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 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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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갈등(10)


평양 유니털 대통령 집무실의 뒷편에는 아름드리 소나무로 울창한 숲 길이 있고, 온갖 꽃들이 만발한 정원을 지나면 잔디밭 위를 걸어 안가로 들어가는 긴 길이 있다. 작은 동산의 울창한 나무에 가려 입구는 낯선 사람으로선 담박에 찾을 수 없도록 설치되어 있지만 일단 이 곳을 방문하면 아방궁보다 화려한 실내장치를 보곤 혀를 내 두를 장관이 펼쳐 진다.

평소 안가는 영부인도 접근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곳이라서 이곳을 출입하는 사람은 대통령과 약속이 된 극히 일부의 사람들로 제한된다.

이 곳을 경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첨단 위성에 의해 개미 한 마리의 이동 조차 감식해 낼 수 있는 방어막이 펼쳐 있는 까닭에 초대 받지 않은 사람이 접근하면 순간이동장치에 의해 지하 구금실로 이동된다.

얼마전 보안사령관이 정원을 거닐다 이 곳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처음 보는 건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호기심에 이 곳을 들어오려는 찰라 지하 100층에 설치된 허가받지 않은 사람들이 머무는 구금실로 내동댕이 쳐진 사건이 있었다.

김 사령관은 자신이 유니털의 모든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유일무일한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항상 자만했던 까닭에 이 곳에 내동댕이 쳐진 일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지하 구금실로 이동되면 신분여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불법침입자에 대한 처우에 관한 법령에 의해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명왕성으로 추방된다.

황급히 상황 파악을 한 김 사령관은 간수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선처를 호소하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서야 겨우 추방을 면할 수 있었다.

김 사령관은 이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발로하며, 자신이 유니털의 정보망중 한 분야를 맞고 있는 조직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했다.

오늘 노 비서가 시간여행장치를 이용해 어우동을 안가로 데려오도록 허가 받았으므로 잠시 후면 어우동은 죽기 일보직전에 잠시 숨 돌릴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각하, 10분 정도 후면 선각자적 여성 성해방론자인 어우동님께서 안가로 모셔질 것입니다."
"그래? 금방 도착한다? 어떤 인물인지 보고 싶은데..."

잠시 후 안가 응접실에는 피투성이에 머리가 온통 흐트러진 채 오랏줄에 꽁꽁 묶인 모습 그대로의 어우동이 도착했다.

의상담당 비서를 불러 어우동에게 가장 어울리는 코디를 하도록 지시하고, 온천수가 흐르는 샤워시설로 욕실담당 비서를 시켜 흐트러진 몸매를 씻어내도록 지시했다.

"각하, 모니터를 끄시는게 좋겠습니다." 주경영 대통령은 어우동이 비서들에 의해 씻겨지는 모습을 모니터로 관찰하며 입맛을 다시고 있다.

"사내들이 탐낼만 한 몸이군. 이 시대에 살았었다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겠는걸..."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당찬 모습에서 자신감까지 풍기는 진정한 미인이지요."
"유전자를 채집해 놓게."
"무슨 일에 쓰시려고요?"
"복제해서 곁에 두고 싶어서 말야."
"불법인건 알고 계시죠?"
"불법인가? 내가 해도?"
"법을 수호해야 할 분이 법을 어겨서야 되겠습니까?"
"어떻게 좀 해 보면 되잖나!"
"알겠습니다. 일단 표본을 채집하면 실험실로 넘기겠습니다."

어우동의 치도곤을 맞아 헤어진 피부는 회복실을 통해 말끔하게 치유되었다.
언제 피범벅이 되었는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아름다운 용모의 정숙한 여인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단아하게 앉아 있다.

"죽기 일보직전에 이렇게 살게 되니 기분이 어떠신지요?" 대통령이 정중하게 물었다.
"여기 어디죠? 천국인가요? 내가 죽었나요?" 꿈을 꾸는 듯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어우동은 새로운 환경에 어리둥절 한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기에 궁금한 것이 있어 잠시 모셔왔습니다.
몇 마디 물어본 후 원래 있던데로 되돌려 드릴테니 걱정 마시죠." 주 대통령은 안심시키려는 듯 상황 설명을 했다.

"뭐예요? 다시 그 자리에 놔둔다고?"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어우동은 몸서리를 친다.

"어째서 목을 망나니에게 내 맡기게 됐지요?" 대통령이 물었다.

"흥, 날 완전히 구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그걸 알아서 뭐하려고!!" 표독스럽게 쏘아 붙히는 말이 무섭다.

