도대체 무슨 연유로?
하지만 이내 머리속에 떠오른 당령 이란 이름이 그 의문을 깨끗히 지워주었다.

"하오면 이만 물러가겠어요...호소협은 당가주께서 물음이 있다 하니 나중에 숙소로 돌아오세요."

령령이 호협아를 바라보며 원가 말하려는 찰나,

대정협객 용비가 호협아의 옆에 앉은 령령을 향해 가만히 말했다.

"특별한 호위란것은 알겠지만, 밤시중 드는 일 외엔 행실을 삼가시오."

령령이 호협아의 부인이란 사실은 모르지만, 호색하다는 소문이 자자한 호협아가
이런 중요한 자리에까지 밤에 욕정을 풀기 위한 여자를 데려왔다는 생각에 다소 못마땅한 용비가
따끔한 한마디를 하자,
령령은 볼이 활활 달아오르는 느낌에 고개를 푹수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금성회에서도 공식적으로 기록에 남은 것은 4인의 파견이었고, 령령은 호협아가 특별히 개인적으로
호위가 필요하다는 조건을 붙여 어렵사리 동행이 허락된 것이었다.
긴급한 상황에서 몸을 던져 호협아를 구해낼 호법의 자격이었는데...
대정협객 용비는 자색이 빼어난 절세미모의 여인임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함에 있어서 수려하고 빼어난 인물은 항상 주목받기 마련이니까.
반면에 비호당 소속의 신비객 철룡은 아예 아무 관심도 없었으며, 오로지 자신이
금성회에서 받아온 특명인 사천당가에서 벌어질 혈전에 만전을 기하는 데만 신경을 쏟았다.

레나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자, 대정협객 용비와 신비객 철룡이 몸을 바로세우고 령령도 그 뒤를 따라
나오고 말았다.
뭔가 한마디 하고 싶었던 령령은 끝내 입술을 잘근 깨물며 호협아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뒤...호협아는 당연호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당연호의 양옆에는
마치 당연호의 그림자가 되는 것이 목적이라도 되는듯 아주 가깝게 호위한 사천이협 두형제가
함께했다. 본래 사천 삼협이었던 그들 삼형제 중 셋째 당원이 묘강독문의 이단 출신의 절세마두 백사
종리용에게 악랄하게 피살되었을 때, 당시 애숭이었던 첫째 당혁과 둘째 당현이 죽음을 각오하고
백사 종리용을 찾아가 삼일밤낮으로 다투어 백사 종리용의 몸을 고슴도치로 만들었던 일화는 유명했다.

어둑하여 저녁 놀이 장원 안으로 붉은 비단장막을 치듯이 펼쳐진 아래...
후원에 들어서자 조르륵...하고 작은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기화이초들이 무성히 자라난 눈을 떼지 못할만치
수려한 정원이 나타났다.

한옆에 고즈넉한 정적이 감도는 안채로 들어서는데...

"아버님, 이제 들어오십니까."

방안에서 차를 들고 있던 거한...연인 장비를 연상시키는 곰같은 사내가 문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허허, 손님이 찾아왔지 않느냐, 허허허..."

그 뒤를 따라들어간 호협아는 순간 발걸음을 뚝하고 멈췄다. 부리부리한 눈망울 거대한 몸집...
타는듯 맹렬하게 바라보는 사천의 차기 패자 마독제황 당연명이 정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으...응?!"

한쪽눈을 가늘게 뜨며 호협아를 보던 당연명이 갑작스럽게 그 거구를 신룡처럼 빠르게 일으켜
쌍장에 독공을 모아넣으며 슈파파팟!!! 하고 호협아의 몸을 노리며 뻗어내왔다.

"웃!!!"

호협아는 두눈을 부릅뜨고 전신공력을 끌어올리며 흑무 사신강기를 발동시킨 동시에 대수인의
절기를 융합하여 용광로처럼 달아오른 두팔로 맞서갔다.

"파파파팟!!! 퍼퍼퍼퍽!!"

마치 살이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와함께 당연명의 옷자락이 타오르고 동시에 호협아의 앞섶도
극고의 독공이 남긴 검은 자욱으로 물들어갔다.

"이 놈!!"

