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 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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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갈등(8)


서기 2250년 시간여행금지법을 제정한 이유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지하국 고위간부와 시간순찰대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여행장치를 하급 관리중 한명이 사적으로 이용한 흔적을 발견한 위원회는 발칵 뒤집혔었다.

시간여행장치를 이용하는 사람은 그 시대를 관망하기만 할 뿐 절대로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윤리원칙이 있다. 특히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할 경우에는 미래 사회에 영향을 줄 만한 어떠한 단초도 제공할 수 없도록 엄격한 통제가 이루어 지고 있었다.

유니털, 특히 지하국 신민들은 경제적 불균형이 없는 관계로 타 세계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이 보편적이며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의 경우는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탈현상이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다.

지하국이 인간유전자를 완전히 해독한 것은 서기 1894년 반도 조선에 동학혁명이 발발한 때를 기점으로 한다. 유전자 변형은 식물을 통한 식량생산에 한정토록 법제화 했지만 의욕적인 학자들에 의해 동물 실험이 만연하고 심지어는 인간의 성전환에 이용하는 등 폐해가 만만치 않았으나 결국 순수과학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이용한 상업적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들의 꼬임에 넘어가 오늘날 유전공학은 눈부시게 발전하게 되었다.

부작용이 많은 만큼 순기능도 많았다.
인간수명을 182살로 추산하던 지하국의 평균수명은 벌써 200살로 늘어났다.
자기복제를 금지한 법은 종이호랑이와 다를 바 없었다. 지하국의 건국 취지가 중원의 인해전술에 의한 패배를 극복한다는 정신이 일부 내포되어 있었으므로 그 정도의 자기 복제는 징계하지 않았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유전자 조작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여행장치를 이용하여 자기 모순에 빠져 들고싶은 환상을 깨지 못하는데 있었다.

이백년전 호프먼의 소설 비밀(The Secret)에서 나옴직한 비슷한 모티브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며 순찰대원의 자질을 엄격히 통제했었다.

유니털의 아이리스라는 순찰대원이 그의 에미인 엘리자베스를 사랑한다는 것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아이리스는 시간여행을 하는 도중 동토의 땅으로 변해 버린 유럽의 끝자락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했다. 그 여인의 모습은 아련히 자신이 사랑했었던 이미지와 너무 닮았다는 사실이 자기 모순의 시발점이라는 것을 아이리스는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첫눈에 반한 여인과 관계를 맺고 유니털로 귀환했다. 엘리자베스는 아버지 없는 아이리스를 낳았고, 아이리스가 자라면서 가슴속에 묻어둔 여인이 자신의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위원회는 아이리스와 엘리자베스의 관계를 시간추적 장치를 통해 리뷰를 해 보았다. 그 결과 자기 스스로를 복제한 것 이상의 금기를 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리스는 유전자원심분리기에 넣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했다.

시간여행장치를 이용한 가벼운 장난도 있었다.
서기 2001년을 순찰하던 유니털의 하급 순찰자 리챠드는 한반도 상공에서 이상한 기운을 발견했다고 한다.
"로또~ 로또~"
새롭게 접한 사건을 수사할 임무를 맞고 있는 리챠드는 시간을 정지한 채 로또의 정체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45개의 숫자 중 6개를 맞추면 대박이 터진다는 도박사건으로 한반도 국민 전체가 들끓는 현상을 보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유니털 상황통제실에 사건 보고를 했다.
유니털 상황통제실의 부시부시맨은 리챠드의 보고를 접하면서 과거의 기록으로부터 로또에 관한 자료를 검색하기 시작하면서 한반도 전국민이 미치듯 열광하며 로또 열풍에 휩싸인 사건을 발견했다.
"어이, 리챠드. 거기 몇 년몇일 몇시야?" 부시부시맨이 리챠드를 향해 물었다.
"2003년 10월 25일 오후 7시입니다."
"그래? 그럼 14,17,26,31,36,45 번을 찍어봐. 그럼 32억5천만원 대박이 터질테니까!"
"정말요?" 리챠드는 되물었다.
"그래, 한방 찍고 때부자 되면 돌아올 때 알았지?"
리챠드는 부시부시맨이 시키는대로 로또번호를 찍었다. 단돈 2천원만 투자한 채.

이 사건으로 리챠드는 유니털로 돌아오는 것을 포기하고 시간여행장치만 혼자 상황통제실로 돌아와야 했다.

리챠드는 시간순찰대에 의해 2250년으로 끌려 돌아왔서 멀리 명왕성으로 추방되었지만 부시부시맨은 자신은 그냥 장난삼아 한 일이므로 경범죄에 해당할 뿐이라며 정식 재판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시간여행기를 발명한 이래 숫한 에피소드가 역사속에 녹아 넘치지만 사용의 폐해 보다는 인간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킨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인 관계로 아직도 유니털과 지하국의 고위직 관리들은 종종 시간여행을 즐기고 있다.

지난 달 유니털 주경영 대통령 집무실에서는 고전 영상장치를 통해 1985년작 이장호 감독, 이보희 주연의 어울우동이라는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데,
주 대통령께서 "저런 년이 있나. 씹을 했으면 애를 까야지!" 하며 발끈한 사건이 있었다.
대통령을 모시는 입장에서 매우 난처한 광경이었다.
국가의 철학이 "애를 많이 까자" 이다 보니 당연한 분노를 샀으리라만 황급히 시간여행장치를 타고 어우동이 살던 때로 급파됐었다.

내가 도착한 때는 조선왕 성종이 나라를 다스림에 성군으로 칭송 받으며 국가제도를 잘 정비하여 문치정치를 구가하는 태평성대였다. 잠시 주파수를 바꾸니 삐릿삐릿 성종이 궁궐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중전 윤씨가 얼굴에 손톱 자국을 내고 있었다. 폐위를 한다고 난리를 친다. 연산군이 즉위했다.

아뿔사, 어우동이 결국은 갑자사화의 원인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어찌 해보려던 마음을 추슬르고 상황통제실로 귀환해야 했다.

만약 이런 때, 에덴이라도 있었다면 갑자사화를 막을 수도 있었을텐데, 담 약한 책사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아니, 마린이라도 있었다면 성종 대신 말뚝이나 펑펑 박으면서 성종의 행차를 막을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시간감독관의 입장에서 과거의 사건을 간섭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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