"태어나면 죽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뭘 그리 아쉬워 합니까?"
"천수를 누린 사람들이나 하는 얘기지요. 저는 억울한 죽엄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그런 말로 사람을 놀려서야 쓰겠는지요."
"더 살고 싶으세요?" 대통령이 물었다.
"그래요, 시대가 나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지 내 잘못은 없어요.
남정네들이 흔드는 엉덩이 하나 쳐다보고 덤벼든 죄가 더 크죠.
어부 무서운줄 모르고 갈매기 덤비듯이,
불 무서운줄 모르고 하루살이 덤비듯이.
왜 나한테만 멍애가 씌어져 죽어야 하는건지 너무 억울해요."

"정을 통하면 출산하는 것이 당연한데 귀하는 몸만 달구는 열락만 추구했지 자손을 퍼뜨리려는 노력은 눈꼽만큼도 하지 않았잖소. 그 죄가 커서 구제받기 힘들꺼요."

"흥, 내가 종놈이랑 붙었다고 죽인다는 놈들이나, 출산하지 않아서 살려줄수 없다는 당신이나 다를게 뭐있어?" 실망하며 토라진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비친다.

"얼마나 더 살면 천수를 누렸다 하겠소?"
"사십은 살아야 천수라 할텐데, 스물여섯 내 나이는 너무 억울해요."

"위로는 정승부터 아래로는 종에 이르기까지 신분을 가리지 않고 간통한 자들이 칡넝쿨처럼 줄줄이 엮여있던데, 억울한 마음 뿐입니까?" 대통령이 넌즈시 물었다.

"제가 원래 명문출신 요조숙녀로 곱게 자라 시집갔거늘, 칠거지악을 들어 나를 내쳤다오. 좃힘도 없어 나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서방이 꼴에 왕가 종친이라며 이년 저년한테 기집질하러 다니는 통에 님을 못봐 애 못난 것을 모두 내 탓했지요.
퇴박맞은 주제에 쭈그렁 할망구 될때까지 정절 나부랭이를 지키며 산다고 누가 알아 주기나 할까 하는 마음이 조급하게 나를 몰아 붙혔네요.
종년이 꼬득이며 이왕지사 혼자 살바엔 멋지게 몸이나 써보자 나를 설득하는 것이, 옳다 싶어 이 짓을 시작한 것입니다.
은쟁이 손놀림이 워낙 섬세한 걸 보고 혀를 내 두를 정도로 혼이 빠져 나가버렸지요. 이 손놀림으로 나를 만져주면 극락이 따로 없겠다 싶어 살포시 손을 잡았더니 밤새 나를 공들여 어여삐 여기고 섬기는 것이 여태 살며 한번도 못느낀 깊은 맛을 줍니다."

"어라, 첨은 은쟁이와 살을 섞었구려."
"그래요, 이왕 남의 살맛을 봤으니, 몸 속에서 끓어 넘치는 것이 주체할 수 없는 정열 덩어리로 변했지요.
종년이 이 참에 죽기 전까지 남정네를 조롱하며 살자 하길래 그러자 싶었지요.
하루는 웬 양반님네와 종놈을 데려왔는데 나를 흠모한다 하여 정을 붙었는데, 종년은 그 틈에 따라온 종놈과 한 덩어리가 됐디다. 네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뒹구니 근심걱정도 잊혀 지더이다."

"허, 그 당시에도 혼숙이 있었구려."

"난 그런 것 모르오. 내 친김에 행세께나 한다 싶은 사람들 있으면 살짝 나아가 엉덩이를 조금만 흔들면 침을 질질 흘립디다. 모른 척 처소에 돌아오면 만나고 싶다는 서찰이 먼저 돌아오곤 했지요. 그런 날은 밤새며 질펀한 놀이를 했는데, 그때마다 종년도 종자랑 붙어 먹으며 이 일이 더욱 잘 되기를 기획하는 마음이 나보다 더 깊더이다."

"허, 그래도 한두사람과 살을 섞고 만족해야지 위아래 없이 모두 ?어 버리면 세상이 어지럽지 않았겠소?"

"내 한몸으로 세상을 바꿀수 있나요?
낮엔 청렴하고 밤엔 야수로 변하는 사람들을 보며 즐겼을 뿐인 걸요.
한 사람의 아낙이 되어 소박 맞았던 걸 생각하면 사내들의 속내를 몽땅 까발르고 싶은 생각에 닥치는데로 꼬득이고 정을 통해 구멍 동서를 만들어 버렸지요."

"정말 알고 보면 그 사람들은 한 구멍에서 만난 동서뻘이 되는군요."

"지까지것들이 잘나봤자지요. 내 치마 속에서 혀를 날름거리며 좆물을 뚝뚝 떨구는 것이 한낱 돌강아지 밖에 더 되겠어요?
나는 소박맞아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즐거웠지요."