당연명의 허리가 크게 뒤로 한번 젖혀졌다가 9성의 진력을 쌍장에 모아 뻗어냈다.
휘류류류류~~!! 맹렬한 나선형의 독강기가 양팔을 타고 쏟아져나오고...
호협아는 양발로 바닥을 걷어차며 독강기의 힘을 유연하게 흘리면서도 흑무백팔섬의 절기를 펼쳤다.
유성처럼 쏟아져 내리는 백색 강기의 낙뢰! 그 무엇도 꿰뚫을 기세로 당연명의 온몸을 뒤덮었다.

"흐하핫! 어림없다!"

"슈파파파팟!!!"

안채의 벽을 허물며 방바닥을 가라앉게 만드는 엄청난 공세를 주고받으며 호협아는 당연명의 흉맹위맹한
공격에 사혈로 파고드는 공격을 가까스로 막는데 바빴다.

"멈추거라!"

짧지만 귀청을 ?는듯이 울리는 고성에 쌍장에 녹황색으로 빛나며 양소매를 부풀린채
마천제황신공을 펼치려던 당연명이 야차같은 얼굴로 돌아보며 소리쳤다.

"아버님!! 이 놈만은!!"

호협아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전신의 공력을 있는데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난파필승무적문의 공력이 전신을 또와리틀며 휘감아돌고 퍼져나오는 공력의 심후함은
진노한 사천의 독룡을 앞에두고도 무릎꿇지 않는 당당함이 흘러나왔다.

"가주의 명 앞에 불복할 셈인가!"

칼칼한 목소리로 사천이협중 일협 당혁이 호리호리한 몸에 진기를 불어넣으며 소리쳤다.
당연명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어지며 이를 바드득 갈기 시작했다.
좌측에 있던 이협 당현이 유심하게 투명한 시선으로 당연명의 시선을 마주봤다.

"끙!!!!"

"파파파팡!!!"

마치 화풀이라도 하듯이 정원석을 향해 뿜어진 마천제황신공앞에 정원석이 퍼석퍼석 부서지는가 싶더니
독액에 물들며 녹아내렸다.

호협아의 두팔에 대수인의 공력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하지만 호협아는 백독불침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극맹한 독기에 두팔이 거무스름하게 물들어 있었다.
재빠르게 양손가락 끝에 상처를 낸 호협아가 진기로 몸안으로 파고드는 독기를 몰아내기 시작했다.

"쭈르르륵...."

검게 빛나는 독액이 주르르하고 실처럼 늘어지며 떨어지다가 이내 선홍색 붉은 핏방울을 떨어트리자,
파리해진 안색으로 호흡을 되돌린 호협아가 창백한 모습으로 당연명에게 말했다.

"형님...오랜만의 재회에 이거 과한 대접이시오."

"뭣이~ !"

지면을 쿵하고 밝아 짓뭉게는 당연명의 등뒤로 언제 나타났는지 어둠과 동화된 묵빛 삿갓에
묵빛 무복차림의 사천독객들이 나타났다. 북경대희루의 혈전으로 10명으로 줄어들었지만,
그들의 막강하고 고강한 무공과 독공은 여전히 무쌍함은 틀림없었다.

"독황나으리, 고정하시는 것이..."

삼독객...일독객과 이독객의 죽음으로 이젠 사천십팔독객중 수장이 된 인물...
그 무공수위는 오히려 일독객과 이독객을 넘어섰다는 평판이 있는 만큼 실력으로 인정받는
심복중의 심복이 충심으로 말하고 있었다.

"!!"

충혈된 당연명의 혈광이 번뜩이며 삼독객을 쏘아보자, 삼독객은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이마를
바닥에 쿵! 하고 쳐박으며 소리쳤다.

"부디 고정하소서! 독황나으리!"

동시에 남은 독객들이 뒤따라 오체투지하며 고개를 쳐박았다.
부르르르...하고 떨리는 몸을 가눈 당연명이 얼음장처럼 차디찬 음성으로 걸걸하게 말했다.

"이곳이 어디라고 찾아왔는가! 한때 누이를 보살펴준 은혜를 생각해 이쯤에서 살려보내줄터이니,
떠나게."

호협아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위압감에 견뎌가며 나직이 말했다.

"당부인을 보기 전엔 떠나지 않겠소."

"....!!!"

호협아와 당연명의 사이로 미끄러지듯 끼어든 깡마른 체구의 사천당가주 당연호가 한손을 들었다.

"아들아. 그는 이 늙은 애비의 손님이거늘. 난폭한 행동을 멈추지 못하는가. 독황동에 들어가
내일 세수식이 거향될때까지 나오지 말고 마음을 다스리거라."

"..."

당연명은 끝내 당연호 앞에서 탑탑천왕과 같은 몸을 숙이며 명에 따라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신형을 지웠다.
동시에 사천십팔독객마저 오체투지의 자세를 풀었는가 싶더니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이 늙은이의 아들녀석이 실례가 많았소. 호소협."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장인어른."

호협아는 그제서야 이 노인이 그의 장인이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말을 덧붙였다.
그 말에 빙그레하고 미소지은 당연호의 노안은 웬지 씁쓸하게 어두웠다.
노인의 머리속에는 오래전 끈질기게 그에게 딸을 달라며 맴돌던 소요산장의 장주인 소요객 백풍의
모습이 호협아에게 겹쳐져 보였던 것이다.
무림인에 어울리지 않는 다정하고 정이많은 성격의 백풍은 무예의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으나
명망과 인망이 높았고, 훌륭한 사위감이라 생각해 허혼했다.
행복한 시간도 있었지만 결국...혈마교의 침략에 멸화지겁을 면하지 못했다. 손자 백평이 죽고,
창녀로 팔려갔던 사랑하는 딸 당령은 손녀 백영이 기구한 삶을 보낸 것은
결국 당연호 그가 허혼한 탓일 수도 있었다.
어떻게든 딸의 행복에 가득한 웃음을 더 늙어 죽기 전에 보고 싶은 심정인 당연호는
눈앞의 소년을 포기할 수 없었다.

"어서오시게. 사위... 허허허...허허허..."

나이 터울이 엿보이는 사위...손녀의 사위라면 모를까.

"딸아이를 보고 싶겠지?"

"이를 말입니까... 만나게 해주십시오."

떨려오는 목소리를 다잡으며 고개숙이는 호협아였다.


백학이 창공을 향해 고개를 들고 두 날개를 좌우로 쭉 펼친 그림들이 살아있는듯 생동감 넘치는
불당에 다다르자, 당연호가 먼저 불당안으로 들어서고 호협아도 그 뒤를 따랐다.

초가 타오르는 경건한 분위기의 불단앞...
그 앞에 두 손을 모으고 기도 드리고 있는 선학과도 같은 고고한 분위기의 백의소복을 걸쳐입은
절세미부의 옆 얼굴을 보는 순간 호협아는 그린듯이 아름다운 미녀의 자태보다도
당령과 만났다는 그 사실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살짝이 감긴 눈, 기다랗게 뻗은 속눈썹... 고운 이마선을 타고 능선을 타고 솟아오른 오똑한 코의 곡선,
갸름하게 꺽어진 턱선의 끝에 소담스레 자란 귀밑머리의 탐스러움.
구름처럼 틀어올린 아름다운 머리칼을 고정한 비녀.
하늘의 선녀가 지상에 강림하여 그 날개옷을 벗은 듯이 성결함이 묻어나왔다.

"령아."

당연호의 목소리가 들리자, 당령이 살며시 눈을 떠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호수처럼 맑은 눈동자 안에 촛불이 반사되어 비치는데, 그 눈동자가 두어번 깜빡이다가 크게 떠지더니만...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감은 두 눈의 눈꼬리를 타고 투명한 물방울이 주륵...하고 두줄기 선을 그리며
고운 턱까지 흘러내렸다.

"나으리..."

그랬다. 당연호의 옆에 서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는 소년은 그녀 마음속에 자리잡은 낭군의 모습이 아니던가.
드디어 다시 만난 것인가.
합장하고 있던 두 손을 내려 치맛자락을 힘주어 잡고 가냘픈 몸매를 덜덜 하고 떨며 소리죽여
흐느끼기 시작했다.

"...울지 마시오. 당부인. 나 호협아가 찾아왔소이다."

당연호가 그런 딸의 모습에 자신도 눈물이 날듯 코끝이 찡한 느낌에 고개를 돌리며 호협아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으며 말했다.

"사위...그럼 부탁하네."

그 말과 함께 늙은 당가의 수장은 한결 가벼워진 걸음걸이로 백학관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르는 사천이협의 일협 당혁이 나직이 권했다.

"이걸로 아가씨는 행복해 지겠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호는 조심스레 소매를 들어 눈가를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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