"뒤를 봐주던가요?"
"뒤요? 하긴 그 놈들은 내가 저 혼자만의 아낙으로 생각해선 온갖 귀한 것들을 싸다 놓곤 해서 종년의 입이 연신 벌어지긴 했지만 난 재산엔 관심이 없었답니다.
수염이 허연 놈이나 까칠한 놈이나 지체가 높아 거들먹 거리는 놈이나 시름하는 종 놈이나 매 한가지 좆맛은 별룹디다. 화끈한 놈 하나 찾았다면 나도 이처럼 지분거림 없이 꼿꼿한 놈에게 붙어 여생을 마쳤으련만..."

"그렇게 많은 동서를 만들어 놓고도 아쉬움이 남았군요?"
"많으면 뭐해요. 확실한 놈이 없었는걸."
"그래도 종놈들은 힘이 좋지 않았나요?"
"그치들은 힘만 있지 기술이 없어서 허당 이던걸요."
"힘과 기술을 겸비한 사람을 못 만나셨군요. 하하"
"한 종자는 힘과 기술이 다 좋았는데, 신이 나질 않았었죠."
"아,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그 종놈은 나를 겁간한 놈인데, 원래 정이란 마음이 화통해야 즐거움이 더해 지는 법이거늘 내 행실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겠다고 협박하는 통에 맘에 없는 정을 통한 적이 있었지요. 지금도 그 놈 좆 힘이 아삼삼 하지만 행실이 더러워서 다시는 만나지 않았어요."

"원래 찾는게 좆힘이랑 기술이라면 용서하고 화통하셔서 쾌락을 즐기시지 원~"
"흥, 사람이 지조가 있어야죠. 남을 협박하는 놈을 뭐가 아쉬워서 또 찾겠어요?"
"듣고 보니 그렇군요. 아무리 기술도 좋고 힘도 좋다고 한들 마음이 통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통정은 불쾌감만 더 할 뿐일테니까요."

"바로 그것이지요. 협박하지 않았다면 우리 종년이 필경 먹어보곤 맛이 좋다 싶으면 상납했을텐데 아쉽게도 그 전에 먼저 나를 강박하여 일을 치렀으니 좋아도 싫은 꼴을 당한 어리석은 놈이된 것이지요."

"여기서 십년 더 살게 하여, 후회없도록 정을 마음껏 통해 본 후, 다시 그 자리에 앉혀놓으면 억울한 마음이 덜 하겠소?"

"아니, 그게 될 말이요? 여기가 신선들 사는 곳이라도 되나요? 어찌 그런 일을 하실 수 있단 말이요?"

"여기서 살게 되더라도 미련 없이 십년 살다 그 자리로 돌아가 망나니에게 목을 맡기시구려. 내 그럼 귀하를 어찌 해 보겠소."

"여기선 누구랑 정을 통해야 한단 말이오?"

"다 통해 보시구려. 산기라도 느끼면 아낌없이 애를 낳도록 하시오."

"그래만 주신다면 당장 어르신부터 내 한몸 드리라다." 어우동은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공포의 순간으로부터 이처럼 따뜻한 사람들만 있는 신비한 곳에서 안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면 십년 살다 목숨을 버린다 한들 무엇이 아쉬울까.
옷고름을 푸르니 앞섬에 뽀얀 살결이 드러났다.
파리한 젖꼭지가 오똑 선 것이 벌써 몸에 감흥이 퍼진 듯 했다.
서둘러 허리띠를 푸르니 치르렁 한 겹이 흘러 내린다.
하얀 비단속곳에 내비친 속 살이 토실 한 것이 먹음직 스럽다.
한 발 살짝 들어 버선발을 벗으니 앙증맞을 정도로 작고 예쁜 발이 드러났다.

"하하,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끄럽지 않소?"
"부끄럽다니요. 우리네 정이란 은밀한 것 같으면서도 보고 듣는 이가 많답니다.
궁중에서도 운우지정을 통할 땐 의례이 여덟명의 시녀가 병풍뒤에 숨어서 숨소리 하나까지 놓지지 않고 듣고 있는데, 여기 계신 분들이라야 겨우 두명인 것을 뭐이 부끄럽사옵니까?"

"허허, 이 책사께선 잠시 나가 계시구려." 대통령은 나를 살짝 물리신다.

나는 유전자 채집 샘플을 들고 안가를 나서야 했다.
시공을 초월한 두 사람의 성적 행각도 궁금했지만, 연구소에 가서 샘플을 증식시켜 보는 것이 더 급하다는 생각에 발 걸음을 돌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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